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월은향] 썰 02
일단 색사는햇다~ 정도에서 시작하는 것...근데 이게 썰 맞음?
! 매우 뻔한 클리셰, 적폐날조설정, 또납백(또 백은향 납치당함), 지인의 관속 구자캐 꺼내와서 멋대로 쓰기(샤오링 메이, 야미오 테라스)
그렇게 충동적인 술기운으로 한 첫 색사는 꽤나... 자극적이라고, 백은향은 평가했다. 자신은 눈이 보이지 않지만, 그는 보이니까. 시각을 잃지 않았다면 쾌락에 물든 그의 얼굴도 볼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백은향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정신 차려야지... 이러면, 안 돼.
꽤 충동적이었던 첫 색사 이후, 두 달쯤 지나자 파라엘이 집에 방문했다. 그 때 야장월이 남긴 제 것이라는 용의 표식이, 새하얀 그녀의 목에 남아 있었다.
"호오, 꽤 뜨거웠던 모양이군그래?"
"네가 알 바는 아닐 텐데? 그리고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는, 무슨 일로 온 거야?"
"난 흡혈귀라네. 저 멀리 서양에서 오지. 기별을 보낸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리란 말일세."
"그냥 여기랑 좀 가까워졌을 때 보내라고 좀."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되던 와중, 백은향은 과일을 가지러 갔다. 과일을 들고 옮기려는 순간, 과일의 냄새가 코에 들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속이 뒤집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신물이 올라왔다. 구역질까지 났다.
"우욱-..."
왜 이러는 거지? 분명... 괜찮아지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또 아픈 걸까? 백은향은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몸이 뜻대로 건강해지지 않아 힘들었다. 7년간의 고독을 버텨내면서 몸은 안 좋아질 대로 안 좋아졌지만, 야장월이 돌아와 도움을 주고 있으니 점차 차도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 너 괜찮아?!"
"ㄱ, 괜...찮, 웁-..."
신물이 올라왔다. 제 뜻대로 몸을 통제할 수가 없다. 구토감에 괴로워하는 백은향을 황급히 사랑방으로 데리고 나온 야장월은 급하게 백은향의 상태를 살폈다. 파라엘도 그에게 안겨 있는 백은향에게 다가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 제....괜찮아요....그러니까,"
"...우리의 대화 흐름상 과일을 가지러 갔었던 것 같은데....구토감이라, 그렇다면 임신밖엔 답이 없군."
파라엘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말한 것은 정답이었고, 백은향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이. 아이를...가졌다. 자신이 바랬던 것이 이루어졌지만, 그럼에도 그에 따라올 것들이 걱정되는 눈치였다. 야장월은 그녀를 안심시키듯 제 품에 끌어들이고는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저는, 맹인이에요...앞을 볼 수 없어요...부군이신 장월님의 얼굴도, 아이의 얼굴도....전부...."
백은향은 이런 자신이 너무나 못나 보였다. 태어날 아이에게 너무 못난 어머니가 된 것 같아 미안했다.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야장월은 잠시 당황했지만 그녀를 더욱 꼭 안아주며 토닥여주었다.
"...괜찮아."
백은향은 야장월의 옷깃을 꼭 쥔 채로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았다. 너무나 못난 자신이어서, 이제 어떡할까. 아이가 자라면, 자식인 제 얼굴도, 자기 자신의 얼굴도 보지 못하는 엄마인 자신을 미워하게 될까봐, 너무나 두려웠다.
"...인간이 용의 아이를 뱄다 합니다."
제 충신의 보고에, 천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용과 인간은 본디 불멸자와 필멸자, 절대 이어져서는 안 되는 종족이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천제는 그만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
"...그 인간 계집을 어찌 처리하실 계획이십니까? 이러다 그 계집이 아이를 낳기라도 하는 날엔 하늘의 질서가 어지럽혀질 것입니다."
"옥황께서 노하시겠군."
옥황상제, 하늘의 모든 규칙을 관장하는 신이자 하늘의 황제. 천제는 그의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이자 장남으로써 하늘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런데, 곧 하늘의 질서가 무너지는 날이 온다니. 옥황상제가 자신을 이 자리에서 끌어내려도 문제없을 중죄다.
"...그 계집의 지아비는 누구더냐?"
"...동해의 용, 야장월입니다."
이런 미친. 심지어 자신이 용으로 만들어 준, 한 번 승천에 실패했던 보잘것없는 이무기다. 한 번 승천에 실패한 이무기는 억겁의 세월을 기다리느라 미쳐버려서 하늘에 의해 처단되는 일이 부지기수였지만, 야장월만은 달랐다. 어째서인지 미치지 않고 용의 작위를 얻어냈다. 그 이유가...
"...그놈이 막바지에 미치려다가 미치지 않게 한 것이 그 계집이로구나."
"반인반룡, 그 아이가 태어나기라도 하는 날엔...금지된 사랑을 했던 이들이 모두 들고일어나 천계를 뒤집으려 들 겁니다. 그리고 그 계집이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죽기라도 하면, 그 용은 미쳐버릴 겁니다."
용이 미친다는 것은, 천계와 인간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천재지변이 터진다는 것과 같았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용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그 용의 반려자 뿐이었다.
"그것은 나도 동의한다. 부군을 잃거나 아내를 잃은 자들이 많으니 곧이곧대로 일어날 것이야. 게다가...그 동해의 용, 한 번 승천을 실패한 이무기인지라 미치기라도 하는 날엔....하아, 그러니 이 일은 철저히 숨기고, 그 계집을 이곳으로 데려와 처리해라. 그 용의 눈에 띄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존명."
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야장월은 비가 오는 날이면 잠시 외출해 용으로서의 자유를 만끽하곤 했다. 백은향도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좋게 보았다. 야장월은 본디 용이라,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것이 순리였다. 백은향은 이제 조금씩 불러오는 제 배를 쓰다듬으며 가끔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제가 당신에게...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아요....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테니-... 절 나중에... 미워하시면 안 돼요..."
대부분의 부모에게 자식은 생각만 해도 사랑스럽고, 기쁘게 되는 존재였지만 백은향에게는 그저 걱정만 될 뿐이었다. 백은향은 후천적 맹인이었다. 사람의 얼굴 정도야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고 있으며, 부족에서 지낼 때도 갓난아이의 얼굴을 본 걸 잊지 않고 있다. 그 아이는 너무나 연약해서, 금방 죽어버릴 것처럼 보이다가도, 그 아이 나름의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백은향은 그저 곧 태어날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아이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장님과 엄마라니 어울리지도 않는 단어다.
백은향은 몸을 일으켜 천천히 야장월의 방으로 걸어갔다. 방을 청소할 시간이다. 꽃샘추위의 냄새가 여전히 차갑게 코에 맴돌았다. 그리고 강한 약재 향이 코로 부드럽게 들어왔다. 이것이 야장월의 향이라는 걸 아는 백은향은 편안함을 느끼며 그의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더듬어가며, 천천히, 여유롭게. 급하지 않게, 청소가 안 되는 곳이 없도록, 구석구석.
순간, 이상한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냄새다. 낯선 냄새와, 척척 들리는 발걸음 소리. 백은향은 천천히 야장월의 방문을 드르륵 열고 물었다.
"누구...신지요?"
그렇게 물어본 순간, 백은향의 뒷목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백은향은 그대로 저항하지도 못한 채 쓰러져버렸다.
그렇게 눈을 뜬 곳은, 어딘가 춥고 축축한 곳이었다. 아, 백은향은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이 감옥이라는 걸. 백은향은 황급히 배를 감싸안았다.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그리 정을 준 제 아이가 죽는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다.
"...전하, 계집을 데려왔나이다."
전하? 전하라니. 설마, 그 왕인가? 조선의 왕?
"...수고했네."
아니다. 목소리를 들으니, 전혀 아니다.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조선에서 전하라 불릴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반역자인 것일까? 한때 천신께서 계시해주신 신녀인 저를 이용하려는 것일까?
"...왜....이러시는, 건가요...? 원하는, 게...뭐죠?"
백은향은 코앞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겨우 이겨내고서 천천히 물었다.
"네가 하늘의 섭리를 거슬렀기 때문이지."
"ㅎ, 하늘의, 섭리를....어찌, 거스른단...말이죠...?"
하늘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 설마.
"ㅇ, 안....안 돼요, 안 돼요.....이, 아이만큼은....제발....."
아이를 잃는다니. 그 생각에, 백은향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파내진 눈 속이 너무나 따가웠지만, 그럼에도 늘상 그러던 것처럼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불길한 징조로 여겨져 아이를 더 빨리 잃을 수도 있기에.
"...눈물 따위로 동정심을 사려는 술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야."
그리고 발소리가 들리더니 남자의 기척도 사라졌다. 백은향은 그대로 몸에 힘이 빠진 채 차가운 벽에 기대어 헐떡였다.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지쳤다. 지치게 만드는 무언가를, 그 남자가 먹인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살기에 대항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이대로, 아이를 잃고 마는 걸까.
"...미안해요...."
백은향은 눈물을 흘리며 힘이 빠진 팔로 천천히 배에 손을 올려놓기밖엔, 할 수 없었다.
야장월은 내리는 비를 맞으며 천천히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던 도중, 집에 누군가가 침입한 것을 알아채고 재빨리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너무나 늦어버렸다. 누군가가 백은향을 납치한 것이다.
“…망할.”
야장월은 집에 짙게 깔린 기운을 보고 백은향을 납치한 이들이 천제의 병사들이라는 걸 알아챘다. 또한 그들이 백은향을 데려간 이유도 조금 알 것 같았다. 또 그 고리타분한 하늘의 질서라느니, 뭐라느니 같잖은 이유를 대면서 남의, 그것도 동해의 용의 아내를 납치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감히 동해의 용의 아내를 그딴 이유로 데려가? 심지어, 아이를 밴 상태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여인을?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야장월은 재빨리 변신해 천계로 날아갔다. 그 미친놈들이라면 백은향에게 유산하는 약을 먹여 몸을 망가뜨리는 짓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제발, 늦지 않았길 바라는 수밖에…!
차가운 감옥 안에서, 백은향이 의지할 것이라곤 뱃속의 아이 하나 뿐이었다. 그마저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정신을 잃고 기절했을 때 누군가가 이상한 약을 먹였는지 자꾸만 기운이 빠지고, 지쳤다. 배도 고플 뿐더러 어지럽고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장월님….’
지금쯤이면 자신의 부재를 알아차리고 이곳으로 오고 있을 것이다. 백은향은 제발 그러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 발걸음 소리는… 자신에게 하늘의 섭리를 거슬렀다 말한 남자의 발걸음 소리와 같았다.
“이제 좀 기운이 빠졌겠군.”
“아이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백은향의 부탁은 한결같았다. 아이를 살려달라는 것. 하늘의 섭리를 어긴 생명일지라도 생명은 생명. 생명은 귀하디 귀한 것이라 함부로 할 수 없다. 그것은 옥황상제라도 마찬가지였다. 백은향의 지식에 의하면 그러했지만… 이 철창 바깥에 있는 남자는 아이를 살려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백은향은 그저 제 앞의 남자에게 빌고 또 빌 수밖에 없었다.
“제발….”
하지만 백은향은 그런 것으로 끝날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 연약하였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자, 백은향은 남자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
“장월님, 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거예요…!”
“허! 이 계집, 본색을 드러냈군그래. 힘이 빠지는 약을 먹여놨는데도 이 정도라니.”
남자는 오히려 백은향의 손목을 억세게 잡아 내치고는 감겨 있던 백은향의 눈을 억지로 뜨게 만들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눈은 없고, 끔찍한 흉터만이 남아있다. 그것을 보고 기겁한 남자는 백은향에게서 손을 떼었다. 백옥처럼 고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면서, 맹인이었다니. 그리 저항하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오는 걸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차린 것까지도.
“맹인이었군, 더럽기 짝이 없어.”
“말, 조심하세요…! 저는, 태어날…때부터, 이리, 된 게, 아니었단, 말이에요…!”
“눈이 파여진 건 누가 봐도 흉한 징조이지 않나, 계집?”
그 말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백은향은 말을 멈추고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가 사특한 주술로 용을 홀렸을지 어떻게 알고.”
“전, 맹인이에요…! 주술, 은… 쓸 수조차, 없어요…!”
“맹인이어도 타인의 힘을 빌려 사특한 주술을 쓰는 년은 많다.”
순간 강한 살기가 어린 목소리에, 백은향은 숨이 턱 막히며 호흡을 잘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안 돼, 진정해야 되는데… 그래야, 그래야 아이를 살릴 수 있는데….
“아직 죽으면 안 되지.”
그는 감옥 문을 열어 백은향의 등을 팍 두드렸다. 백은향은 등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자 호흡은 이미 돌아와 있었다.
“네 부군이 와봤자 소용없다. 이 일은 옥황상제께서 직접 심판하실 테니.”
옥황상제? 그 말에, 백은향은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옥황상제라면, 천계에서 가장 높으며, 모든 생물들을 다스리는 황제나 다름없는 이였다. 그런 이가 직접 심판한다니. 모든 게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곧 심판이 시작될 거다. 이곳에서 얌전히 있도록.”
그렇게 백은향은 옥황상제의 앞으로 불려갔다. 앞이 보이지 않아 그 풍채는 알 수 없었으나, 한낱 인간이 버티기 힘든 위압감에 백은향은 본능적으로 제 뱃속의 아이를 지키려 했다.
“…장님이라 하였지.”
“…ㅇ, 예….”
“감히 용을 홀려 아이까지 뱄겠다. 그 죄가 클 터.”
“아닙, 니다— 저는, 장님인지라 주술도 쓸 줄, 모릅니다….”
“이무기를 보좌했지만, 그것도 한순간뿐이다.”
백은향은 옥황상제 앞에서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제 뱃속의 아이에게 미안할 뿐이다. 이런 위압감을 경험하게 해서,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어머니여서.
“본디 용과 인간은 이어질 수 없는 불멸과 필멸이니, 그 질서를 어지럽힌 죄인은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백은향은 그 위압감과 살기 속에서, 덜덜 떨며 겨우겨우 말을 내뱉었다.
“아이는, 살려주세요-... 제발….”
“더 볼 것도 없다. 형을 집행하거라.”
바로 그 때였다. 쾅-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서양의 기운이 들이닥치는 것이 아닌가. 백은향은 몸을 떨다 파라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알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 옥황.”
파라엘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옥황상제를 노려보았다. 열린 문을 통해 날씨의 조율자, 샤오링 메이와 천사와 악마의 혼혈 야미오 테라스, 그리고 별의 운항자 스타펠 카프렌치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감히 네가 반기를 들었겠다.”
동해의 용이자 백은향의 반려, 야장월이었다.
“내 아이를 죽이겠다는데, 반기를 안 들 아버지가 있으면 나와보라 해라.”
야장월의 신비로운 오드아이에는 살기와 동시에 엄청난 분노가 서려 있었다. 감히 내 아이를 죽이려 한 것에 대한 분노와, 백은향을 해코지하려 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
“옥황 너라고 해서, 생명을 함부로 죽이는 것은 아니 되지. 저 아이는 내가 귀애하는 아이거든.”
파라엘의 눈동자가 더욱 붉게 빛났다. 이 엄청난 능력을 가진 불멸자들은 오직 백은향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내 아내와 아이를 해하려 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순식간에 전투가 벌어졌고, 백은향은 그들에 의해 멀리 내쳐졌다. 충격이 강했다.
“으—...”
아이는, 무사하려나. 아니, 무사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 순간 따스한 기운이 제 앞에 멈춰섰다. 이 분은…
“…괜찮아요?”
“ㅅ, 샤오링, 님….”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 날씨의 조율자, 샤오링 메이였다.
“이곳을 벗어날게요. 그리고, 이 판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제 친우도 당신이 안전한 걸 원할 거예요.”
백은향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링이 야장월을 부르자, 물소리가 들리더니 백은향은 물기둥에 휩싸였다. 백은향은 제 부군의 힘에 몸을 맡겼다.
물기둥을 타고 도착한 곳엔 의원이 있었다. 물기둥을 타고 도착한 그녀를 곧바로 진찰하기 시작한 의원은 다행히 아이는 무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백은향은 그대로 주저앉아 안도감에 울먹였다. 아,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은향은 다가오는 물의 기운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야장월이 돌아온 것이다. 백은향은 눈물로 범벅이 된 새빨개진 얼굴로 그를 맞았다. 그는 약간 부상을 입긴 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아이는 무사하더냐?”
“무사합니다, 용이시여.”
의원의 말에, 야장월은 백은향을 안았다. 자신 때문에 천계에까지 납치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약한 그녀가 그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쳤다는 것이 대견하게 느껴졌고, 또 너무나 미안했다. 용의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인간이 용의 반려가 되었다는 이유로 백은향은 계속 탄압을 당하다니. 이제는 그럴 낌새라도 보이면 무조건 가서 차단해야겠다고, 야장월은 생각했다.
“장월님….”
“…미안해. 나 때문에 납치까지 당하고—”
“어디든, 장월님만 있으면 되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백은향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야장월은 천천히 그녀에게 입맞췄다.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 그날의 입맞춤은 백은향에게 평생 잊지 못할 입맞춤이 되었다.
TMI ; 천계 뒤집어놓고 나온 야장월은 동해의 용 지위를 박탈당할 뻔했으나 파라엘과 스타펠의 협박으로 지위를 유지했다.
저날 이후로 옥황상제가 바뀌었다.
파라엘 글라우시아와 스타펠 카프렌시아는 동양과 서양의 천계에서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불멸자들이다. 그래 서 옥황상제를 옥황이라 부를 수 있었던 것.
다음은 샤오서화다
에르셀 입벌려 관짝속에서 발효된 커플링 연성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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