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년 조의신
크레이지 7디페 트친비.
※ 주의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
많이 정신 놓고 씁니다.
견뎌 주세요.
<목차>
1. 소원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2. 마법 소년의 일.
3. 마법 소년은 병약해.
4. 동료를 구해보자.
5. 캐치프레이즈.
6. 마법 소년 각성.
7. 후기.
마법소년 조의신
1. 소원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지나고 나니까 추억이라고, 지나고 보면 특별했다고. 사람들은 지나간 날 중에서 그나마 특이했던 일을 뽑아 추억으로 예쁘게 포장하였다. 오늘은 어떤 걸 먹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무엇을 읽었는지 같은 멀리서 보면 반복되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 일상을 특별함으로 포장한다는 건, 다른 이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할 진짜 특별한 일 같은 건 인생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내 하루는 오늘도 특별할 거 없이 흘러갈 예정이었는데…….
사건의 발단은 하굣길에서 일어났다. 그날따라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지 않았기에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걷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집 근처 공원을 지나고 있을 때 발견하고만 것이다. 내 일상을 크게 변화시킨 천사를! 하얀 털 뭉치 같은 것이 공원 미끄럼틀 쪽에서 보이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가까이 다가갔다. 모래를 신나게 파헤치던 그것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얀 강아지, 귀엽고 똑똑하고 깜찍한 천사 올무와의 만남이었다. 올무는 나를 바라보더니 ‘왕왕!’하면서 신나게 달려왔다. 하얀 꼬리를 파닥거리며 달려오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됐지만, 천사 같으니까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천사를 안아 들고 빙글, 돌았을 때 주인처럼 보이던 그놈이 다가왔다. 머리카락에 희끗희끗한 부분이 있긴 했으나 연세에 비해 건장해 보이던 남성은 자신을 황명호라고 소개하고 천사의 이름이 올무라고 말해줬다. 뜻은 안 어울렸지만, 어감은 귀여워서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구나, 올무구나!”
“왕왕!”
번쩍 들어 올려서 칭찬하니 올무가 혀를 내밀며 말을 걸었다. 내가 말을 끝마칠 때마다 ‘왕!’하는 것이 천재라서 말을 다 알아듣는 것 같다. 황명호는 내가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고 올무 칭찬을 하자 알아듣는 게 맞다고 했다. 이런 천재가 다 있다니! 감격스러웠다.
올무의 발에 모래를 열심히 파헤친 흔적이 남아있어서 직접 털어주고 있으니, 황명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사실 신…… 올무가 저런 행동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그리 말하길래 덩달아 긴장했다. 이런 귀여운 아이가 고민할 만한 일이라니,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일이라면 도와주고 싶어 올무에게 말을 걸었다.
“올무야,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해?”
“왕왕!”
“하하하하, 네가 도와준다면 기쁠 거라고 하는군.”
올무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 태도에 부러움이 생겼다. 시끄럽긴 하지만, 집사로서 올무의 마음을 잘 알기는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뭘 하면 돼?”
올무가 원한다면 열심히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 의미를 담아 말했더니 황명호가 어이없는 소리를 했다.
“마법 소년이 돼라, 조의신!”
너, 내 동료가 돼라! 소년 만화에서 본 듯한 대사에 어이가 없어진 것도 잠시 마법 소년이라는 말에 멍해졌다. 진심인가? 마법 같은 비현실적인,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말에 잠깐 멍해졌다.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어 올무를 보니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마법 소년이라니, 올무가 원한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신…… 올무가 하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어떤 걸 요구하든 믿고 따라줬으면 좋겠군.”
“이렇게 착한 올무가 하는 일이면 의미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냐?”
마법 소년이라는 말에 황당하긴 했지만, 올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나저나 올무는 이 짧은 다리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구나. 장하다는 생각이 들어 부드러운 흰 털을 쓰다듬었다. 황명호는 올무와 나를 푸근한 인상으로 바라보더니 솔깃한 말을 했다.
“대신 마법 소년의 일을 착실히 수행해 준다면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
“소원……?”
마법 소녀물의 흔한 클리셰였다. 잔혹한 방법으로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몇 가지 생각나긴 했지만, 솔직히 끌리는 말이긴 했다.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돌변해서 갑자기 사악하게 나올 일은 없겠지. 이렇게 귀여운 올무의 주인이니까 인성적 측면에서는 괜찮을지도 몰랐다. 복슬복슬 잘 관리된 올무를 쓰다듬으며 잠깐 고민했다. 나는 소원을 빌 정도로 강하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그냥 무난한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권력도 재력도 그리 끌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소원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마법 소년으로서 더 구르게 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작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하기로 했다.
“그리운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한 번 더 보고 들을 수 있게 해줘.”
만나는 것도, 시간을 되돌려 달라는 것도 아니니 그리 큰 대가를 요구하지 않을 거였다. 가족들의 사진을 보면 얼굴은 확인할 수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목소리가 잘 기억나지 않아 슬펐다.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아 남아있는 동영상도 없었다. 이왕이면 기억 속의 얼굴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다시 한번 더 들어보고 싶었다. 내 말에 황명호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진 것 같았다.
“너는 참 한결같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노인의 말에 토를 달면 안 되었다. 대충 못 들은 척하고 있으니, 황명호가 웃었다.
“그럼, 계약은 성사된 걸로 하겠다.”
갑자기 눈앞이 황금빛으로 뒤덮였다. 허공에 황금빛으로 새겨지는 글자들에 놀라 내용을 확인할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바라봤다. 진짜 마법 소년이 되는 걸까? 마법 소녀물로 치환하면 대충 조력자 포지션으로 보이는 황명호의 힘을 확인하니 갑자기 현실감이 확 들었다. 묻어 뒀던 동심이 깨어나는 것인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충 서명란에 사인을 하니 문자들이 밝게 빛나더니 내 손목에 모여들어 황금색 인장이 새겨졌다.
바야흐로 마법 소년 조의신의 탄생이었다.
2. 마법 소년의 일.
마법 소년의 일은 듣기에는 별거 없었다. 이제 보니 황명호는 대한민국 4대 그룹 중 하나인 황명 그룹의 대표 격인 인물이었는데 황명을 위협하는 자들을 처리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올무는 황명을 수호하는 동물이라는데 최근 땅의 힘이 약해진 것 같아 은광구 공원의 흙을 파헤쳐 보던 것이라고 했다. 올무는 땅의 차이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매우 천재 같았다. 황명은 올무한테 백번 정도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취지는 알겠다. 하지만 이해와 직접 할 때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도 있는 법이다. 황명호는 마법 소년은 변신이 필수라면서 인장을 보이며 ‘변신.’이라고 외쳐 보라는 말을 했다. 이런 공공장소에서 다 큰 고등학생이 그런 중2병 발언을 하는 게 맞는 걸까? 내가 머뭇거리자 착한 올무가 용기를 북돋아 줘 어쩔 수 없었다. 맞다, 이 작은 손으로 흙을 열심히 파내던 올무를 위한 일에 잠깐 부끄러워지는 것 정도는 별일 아니었다.
“변신.”
손목을 올리고 말을 하자 수치심으로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 순간 인장에서 빛이 나더니 갑자기 처음 보는 애들 몇 명이랑 정장을 입은 자가 등장했다. 애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인 것 같았는데 뒤에 있는 정장 입은 자를 본 황명호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무래도 저쪽은 부르려던 자가 아니던 것 같은데? 황홀이라는 얼굴과 어울리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 사람을 무시하고 애들 쪽을 보자 괴상한 옷을 입은 애가 시끄럽게 소리쳤다.
“괴도 루이스 페레나 등장!”
같은 마법 소년 동료인 줄 알았는데 웬 괴도? 뜬금없는 그 말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곁에 있는 후드를 쓴 여자아이도 그 꼴에 후드를 꾹꾹 내렸다. 창피하지도 않나? 짜게 식은 표정으로 바라봤는데 그 아이는 개의치 않은 것 같았다. 입고 있던 망토를 훌훌 털더니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널 위해 멋진 괴도 복을 손수 준비했다.”
분명 마법 소년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왜 괴도가 된 걸까. 도저히 이들의 대화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올무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그사이에 같이 있던 여자애는 내 뒤로 와서 웬 샤랄라한 간판을 설치했다. 준비가 끝났다는 듯, 끄덕이는 여자애에 루이스 페레나? 암튼 자칭 괴도 놈이 손가락을 튀겼다.
“It’s show time.”
아, 저거 만화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 쓸데없이 조잡하게 포즈를 취하는 그 아이가 내게 망토를 씌우더니 옷이 바뀌었다. 마법 소년이라는 말에 맞게 쓸데없이 시대를 벗어난 듯한 패션 감각과 눈에 튀는 화려하기만 한 옷에 기절하고 싶어졌다. 프릴이랑 리본이 달린 옷에 반바지가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괜찮은 건 은하수를 박아둔 것만 같은 밤하늘 색 망토뿐이라 망토로 옷을 가리듯이 감았다. 이딴 걸 입어야 하다니 거짓말 같았다.
그래도 마법 소년이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신비로운 힘으로 변신하는 거 아니었나? 미묘하게 수동적인 변신에 수치사할 것 같았다. 차라리 쟤네가 등장하던 게 더 변신 장면같이 신기했다. 내가 옷을 감추듯이 입자, 자칭 괴도가 아쉬운 얼굴을 했다. 괜히 마음이 약해진다. 뒤를 돌아보니 황명호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저럴 거면 그냥 속 시원하게 처웃지, 지가 봐도 웃긴 걸 나한테 시켰다는 것에 짜증이 났다. 다 웃었는지 시원한 얼굴을 한 황명호가 손뼉을 쳤다.
“그래서 말인데 조의신, 이왕 변신한 김에 네가 해치울 존재가 있다.”
황명호는 그 말을 하면서 아까부터 황홀한 웃음을 보이던 정장 입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남자는 황명호가 자신을 가리키자 매우 기쁜 듯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재밌어 보여서 따라왔더니 의신이가 직접 해치워 주는 거야? 기대된다.”
황홀한 표정이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쁘게 느껴졌는데 변태 새끼였나 보다. 그 발언에 황명호를 재평가하고 있는데 황명호가 미친 소리를 했다.
“조의신, 저놈에게 본때를 보여줘라.”
얼른 해치워 버리라는 듯한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법 쓰는 법도 안 가르쳐 줬으면서 어떻게 해치우는데? 저 여유롭게 웃고 있는 미친놈을?
그런 의미를 담아 말을 전하자, 황명호가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갑자기 손을 비스듬히 세우며 자세를 잡는 황명호가 이해가 안 되었다. 마법 쓰는 걸 알려 달라니까 왜 체술을 보이려는 거 같은 자세를 하는 걸까? 의문을 담아 바라보는데 황명호가 손가락 마디를 딱 붙인 손으로 허공을 가르는 듯한 행동을 했다.
저게 뭔데? 설마 손날로 저 사람을 자르겠다는 건가? 그딴 걸로 되겠냐고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며 그 사람이 서 있는 곳 옆에 있던 나무에 상흔이 생겼다. 옛날에 봤던 로즈 칼 광고도 어이없다고 느꼈는데 더 어이없는 게 존재했다.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에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으니, 황명호가 소리쳤다.
“조의신, 너도 한번 해봐라!”
되겠냐? 미친놈아? 황명호가 저리 강한데 마법 소년 같은 게 필요한 걸까? 그냥 파업하고 관전이나 할 테니 미친놈들끼리 알아서 놀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강한 자제력을 발휘해 가까스로 말을 삼켰더니 황명호가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려 노력하는 것 같긴 한 헛소리가 들렸다.
“힘을 끌어올려 손끝에 감싼다는 느낌으로 하면 된다.”
무슨 단전에서 끌어오는 숨겨진 힘 같은 소리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되겠어?”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져 이리 말했더니 아까 그 애들이 할 수 있다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실험 카메라라도 찍는 것 같다. 안정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다 천사가 눈에 들어왔다.
“왕왕!”
올무가 기대하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어쩔 수 없지, 천사가 원하면 해야 했다. 단전에서 끌어올린다는 느낌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노력으로 되는 부분이겠냐고. 손에 힘이 빠졌다. 황명호는 이런 날 쳐다보더니 갑자기 마법 지팡이 같은 걸 던졌다. 얼떨결에 받아서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이걸 잡는 순간에 사용법을 알 것만 같았다.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니 검은빛의 무언가가 손에서 일렁였다. 나한테 이런 힘이? 주위에 있는 다른 이들보다 더 놀라며 주문을 외우며 앞을 보는데, 정장남의 머리카락이 시안 색으로 물들어있었다. 표정은 여전히 황홀 그 자체였다.
“만물 사용 스킬은 그대로 쓸 수 있나 봐?”
갑자기 게임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 무시하고 마법에 집중했다. 캐스팅을 끝내고 주문을 외우니 강한 바람이 일어 정장남에게 소용돌이치며 다가갔다. 이러다 저 사람 갈리는 거 아니야?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재밌는 걸 봤으니까 이만 돌아갈게.”
바람에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지도 않았다. 시안 색의 투명한 공간 같은 것이 바람을 막은 듯했다. 그 사람은 나를 쳐다보며 즐거운 듯이 미소 지었다.
“물론 의신이가 의욕을 가지고 덤빈다면 더 즐기고 싶긴 하지만, 황호 씨가 가만 안 둘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한테 손을 흔들었다. 이 사람들은 언제 봤다고 이리 친근하게 구는 것일까. 정장남은 나중에 용 모양 마법봉을 선물하면 사용해 줄 의향이 있냐며 짜증 나는 대화법을 선보이다가 돌아갔다.
아까까지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걷고 있었는데 이만 집에 가고 싶어졌다.
3. 마법 소년은 병약해.
황명호의 제안으로 편한 활동을 위해 은광고로 전학 가기로 했다. 이사장으로서 권력을 쓴 건지 생각보다 까다로운 절차 없이 그 명문고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는 이능이 있는 자들이 있었다. 그때 본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못 하는 신기한 힘은 전부 이능이었던 걸까? 하지만, 다른 이에게 본인의 이능을 심어 힘을 쓸 수 있게 만든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내가 썼던 건 마법이 맞는 건지, 힘 있는 것들이 마법 소년이라는 걸 굳이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물론 올무가 원해서 만든 거라면 뭐든지 다 좋았지만.
반 애들이 착해서 적응이야 나름 잘하고 있었다. 그때 본 두 명도 같은 반이었는데 많이 챙겨줬다. 잘 처웃는 이사장 친척이라는 놈도 그랬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심호흡하고 해당 교실 문을 열었다. 제발 오늘은 이 수업을 전부 다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안 있어서 온화한 인상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 선생님의 이름은 공청훤, 목소리도 듣기 좋고 수업도 알차서 인기가 많은 선생님이었다. 문제는 유난히 이 선생님 수업 시간에 일이 많이 터져서 변명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그럴 때마다 온화한 얼굴로 ‘오늘도 가나요?’라면서 물어보시는데 무언의 압박을 느꼈다. 황명호 이사장한테 이 사실을 말했더니 처웃으면서 ‘마법 소년으로서 대처법을 기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라는 말만 해서 매 순간 새로운 변명거리를 생각해 내는 것이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오늘도 어김없이 공청훤 선생님 수업 시간에 일이 터졌다. 손목에 새긴 인장이 빛을 내기 시작하길래 다급히 일어났다.
“선생님 저 배가 아파서 양호실 좀 갔다 오겠습니다.”
“의신 학생은 자주 아픈가 봐요? 그거 저번에도 했던 말인 거 아시죠?”
그 말에 양심이 아팠다. 하지만, 올무를 위해서 일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물론 가봤자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옷을 보내주려 하는 자랑 나한테 맞는다는 생각에 좋아하던 자, 수련을 시켜주겠다며 진심으로 덤비는 자 등등 이상한 사람들에게 휘둘리다 오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공청훤 선생님의 웃음이 짙어졌다. 입 모양으로 50점 같은 말을 중얼거리신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다음에는 좀 더 특별한 대사를 준비해 와야겠다.
그리고 그 순간은 멀지 않은 날에 찾아왔다.
혹시 몰라 아침에 파운데이션을 발라 창백한 피부를 연출하고 눈 밑에 다크서클을 살짝 그렸는데 이 정도면 아파 보이지 않을까? 빠지려고 별짓을 다 해보는 거 같아 현타가 왔다. 수업 제대로 듣고 싶은데. 울고 싶은 마음으로 외쳤다. 반 애들도 궁금해하는 눈으로 돌아보는 게 이번엔 또 어떤 소리를 하는지 기대하는 거 같았다. 나는 아파 보이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몸이 안 좋아서 그런데 양호실 좀 갔다 와도 될까요?”
공청훤 선생님은 이번에는 평소와 다르게 인자한 눈으로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걸 안타까워하는 눈이다. 입에서 나오는 말에 철렁했지만.
“의신 학생, 노력은 가상하다만 화장품을 그렇게 바르면 누구라도 아프겠죠. 피부 상해요.”
꽤 꼼꼼하게 잘 발랐다고 생각했는데 공청훤 선생님한테는 이것도 통하지 않는 듯했다.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감에 한숨이 나왔는데 웃고 있는 공청훤 선생님의 입 모양이 이번엔 80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점수가 오르긴 했네. 사실 선생님이 눈치를 주긴 하지만, 나가는 걸 막지는 않았다. 일단 출동하고 나중에 이사장한테 가서 따져야겠다.
그렇게 찾아간 이사장실, 황명호가 말하길 공청훤 선생님께는 이미 자세한 사항을 말해뒀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구신 걸까?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듯이, 열심히 하는 수업에 자꾸 빠지는 학생을 그리 좋게 볼 수는 없겠지. 조금 억울하긴 했으나 공청훤 선생님의 말씀에 앞으로도 성실히 대답하고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덕분에 같이 수업 듣는 아이들이 ‘병약한 조의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러서 진짜 두통이 일었다.
4. 동료를 구해보자.
마법 소년 일을 착실히 수행하던 중 이사장이 말했다.
“저번에도 그렇고, 네가 수업을 빠지는 걸 신경 쓰니 마음이 좋지 않구나. 새로운 마법 소년을 구해보는 게 어떤가?”
웬일로 이사장이 마음에 드는 말을 했다. 그래, 이런 건 원래 동료가 필수라고. 한동안 이상한 사람들한테 시달렸기에 그 말이 참으로 달콤하게 들렸다.
“좋아, 당장 구해줘.”
내가 곧바로 대답할지는 몰랐는지 신나게 웃던 이사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몸이 대충 끌어들이려 한 이들은 전부 거절하더군. 그리고 너와 마음이 맞지 않으면 힘들지 않겠나? 직접 구해보는 건 어떤가?”
이사장은 나에게 직접 동료 영입을 해보라고 시켰다. 황명 그룹의 문제라면 본인이 발 벋고 뛰어야 하는 거 아닐까? 같이 마법 소년 하자고 권유했을 때, 이상한 사람으로 신고 안 먹으면 다행일 정도의 일이었다. 이사장은 이런 내 고민을 눈치챘는지 더 헛소리하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거라면 걱정 마라.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했으니, 얼굴 안 보고 권유해도 될 것이다.”
“메시지라도 보내보란 소리야?”
그런 거에 걸릴 애들이 있을까. 물어보고 나서도 문제일 것 같았다. 이거 뭐냐는 물음에 어색함이 흐르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상상됐다. 차라리 게임 이야기라고 오해받는 게 나을 정도다. 내키지 않아 하자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관심 있는 아이가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취향을 추리해 귀여운 거 좋아할 것 같은 아이에게만 물어보면 되지.”
대충 이사장의 마법 소년 만들기 수법을 알 것만 같았다. 이미 올무에 넘어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니다, 황명 그룹을 지키는 건 귀여운 올무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할 테니 불평할 수는 없었다.
순순히 황명호의 의견에 따라 마법 소년을 좋아할 것 같은 귀여운 인장을 찾았다. 연락처를 통해 저장했다면 이쪽에서 설정한 이름으로 뜨긴 하는데 간혹 상대 쪽에서 설정한 이름으로 뜨는 경우가 있었다. 대충 인장이랑 맞춰 보고 있긴 하지만, 이름에 ‘hkh’라고 적힌,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걸어둔 주인공이 누구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흠, 일단 보내보는 게 어떤가?”
“…… 계속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긴 하지.”
이사장의 말을 듣고 나는 문자를 보냈다. 몇 분 후, 디바이스 알림이 울렸다. 메시지 창을 킨 나는 돌아온 문자를 보고 얼어붙었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냐는 생각에 보낸 건데 무슨 일이 생겼다. 내가 문자를 보냈던 그 귀여운 인장의 그분은 담임이신 함근형 선생님이었다. ‘hkh’는 함근형 선생님의 이름 초성에서 따온 것 같았다. 앞으로 담임 선생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대충 요약해서 보낸 ‘마법 소년 같이 하실래요?’라는 질문에 함근형 선생님은 ‘선생님, 그런 거 안 합니다.’라고 답변하셨다. 사실 처음에는 선생님이라는 말에 기겁하긴 했어도 누군지 정확히 몰랐는데 찾아보니 함근형 선생님이시더라고. 갑자기 이사장실 탁자에 머리를 박은 나를 보고 이사장이 놀라서 고개를 들어 세게 박은지를 확인했다. 이사장은 영혼이 나간 내 얼굴을 보고 그제야 미안함을 느낀 건지 알아서 동료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너와 같은 반인 황지호에게 말해보지.”
결국 본인 인맥으로 해결할 거면서 왜 나한테 시킨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며칠 후에 만난 마법 소년 동료는 반에서 겪어 봐서 알고 있었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사장의 친척이기도 한 황지호는 마법 소년 동료라는 말에 ‘이 몸은 호랑이지, 마법 소년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옛날에 자동차가 꿈이라고 말하던 유치원 친구가 생각났다. 아직 동심이 망가지지 않은 아이인 것 같다. 근데 로봇 정도는 몰라도 보통 호랑이를 꿈꾸나?
이상하단 생각에 꼬치꼬치 캐물어 보니 황지호는 나와 조금 달랐다. 얘는 나처럼 미친 것 같은 변신 장면이 없었다. 아니, 그냥 옷을 알아서 변형할 줄 아는 듯했다. 이렇게 잘 다루면서 왜 호랑이라는 헛소리를 한 걸까? 그 점이 이상하다는 생각에 물어보니 황지호가 처웃으면서 ‘보여줄까?’라고 했다. 대체 뭘 보여준다는 걸까?
불안함에 표정이 알아서 찌푸려졌다. 황명호를 만난 후부터 시작된 많은 미친 상황에 알아서 경계하게 됐다. 갑자기 이사장실이 황금빛으로 뒤덮인 후,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나는 보았다. 진짜 호랑이를. 포효도 하는 걸 보니 정말 호랑이 같았다. 이 정도면 동물원 보내야 하는 거 아닐까? 자랑하듯이 어슬렁거리다 내게 달려드는 호랑이에 깔리며 오늘도 집이 그립다고 생각했다.
5. 캐치프레이즈.
아무튼 황지호가 생기니까 일은 덜 들어서 편했다. 이상한 사람이 접근하면 황지호가 알아서 처리하고 막아서기도 했으니, 전보다 스트레스는 덜 받는 게 맞았다. 그렇게 어영부영 마법 소년 일을 수행하던 중에 황지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조의신, 캐치프레이즈를 만들 생각은 없나?”
“싫어.”
지금도 따라오는 시선이 너무 많아 부끄러운데 더 이상 이목을 끄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뜻이 너무 확고해 보이자, 황지호가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뒤쪽을 바라보니 우리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는 시선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응원할게요.’와 같은 말을 했다. 어쩌다 보니 이계 공략을 한 적이 있긴 했지만, 주요 업무는 이상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거라 낯부끄러웠다. 황지호는 내가 그들을 인식하고 고개를 숙인 뒤에 웃으면서 말했다.
“자고로 인기가 생기면 팬서비스가 필요한 거다!”
“딱히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다니까.”
마법 소년 같은 걸로 유명해져서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평생토록 짊어지고 갈 흑역사 생성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동심은 지켜주는 게 좋으려나. 최근에 황지호가 이상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막아줘서 고마운 마음은 있었다. 눈을 반짝거리며 비 맞은 강아지처럼 굴길래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 알겠어.”
“고맙다, 조의신. 이 몸도 멋진 문구를 생각해 보겠다.”
원래도 의욕이 넘치는 타입이긴 했지만, 지금은 완전 열정으로 불타는 것 같았다. 신나 보이는 황지호에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럼, 나도 네 문구도 생각해 올게.”
그 말에 황지호가 고개를 휙 돌리며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캐치프레이즈 하자 했으면서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건지 모르겠다. 황지호는 뻔뻔하게 말했다.
“이 몸은 만들 생각이 없다. 애초에 이 몸은 황명 그룹의 간판이나 다름없으니, 그런 거 없어도 괜찮다. 마음만은 고맙게 받도록 하지.”
황지호의 뻔뻔한 말에 멍청해진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황지호는 황명 그룹 사람이기도 하고 차기 회장으로 주목받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부끄러운 짓을 나한테만 시킬 생각이었다는 것에서 배신감을 느꼈다. 같이 하면 덜 부끄럽지만, 혼자 하면 아주 부끄러운 법이라고. 제발 너도 하라고 말했지만, 뜻이 완강하였다. 나도 안 하겠다고 말하면 바로 시무룩해지는 게 신경 쓰였다.
결국 이상한 문구는 붙이지 않는 조건에서 캐치프레이즈를 정하기로 했다. 내 마음에 안 드는 건 안 하겠다는 말이었는데도 황지호는 캐치프레이즈를 정하긴 할 거라는 소리에 많이 들떠 보였다. 그리고 고심의 흔적이 보이는 세련된 문구를 가져왔다.
어릴 때의 영향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같은 당차고 포부가 느껴지는 문구만 생각나던 나로서는 최대한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게 보여서 감탄했다. 그리고 마법 소년 복장의 망토가 생각나기도 해서 나를 바로 떠올릴 것 같았다. 그렇기에 더 오글거리지만. 무슨 밤하늘의 별처럼 뭐? 이딴 걸 외치는 나를 생각하니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이대로 모르는 척, 한 대 쥐어박고 싶었으나 저놈의 몸이 비정상적으로 튼튼해서 타격이 없다는 걸 알았기에 내 주먹만 아픈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흠, 마음에 안 드나 보군.”
미적지근한 반응에 황지호가 바로 알아차린 것 같았다. 사실이니까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황지호도 그리 실망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관심은 내 손에 들린 종이로 향했다. 내가 적어 온 문구가 궁금하다는 듯이 눈을 반짝거리기에 부담스러워서 잠깐 시선을 돌렸다. 그래, 보여주면 될 거 아니야.
눈 딱 감고 종이를 폈다.
그리고 황지호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굳는 게 느껴졌다. 물론 미사여구는 없지만, 최대한 열심히 썼는데. 반응을 멈춘 황지호가 낯설어 괜히 머쓱해졌다. 황지호는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힘겹게 말을 뱉었다.
“조의신, 이건 완전히 아저씨 같군.”
“…… 너무하네.”
적어도 노친네 말투를 쓰는 황지호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았다. 하고 싶은 말만 딱 적은 깔끔한 문장을 보고 아저씨 같다며 뭐라고 하는 황지호가 더 이해가 안 됐다.
종이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여러분이 주신 정과 사랑으로 힘내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어느 부분이 아저씨 같은지 여전히 모르겠다. 정중하게 존댓말을 쓰는 것부터 이미 아저씨들이 할 법한 말로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황지호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캐치프레이즈는 이 몸이 적은 걸로 하는 게 좋겠군.”
“…… 그래, 뭐.”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기에 저 정도는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고작 캐치프레이즈, 황지호처럼 열심히 고민해도 써먹을 구석이 없다. 그냥 마법 소년 복장으로 갈아입었을 때 가까이에 팬이 있다면 팬서비스 차원에서 말하고 끝인 거 아니었나?
그렇게 대충 생각한 나는 며칠 뒤에 스튜디오로 불려 가서 황명 그룹의 지원을 받으며 황명 그룹 특별 홍보 모델이 되어 있었다. 캐치프레이즈는 그 홍보에 문구로 쓰였다. 나는 그 인쇄된 종이가 구겨질 정도로 꽉 붙잡았다. 내 얼굴이 구겨져 이상한 모양새가 되었지만, 차라리 나 같지 않아서 편했다.
신난 황지호가 팬을 위해서라는 말로 끌고 가길래 별생각이 없이 따라갔다. 그런데 촬영장처럼 보이는 스튜디오에서 뛰어오는 귀여운 천사를 보고 도중에 생각이 끊기긴 했다. 올무를 칭찬하며 즐겁게 스튜디오를 누볐던 건 기억나는데 설마 다 계산된 것이었나?
사진 속의 나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천사의 굉장한 효과 덕이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생각하면 정말 마법 소년을 하는 걸 좋아하는 듯이 보여서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새벽을 불러올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겠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커다랗게 나오는 광고판을 보고 좋아하는 게 들렸다.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
6. 마법 소년 각성.
각성 이벤트는 원래 어떠한 계기로 일어난다고 하지만, 이건 뭔가 많이 잘못됐다. 나는 눈앞에 무릎 꿇은 황지호를 굳은 얼굴로 내려다봤다. 물론 이 자리에는 황지호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법 소년 조의신에게 협력한 자들, 그중 호족과 가까운 자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그 면상을 일일이 확인하다 황홀한 정장남, 용제건과 눈이 마주치자 더 머리가 아팠다. 다들 왜 그런 미친 생각에 동조한 걸까.
“미안하다, 조의신.”
그래도 잘못을 아는 건지, 착한 올무까지 이용해 먹은 당사자는 바로 사과했다. 저러다 무릎이 상할 거 같아 일단 일으켜 세워 상석 자리에 앉혔다. 순순히 황지호가 앉을 때까지 지켜보다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이건 누가 계획한 일이죠?”
아무도 대답을 안 했다. 정적만 감도는 공간에 눈을 가늘게 뜨고 각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황지호가 돌아이에 올무를 이용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싫어할 거 같으면 그 방법은 안 쓰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의견을 처음 낸 사람은 황지호가 아니란 말이다.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거 같은 분위기에 표정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기억을 잃어버려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 같다. 내가 들어갔던 이계가 환상계 에너미들이 많은 곳이었는데, 기억과 관련된 저주를 걸 수 있는 에너미도 있었다고 한다. 그 에너미의 저주에 걸려 플마고와 관련된 이 세계의 기억을 잠깐 잃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 저주를 푸는 방법은 까다로웠는데, 나와 깊게 교류를 한 자들이 기억을 잃은 나와 접촉할 때마다 조금씩 저주가 풀린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일반인인 줄 아는 나의 상황에 어떤 식으로 다가갈지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마법 소년 계약이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마법이라고 하면 이능을 사용하는 걸 그나마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소원을 이야기하면 응해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그럴듯하게 들리긴 했으나, 사실 다른 것보다 올무의 위력이 대단해서 덜컥 하겠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품에 있는 올무를 더 열심히 쓰다듬었다. 잠깐 기억을 잃어서 올무를 섭섭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나를 위해 직접 저택 밖으로 나왔다는 이야기에 감격해 더 열심히 칭찬했다. 기분이 나아진 티가 나는지, 자리에 있던 자들이 안심하며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그래, 이들도 놀라고 당황했을 건데 적당히 용서해 줘야지. 그 생각에 쐐기를 박으려는 듯, 분위기를 읽던 용제건이 황홀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의신아, 빌었던 소원을 지금 이뤄줄까?”
어쩌면 마법 소년 계약에 소원을 걸 수 있도록 했을 것 같은, 제일 주동자일 것 같은 인물이 그렇게 말했다. 일이 터진 직후에 부르지도 않았는데, 이동 마법으로 같이 등장한 것도 의심스러워 반은 확신하고 있었다.
시안 색으로 반짝이는 여의주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어요.”
어쨌든 이들은 내가 마음을 쓰고 있는 자들이긴 했다. 그러니까 잃었던 기억을 되찾으면서 나도 모르게 그리웠던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다시 듣긴 했으니 나름 소원은 이루어진 것 아닐까.
북적북적한 풍경이 나쁘지 않았다.
<후기>
안녕하세요, 리티입니다.
어, 근데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아요.
미친 것들 여러 가지 생각했었는데 다 못 담긴 했지만, 이거 꽤 괜찮지 않나? 마지막에 너무 이상하면 ‘트친 제발 블블하지마.’라는 말을 남기려 했는데 다행이네요. 꽤 만족스럽습니다.
못 담은 것들 몇 가지는 그냥 제가 안고 갈게요. 이거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울지도. 사실 이 마법 소년 조의신도 개그로 적을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진지하게 적을 생각도 없었고 적당히 귀여운 정도로 적으려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개그로 적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개그에서 살짝 노선을 틀어서 지금의 형태가 된 것 같네요.
뭐,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트친비 재밌게 보셨다면 기쁠 거 같네요.
(+)
페이지 수 맞출 필요 없으니까 좀 더 말해 보자면 원래 쓰려고 했던 거 말이죠, 대충 이렇게 적었어요. 진짜 개그물할 생각이… 없던 거 같기도 해요.
* 내용: 마법 소년 조의신이 마스코트 캐릭터인 올무의 귀여움에 속아 부당계약을 하게 됨. 하지만 올무가 너무 귀엽기 때문에 천사가 정의로운 일 하는데 도와주지 못하는 건 안 되는 일이다!!! 이러면서 마법소년 계약하고 일하는 내용., 사실 호족들이 의신이에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해서 계획한 건데 조의신이 너무 잘 하니까 웃기고 귀여워하고 황명그룹 간판 얼굴로 만들어 버리는 내용.
너무 웃기다. 그리고 사실 제가 페이지 수 맞춘다고 다 못 적은 것들이 있어요.
약간 대충 이런 식으로 적고 싶었다고 적어 놓음.
1. 미친 악당들이 마법 무기 선물 왔다 하면서 지들 몸에 리본 두르고 지ㄹ하니까 배송 오류 왔다고 포장한 상태로 밖에 두는 것도 재밌을 듯.
2. 오렌지로 덫 만들고 기다리는 악당. 머임 저건… 이라는 생각하는데 일단 건드려 보는 조숑. 아 마법소년 득템하면서 납치하려는 진족들 진짜 있다.
3. 졸업하면 짜장면 먹으니까 마법소년 졸업식으로 짜장면 집 사주는 황지호 깉은 것도 보고 싶음.
모아 두고 보니까 총체적 난국이네요. 페이지 수 맞춰야 해서 다행이었을지도 몰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끝입니다. 부끄러워서 디지겠군요.
*공미포 1210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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