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루퍼

[로이루퍼] Despair of love

사랑은 절망을 닮았다.

하고프 2차 by 시로
1
0
0

#. I loved you.

당신을 사랑한 모든 시간들이 내겐 지옥 같았다. 당신의 사랑을 의심하던 그 시간들이, 종종 내비쳤던 당신의 모습에 혹여 내가 알던 당신은 이미 죽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던 그 시간들은 전부 지옥이었고 나락으로 추락하던 순간들이었다. 당신에게 내 불안을 드러내지 못해서 홀로 많이 아팠다. 땅으로 떨어진 심장을 주워들고 억지로 끼워 맞추며 간신히 웃음 짓던 날들이 있었다. 영영 회복되지 못할 만큼 깨져버린 심장조각을 보며 울음을 참던 날들도 있었다.

당신이 모르는 날들, 당신이 알려 하지 않았던 감정들은 쌓이고 쌓여 어느새 넘쳐흐를 정도로 가득해졌다.

분명, 온전히 당신을 사랑하기만 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을 텐데.

쓰다만 일기가 많았다. 당신을 볼 수 없어 그리울 때 쯤 펼치던 일기장에는 보고 싶다는 말로 시작하여 제대로 끝맺지 못한 글들이 수두룩했다. 당신을 떠올릴 때면 당신을 향한 의심도 같이 생겨나게 되어서, 내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 지나간 일이다. 곧 지워질 얘기들이다. 나는 사랑을 포기하기로 했고, 당신은 처음부터 사랑을 시작한 적이 없었으니 이건 이제 아무 의미도 없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었다. 우리의 관계는 고작 그 정도였다. 단지 내가 놓아버리는 것만으로도 끝나버릴 얄팍한 관계. 그걸 미련하게 붙잡고 있던 것은 언제나 나였다.

“……사랑했어요.”

볼품 없이 떨리는 목소리에서 사랑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힘들어서…….”

기대를 내려놓았고 미련을 내려놓았다. 그저 그런 흔한 짝사랑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수많은 후회를 흘려보냈고,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울음을 삼켰다.

“더 이상은 못 하겠어요….”

편지를 보냈다. 당신에게서 답장 또한 받았다. 그 순간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당신은 모르겠지. 그러나 한참 후에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말들이 결국 잘 꾸며진 답장일 뿐이라는 것을, 듣기 좋은 말로 채워진 거짓말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깨닫고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어째서 절 받아주셨나요? 차라리, 차라리 처음부터 싫다고 하시지….”

진심이 담긴 답장은 아마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봤으면 쉽게 알 수 있었겠지만 사랑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곤 했다. 간단한 생각도 못하게끔 설렘과 기대로 천천히 무너뜨리는 것이 사랑이었다. 내게 온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사랑이라는 베일을 벗어내고 본 당신과 나의 관계는 한 쪽으로 기울어진 처참한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땅에 닿을 듯한 나와, 손을 뻗는 것이 우습게 느껴질 만큼 멀고 먼 위에 있는 당신.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시선에 맞춰 허리를 굽혀준 적조차 없었지.

“…안녕, 많이 사랑했어요.”

사랑을 태워버린 가슴 속 한 구석에 잿더미가 쌓인 것만 같았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