by 나루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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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숫자 안에 욱여넣을 수 있을까. 트리스탄은 잘게 한숨을 내쉬었다. 피로를 소화하지 못한 몸이 삐걱였다. 불면은 그에게 있어서 발 끝에 어설프게 매달린 그림자처럼 익숙한 것이었으나, 불면에 체력소모까지 더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숨을 고르는데도 몽롱함이 자꾸만, 서툴게 피는 담배연기처럼 폐부를 더럽혔다. 그는 피로한 얼굴로 미간을 꾹꾹 누르며, ‘
‘그’의 공간은 그리스의 집과는 달리 다소 난잡했다. 호텔리어는 분명 그의 짐 무더기를 건들지 않고 최대한 방을 깔끔하게 청소하느라 갖은 노력을 다 했을 것이다. 아를은 슈퍼마켓에서 사온 와인 두 병과 치즈를 둥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정리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정리하는 걸 잊었는지 모를 짐들이 캐리어 위에 가득 쌓여 있었다. 여러모로 마나난 답지 않은
“소파에 누워줘.” “소파?” 마나난은 고갤 끄덕이며 폭신한 이불을 깔아둔 소파를 가리켰다. 볕이 잘 드는 자리에서는 잘 마른 햇볕냄새가 났다. 아르는 별다른 이유를 묻지 않은 채로 자리에 누웠다. 마나난은 그 모습을 흡족한듯 바라보았다. 엷은 바다색의 눈이 호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아르가 자세를 바로잡을 때 마다 이불이 사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먹이를 눈
블랙체리 두 바구니를 샀다. 정박한 마을에 마침 장이 서고 있었다. 시장 특유의 생기와 소란스러움 사이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 녀석이었다. 초라한 바구니 안에 깊게 들어있는 것들은 조금 물렀고, 군데군데 파인 곳이 있어 오래 버티긴 힘들 것 같았다. 평소라면 이걸 흠잡아 가격을 깎아 보려고 했겠지만, 어쩐지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아 그냥 제 값을 치루고
-너는, 살고싶단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 의외의 말에, 마나난은 눈을 깜빡였다.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을 응시했다. 시선은 상대방의 얼굴을 훑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모든 것들이 굉장히 희미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물을 탄 우유마냥 희끄무레하단 말이 어울렸다. 누구였더라. 마나난은 무심코 얼굴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지는 해를 등 뒤에 짊어진 발화자
바질 화분을 샀다. 뭐에 쓰는지도 모르면서. 작은 밥공기 같은 화분에 새싹 한 톨이 돋아 있었다. ‘이런 날씨에는 과습에 주의해야 한다’는 말을 어떤 방식으로 지켜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마나난은 화분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나름대로 성의있게 들고 제 자취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봄이라지만 비가 계속 내렸고, 멋을 내서 신은 신발에는 자잘한 흙들이 묻어 있었다
― 굳이 약팀을 선택한 이유가 뭐야? ― 차가 파란색이라서. 페라리는 레드라서 별로. 그렇다고 해서 메르세데스의 민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거든. 마나난은 느긋하게 대답하면서 목을 뒤로 젖혔다. 바다를 닮은 에메랄드빛 머리카락이 쏟아질 듯 찰랑거렸다. 그는 머리부터 후두 하근까지의 경계를 손으로 몇 번 쓸어모으더니, 그것을 대강 높게 묶었다. 긴 머리카락
#0 너는 몰랐겠지만, 우린 생각보다 많은 씬에 함께 나왔어. #1 나는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어. 그래서 종종 숨을 가득 참고선 바다 아래로 잠수를 했지. 물 밑에서 바라보는 수면의 반짝임은, 생각보다- 끝내주거든. 내가 알고있던 파랑이 오로지 빛무리를 만났단 이유로 반짝임을 받아들이고 아름다움이 가속화돼. 플라네타리움에서 보는 인공의 조도가 만들어내는
남친이 상서로운 동물이라도 입술은 부비고싶어... 가볍게 눈을 깜빡일 때마다 보이는 두 뺨은 서서히 세를 늘리는 노을처럼 붉어져 있었다. 누군가를 꾀었던 적이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질 않았고, 저가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붉게 달아오른 그의 뺨만큼이나 자신의 것도 달아올랐으리란 미약한 추측만이 가능했다. 쪼듯, 그의 입술에
센티넬버스너무좋아해서 또..뭔갈 하다.... 아르랑 페어 맺고 인수인계하는 첫날... - S급 이능사-센티넬 마나난 에스파너는, 자신의 사무실을 종종 ‘관’처럼 느끼곤 했다. 우선, 그의 집무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팀을 이루지 않고 오로지 혼자만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방은 유난히 벽이 두꺼운 편이라, 안그래도 적은 가용공간을 더욱 작게 만들었
센티넬버스au... 마냐 입장의 첫만남 회상 ... 딱, 하고 핑거스냅의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크리쳐가 숨어있는 지점의 바로 윗 부분의 공간이 찢어지며, 커다란 파도가 흘러내렸다. 숨은 공간 안으로 곧바로 쏟아진 물이 무언가를 익사시키는지, 음성체계를 가진 지성체의 비명소리가 이어지다가 이내 멎었다. 물에 닿아 녹아버린 적성체의 전투의지가
이번에 실장 된 마스터와 서번트w 어쩐지 느낌이 좋아 날조해보았습니다. 뇌내망상이 주가 됨으로 주의ww 그러고보니 아직 후반 절은 보지 않았는데 그 곳에서 아르군의 '버그'가 마나난님 소환보다 이전이란게 나오는지 궁금wwww 아니면 그 전에서 끊기는 걸까나... 아래의 글은 아르 군의 '버그'가 마나난님 소환 이전의 일이라는 가정에 창작되었으니 여러모로
마음이 흐르는 것을 막아본 적이 없다. 억지로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수 없음과 같은 이치다. ‘연왕’의 호를 가진 소년은 턱을 괸 채, 제 앞에서 사랑을 서술하는 자신의 태보를 바라보았다. 그의 낮고 진중한 목소리를 타고 전해오는 이야기는, 태명을 잊고 제 본분마저 잃은 채 사랑에 휩쓸린 사람들을 담고 있었다. 역사에 기록된 한 단의 이야기는 여러 순간과
성사 후 첫 로그가 이래도 되는가? 고백은 패전 이후 좀 된...시점이라고 생각해서 (리얼타임 적용하면 사흘정도 되나?) 바로 다음날 약간 짝사랑하는 척 구질구질한걸 보고싶었다네요.... 마침 1차시점 마지막 부분도 조율해서 짝사랑이 생각보다 오래됐단 공설도 생겼구우...... 그래서........ 둘이 서로가 맞짝사랑인거 모르고 외사랑인척 삽질하는거 좋아
바람결에 술렁이듯, 마음이 간질거리는 기분을 안다. 돛을 단 배가 바람을 받아 순항하듯 세계가 앞으로 밀리는 기분. 애매하지만 확실한 고양감과 함께 느끼는 묘한 전율. 순간이 생명력을 가지고 박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강한 확신. 마나난은 눈 앞을 바라보았다. 눈 앞의 그가 가진 노을같은 색채는, 확실한 황혼이나 개벽의 빛이었다. 빛을 받을 때 그는 마치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