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무라의 편지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마도호무
2022.11.09
마도카에게 쓰는 편지.
리퀘스트 작업물.
이건 편지가 아니다. 일기 따위도 아니었다. 어차피 읽히지도 못하고 버려질 운명이니까. 심지어 미래의 나에게까지도. 또 의미 없는 글을 적어간다. 다시 한 번 사라질 글을.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니다. 이런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나 스스로가 변했음을 느꼈다.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혹은 변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 같은 결과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변화를 만드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가, 나만 변하여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 나는 그거면 됐다. 하지만, 알고 있잖아. 그렇게 해도……. (이후의 내용은 지워져서 확인할 수 없다.)
정말 나는 그거 하나면 됐다. 너와 약속했으니까. 네가 행복할 것. 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을 것. 세상을 지키지는 못해도 너 하나는 지킬 것. 무너질 뻔한 순간에도 그 바람 하나로 버텼다. 너와 한 약속이니까. 네 부탁이니까. 나는 거절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왜 반복할수록 자꾸만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들까. 왜 내가 아니라 너까지, 이전의 모습을 잃어가는 걸까.
나와 친구가 되어주었던 자신감 있고 선하던 너. 내가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았다면, 바보같이 행동하지 않고 처음부터 널 지키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 멈추었다면, 그냥 처음부터 이런 잔인한 결말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면, 내가 더 강했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너와 내가 만나지 않았다면. 너는 마지막까지 강인한 영웅으로 남고, 나는 너에게 나쁜 사람이 되지 않았겠지. 나, 어쩌면. 나 때문에. 스스로 너의 삶을 개척하고 굳세게 살아가려던 너를 내가 망쳐버린 건 아닐까. 요즘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어쩌면 내가 ‘잘못’이라고. 나는 여전히 나 스스로 무엇 하나 결정할 수 없는 바보같은 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오히려 너를 위하려는 행동이 너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마도카, 정답을 알려줘. 나는 옳은 길을 걷고 있는 걸까? 하지만 이제는 멈출 수 없어. 내 이기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이번엔 반드시 너를 구할게. 이제 이런 편지 같은 건 지겨우니까. 정말 미안해. 이 세상의 마지막에서는, 꼭 너를 구하고야 말 테니까. 그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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