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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커플 2세 합작 season10 ~이어지는 꿈~

기상호 남남드림

*남남드림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아이가 뚝 떨어졌다는 것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상황은 겪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일이다. 위에서 뭔가 떨어지니 받긴 했는데 그게 살아있는 어린아이였고 그 아이가 함께 이동 중이던 친한 형과 닮아있었다는 그 사실이…….

“상호 아빠.”

상호는 눈앞에서 저를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를 보고 겨우 웃어 보이면서 양손을 뻗었다. 중학교 선배였던 친한 형과 닮은 얼굴이 저를 보고 웃으면서 안긴다. 이렇게 좁은 자취방이 불만이라고 생각된 적도 있었다.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찾아볼 걸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이런 자취방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품에 안겨 장난을 치는 아이가 왜 저를 닮은 그 형을 안 따라가고 왜 여기에 있는가 하면… 아이에게 바로 앉으라며 자세를 고쳐 주려 할 때, 뒤에서 문 여는 소리와 후끈한 공기가 순간 방안을 감싼다. 발소리에 고개를 돌리려 하는데 위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뺨을 타고 빠르게 아래로 흘러내린다. 따듯하다. 아니, 잠깐만.

“상호야 내가 볼게.”

“우서햄 옷부터 입어요!”

“아. 깜박했다. 미안. 잠깐만.”

금방 떨어지는 열기에 숨을 내쉬고는 아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시선이 제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기에 못 보게 옆을 보는 시선을 손바닥으로 급히 가리니 아이는 장난을 치는 줄 알았는지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상호 아빠는 맨날 집에서 벗고 있으면서.”

“내가? 언제?”

“그리고 우서 아빠한테 반말하잖아. 왜 요라고 그래?”

아이의 알 수 없는 말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어졌다. 집이 작아졌다부터 시작해. 우서 아빠는 왜 회사를 안 가냐. 상호 아빠 경기장 가고 싶다. 다은 삼촌, 국민 삼촌이랑 놀고 싶다는 등. 언급된 이름에 대해 아는 사람이니 전화해서 물어봐도 아이에 대해선 모른다 하고… 그렇게 2주가 지난 시점이 현재 상황이다. 아이의 몸이 바로 들려지니 까르르 소리 내 웃기 시작한다. 질문만 하는 로봇같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던 아이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며 저보다 큰 품에 꼭 안긴다. 귀엽네. 상호의 시선은 아이에게서 바로 옆에 있는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따라 얼굴로 향한다. 정말 귀엽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상호는 잘못을 한 사람처럼 눈 맞춤을 피했다. 잠깐의 정적 후 말은 이어진다. 

“상호야 고생했어.”

“제가 뭐… 괜찮아요. 수수 화장실 청소하고 올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가져올 게 있냐고 물었지만 없다는 대답을 듣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선 바로 옆집의 도어록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간다. 큰 가방과 상자들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그 빛을 받아 그림자 진 캣타워가 보인다. 수수야. 상호가 이름을 부르자 제 이름을 들은 노란 고양이가 소리 내며 다가온다. 상호의 발 쪽으로 다가와 머리를 비빈다. 그 고양이를 쓰다듬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고양이 화장실 쪽으로 향한다. 바로 옆에 있던 삽을 쥐었다. 화장실 모래를 뒤적인다. 벽 쪽에서 우서의 목소리가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정확히 들리는 건 아니지만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옆집 사이라 따로 지냈어도 되었는데 아이가 꼭 셋이 같이 살아야 한다고 너무 서럽게 울었기에 우서가 제집을 포기하고 넘어와서 함께 지내야만 했다. 그래서 상호네 집에 있던 불필요한 짐을 이쪽으로 보냈다. 이런 생활이 벌써 3주가 되어가니 셋이 사는 것도 익숙해졌다. 고양이까지 데려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캣타워까지 들고 와야 했기에 몇 번씩 봐주는 거로 합의를 봤다. 아무리 그래도…

상호는 감자를 캐 쓰레기봉투에 넣던 중 어느 집인진 알 수 없지만 물을 트는 소리가 들리자 숨을 길게 내쉬며 쭈그려 앉았다. 조금 전 있었던 상황이 떠올라 손에 힘이 들어갔다. 씻고 나서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상대는 별생각 없는 것 같지만 상호 쪽에선 별생각이 나는 입장이었다. 그도 그럴 게… 상호는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 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보일러 온도를 확인하고는 조금은 더운가 싶어 살짝 낮췄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상자 위에 올려진 제 가방 쪽으로 손을 옮겼다. 고양이 털이 붙은 가방을 툭툭 덜어내곤 열었다. 가방을 열자 보이는 다이어리. 무언가를 꺼내려고 한 것은 아니었기에 다시 가방을 닫고 청소기를 가져와 돌렸다. 요란한 청소기 소리에 고양이는 캣타워로 도망간다. 바닥에 떨어진 고양이의 털을 청소기로 빨아들이면서 아무 생각이나 떠올렸다.

아이는 왜 나와 같은 머리카락 색을 가졌고 외모는 우서햄을 닮았을까. 아이가 왜 우리를 아빠라고 부를까. 우리를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걸까. 상호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알 것 같았지만 부정했다. 판타지 소설 속에 빙의된 것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현대 판타지 육아 물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건 현실이니까.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셋의 동거가 한 달 가까이 다가왔을 시점, 아이는 사진을 찍자고 했다. 가족사진. 그 말에 먼저 동의한 건 우서였다. 상호는 고민했지만 우서의 한마디에 바로 동의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는 말로. 우서네 집에 있던 고양이를 데리고 아이와 함께 사진관을 찾았다. 사진관도 아이의 선택에 맡겨야만 했다. 여러 곳의 사진관을 지나 도착한 곳은 이런 곳이 있었나라고 생각될 정도의 오래된 사진관이었다. 오래된 문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열리고 입구에 있던 어르신을 향해 아이는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머리를 잡아 숙이게 하려니 괜찮다며 웃으셨다.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보이는 건 오래되어 먼지 쌓인 색 바랜 배경지와 앞으로 놓인 의자 하나. 상호의 손짓에 우서가 아이를 안아 들어 의자에 앉고 상호는 이동장에서 고양이를 꺼내어 그 옆에 섰다. 아이가 고양이의 꼬리를 잡아당기려기에 하지 말라며 저지했더니 아이는 상호의 손을 잡았다. 

“상호 아빠.”

“앞을 봐라.”

“우서 아빠랑 꼭 같이 살아야 해.”

“지금도 같이 살잖아.”

“그래야 나중에 나랑 만날 수 있으니까.”

“뭐?”

아이의 얼굴을 보니 아이는 저를 보며 활짝 웃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강한 빛이 눈앞을 가렸기에 눈을 찡그리면서도 아이의 얼굴을 봤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진 않아 입을 집중해서 봤다. 나중에 봐. 그러고는 저절로 눈이 감겼다.

“상호야 일어났어?”

“어… 우서햄…….”

“너 저번에 집 알아본다 그랬잖아. 그래서 내가 알아보다가 내가 사는 곳 옆집이 이번에 계약만료가 됐다고”

“햄...”

잠긴 목소리가 이어지니 상대는 하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닫았다.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상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지금도 꿈인 걸까. 어디서부터가 꿈이고 현실일까. 상호는 제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시간과 그 위로 보이는 날짜를 확인하고선 그대로 핸드폰을 주머니 안으로 넣는다. 어떤 꿈을 꿨더라. 잠깐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

꿈에서도 아이가 나왔던 것 같다. 앞에 있는 상대와 닮은…….

“저랑 같이 살래요?”

내뱉은 말이 예상과는 달랐는지 놀란 얼굴이 보인다. 그러다 곧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아. 정말 닮았다. 아이가 아빠를 닮은 거겠지. 상호는 그 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저를 보고 아빠라고 부르며 해맑게 웃던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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