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루퍼] IF
초안 루퍼스 추측 기반
세계 멸망이라…. 웃기는 말이었다.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인지 나는 아마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었다. 스스로의 목숨마저 바쳐야 하는 일인 것을. 어찌 그리 쉽게 멸망을 바랄 수 있겠나? 아니, 아니다.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바라지 않는다. 헌데 박사님, 당신은 어째서입니까? 잔인한 말인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말하자면, 삶이 허무하다면 혼자서 죽었어야 했다. 이렇게 모두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은, 여태 단 한 번도 예상한 적 없었으니. 뭐, 예상 했다고 한들 달라지는 게 있었을까. 오래 전부터 계획 해왔던 사람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돌릴 수 있을까. 이에 대처하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수년 동안 정교하게 짜인 계획은 오류 하나 없이 완벽하기만 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토해내기 위해 움직임을 멈췄다. 나는 당신으로 인해 무엇을 얻었지? 또 무엇을 잃었나?
“박사님과 함께한 시간 중에 분명 유익한 시간도 있었습니다만.”
말을 잠시 끊고 눈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자줏빛 머리에 군데군데 묻어있는 피는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뱀처럼 야살스레 눈꼬리를 휘며 흥미롭다는 듯 웃는 모습에 역시나 악이라고 생각했다. 악을 실체로 만들어낸다면 바로 저 사람이겠지. 존재해서는 안 되었다. 처음부터, 존재 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 어쩌다 당신 같은 사람이 존재하게 된 거지? 시선을 내리 깔았다가 다시 들어 올렸다. 어디까지 당신에게 예의를 보여야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더 이상은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그는 여전히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으며 이 이상의 친절은 무의미했다. 내가 그에게 받은 것들은 이만하면 충분히 돌려주었다.
“그것도 이젠 끝입니다.”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끝은 깔끔하고 또한 단호해야 했다. 미련 한 점 남지 않아야 했다. 괜한 정으로 질질 끌고 가면 안 된다. 그러한 끝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스승에 대한 예우는 여기까지이다, 로이드.”
존댓말도 그만 두었다. 끊을 것이라면 확실하게 끊는 게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 내 예우는 딱 여기까지, 이 선에서 그만이었다. 반성의 기미조차 안 보이는 당신에게는 이조차도 아까운 것들이었다.
“이젠 스승의 이름을 막 부르는군.”
“스승이라….”
스승이란 단어를 굳이 언급하며 내 감정에 자그마한 균열이라도 만들려고 하는 그가 웃겼다. 그런 것에 휘말릴 것이었으면 이미 진작 그랬겠지. 첨예한 칼날 끝처럼 날카롭게 내쳤다. 그는 결코 내 신념을 건드릴 수는 없을 것이다. 감히 다가오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이다.
“더 이상은 내 스승이 아니지.”
한 줌의 애정마저 태워버렸으니 우리의 관계는 예전과 달라졌다. 스승과 제자, 서로 웃던 날들은 그저 과거일 뿐이었다. 의미 따윈 사라진 아득한 과거의 일, 고작 그것. 지금의 관계는 다시 재정립해야 했다. 무슨 말을 붙여 정의 내려야 할까.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 아니던가?”
“아니지. 너는 죽어 마땅한 대상이고, 나는 널 죽여야 하는 사람이고.”
“죽일 수 있나, 나를?”
“당연한 말을 하는군.”
못 죽이는 게 더 우스운 일 아닌가? 비웃는 듯한 표정에 대화를 멈췄다. 아직도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당신이 알아줄까. 몇 번을 더 말해야 내 말을 믿을까. 아니, 믿게 할 필요는 없나.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었다. 소용없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끝내는 게 좋았다. 그가 여기서 일을 더 크게 벌리기 전에,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내 애정이 다시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없었다. 결코 그러지 않을 걸 확신한다. 당신만 특별하게 대우해줄 리가 있겠는가. 조금 더 중요한 인연이긴 했으나 앞서 말했듯 그 관계는 완전히 끊어졌기에 이젠 그도 거기서 거기인,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가는 길은, 부디 괴롭길 바라지.”
“너무나 잔인한 말이군.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 줄 수 없나?”
“친절을 베풀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흐음?”
“난 네게 애정 같은 건 없다. 증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루퍼스 마이크로프트. 정말 나를 증오한다고?”
그의 장난스럽던 표정은 어느새 딱딱하게 굳었다. 올라가있던 입 꼬리는 내려왔고 목소리 또한 마찬가지로 낮아져 있었다. 어느 부분이 그를 건드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 생각도 없었다. 그저 그를 흔들리게 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당신도 사람이긴 했나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잘도 지껄이는데, 제자님께서 꽤 거짓말이 늘었나보군.”
“네가 멍청해진 건 아니고? 사실 파악을 못 하는 것 같다만.”
“……루퍼스.”
“이름은 그만 불러라. 듣기 거북하군.”
말을 끊고 어둑해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잿빛 구름에 붉은 빛으로 뒤덮인 하늘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곧 있으면 정말 무너지겠군. 너무 오랜 시간을 끌었다. 이제는 충분했다. 나는 그에게 반성할 많은 시간을 주었고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나눌 대화도 전부 다 끝냈으니 이제는 끝내야지. 스스로 속죄할 길을 걷지 않겠다면 강제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죽음이었다. 그가 한 일은 너무나도 잘못되어 감히 죽음 외에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는 없었으며, 또한 그를 살리는 것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가? 절대로, 그럴 수는 없었다. 그것은 너무 자비로운 행동이지.
“이만 끝을 내지.”
가득한 핏빛 세계에서, 완전하게 끝을 내자. 너는 죽고, 나는 죽이고. 그 몸이 땅으로 무너져 저 나락까지 갈 수 있도록,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이 그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의 고통을 바랐다. 괴롭기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절망을 느끼기를. 그것이 그가 해야만 하는 속죄였다. 거리를 조금 더 벌린 채 시선을 맞췄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총을 들어올렸다. 내가 쏘면 너는 피하겠지. 일반적으로는 총을 피할 수 없다지만 그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졌다. 땅에 무슨 함정을 설치했는지도 아직 다 파악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그가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 무심하게 서있는 모습과 즐겁다는 듯 웃고 있는 표정뿐이었다.
“그 총도, 분명히 내가 선물해 준 것이었을 텐데. 아직 잘 쓰고 있나보군?”
“해서 이 총도 오늘 버릴 예정이다. 너와 같이 갈 테니 외롭진 않겠군.”
“총은 아무 잘못이 없다만, 아깝지 않은가?”
“네가 주었다는 게 잘못이다.”
꽤 아끼던 총이었다. 내게 맞춰 제작한 것이라 손에 잡히는 감각이 좋았으며 묵직하지만 적당한 정도였다. 그러나 더 이상 그에 관한 것을 남겨두면 안 되었다. 세상에 존재 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그 흔적을 지워야 했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사람이 왜 죽음을 무서워하는 줄 아는가? 잊히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잊히는 것,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는 것의 끔찍함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니, 그 또한 잊혀야 했다.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사라져야 했다. 너 또한 인간이니, 결국에는 무서워하지 않을까.
“로이드 잉그램….”
“그래, 루퍼스. 나의 유일무이한 제자여.”
조준을 할 때까지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를 보고 있는 거 외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거지? 총에 타이머 설정이라도 해두었나? 발사하면 폭발, …아니다. 총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시선을 그에게서 빗겨나가 잠시 주변을 확인했다. 조금이라도 특이한 점을 찾으려 했지만 결코 찾을 수가 없었다.
“뭐, 오히려 좋은 기회지.”
“그렇게 생각하나?”
“네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일이 더 수월하지 않은가.”
“흐음….”
자신은 잘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이 꽤 가증스러웠다. 차라리 직종을 연기자로 하지 그랬나,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재수 없는 모습에 표정을 찡그리려는 찰나에 그가 곧바로 눈을 가늘게 접어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표정을 바꿔 모든 감정을 없앤 맨 얼굴을 드러냈다. 아, 이게 네 본모습인가.
“쏴.”
“…….”
“총 쏘라고.”
“바란다면야.”
시야를 뚜렷하게 확보했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한 뒤에 정확하게 그의 심장을 노려 총을 조준했다. 정말 피하지 않을 생각인가? 당황은 잠깐이었다. 수상하긴 했으나 현재까지는 아무 문제없었고, 정말 문제없는 일이라면 손쉽게 그를 죽일 수 있는 것이었다. 생각의 변화라도 있었는지, 아니면 그저 미친놈이라서 그런 건지 내가 알게 무언가. 그저 죽일 수 있다면 그만이었다.
하나, 둘, 셋. 손가락을 움직여 내리 눌렀다. 그 지겨운 얼굴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네. 너도 일그러질까? 고통에 몸부림칠까? 아, 아니면, 즉사이려나.
탕―!
총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귓가를 먹먹하게 하여 잠시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대다가 그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지친 몸을 끌며 간신히 다가갔다. 제발 잘 맞았으면 좋겠는데. 도망친 사람을 다시 잡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며 그 상대가 로이드였다면 더더욱 그랬다. 눈을 찡그려 무언가의 형체가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맞은 건 확실하군. 한 발자국, 다시 한 발자국 다가가면서 숨을 고르게 정리했다.
“질긴 잡초 같은 생명력이 이번에는 부디 실패해주었으면 하는데.”
다시 이마에서 흐르는 피에 조금씩 가려지는 시야를 어떻게든 유지하며 그 앞으로 다가갔다. 미약하지만 숨소리가 들렸다.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려 나와 시선을 맞춘 모습이 보였다. 인상을 찡그린 채 눈물을 흘리는 얼굴이었나. 그러나 그건, 자신의 죽음에 대한 괴로움이라기보다는 그저 아픔에 대한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 했다. 어떻게든 웃으려고 하는 모습이 불쾌했다. 끝까지 나를 엿 먹게 하려는 생각인 듯 해보였다.
“…안 죽었군.”
빗나간 것 같았다. 심장을 비껴나갔기에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잡초 같이 질긴 생명력이야, 참.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내비쳤다가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려 그의 몸을 발로 밞았다. 잡초는 이러면 잠깐 동안은 눌리기라도 하지. 그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에 따라 쏟아지는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에 스치며 살랑거렸다. 그 얼굴에 묻어있던 피가 내 머리카락 끝을 붉게 물들였다. 잠시 동안 그러고 있던 것이었음에도 피 냄새가 코끝에 가득하게 머물렀다. 역겨운 향에 메스꺼운 느낌이 들어 저릿한 감각이 남은 팔을 억지로 움직여 총 끝부분을 그의 심장에 가까이 대었다.
“여기서는 빗나갈 일도 없으니 너는 죽겠지.”
“내가 왜 순순히 있어준 것 같나?”
“뭐?”
“내가 가만히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나?”
뜬금없는 얘기였지만 마지막이니 잠자코 들어주기로 했다. 글쎄, 곧 죽을 자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자비라고 할까.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식으로 고개를 까딱했다. 얼마나 대단한 이유인지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재밌겠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쯤 그가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한쪽 입 꼬리를 올려 씩 웃었다.
“정말로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가?”
“헛소리를 하는 건 네 특유의 화법인가보군.”
“내 죽음이 네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네가 언제까지 살 수 있는 지 궁금하다.”
“오래오래 잘 살겠지. 기본적으로 네 삶의 3배는 더 살 거라고 확신한다만.”
내 말에 기분이 상할 리는 없고. 아무래도 웃고 있는 것조차 이젠 지치는지 슬슬 그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계속 맞추고 있던 시선을 옆으로 움직인 그는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 했다. 작게 중얼거렸지만 거리가 가까운 탓에 알아들을 수는 있었지만 그 의미까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꿈 속의 아이와는 다르군…. 붉은 눈동자….”
“안 들려.”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돌아온 시선은 무감각해보일 뿐이었다. 그토록 허무하다며 없애려 했던 세계였으니 이 모든 것에 별 관심은 없겠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행동이기도 했다. 아까 광대처럼 웃어대는 것보다는 이쪽이 좋았다. 조용하기도 했고, 뭐, 거짓보다는 진심이 대하기 편하니까 말이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잘 살아봐. 내 죽음을 영원히 기억하길 바라네, 루퍼스.”
말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상체가 더 앞으로 기울어졌다. 무슨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또 한 번 들려오는 총소리에 들고 있던 총을 떨어뜨리며 귀를 급하게 막았다. 분명 그가 내 총을 잡아 당겼다. 그 순간에 손에 무언가 닿았던 감촉은 그의 손이리라. 그가 직접 총을 발사한 건가? 자기 자신에게?
“미쳤군….”
아무리 그것이 궁금하다고 한들 제 목숨을 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니, 오히려 그라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허무함에 목숨을 버리려고 했던 사람인데, 궁금함에는 못 버릴까. 그리 가볍게 여기니까 그 목숨 시도 때도 없이 아주 잘 버리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손으로 두 눈을 눌렀다.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그의 모습을 세세히 살폈다. 처참하게 죽어 있는 모습은 세계를 멸망시키고자 한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다. 얼굴만 알려지지 않았다면 다들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
말없이 한참을 바라봤다. 동정심이나 연민의 감정은 아니었다. 그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있지만 다른 표현으로는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감정. 이것저것 뒤죽박죽으로 섞여 성가신 느낌을 만들어냈다.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 모른 척 했다. 몰라도 되는 것은 모른 채로. 그것이 가장 편한 길 아니던가.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구조대원이나 이번 사건에 함께 맞서겠다며 지원한 모험가들, 치료사들…. 그들을 흘긋 보다가 다시 그를 내려다 봤다. 본 계획은 직접 그의 시신을 가져가 깔끔하게 수배를 마무리 짓는 것이었지만 많은 힘을 소비한 탓인지 더 이상 그러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아마 저쪽에서 알아서 수습할 것이다.
뚝뚝 피를 흘리며 몸을 돌렸다. 그 질긴 관계를 드디어 찢어버렸으니, 내가 가장 바라던 결말이었다. 물론, 그것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나는 박사님이 없어도 잘 살 겁니다. 우리의 관계는 기껏해야 사제지간 아니겠습니까.”
죽은 스승에게 전하는 말에는 슬픔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았다. 어리석은 당신에게 전하는, 혼자만의 독백. 들어주길 바랐다면 진작 말했겠으나, 나는 단지 내 마음에 남은 짐을 털어 놓고 싶은 것이었다.
“애틋한 감정 같은 것이, 있을 리가요.”
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우리가 무엇이 그리 특별했나? 내가 너에게 죽고 못 살 이유는 어디에 있지? 내 목숨을 구해주었기라도 했나? 날 온전히 사랑하기라도 했나?
“단 하나도 없지.”
그러니 나는 네 죽음에 흔들릴 일은 없다. 차라리 계속해서 스승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조금은 흔들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멍청했다. 날 휘두르고 싶었다면 조금 더 영악하게 행동하는 게 좋았을 터인데.
“작별입니다.”
내 기억 속에서 나는 당신을 잊을 것이다.
Behind
사실 If 연성 비하인드 있어요 얘 쓰면 또 1만자 넘어갈까봐 그냥 뺐는데
1. 정말 나를 증오한다고? <- 정색한 이유: 로이드는 루퍼스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거라고, 아직도 자신에게 애정이 남아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2. 쏴 / 쏴보라고. <- 로이드는 이 당시 루퍼스가 못 쏠거라고 생각했다. 이후 루퍼스가 총을 쏘았을 때 꽤 당황했다. 다만 거리가 멀어 표정까진 서로 알아볼 수 없는 거리였기에 루퍼스에게 들키진 않았지만.
3. 꿈 속 아이 회상씬 <- (오리지널) 루퍼스를 로이드는 꿈 속에서 만났다. 꿈 내용은 현재와 똑같은 상황(루퍼스가 로이드를 죽이려고 하는). 물론 거기서도 사제지간의 관계였으며, 똑같은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던 (꿈 속) 루퍼스와 현 루퍼스가 대비되어 그 때문에 떠올랐던 것.
4. 내 죽음이 네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로이드는 루퍼스의 태연한 모습은 거짓이고,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그가 무너지길 희망하고 있다. 현실 제대로 못 보고 본인 마음대로 생각하고 있는 모습.
5. 총을 직접 쏜 이유 <- 루퍼스 얼굴이 한 번쯤 당황했으면 하는 마음에. 또한 자신의 죽음이 루퍼스의 기억 속에 제대로 각인되었으면 해서.
하여간 이새끼 좀 복잡한데.. 아무튼 루퍼스가 자기 싫어한다는 거 인정 못하고 자신이 죽어서도 괴롭길 바란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구질구질하게 하나 더 덧붙이자면 그래서
로이드: 너는 아마 나를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다.
루퍼스: 나는 당신을 내 기억 속에서 지울 것이다.
이 느낌으로 대조..? 되는 끝을 계획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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