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NCP] 유령 (완결)

[해리포터/NCP] 유령 06

오두막집에 나타난 유령은 해리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데.

Present Scene 11. 

해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호그와트 비밀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오두막집 위로 보이는 이름은 해리 포터,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셋뿐이었다. 문을 연 게 투명화 마법이나 투명해지는 물약을 먹은 마법사는 아니야. 그렇다면 역시?

탁-

문이 닫히고 소름끼치는 정적이 이어졌다. 해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가 여기 있다는 증거 -물에 젖은 발자국이라든지- 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두 친구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고 특히 론은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음, 저기 그러니까. 두 사람 다 일단 진정해 봐.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아니, 근데 어떻게 해야 하지? 어, 그러니까, 저기 유령씨? 계세요?”

“해리! 유령한테 말 걸지 마! 대답할 것 같잖아!”

“론, 조용히 해! 그리고 너 그 표정은 뭐야, 네가 더 무서워!”

해리가 아마도 여기에 있을 유령에게 말을 걸자 론이 패닉에 빠져 소리쳤다. 헤르미온느가 론의 등짝을 후려치며 그를 진정시키더니 곧 가방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꺼냈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유령, 그러니까 그를 만나더라도 그가 말을 할 것 같지 않아서 종이와 펜을 가져와 봤어. 저번에도 종이에 글은 썼으니까.”

“오, 좋은 생각이야, 헤르미온느!”

세 친구는 테이블 주변의 물건을 치우고 먼지를 깨끗이 청소한 후 -“테르지오!”- 테이블 위에 종이와 깃펜, 잉크병을 올려두었다. 세 친구는 테이블 주위를 빙 둘러 앉고 유령이 뭔가 써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종이를 보았다. 하지만 깃펜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종이엔 아무것도 쓰이지 않았다.

“뭔가 질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해리, 네가 해.”

“음, 유령씨? 지금 여기 있나요?”

놀랍게도 해리가 질문을 하자 깃펜이 위로 떠올랐다. 세 사람은 깜짝 놀라며 홀린 듯 깃펜이 움직이는 걸 지켜보았다. 깃펜이 반듯하게 세워지더니 가볍게 움직여 펜촉을 잉크에 찍었다. 그리고 깃펜은 종이 위로 움직이더니 쓱쓱 글씨를 써 내려갔다.

 -Yes

“헉, 진짜 대답했어!”

“꺅, 진짜 왔구나. 정말 유령이었다니!”

“아, 안녕하세요. 유령씨?”

 -안녕.

“우와, 인사했다. 그럼 나도,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전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예요. 방금 인사한 빨간 머리는 론 위즐리고요. 그리고….”

“해리 포터예요. 나도 반가워요, 유령씨. 우린 구면이죠?”

세 친구가 인사를 건넸고 깃펜이 가볍게 빙글빙글 돌았다. 마치 깃펜을 손에 올리고 돌린 것 같은 모양새였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해리와 친구들은 더 이상 무섭지 않은지 들떠서 떠들기 시작했다.

“막상 만나니까 별로 안 무섭네. 생각했던 것보다 착한 유령인 거 같아. 글씨도 나보다 더 잘 쓰는데?”

“론, 내가 별로 안 무섭다고 그랬었잖아. 이제 뭘 더 물어볼까?”

“해리, 내가 먼저 물어볼게! 유령씨, 아까 왜 노크를 하셨어요? 우리 정말 깜짝 놀랐단 말이에요. 해리한테 들었는데 나타나실 때 마다 항상 노크하신다면서요.”

헤르미온느가 말하자 공중에 떠 있던 깃펜이 다시 종이로 내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난 예의를 지키려고 한 건데. 무섭게 했다면 미안해.

“아, 예의를 지키려고 노크한 거였구나. 참 예의 바른 유령이네. 내가 아는 유령 중에 제일 매너 있네요, 당신!”

“뭐야, 그런 거였어요? 당신이 노크할 때마다 난 심장이 벌렁거려서 혼났는데. 그러고 보니 당신은 항상 문도 닫아줬네요, 친절하게.”

“왜 해리한테만 모습을 드러내는 거예요? 해리가 그러는데 당신이 잘생겼데요. 우리도 궁금한데, 보여주면 안 돼요?”

“잠깐, 헤르미온느!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저기, 좀 더 친해진 다음에 보여주면 안 될까요?”

“왜 나한테만 모습을 드러낸 거죠? 지금은 왜 안 보이죠? 나한테 왜 가위를 건 거에요?”

다들 한 번 말을 걸기 시작하자 궁금한 것들을 마구 뱉어내었다. 깃펜이 허공에서 몇 번 돌아가더니 다시 종이 위에 글을 썼다.

 -내가 볼 일이 있는 사람은 해리 포터, 너였으니까. 너에게 내 존재를 알려야 했는데 다른 방법이 없었어. 그동안 밤마다 너를 놀라게 한 건 미안해. 이제 너에게 내 존재를 알렸으니 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거야.

“아니, 모습을 안 보일 필요는 없는데…. 처음에야 좀 놀랐지만 이제 괜찮아요. 근데 나한테 볼 일이라니, 어떤?”

-날 도와줬으면 해. 너 밖에 할 수 없어.

“무슨 부탁이길래 해리 밖에 할 수 없다는 거지?”

“해리, 어떻게 할 거야?”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니. 해리는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그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여기로 오기 전부터 유령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처음부터 답은 OK였다. 해리는 그의 외로운 눈동자를 떠올렸다. 어째서 나는 당신 앞에선 마음 약해지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다 해주고 싶다.

“내가 어떻게 도우면 되죠?”

-먼저 내 시신을 찾아주겠어?

세 사람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랬다, 그는 유령이었다. 이미 죽은 존재. 당연한 사실인데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시신을 찾지 못한 것에 미련이 남은 걸까?

“네, 최선을 다하겠어요. 당신의 시신을 찾아 드릴게요.”

-고마워. 그리고 한 가지 더, 내 시신을 찾고 나면

근데 왜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 거지? 시신을 찾는 거라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을 텐데. 잠깐, 시신을 되찾고 나면 그는 이제 이승을 떠나는 건가? 순간 해리는 종이에 이어진 글을 보고 하던 생각을 멈추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그의 이름이 나오는 거야? 설마 나 밖에 할 수 없다고 한 이유가 이거야? 당신 누구야?

 -내 시신을 시리우스 블랙에게 전해 줘.

 Past Scene 11. 

「Dear 안드로메다,

안녕, 사촌! 보내준 편지랑 사진들 잘 받았어. 도라는 사진을 보낼 때마다 머리색이 바뀌네? 저번에 하늘색보다 이번에 분홍색 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도라한테 예쁘다고 전해 줘. 그리고 내 졸업선물로 보내준 오토바이 헬멧 정말 정말 고마워!! 이런 걸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역시 안드로메다는 센스가 좋다니까? 졸업하면 얼른 오토바이 개조를 끝내고 완성되면 꼭 선물한 헬멧 쓰고 다닐게. 오토바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필요한 부품 통스씨한테 구해달라고 부탁해도 될까? 필요한 부품이랑 설명 따로 적어서 편지랑 같이 보낼게. 견적서 나오면 나한테 바로 보내 줘. 돈은 언제든 입금할 수 있으니까. 혹시 금액이 너무 커서 부담스러우면 알파드 삼촌에게 얘기해서 내 몫의 금을 먼저 받아 가도 좋아. 삼촌에게 미리 얘기해 놓을게. 통스씨한테 도와줘서 항상 감사하다고 전해 줘. 보답으로 나중에 오토바이 완성되면 제일 먼저 태워드리겠다고 약속할게. 시리우스 블랙의 오토바이가 첫 비행을 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할 수 있는 아주 귀중한 기회를 주는 거야. 어때, 고맙지? 기대해도 좋을 거야!

안드로메다,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어둠의 마왕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머글 출신 마법사들의 피해가 크다고 들었어. 너야 순수혈통에 블랙가 출신이니 괜찮겠지만 통스씨랑 도라가 걱정이다. 설마 데스 이터들이 도라까지 잡아들이진 않겠지? 아무튼 부디 몸조심해. 내가 졸업하면 자주 찾아갈게. 이제 전처럼 몸 사릴 필욘 없을 것 같아. 레귤러스가 블랙가 후계자로 나선 이후로 아버지의 추적이 멈췄거든. 확실히 확인한 거니까 안심해도 좋아. 안드로메다, 레귤러스 소식 들었지? 레귤러스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알던 레귤러스가 맞나 싶기도 하고 솔직히 화도 많이 나는데 걱정도 되고…. 올해 초에 레귤러스와 다툰 이후로 아직까지 서로 한 마디도 안 하고 있어. 알파드 삼촌은 졸업하기 전까지 잘 설득해 보고 얼른 화해하라는데 난 잘 모르겠어. 레귤러스가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다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어? 그리고 가끔 레귤러스와 마주칠 때 마다 레귤러스가 너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아무 말도 못 하겠어. 진짜 상처받은 건 나란 말이야! 나는 줄곧 믿어왔던 동생에게 배신당했는데 왜 먼저 배신한 사람이 그런 얼굴을 하는 건지. 지금도 레귤러스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파. 이제 내가 졸업하면 레귤러스랑 더 이상 마주칠 일도 없을 텐데…. 정말 이대로 우리가 영영 남이 되는 걸까? 블랙 가에서 나왔을 땐 아버지, 어머니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속이 시원했는데, 레귤러스는 달라. 레귤러스가 없는 세상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솔직히 지금이라도 다 그만두고 나한테 돌아오겠다고 하면 받아줄 수 있을 텐데…. 레귤러스는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아. 레귤러스가 나한테 말을 걸 때마다 이번엔 나한테 사과하고 돌아오려나 하고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것도 지쳤어. 그래서 이젠 정말 미련 없이 보내주려고 하는데 너무 힘들다. 안드로메다, 네가 집을 나오면서 벨라트릭스랑 나시사와 싸웠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 너도 많이 힘들었지? 이제 나한테 가족은 너랑 알파드 삼촌뿐이야. 그러니까 이 전쟁에서 꼭 무사히 살아남아 줘. 부탁해.

이제 우울한 얘기는 그만하고, 좋은 소식이 있어. 나 오러 시험에 합격했어! 졸업하면 바로 오러 활동을 시작할 거야. 건투를 빌어 줘! 졸업하고 나서 놀러 갈게. 그동안 몸 건강히 잘 지내. 통스씨와 도라에게도 다시 한번 안부를 전해 줘. 그럼, 안녕.

사랑과 애정을 잔뜩 담아서,

From 시리우스.」

 Present Scene 12. 

“…당신 누구야?”

“해리?”

“누군데 시리우스를 알고 있는 거야?! 왜 시리우스에게…, 왜?”

“해리, 진정해!”

-내 시신은 콘월, 땅의 끝(Cornwall, Land's End) 절벽 아래 바닷속 어딘가에 있어. 그럼 부탁해.

“콘월? 영국 남서부잖아? 거기다 Land's End면 그야말로 끝 중에 끝인데.”

“론, 그게 문제가 아냐. 바닷속 어딘가라고 하잖아. 그 넓은 바다에서 시신을 어떻게 찾아….”

“…시리우스에게 시신을 어떻게 전해줄지, 이 문제도 있지.”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해리가 너무 화가 나 보여서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 눈치만 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에게서 상상도 못 한 이름이 나왔다. 해리는 복잡한 마음에 어찌해야 될지도 모른 채 인상만 쓰며 앉아 있었다. 누구 하나 선뜻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 먼저 침묵을 깬 건 유령이었다. 공중에 떠 있던 깃펜이 테이블로 툭 떨어진 것이다. 세 사람은 벙찐 얼굴로 테이블 위 깃펜만 바라보았다. 계속 바라봐도 깃펜은 더 이상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아뿔싸!

“잠깐만, 유령씨 가버린 거야?”

“그런가 봐! 해리, 어떡하지?”

“이봐요, 아직 물어볼 게 남았다고요! 그러니까….”

해리는 유령의 모습을 떠올렸다가 이어서 시리우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뭔가가 있어. 내가 모르는 뭔가가.

“당신 이름을 알려줘요.”

그때 깃펜이 공중으로 스르륵 올라왔다. 다시 깃펜을 손에 쥔 듯 공중에서 깃펜이 꼿꼿이 세워지더니 이내 종이를 향해 내려갔다. 종이 위로 깃펜이 우아하게 움직이며 글씨를 써 내려갔다. 이윽고 깃펜이 힘없이 테이블로 떨어졌다. 남은 건 고요한 침묵과 종이 위의 알파벳뿐이었다.

 -R.A.B  

Past Scene 12.

졸업을 앞둔 레귤러스는 NEWT가 끝난 이후로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레귤러스는 세수를 하고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어제 읽다 만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잠시 후 똑똑- 하고 창문을 부리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편지를 배달하러 온 부엉이였다. 레귤러스는 창문을 열고 준비한 동전을 부엉이의 발톱에 끼워주고 편지를 받아 들었다. 편지가 꽤 많이 와 있었다. 벨라트릭스, 나시사, 알파드 삼촌, 안드로메다, 그리고 아버지…. 오늘도 역시 편지 속에서 레귤러스가 찾는 이름은 없었다. 레귤러스는 씁쓸히 웃으며 편지를 하나씩 뜯어 읽어 보았다.

「Dear 레귤러스,

레귤러스, 나 벨라트릭스야. 이제 졸업이지? 졸업 축하해. 그리고 곧 우리에게 합류하게 되는 것도 축하하고. 네가 블랙가를 이끌고 ‘그 분’의 뜻을 따르기로 해서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레귤러스, 난 옛날부터 네가 참 맘에 들었단다. 멍청하고 구제 불능인 시리우스가 블랙가 당주가 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했었는데, 똑똑한 네가 블랙가를 이끌어 간다면 우린 더 번영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그 분’의 신임을 얻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지? 내가 그동안 너에 대해 좋게 얘기해 놨으니 넌 걱정 말고 ‘그 분’께 충성을 다 하기만 하면 돼. 잘할 거라 믿는다. 그럼 조만간 보자, 레귤러스.

From, 벨라트릭스.」

「Dear 레귤러스,

레귤러스, 잘 지냈니? 나 안드로메다야. 너무 오랜만이지? 그 동안 연락 자주 못 해서 미안해. 요즘 편지를 주고받기가 조심스럽거든. 우선 졸업을 축하해. 내가 졸업식에 찾아가지 못 해도 이해해 줄 거지? 네 졸업식은 정말 가고 싶었는데…. 우리 막내가 벌써 졸업을 하다니!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너무 나이 먹은 티를 냈나? 사촌이지만 너랑 시리우스는 나한텐 정말 친동생 같고 소중한 가족이야. 그러니까 레귤러스, 네가 어디에 있든 넌 내 동생이고 우린 가족이라는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리라 믿어. 그 후로 시리우스랑은 아직도 연락 안 되니? 너희 사이가 그렇게 틀어져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해. 근데 레귤러스, 시리우스는 절대 널 미워하지 않아. 아직도 널 사랑하고 지금도 많이 걱정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안 될까? 알파드 삼촌에게서 네가 졸업하면 바로 데스 이터에 들어갈 거란 소식을 들었어. 너는 네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엔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아. 내가 아는 레귤러스는 절대로 가문의 명예나 야망 때문에 시리우스를 져버릴 사람이 아니니까. 무슨 사정이 있는지 누나한테 말해 주면 안 될까? 레귤러스, 아직 늦지 않았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어. 우리가 도와줄게.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네 대답을 기다릴게.

다시 한번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해. 좋은 소식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게. 그럼 안녕.

사랑을 담아,

From 안드로메다.」

「Dear 레귤러스,

레귤러스, 안녕? 보내준 편지 잘 받았어. 네 졸업식엔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아. 루시우스랑 함께 가도록 할게. 네가 벌써 졸업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내가 7학년 일 때 너는 신입생이었는데 어느새 나는 결혼을 했고 너는 졸업을 하고 어른이 되었구나. 레귤러스, 난 솔직히 네가 걱정스러워. 어린 네가 ‘그 사람’ 곁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 루시우스는 그를 무척 두려워해. 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걱정과는 별개로 네가 블랙가를 위해서 책임지고 앞으로 나선다는 건 무척 대견하게 생각해. 나랑 루시우스가 많이 도와줄게. 그럼 졸업식 날 보자. 그때까지 몸 건강히 잘 지내.

P.S. 벨라를 너무 믿지는 마. 벨라는 ‘그 사람’에게 거의 미쳐있어.

From 나시사 말포이.」

「Dear 레귤러스,

레귤러스, 사랑하는 내 조카!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레귤러스 너마저 성인이 된다니 솔직히 실감이 안 난다. 내 눈에 넌 아직도 아기로 보이거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렴. 너는 성인이 되도 나한텐 영원히 막내 조카니까. 네 졸업식에는 꼭 참석하마. 오리온과 발부르가는 나를 보면 학을 떼겠지만 내가 그런 걸 신경 쓰는 마법사는 아니잖니? 블랙가 노인네들도 날 껄끄러워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막내 졸업식에 안 갈 순 없지. 레귤러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 작년 시리우스의 졸업식 날 잠깐 본 이후로 1년 만에 보는 거지? 이번엔 네 얼굴이 1년 전보다 좋아졌으면 좋겠구나. 작년에 네가 세상 고통은 다 짊어진 거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마음이 무척 아팠단다. 네가 블랙가 후계자가 되어 데스 이터에 입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고 있니? 할 수만 있다면 널 때려서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난 절대 널 때리지 못 하겠지만. 오리온과 발부르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아. 블랙가는 다들 미쳤어.

레귤러스, 아직 늦지 않았단다. 지금이라도 뒤돌아서면 벗어날 수 있어. 나도 시리우스도 안드로메다도 블랙 가에서 제명됐지만 이렇게 잘살고 있잖니? 너는 아직 어려서 블랙 가에서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겠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단다. 우린 앞으로 먹고 살 돈도 충분히 있고 마법 세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어. 네가 절대 부모님을 버려두고 떠날 순 없어서 그런 거라면 블랙가에 남는 대신 데스 이터가 되는 것만이라도 그만두면 안 되겠니? 레귤러스, 제발 데스 이터가 되는 건 다시 생각해보렴. 거긴 정말로 한번 발을 들이게 되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거야. 네가 깨달았을 땐 이미 수렁에 빠져 발버둥 쳐봤자 더 깊이 가라앉아버릴 거다. 지금이라도 그만두자, 레귤러스. 가문이나 명예 따위가 뭐가 중요하니? 네 안전이 더 중요해. 네가 더 소중하단다, 사랑스런 레귤러스. 너는 똑똑한 아이니까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렴. 우린 항상 널 기다리고 있단다.

사랑하는 레귤러스, 졸업식 날 웃는 얼굴을 보여주면 좋겠구나. 그럼 졸업식 날 찾아가마. 그때까지 건강 하렴.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서,

From 알파드 블랙.」

「To 레귤러스,

졸업을 축하한다, 레귤러스. 넌 항상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네가 블랙가 차기 후계자로서 블랙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그 분’의 밑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까지 날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졸업식 날 찾아가마.

From 오리온 블랙.」

어라? 편지가 하나 더 있었나? 아버지의 편지를 다 읽고 보니 발신자불명의 편지가 하나 더 남아있었다. 설마, 시리우스? 레귤러스는 허겁지겁 봉투를 뜯고 안에서 편지를 꺼내 펼쳐보았다.

「To 레귤러스 블랙,

30 June 1979, 11 PM,

녹턴 앨리, ‘보진과 버크’ 상점에서 ‘바실리스크의 혀’를 주문한 후 지시에 따를 것.

P.S. 이 편지는 개봉한 지 10분 후에 완전히 전소되니 내용을 필히 암기해 둘 것.」

마지막 편지는 기다리던 사람의 편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레귤러스에겐 마치 사형 선고와 같았다.

- 2013. 1. 10.


* 본격_마법사들이_분신사바 하는_소설.txt

* 사실 '유령'은 Present Scene 12. 마지막에 나오는 R.A.B. 드립을 쓰기 위해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사실!

* 원작에선 레귤러스가 사망한 동굴이 어딘지 정확히 나오지 않아서 제가 임의로 정했습니다. 영국에서 절벽이 많은 해안가를 찾다가 영국 남서부 콘월이 적당할 것 같아서 콘월의 Land's End로 제 맘대로 결정. 첨부한 지도에서 왼쪽 맨 끝 아래에 보시면 Land's End를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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