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준] [톡커들의 선택!] 아는 형님들 거리감이 이상한데 제가 이상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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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에 글 처음 써보는데 진짜 제가 이상한 건지 형들이 이상한 건지 판단이 안 돼서 여러 사람들 의견 들어보려고 한 번 올려봅니다.
판에서는 음슴체 써야한다고 해서 지금부터는 음슴체로 쓸게요.
난 고등학교 1학년이고 운동 함.
솔직히 잘 못한다고 생각했고 만년 벤치였는데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주전으로 경기도 뛰고 지금 팀원들이랑 우승도 했음.
에이스 스토퍼라는 별명도 생김 ㅎㅎ
어쨌든 중요한 경기 대충 다 마무리 되고 전국에서 각 학교 주요 전력들 모아서 유스 합숙이 열렸음.
경기 뛰면서 한두 번씩 얼굴 본 사이들이고 에임 구데기에 기본기 망했다는 말이나 듣던 내가 이런 사람들 사이에 껴서 훈련 받는다는 게 솔직히 꿈만 같았음.
독특한 선배들도 많지만 대부분 존경할 만한 선배들이고 배울 게 진짜 많아서 훈련 시간에는 빡집중 해야 했음.
그래도 다들 고등학생이라 훈련 시간 끝나면 각자 뭉쳐서 놀고 퍼지는 시간 많았는데 나름대로 친목 다지는 것도 좋았고.
여기서 이제 내가 말하는 형님들이 등장함.
편의상 별명으로 부르겠음.
전하 : 우리 학교 3학년 선배. 진짜 잘생김. 얼굴에서 빛이 남. 아이돌이나 모델 해도 성공했을 듯. 근데 개무섭고 가끔 악귀 들린 거 같음. 얼굴값 하는 성격임;; 그래도 입시에 성공 가닥 잡히고 나서 성격 많이 착해지심. 별명이 전하인 건 우리 학교 다른 형이랑 내기했다가 얻게 된 별명이라서.
럭키 : 다른 학교 3학년 선배. 전하 형이랑은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라고 했음. 전하 형이 우리 학교로 전학 오고 나서 사이가 좀? 안? 좋아진? 듯? 했는데 아닌 거 같음. 전하 형한테 맨날 시비 검. 만만찮게 성격 안 좋음. 만만찮게 잘생기기도 함. 운동 잘 함. 전하 형 빼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친절하고 좋은 형임. 별명이 럭키인 건 나랑 럭키 언럭키로 맨날 비교 당해서.
전하 형이랑 럭키 형은 전국대회 기간 내내 얼굴 볼 때마다 싸웠는데 보통 럭키 형이 말벌할아버지처럼 뛰어와서 시비 털면 전하 형이 개빡돌아서 들이받는 형식이었음.
럭키 형은 그냥 보면 진짜 멀쩡하게 생겼고 엄청 멋진 형인데 왜 전하 형만 보면 저러는지 몰라서 다들 어리둥절했었음...
전하 형이 지나가듯이 자기 두고 전학 간 게 어지간히도 빡쳤나보다 하던데 그걸 감안해도 좀 이상한 듯.
어쨌든 두 형님은 유스 합숙 내내 또 싸웠는데 그래도 둘 사이에 뭐가 풀리긴 한 건지 전보다는 수위가 덜하긴 했음.
그 전에는 럭키 형이 신들린 말빨로 까내리면 전하 형이 신들린 욕설로 받아치는 느낌이었으니까.
근데 웃기는 건 전하 형이랑 럭키 형은 죽어라 붙어 다님.
정확히는 럭키 형이 계속 쫓아다니는데 전하 형이 럭키 형을 안 밀어냄...
나 같으면 그 정도로 시비 거는 사람 친구고 나발이고 피할 거 같은데 전하 형이 쾌남이라 그런 건지 다 받아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음!
사실 전하 형한테 전에 럭키 형 좀 이상하다고 전하 형한테 하는 말 들으면 진짜 못된 사람 같다고 했던 적 있는데 잠깐 생각하다가
"럭키 그렇게 못된 애는 아니야. 좀 꼬여서 그렇지."
이러는 거임!!!
전하 형은 진짜 착한 형이었구나 내가 잘못 생각한 거구나... 했음.
그러다 내가 제목에 쓴 고민을 하게 된 사건이 터짐.
합숙 며칠 째였는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어김없이 전하 형 옆에 럭키 형이 와서 앉음.
덕분에 럭키 형네 학교 사람들이랑도 엄청 친해짐... 테이블 붙어 앉아서.
럭키 형이 전하 형 속 긁으면 전하 형이 뻐큐로 받아치면서 밥 먹는데 갑자기 럭키 형이 멈추는 거임.
진짜 말 그대로 얼음! 한 것처럼 숟가락 든 채로 가만히 굳음.
근데 내가 평소에 관찰력 좋다는 소리 듣기도 하고 맞은 편에 앉아서 안 거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몰랐을 거임.
식당 시끄럽고 각자 얘기하느라 바빴으니까.
럭키 형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는데(솔직히 럭키 형도 좀 무서움;;) 전하 형이 럭키 형 쪽 힐끗 보더니 "아, ㅅㅂ" 하고 벌떡 일어나서 럭키 형 뒷통수를 빠악!!! 침.
진짜 개식겁해서 눈 동그랗게 뜨고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학교 사람들까지 무슨 일이냐고 막 쳐다봄.
럭키 형은 갑자기 뒷통수를 맞아서 입에 물고 있던 걸 뱉음.
그게... 전하 형 손바닥에 떨어짐.
그러니까 전하 형이 미리 럭키 형 입 앞에 손바닥을 대고 있었음............
우리 엄마도 나 유치원 이후로는 입에 든 걸 손으로 받아준 적 없는 거 같은데 전하 형이 그걸 럭키 형한테 해준 거임.
진짜 개 무서웠음.
상황이 무섭고 경악에 찬 사람들 반응이 무섭고 무덤덤한 전하 형이 무섭고 제일 충격 받은 거 같은 럭키 형이 무서웠음...
럭키 형이 전하 너 미쳤어? 하면서 말까지 더듬음.
나 같아도 그랬을 거임... 동성 친구가 입에 든 걸 손으로... 와 상상만 해도 소름 돋음.
근데 전하 형이 인상 팍 쓰더니
"너 미더덕 X먹으면 하루종일 기분 X창나서 지X하는 거 뻔히 아는데 왜 꼬장이야? 뻔하다. 다른 새X들 있으면 골라내지도 않고 여태 다 X먹었지?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새X야."
기억나는대로 썼는데 아마 비슷했을 거임.
전하 형이 욕을 진짜 잘함... 욕설 계의 마에스트로.
어쨌든 전하 형 말이 사실인지 럭키 형네 학교 사람들은 럭키 형이 미더덕 싫어하는지 모르는 눈치였음.
럭키 형은 입술만 꾹 깨물고 있고.
전하 형은 혀를 차더니 멀리 있는 휴지 좀 아무나 뽑아오라고 함.
내가 가서 뽑아왔음.
전하 형은 손에 담긴... 럭키 형 침 범벅된 씹힌 미더덕 휴지에 싸서 버리고 다른 휴지로 손바닥 슥슥 닦고 그냥 밥 계속 먹음.
난 그것도 충격이었음.
전하 형이랑 같은 기숙사 살아서 아는데 은근히 청결 따지고 깔끔 떨거든.
남의 입에 들어갔던 음식 받은 손 비누로 닦지도 않고 식사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음.
캐해 실패함... ㅠㅠ
주변 분위기도 좀 정돈되고 다들 힐끗힐끗 보면서 밥 먹는데 전하 형이 럭키 형 툭 치면서 국에 들어간 미더덕 다 골라내라고 함.
근데 럭키 형은 넋이 나간 건지 가만히 있음.
그랬더니 전하 형이 한숨 쉬면서 설렁설렁 미더덕 다 골라줌......
진짜 별 거 아니라는 듯 그러는데 둘이 싸우던 걸 우리가 봤잖아.
지금 이게 뭐지? 하게 되는 거임...
전하 형이 미더덕 다 골라내고 다시 럭키 형 툭 치니까 럭키 형이 느릿느릿 밥 먹음.
원래 밥 4번 넘게 받아다 먹는 형이 식판 하나로 끝내려고 하니까 전하 형이 다시 더 X먹으라고 갈!!! 해서 또 퍼옴.
뭔 아바타인 줄;;
어영부영 그날 지나가고 다음 날 됐는데 만나는 다른 학교 형들마다 그래서 전하 형이랑 럭키 형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우리 학교 사람들 잡고 막 물어봄.
근데 우리가 뭘 알겠음... 모른다 하지.
전하 형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럭키 형은 안 보이고.
훈련 시작하니까 럭키 형도 왔는데 뭔가 생각이 많아 보였음.
그러다 쉬는 시간에 전하 형이 대빵 형(제일 연장자라서 내 마음대로 대빵이라고 부름. 실력도 인성도 대빵이긴 함)이랑 뭐 얘기하는데 럭키 형이 슬쩍 다가가는 거임.
아 없던 일로 하고 또 시비 털겠구나... 하는데 럭키 형이 그대로 전하 형 어깨에 턱을 올림.
자세가 꼭 뒤에서 백허그 하듯이... 팔로 안지만 않은 거지 대충 느낌이 비슷함.
우리 또 다 경악하고 전하 형이랑 마주보던 대빵 형도 놀란 거 같았는데 전하 형은 아무렇지 않게 럭키 형 머리 톡톡 치더니 기다리라고 함.
럭키 형도 응, 하고 그대로 가만히 있음...
내 생각인데 럭키 형은 그걸로 뭔가를 파악한 거 같음.
그 다음부터 럭키 형이 정말 전하 형 옆을 떠나질 않았거든.
그렇다고 전처럼 시비 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전하 형 옆에 붙어서 기대거나 안거나 옆얼굴 빤히 보거나 그러는 거임.
전하 형도 그거 다 놔둠...
보통 친구끼리 그러지 않잖아.
암만 남자들끼리 친해도 그렇게까지 붙어서 있진 않지 않음?!?!?!
원래 스트레칭이나 2인 1조 훈련은 홀수로 떨어지지 않으면 같은 학교끼리 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는데 럭키 형이 자꾸 전하 형이랑 하겠다고 고집 부려서 나중엔 다 섞여서 함.
전하 형도 그거 안 말림... 어디까지 하나 보자는 표정으로 지켜봄.
그렇다고 둘이 막... 그런... 애정? 사랑? 그건 모르겠는 게 얼굴 붉히거나 연인 사이에 할 법한 스킨십 하는 것도 아니고 합숙 끝나서 헤어질 때도 덤덤하게 잘 가라, 하면서 헤어짐.
합숙 내내 그 난리를 치더니 그냥 친구 엔딩으로 끝남.
시간 좀 지나고 전하 형한테 요즘 럭키 형이랑 연락하냐고 슬쩍 떠봤더니 입시 얘기로 몇 번 연락했다고 함.
그거 말고 더 없냐 했더니 없는데 왜 그게 궁금하냐고 쿠사리 먹음... ㅠㅠㅠㅠ
내가 궁금한 건 친구 사이에 싫어하는 음식 먹는다고 맨손으로 받아주고 운동하느라 땀범벅된 몸으로 밀착하고 어깨에 턱 올리고 백허그하고 그걸 그냥 달고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고 하는 게 친구 사이가 맞냐는 거임.
아무리 생각해도 거리감이 이상한데 같이 고민해주던 같은 학교 형들도 이제 그냥 생각하지 말자고 함.
전하 형이 뭘 제대로 말해줄 리가 없다고... 맞는 말이긴 함...
그래도 난 납득이 안 됨.
다른 사람들 생각을 알고 싶음.
전하 형이랑 럭키 형이 그냥 평범한 친구 같음?!
+추가
댓글 잘 읽었음.
난 틀리지 않았음...
세상에 어떤 친구가 저런 짓을 하는데.
그럼 난 친구 없다.
원래도 친구 없긴 함.
+추가2
몇 년 전에 쓴 판 어쩌다 발견해서 후기 남겨요.
럭키 형이랑 전하 형 대학 가서 사귐.
ㅊㅋㅊㅋ
소장용&용돈용 결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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