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사랑!
다들 입만 열면 사랑, 사랑! 대체 그게 뭔데 그래?
일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리석은 사람이 왜 이렇게나 많은지. 사랑이 미래를 책임져 주나, 재산을 불려 주나? (수아의 사랑을 받으면 재산이 늘어나기야 하겠다만은 다들 그런 이유 같지는 않았다) 그저 한순간의 감정에 왜 이렇게까지 목을 매느냐는 말이지, 대체 수도에는 왜 이렇게나 멍청이가 많단 말이야? 사사로운 감정 따위에 시간을 쏟을 수 없었기에 지금껏 일은 사랑이 진실로 존재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하였다. 그저 종종 주변 사람들이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거나, 오래 사랑한 이와 결혼하기로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만 남의 일처럼 흘려들었을 뿐이다. 종종 시간을 보내려고 읽은 소설들도 약속이나 한 듯 사랑 이야기를 했다. 멀쩡하던 주인공들이 몇 페이지 넘기고 나면 어딘가 나사 빠진 것처럼 사랑 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대체 그게 뭐길래. 그럴 가치가 있는 감정이기나 할까. 그럴 시간에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게 낫지 않을까, 감정은 한순간이지만 감정에 쏟는 시간은 달리 사용하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데.
… 하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잖아! 다들 이렇게 난리 난리를 치니까! 그게 그렇게나 좋다던데, 대체 어떻길래 저러는 거지?
그는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내 시선을 옮겨 자신과 결혼하기로 한… 아니지, 이제는 결혼한 부인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정신 나간 녀석들이 이 사람에게 이끌리는 건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다들 이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기껏해야 범죄에 가까운 추적 끝에 알아낸 쓸모없는 정보거나,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기네들 멋대로 이미지를 덧씌웠을 뿐이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 지독한 관심이 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것도 아니까, 자연스레 마음을 접었을 텐데.
아, 그래. 난 그것만은 저 치들보다 더 잘 안다. 당신이 지독하게 힘들었으며 간절히 자유를 원해 왔음을. 나는 당신이 바라는 걸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 당신이 계약을 논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정말 좋아하면 마음이 알려주지 않을까요?
모로 가도 서울… 아니, 그게 어디람! 모로 가도 수도만 가면 되지. 어떻게 시작했든 결말만 사랑이면 된 거 아닐까? 아직 사랑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사람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행복했으면 좋겠고. 되도록 내 곁에 있으면 더 좋겠지. 영원을 내걸고 평생을 다짐하는 것보다 이런 사소한 마음들이 더욱 사랑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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