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문화사 속 여성 - 50~60년대
선망 해부 시리즈가 어쩔 수 없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길 수밖에 없는 내용이니 한국 파트는 따로 빼겠다.
다들 알다시피 일제 강점기 민족말살정책 때문에 당시 조선인들의 문화는 좀... 자료가 없어서 다루기가 어렵다. 그나마 자료로 남겨진 게 영화, 문학, 여성국극 정도가 그나마 알려져 있는데 1950년 부근은 전쟁이 터지면서 요 시기는 무슨 중세 암흑기가 따로 없다. 독립은 했는데 뭘 제대로 하기도 전에 전쟁 터져, 전쟁이 거의 전 국토를 휩쓸고 지나갔으니 살려면 재건은 해야지, 와중에 독재자가 쉬지도 않고 튀어나오질 않나... 한국전쟁 이후만 얘기해도 상당히 어질어질할 테니까 미리 마음을 다잡아두자.
스아실... 한국전쟁 이후의 소설들만 훑어봐도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의 '아버지의 부재'를 확인할 수 있다. 전쟁에서 죽었거나, 아니면 첩질이나 하면서 무책임하게 가정을 버린 원망의 대상이다. 이미 몇 번 짚어줬지만 남성이 전쟁 때문에 징집되면 여성이 가장의 자리를 차지한다. 당연히 한국전쟁 때도 그랬다. 당시를 살았던 작가들이 남긴 문학이 고백하는 것처럼 한국 사회에는 최소한 '모범적인 가부장'은 처음부터 없었다.
지금 이 문장을 보고 '으? 그럼 우리가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그 가부장적 모델은 대체 뭔데? 갑자기 뿅 튀어나오기라도 했단 거야?'라고 생각한 당신. 정답이다. 그짓말 같지?
이미 다른 글들에서 얘기해줬듯, 국가주의 쪽으로 권력이 넘어가면 개인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며 내밀린다. 그리고 한국은 건국하면서부터 어떤 독재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보통 독재자란 종자들은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권위를 세운다. 국가 경제 발전을 명분 내세우고, 외세의 힘도 빌리고, 자국민 학살하면서 주인이 사라진 재산과 땅 꿀꺽하는 김에... 국민교육이랍시고 언론을 옆구리에 탁 끼고 프로파간다도 빵빵하게 돌리는 거다. 모범적인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정이야말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한 토대다! 라고 말이다.(이동헌의 <1950년대 국민화 담론 연구 - 도의(道義)교육을 중심으로> 참고)
60년대라고 뭐 별 다르던가. 독재자가 또 올라갔는데. 요 60년대 독재자는 성담론을 국가주의 기획과 연동해서 남성이 산업전선에서 일하고 안락한 가정으로 돌아오면 모성적 여성의 서비스로써 위로받는, 여성의 신체는 남성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며 산아제한과 가족계획까지 같이 떠들어댔는데 그 목적은 양적, 질적으로 적정 수준인 국민을 만들어내는 거였다.(김지영의 <가부장적 개발 내셔널리즘과 낭만적 위선의 균열 - 1960년대 <여원>의 연애 담론 연구>를 참고)
이렇게 개발독재 시기가 시작되며 한 번도 존경할만한 아버지상이 사회에 있었던 적이 없는데, 있지도 않은 존경하는 아버지상에 대한 환상은 인공적으로 키워졌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여성을 비하하고 통제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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