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우리 집

[언약자] 구인 글

둘이 어떻게 만났어요?

모험록 by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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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빛전과 냑자님네 빛전의 첫만남 뇌절 대잔치. 선동과 날조 뿐

- 이런거 써와서 죄송합니다...

- 공포 2,380자

조용하지만 조금은 엉뚱한 것 같은게 냑자님 닮았다

참방

물이 튀기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입에선 숨길 수 없는 깊은 한숨이 흘러 나온다. 벌써 한 시간 째 물고기와 씨름을 하고 있으려니 제 아무리 낚시엔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치는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낚시대를 수습하고 미끼의 상태를 확인하려 가방을 뒤적이는 남자의 등 뒤로 사박사박, 신발이 흙에 자라난 풀더미를 밟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곧잘 물고기를 낚으러 오는 장소니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정리를 하고 있으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기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면 있는건 남자 혼자 뿐이다. 등을 좀 더 돌려 뒤를 돌아보자 처음 보는 여자가 한 명 서 있다. 햇빛을 받아 빛이 난다고 착각될만큼 새하얀 백발을 그러모아 검은 리본으로 묶은 머리. 그 머리칼 만큼이나 새하얀 색의 눈썹 아래 하얗게 빛나는 안광까지. 피부까지 창백해 언뜻 보면 새하얀 인간이 걸어다닌다 착각할 정도다. 그에 반해 얼굴과 머리를 감싼 뿔은 빛을 받아 푸르게 빛나는 청색. 그 밑으론 목부터 발 끝까지 온통 새카만 옷이다. 칠흑색의 코트와 칠흑색의 바지, 그리고 새카만 구두까지. 더군다나 등에는 잘 벼려진 긴 창을 메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낚시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차림새에 멀뚱히 바라보고 있자니 여자가 눈을 바로 보며 다시 말을 건다.

"저기요."

그제서야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걸 알아차리곤 가볍게 고개를 털며 부름에 답했다.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으신가요...?"

"이 구인 글, 그쪽이 붙여둔게 맞나요."

의문에 의문으로 답이 돌아왔다. 다짜고짜 찾아와 종이의 소재지를 묻는 질문에 남자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여자가 내민 종이로 시선을 옮긴다. 햇빛 탓에 눈이 부셔 미간을 한껏 좁히고 종이를 가느다란 눈으로 쳐다보자 남자 자신이 모험가 길드 게시판에 붙인 종이가 맞았다. '언약자 구인'이라고 맨 위에 큼지막하니 당당히 적혀있는 종이가. 설마 하는 마음에 시선을 여자에게로 돌리면 그 설마가 맞노라 하는 차분한 낯이다.

"맞...는데 여기에 있는걸 어떻게 아셨나요?"

"여기 흑와단 소속 대위라고 기입해놨길래 림사 로민사 광장에 서 있던 병사에게 인상착의와 같이 소재지를 물어보니 낚시터에 가면 반드시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 하더라구요. 정오에도 낚싯대를 들고 가는걸 봤다면서."

어색함 탓인지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인지 남자는 다소 멍한 질문과 대답을 한다. 그에 반해 여자는 남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또박또박 답을 한다.

싸우는걸 즐기지 않고 낚시가 주된 생활상이라고 분명 적었던 것 같은데 여자의 옷은 방금 공략을 끝나고 나온 듯 희미하게 바람에 흩날린 흙먼지와 더불어 동굴 특유의 물과 바위의 비린내가 났다. 다시 보니 종이를 든 손 역시도 맹금류의 발톱과도 같은 무구를 착용 중이라 찢어지지 않는게 신기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찾아온 것 같아 애매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있자 여자가 걸음을 당겨 앞으로 다가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의외의 사람이 찾아와서 놀란 듯한데 제대로 찾아온게 맞아요. 조건에 적혀있던 '각자에게 행동의 제약을 주지 않는다'는 항목 때문에 찾아온거고 그쪽이 던전 공략이나 몬스터 토벌을 즐기지 않는다는 문구까지 꼼꼼히 확인했으니 그 미심쩍은 얼굴은 그만둬주시죠."

여자의 단호한 말에 그제사 정신이 든 듯 남자는 허겁지겁 일어나 여자에게 다가오며 인사를 건넨다. 온통 무채색인 여자와 대조되는 붉은 머리칼, 붉은 문신, 붉은 색의 옷을 걸친 사람이 다가와 맑게 웃는다. 그 모습이 꼭 작열하는 사막의 태양과 닮았다고 여자는 스치듯 생각한다.

낚시대를 거둔 남자의 손과 무구를 벗은 여자의 손이 단단히 맞잡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윤로라고 합니다."

"베아트리체 랄이에요."

한 달간 잘 부탁합니다.

주변에선 '저 둘이 어떻게 언약을 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 라고 일컬어지는 빛의 전사들의 첫 만남이었다.


잡담


이...짧은 트윗을 글로 써보고 싶다는 급발진을 풀악셀로 밟은 결과...선동과 뇌절의 부끄러움만 남았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냑자님............

여기서 우리집 빛전이 하는 멘트들은 구인글을 발견하고 고민하다 만나러 가기까지의 생각을 기반으로 적었습니다. 컨텐츠가 너무 극과 극이라 괜찮을까 싶으면서도 서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그 부분에 혹해서 간거였으니 말이에요. 결과적으로 (오너들간의 온도와는 많이 다르지만...) 둘은 언약해서 모험가로써 잘 지내니 좋은거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진짜진짜 티엠아이인데 냑자님네 애가 저희 집 빛전을 보면서 느끼는 감상 중 '물과 바위의 비린내'라는 부분은...........컨택하고 답이왔을 때 무작으로 매칭돼서 돌고 있던 던전이 저런 배경이였기 때문에 차용해봤습니다 ㅎ.......

진짜 잡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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