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타임/규쫑] 그래도 나랑만 해 - 2
그 뒤로는 손을 잡고 걸었다. 불안한 종수의 모습에서 이규의 손을 잡을까 말지 하는 고민 같은 건 보잘것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떨어져 걸었다가 종수가 조금 전처럼 또 혼자 울적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라면 느리게 언덕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유명한 도시였다. 원래는 오늘 기회가 되면 타보기로 했던 건데, 둘 다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아 그냥 걷기로 했다. 케이블카가 그리 빨리 달리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을 조금 더 길게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단단히 손을 잡고 도착한 곳은 샌프란시스코에 온다면 한 번쯤 다 와본다는 PIER 39였다. 멀리서부터도 사람이 조금씩 붐비는 느낌이다 싶더니 입구 너머엔 사람이 정말, 끝내주게 많았다. 종수가 질린다는 듯 말했다.
“사람……. 너무 많아.”
“그러게.”
사람 많은 곳을 버거워하는 종수를 알아 이규가 빠르게 경로를 탐색했다. 바다사자는 안쪽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았으니, 아쿠아리움은 돌아 나오는 길에 들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규는 지도를 한 번 더 확인했다. 길이 복잡한 것도 아니니 대부분의 사람이 발걸음을 옮기는 쪽으로 가면 될 듯했다.
이규는 사람들의 틈을 요리조리 파고들며 목적지로 향했다. 종수가 이규의 손을 잡은 채로 그 뒤를 따랐다. 앞서 나가는 등이 든든해서, 괜히 이규의 손을 고쳐잡았다. 이규가 그런 종수를 살짝 돌아보고는 웃었다. 손을 깍지로 바꿔 잡기도 했다.
인파를 헤치고 향하는 길 내내 사람들의 시끄러운 말소리와 갈매기 소리, 또 이상한 소리가 그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심지어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짐을 느꼈다. 둘은 중간중간 서로의 얼굴을 보고 아리송한 표정으로 계속 앞을 향하다가, 드디어 그 정체를 깨달았다. 바로 이곳의 명물이라던 바다사자들의 울음소리였다.
“와. 이거 시끄럽다더니 진짜였네.”
이규가 감탄했다. 그의 말대로 사람의 말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종수는 그냥 고개만을 끄덕였다. 정신이 아주 사나웠다. 이규는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나무판자 위에 있는 바다사자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종수도 이규의 시선을 쫓아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드는 기시감에 이규를 봤다. 다시 바다사자를 봤다. 종수가 이규를 불렀다.
“이규.”
“응.”
“너 닮았어.”
“……어?”
뜬금없는 말에 이규가 멍하니 반문했다.
“바다사자.”
종수가 답했다. 이규가 바다사자를 유심히 보더니 설마설마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쟤도 털이 없어서 닮은 거야?”
종수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이규의 팔을 퍽 치고 답했다.
“귀엽잖아.”
“…나 귀여워?”
“눈 댕그랗고 속눈썹 길잖아.”
“그럼 귀여워?”
꼬박꼬박 답을 해주는 데도 모든 말에 귀여워? 라는 물음이 돌아오니 종수는 당황했다. 그 말을 듣고 싶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엽다는 말이 듣고 싶었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근데 왜?”
“……그런 말은 해준 적이…없던 것 같아서?”
종수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뱅글뱅글 돌았다. 그런가? 자신은 제법 이규를… 귀여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었나?
…….
없었나?
자신이 그렇게 표현에 인색한 사람이었나? 아니, 무엇보다, 이규도 그런 말을 진짜 듣고 싶었나? 종수는 이규가 오늘도 건넸던 ‘귀여워’를 떠올리고는 조금 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규와 10년이 넘게 사귀고 결혼까지 생각하면서도 그런 말을 한 번도 해주지 않았다니. 이거… 여러모로 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합격 애인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덜컥 들었다. 자신이 이규가 해주는 귀엽다는 말을 싫어하지는 않아서 더 그랬다. 거기에는 저를 향한 사랑이 담뿍 담겨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더더욱 그랬다. 종수가 삐걱거리는 머리를 겨우 갈무리하고 말했다.
“……해줘?”
“응?”
“원하냐고.”
“아니, 아니야.”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규가 제 말을 거부하니 열이 받았다.
“왜.”
“응?”
“귀여워해 준다는데 왜 거부하냐고.”
이규가 눈을 깜빡였다. 그 모습도 정말이지 짜증 나게 귀여웠다. 귀엽게 굴지를 말든가? 귀여움은 다 떨어놓고 귀엽다는 말은 하지 말라니 이건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했다. 종수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미간이 다시 팍삭 찌푸려졌다. 이규가 그 모습에 손을 내저었다.
“아니, 종수. 거부하는 게 아니고.”
“아니라며.”
“그런 게 아니라…….”
“싫어?”
“아니!”
이규가 종수의 손을 부여잡았다. 그러고는 잠시 입술을 달싹였다. 항구의 비린 냄새와 귓가에 울리는 온갖 소리 사이에서, 이규는 또다시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종수.”
“뭐.”
“너가 나를 귀여워하는 게 싫다는 게 아니고…….”
“그럼 왜.”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너는 하잖아.”
종수가 뾰로통하게 답했다. 이규가 곤란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으음. 나는 그런 게 좋고, 또 하고 싶으니까.”
“나도 하고 싶어.”
“응. 그럼 하자. 내 말은 굳이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어.”
이규의 말에 틀린 게 없는데도 종수는 괜히 마음이 삐죽였다. 귀엽다고 말해 줄지 묻지 말고 그냥 귀엽다고 한 번 더 말할걸. 이규처럼 뻔뻔하게 넌 귀여워. 하고 해버릴 걸 하고 후회가 됐다.
“……근데.”
“응?”
“말 안 하면 모르잖아.”
그걸 가르쳐준 건 이규였다. 그래서 종수도 이규의 감정표현에 서서히 대꾸를 늘려나간 거였다. 내가 들어서 좋은걸, 이규에게도 해주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여전히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속이 상해 종수는 볼 안쪽을 또 잘근잘근 씹어댔다. 이규는 여전히 뚱한 채로 생각에 잠긴 종수의 손을 살살 문지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순간 물소리와 함께 와아─하는 탄성이 터졌다. 나무 덱 위에 드러누워 있던 바다사자 몇이 바다에 뛰어든 모양이었다. 종수가 흘긋 눈길을 준 사이 이규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게 싫었다. 이규가 제게 더 집중했으면 했다. 종수가 그의 얼굴을 한 손으로 잡아끌었다. 댕그란 눈을 한 이규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나 너 귀여워해. 좋아.”
이규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키우더니 이내 허물어지듯 웃었다. 헤실거리는 웃음이었다. 종수는 또 생각했다. 바보 같고 귀엽다고.
“응. 알지, 알지.”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아.”
흐흐. 이규가 이제는 소리를 내서 웃었다. 종수가 이규의 손아귀에 들어온 이규의 양 볼을 한 손으로 꾹 눌렀다. 이규의 입술이 톡 튀어나왔다. 거기에다 입술을 박고 싶었는데, 주변에 사람이 많아 곤란했다. 뽀뽀를 해서 신나는 개 같은 얼굴은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어야 했다. 결국 종수가 이규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이규가 발갛게 손자국이 난 볼을 두어 번 주무르더니 다시 종수의 손을 잡았다.
“종수 너는 말 안 해도 티 나.”
“뭐?”
이규가 또 샐샐 웃었다. 심장께가 간지러워지는 얼굴이었다. 종수가 이규의 손안에서 손을 꼼지락댔다.
“너가 봐주는 거 나밖에 없잖아.”
맞는 말이었다. 딴 놈들을 봐줄 필요는 없었다.
“너가 져주는 것도 나밖에 없잖아.”
당연했다. 지는 건 정말 싫었다. 어쩌다 지게 된 녀석한테는 기어코 이겨 먹어야 했다. 제 성정이 그랬다. 하지만 이규라면 너무 좋아서 지는 기분이 들었다. 근데 그게 싫지 않았다. 계속계속 이규가 더 좋기만 했다. 다시 와아아 하는 함성 소리와 함께 물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구도 바다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이규가 눈꼬리를 좀 더 진하게 휘고는 말했다.
“너 내가 애교 떨면 처음엔 좀 멍하니 있다가 금세 막 사나운 얼굴 하잖아.”
종수는 눈에 힘을 줬다가, 이규의 말을 듣고 의도적으로 힘을 풀었다. 역시 이규도 좋으면 괜히 삐죽대고 싶어지는 이 마음을 알고 있던 게 분명했다.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반사적인 반응이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도 너무 애 같다고 생각하는 걸 직접 들으니 좀 쪽이 팔렸다.
“음, 그래서……. 나는 너도 나를 제법 귀여워한다고 생각했어. 말은 안 해도.”
뒤이은 말을 들으니 더 그랬다. 역시 이규만큼 제 마음을 잘 아는 애는 없었다. 종수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이다가, 또 그 움직임을 금세 갈무리했다.
“근데 직접적인 말은 오늘 처음 들어서 좀 간지럽고, 그러네.”
이규가 앙 다물린 종수를 찬찬히 살피다, 눈을 한번 데구르르 굴리고 덧붙였다. 내 입으로 말하니까 쫌 더 그렇다. 이규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 얼굴을 보고 종수는 아까 얼굴을 괜히 쥐었다고 살짝 후회했다. 상기된 이규의 얼굴이 부끄럽거나 설레서인지, 혹은 아까 쥐었던 것 때문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귀를 봐야 했다. 이규도 부끄러우면 귀가 빨개졌으니까. 종수가 그 생각을 하자마자 불쑥 손을 뻗어 이규의 비니를 슥 밀어 올렸다.
“종수?”
드러난 귀가 빨갰다. 종수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기분이 되어, 뜨끈한 귀를 매만졌다. 비니가 이상하게 흐트러진 이규가 거듭 종수를 불렀다.
“갑자기 귀는 왜?”
종수가 이규의 귀를 살짝 잡아당기고는 이규를 불렀다.
“너.”
“응.”
“부끄러워하면 귀여워.”
지나치게 직설적인 말이었다. 이규는 종수가 왜 이러는지 대체 알 수가 없었다. 아까는 세상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해서 제 심장을 떨어뜨리더니, 이제는 말 한마디 한마디로 덩크를 쾅쾅 때려서 심장을 덜컹거리게 했다.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었다. 고맙다고 해야 해, 너도 그렇다고 해야 해? 후자가 맞는 것 같긴 했는데 뭐라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이규가 입을 뻐끔대다 결국 이상한 소리를 냈다.
“……으어.”
종수가 킥킥대며 웃고는 다시 비니를 고쳐 씌웠다. 얼이 빠진 이규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기대해.”
“뭐, 뭘?”
하하. 드물게 소리 내서 웃은 종수가 이규의 눈까지 비니를 또 확 끌어 내렸다가, 얌전히 있는 이규에게 만족한 뒤, 또다시 매무새를 다듬어줬다.
“앞으로 많이 할 거니까.”
덧붙이는 말과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에 이규는 정말 숨이 턱 멎는 것 같았다. 종수가 지금 자기를 꼬시려고 작정한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시끄러울 정도였던 소음이 단숨에 사라지고, 이곳에 종수와 자신 둘만이 있는 것 같았다. 키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이규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뭐.”
자신만만한 얼굴이 지나치게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10년이 지나도 종수에게는 또다시 반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규는 종수라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스스로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너무 심장에 안 좋은데…….”
이규의 대답과 멍한 표정을 보고 종수가 코웃음을 쳤다. 살다 보니 이규에게 이런 말을 적절한 타이밍에 돌려줄 때도 온다 싶어서였다.
“너가 뭐랬어.”
“내가 뭐랬는데?”
“이런 건 빨리 익숙해지는 게 답이라며.”
이규가 입을 합 다물었다. 확실히 자신이 자주 한 말이긴 했다. 상황도 비슷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건 대체로 자신이었다! 이런 발언은 종수가 적극적이고 저돌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였다. 아닌가? 생각해 보면 이것도 종수 같기도 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규의 목덜미를 종수가 어루만졌다.
“나 잘 배웠지?”
“……응.”
하지만 지금의 종수가 너무 즐거워 보여서, 이규는 고분고분 답했다. 뭐가 어찌 됐든 종수가 행복하면 그걸로 좋았다.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종수는 이규의 뒷목을 주무르는 것으로 그의 입술을 삼키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결혼하면 더 귀여워해 줘야겠다고.
* * *
아쿠아리움까지 야무지게 둘러본 후엔 유명하다던 클램차우더를 저녁으로 먹었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라 한번 먹어보기나 하자 해서 간 거였는데, 애석하게도 이규의 입맛에는 맞았지만 종수에게는 별로였다. 이규가 클램차우더가 담긴 빵을 한 조각 뜯어먹자마자 느껴지는 시큼한 맛에 아, 이건 종수 너한테는 별로겠는데 하고 말을 한 대로였다. 결국 종수는 다른 빵을 사 와서 따로 먹어야만 했다.
이후에는 서서히 지는 해에 얌전히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국과는 달리 해가 지면 위험한 동네라는 말 때문이었다. 홈리스나 강도가 많아서 길거리에서 대놓고 마약도 한댔으니 엮여서 좋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오는 길에 한인 마트는 들렸다. 아무래도 종수의 저녁으로 빵 쪼가리 두어 개는 용납이 안 됐기 때문이었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씻고 나온 뒤, 사 온 것들로 간단하게 김치볶음밥을 해 먹었다. 달걀은 반숙으로 두 개씩 올렸다. 종수는 아까 빵은 우적우적 뚱한 얼굴로 씹어 먹더니, 그래도 역시 한식은 입에 맞는 지 꽤 열심히 먹었다. 이규는 그 모습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제 몫의 김치볶음밥을 좀 더 덜어주기도 했다. 종수는 그것도 말없이 먹었다.
나란히 서서 뒷정리하고, 종수가 먼저 거실에 있는 소파에 가 앉았다. 이규는 과자나 음료를 들고 와 테이블 위에 뒀다. 종수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아서 배 위에 손을 올렸다. 밥을 잘 먹인 덕에 빵빵해진 배가 만족스러워 키득댔다. 종수가 이규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왜 그렇게 웃어.”
“잘 먹은 것 같아서.”
“너가 먹였잖아.”
“응. 그니까.”
이규가 이제는 종수의 배 위로 얼굴을 내렸다. 티셔츠 위에 입술을 꾹 누른 채 바람을 훅 불어 입술을 부르르 떨리게 했다. 종수가 몸을 움찔대더니 이규의 머리통을 스윽 밀었다.
“너 뭐해.”
“배방구.”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
“배 빵빵해.”
“밥 먹었잖아.”
“응.”
이규가 헤실대더니 냅다 종수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종수는 그걸 저지하지 않았다. 대신 자세를 고쳐 누워 저를 올려다보는 이규를 마주했다. 이규가 소파 너머로 다리를 덜렁이면서 종수를 불렀다.
“종수.”
“왜.”
“되게 좋다. 그치.”
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규가 또 실실 웃었다. 종수가 고개를 숙여 이규의 얼굴 위에 냅다 입을 맞췄다. 이규가 종수의 목을 끌어내려 또 쪽쪽 뽀뽀를 되돌려줬다. 결국 종수의 입에서도 피식 웃음이 비져나왔다. 이규가 몸을 돌려 종수의 배에 얼굴을 부볐다. 종수가 까끌까끌한 이규의 머리통을 박박 쓰다듬었다. 종수의 배에 고개를 박은 이규가,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다시 그를 불렀다.
“종수.”
“응.”
“아까는 왜 그랬는지 물어도 돼?”
이규의 머리 위에서 느리게 움직이던 종수의 손이 멈췄다. 이규가 종수의 배에 좀 더 얼굴을 묻으며 덧붙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주고 싶어서 그래.”
이규는 종수의 몸을 느끼고서도 말을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규는 그 이유를 듣고 싶었다. 종수가 힘든 걸 모르는 애라 더 그랬다.
이규는 종수의 답을 기다리며, 몇 년 전 종수가 크게 아팠던 때를 떠올렸다. 여느 때처럼 귀국한 후 부모님을 뵙고 온 종수가 제 집에 들어서더니 별안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이규는 종수와 오랜 시간을 알았지만, 그가 그렇게 아픈 건 처음 봤었다. 놀란 마음에 어쩔 줄 모르며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단순한 몸살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규가 보기에 그건 그런 게 아니었다. 고작 몸살 정도로 사람이 그렇게 아플 수는 없었다. 타지에서 모르는 척하며 혼자 끙끙 앓던 모든 게 순식간에 터져 나온 게 분명했다.
이규는 그제야 제 무심을 탓했다. 종수를 걱정한다는 말만 하고, 정작 그의 상태를 제대로 몰랐던 거였다. 일 년씩 떨어져 있다는 건 변명이 되지 못했다. 거리가 얼마나 멀든, 얼마나 붙어있지 못하든 간에 이렇게까지 내몰려 있는 종수를 몰랐으면 안 됐다.
그 며칠 내내 잠만 자는 종수를 보며, 이규는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마음이 힘든 게 뭔지 모르는 종수가 참 그답고, 힘듦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고 이겨내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종수가 여전히 빛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그가 스스로 힘든 마음을 알았으면 했다. 그래야 아픈 마음을 돌 볼 수 있었다. 내가 어디가 뻐근한지를 알아야 테이핑을 할 수 있고, 내가 어느 발을 더 자주 쓰는지 알아야 레깅스 길이도 그것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것과 같았다.
그때 종수는 그렇게 꼬박 일주일을 앓고 돌아갔다.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던 제 말에도 종수는 시큰둥했었다. 이규가 안달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 이후로 좀 더 시시때때로 전화하고, 안부를 묻고, 서로의 미래를 그리면서도 이규는 종수도 모를 그의 임계점이 어딘지 매번 추측해야 했다. 다행히 그 이후로 또 몇 년은 그럭저럭 괜찮았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그런 기미가 거의 사라져 제법 마음을 놓았었다. 하지만 그게 다시 여기서 터질 줄 이규는 상상도 못 했다. 이규는 공원에서 저를 터트릴 듯 껴안던 종수를 다시 떠올렸다. 불안과 위태로움이 덧씌워진 얼굴이 지금도 생생했다.
그렇기에 과보호라고 툴툴대는 종수를 알면서도, 이규는 그를 향한 걱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종수가 한 말은 다 믿었다. 그가 자신에게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종수는 여전히 ‘힘듦’을 몰랐다. 그 기준이 너무 높았다. 그러니까 이건 자신이 챙겨야 했다. 힘든지도 모르며 올곧게 목표한 바를 향해 나아가는 사랑을 위해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오늘 낮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더 나눠야만 했다.
종수가 그냥 여기 같이 있는 게 좋아서 그랬다는 말도 거짓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이규는 종수가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알아차리는 데도, 또 그걸 말로 표현하는 데도 서툴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기에 대체로 눈치껏 종수에게 맞춰 행동했으나, 이것만큼은 제가 눈치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물어야 했다.
이규가 고개를 슬쩍 떼 내서 종수를 올려다봤다. 흔들리는 동공을 차분히 바라봤다. 종수의 손을 찾아 깍지를 꼈다. 손등에 입술을 부볐다. 응? 조르는 소리도 냈다.
종수는 어느새부터 인지 모르게 뱅글뱅글 도는 시야로 입술을 달싹였다. 이규가 참을성 있게 종수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너는.”
“응.”
작게 나온 목소리에 이규가 곧바로 답했다. 종수가 이규의 손을 더 힘줘서 잡더니 말을 이었다.
“그냥 내 옆에 있어 주면 돼.”
낮에 했던 얘기랑 별다를 게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하고 있었다. 이규는 종수가 꺼지라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경멸하듯 진절머리를 내지 않는 이상, 그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걸로 돼?”
“……응.”
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규는, 여전히 뭔가를 더 해주고 싶었다. 그건 저에게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 더 그랬다.
“진짜?”
“진짜.”
거듭 묻는 이규의 말에도 종수는 꼬박꼬박 답했다. 그런데도 이규의 얼굴에 떠오른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 게 눈에 보였다. 종수는 결국 이규가 걱정할 만한 내용은 쏙 빼고, 좀 더 제 맘을 설명할 수 있도록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그, 내가 여기에 있을 때는 너가 없었잖아.”
“응.”
“……근데 이제는 있으니까, 진짜 괜찮아.”
진심이었다. 여기서 더 말할 수는 없었다. 이규가 종수의 대답을 곱씹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이규도 종수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말은 안 해도 혼자서 보내는 타지 생활이 힘들었던 게 분명했다. 국내도 아니고 해외니 더더욱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종수는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았다. 빛나는 승리를 거머쥐고 제 옆으로 돌아와 줬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로 종수를 혼자 두지 않을 거였다.
그렇다면 오늘처럼 심장이 떨어질 것만 같은 갑작스러운 경험은 없게 할 수 있었다. 자만인지도 몰랐지만, 이규는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규.”
이규의 반응을 찬찬히 살피던 종수가 다시 그를 불렀다. 손은 어느새 다시 이규의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출국 전보다 아주 조금 길어진 삐죽삐죽하면서도 부드러운 머리칼이 손바닥을 스쳤다. 이규가 그 손바닥에 고개를 부비듯 굴며 답했다.
“응. 종수.”
종수가 낮게 웃었다. 이런 자세로 있기까지 하니 정말이지 배를 까뒤집은 개 같았다. 그것도 진짜 크고 사람이라면 다 좋아하는 개. 종수가 손에 힘을 더 줘서, 미국에서 같은 팀이었던 동료에게 배운 개를 쓰다듬는 법을 그대로 시도했다. 이규가 웃음을 터뜨렸다. 종수는 그 웃음이 문득 평화롭다 느꼈다.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이 느슨하게 풀렸다.
“나랑 진짜 평생 같이 있어 줄 거지.”
종수는 그 편안함에 불안함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걸 느꼈다. 괜히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당연하지.”
이규는 언제나처럼 단단한 대답을 들려줬다. 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이규가 활짝 웃더니 입술을 쭉 내밀었다. 종수가 고개를 내려 그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댔다. 꾹 눌렀다 떨어지기만 하는 담백한 입맞춤이었다.
쪽 소리가 난 뒤 가까이에서 마주친 이규의 눈동자에는 행복이 넘실댔다. 그 가운데에는 제가 있었다. 종수는 마음이 빠듯하게 차올랐다. 입이 절로 열렸다.
“이규.”
“응.”
“행복해?”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종수가 먼저 꺼낸 적이 없는 말이기도 했다. 이규는 또 눈을 댕그랗게 떴다가, 이내 또 해사하게 웃었다. 금세 볼이 달아올랐다. 종수는 그 모습을 집요하게 눈에 담았다.
“응. 행복해.”
찡긋대는 코와, 시원하게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 벌려지는 입안으로 보이는 고른 치열과 말소리를 만들어 내는 혀까지. 다시 다물린 입술에 입술을 내리는 건 당연했다. 이규가 키득대더니 종수의 목에 팔을 감고 뽀뽀를 이어갔다. 쪽쪽대는 소리가 소파 위를 울렸다. 종수는 눈을 감지 않은 채로 이규와 입술을 부비며 생각했다.
이규한테 제 행복을 좀 더 알려주고 싶었다. 너와 있어 행복하다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너라고, 그렇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지금이 꼭 그래야 하는 순간 같았다. 프러포즈 때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으니, 이 진심은 지금이 타이밍이었다.
종수가 상체를 일으키고, 힘을 줘서 이규를 소파 위로 앉혔다. 이규와 나란히 앉아 여전히 깍지를 낀 채로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언제나 좋은 두께의 어깨였다. 이규가 맞잡은 종수의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이규.”
“응.”
“내 인생에서 중요한 걸 딱 두 개만 꼽으라고 하면, 하나는 농구고, 하나는 너야.”
“어?”
예상치 못한 말에 이규가 얼떨떨한 소리를 냈다. 종수가 이규의 손을 꽉 쥐었다.
“농구는 했어. 계속하고 있기도 해.”
종수는 이규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과, 그러지 않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했다.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더 그랬다. 지금 하는 말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좀 더 생각하는 게 좋을까 싶기도 했지만, 왜인지 오늘은 이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싶었다.
“이제 너 차례야.”
그래서 뒤이어 나온 말은 종수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뱉고 보니, 꼭 농구를 그만한다는 소리로 들릴 것도 같아서 다급하게 덧붙였다.
“농구는 너 옆에서도 할 수 있어.”
슬쩍 올려다본 이규는 여전히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종수는 이규의 어깨에 고개를 좀 더 묻었다. 이규에게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았다.
그는 자기 입으로는 온갖 간지러운 말은 다 속삭이면서, 제가 이런 말만 하면 아직도 바짝 굳고는 했으니까. 이해심 있는 애인이라면 이 정도는 기다릴 줄 알아야 했다.
어느새 멈춘 손길을 흉내 내듯, 이번에는 종수가 이규의 손등을 엄지로 가만가만 문지르며 방금 제가 뱉은 말을 곱씹었다.
내뱉고 보니 안일하기 짝이 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답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최종수다운 건 그럼 뭔가.
종수는 제 인생을 비로소 뒤돌아보게 됐다. 걸음마를 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학창 시절 내내 농구를 했다. 졸업하고 나서는 바로 국내 프로 리그에 뛰어들었다. 그간의 경험을 발판으로 NCAA에서 NBA까지 올라왔다. 그 모든 순간 누구보다 간절하게 노력했다고 자신했다.
그렇게 빠르게 제 인생을 훑고 보니 제법 치열하게 산 것만 같았다. 그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싸우고, 증명하고, 쟁취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이제는 종수도 이 모든 결과가 온전한 제 덕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세상에 노력만으로 되는 건 없었다.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했다. 이것도 이규의 옆에 있으며 새로 하게 된 생각이었다. 제 옆에서 함께 열심히 훈련하고, 코트를 누비면서도 운이 좋았지, 뭐~ 같은 말을 달고 사는 애 옆에 있다가 보니 감화된 게 분명했다.
종수는 새삼 이규가 왜 오늘 낮의 해프닝을 한 번 더 물었는지 이해했다. 이규는 몇 년 전, 한국에 들어온 뒤 그의 집에서 내내 앓다 간 이후로 부쩍 걱정이 많아졌었다. 그때는 모르는 새 누적된 피로가 한 번에 터졌던 거구나 싶은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그래서 이규가 마음이 힘들다는 것도 그렇게 말하라고 했구나, 느린 깨달음도 종수를 찾아왔다. 하지만 종수는 여전히 힘든 마음 같은 걸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 후로 이규와 좀 더 자주 전화하고, 영상으로나마 얼굴을 보기도 한 건 좋았다. 이규가 시차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언제든 전화하라고 한 덕에 잔뜩 잠긴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하고 나니 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인지 두 번 다시 그만큼 아픈 적은 없었다.
역시 이규만 제 옆에 있으면 되는 것 같았다. 종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그때도 제 옆에 이규가 있었다면, 그렇게 막아둔 둑이 터지듯 아픔이 밀려오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이규는 그 빡빡한 삶에서 어떻게 숨을 돌리는지 알려준 사람이었다. 언제든 돌아올 곳을 만들어 준 이였다. 그와 함께라면 뾰족뾰족하던 신경이 금세 무뎌졌다. 몸의 긴장이 풀렸다. 느리게 가는 시간이 기꺼웠다. 그러면서도 함께 있으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순간들이 아쉬웠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잔뜩 휜 눈꼬리가 예뻤고, 그사이에 숨겨진 반짝이는 눈동자가 탐이 났다. 그러다 보면 종수는 그냥 이규의 옆에서 이런 평화가 계속됐으면 하고 바라게 됐다.
미국에 다녀온 뒤로는 더 그랬다. 그런 상대와 일 년을 넘게 매일 같이 붙어있다가 보니 마음이 풀어진 건가 생각하면서도 이게 썩 나쁜 상태는 아니라고도 느꼈다. 나쁘지 않았다. 좋아하는 애의 생각을 닮아가는 게.
이규가 내내 말하던 안정, 평화, 여유 같은 걸 온전히 누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 나면 더 힘내서 코트 위를 누빌 수 있었다. 이규가 종수 넌 좀 더 쉬어도 돼. 하고 말하며 가지고 왔던 수많은 근거처럼, 그의 말대로 인생을 조금 느슨하게 하니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여전히 해내고 싶은 만큼 농구를 해내면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이규와 함께라면 그게 가능했다.
이규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제 마음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건 함께 사는 집 거실 위에서든, 코트 위에서든, 어딘가의 길바닥 위에서든 상관이 없었다.
그와 함께하는 농구는 더 재밌고 좋았다. 집에 함께 돌아와서 경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다. 그의 옆에 있어도, 그와 함께여도 도전하고 쟁취하고 싶은 것들은 여전히 있었다. 그렇다면 종수는 앞으로 이규와 함께 그걸 해내고 싶었다. 이규의 말을 좀 빌리자면 제가 누리는 천하를 그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이규에게 잘 보고 왔냐는 질문을 받는 대신 나란히 서서 그 천하를 바라보고 싶었다.
역시 농구가 좋아, 이규가 좋아, 라는 물음에는 ‘이규랑 하는 농구가 좋아’가 가장 완벽한 답이었다. 종수는 말을 내뱉고 나서야 견고히 자리 잡은 제 마음을 확인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규는 거대한 고백에 참았던 숨을 조심스레 내쉬고, 종수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제 인생을 구성 비율을 생각해 보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농구와 종수이기도 했다. 종수도 어느 정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언어의 형태로 날아오는 마음은 확실히 파급력이 대단했다.
그런데도 이규는 불쑥 걱정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종수가 얼마나 진취적이고 도전을 즐기는 사람인지 알아서 더 그랬다. 그가 저를 그렇게까지 크게 생각해 주는 건 좋았지만, 훗날 돌아봤을 때 그의 후회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농구 대신 자신을 선택해서, 그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종수의 나이대가 커리어 하이를 찍기 딱 좋은 시기라는 걸 알아서 더 그랬다.
이게 종수가 가끔 말하는 비겁하고 겁쟁이 같은 면모라는 걸 알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종수의 지지대가 되어주는 거였다. 그의 돌아와 쉴 곳이 되어주는 거였다. 그가 원할 때 고개를 돌리면, 언제든 그곳에 있어 주는 거였다. 걸림돌과 지지대는 간극이 커도 너무 컸다. 걱정되는 것도 당연했다.
“미국에서 더 뛰고 싶지는 않아?”
조심스럽게 들리는 이규의 물음에 종수가 생각했다. 미국은 좋았다. 나쁜 기억만 있지는 않았다. 팀 내 관계도 어릴 적보다야 훨씬 더 원만했다. 제법 친하게 지내는 동료도 생겼다. 하지만 역시 이규가 제일이었다.
문제는 이 물음의 뉘앙스였다. 그냥하는 질문은 아닌 것 같았다. 이 녀석이 또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수는 이럴 때마다 그의 걱정을 모조리 없애주고만 싶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규처럼 간질거리는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성정은 못 됐다.
“왜. 보내고 싶어?”
이규가 입을 합 다물었다. 정작 물으면 그렇다고 답도 못 할 거면서, 이규는 꼭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걱정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게 다 저를 좋아해서라는 걸 종수는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울려 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매번 걱정이 너무 많다고 타박하면서도 제 생각으로 가득 찬 이규를 보는 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걱정시킬 만한 짓을 저질렀다면 종수도 눈치를 봐야겠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잔걱정을 하는 이규라면 그 귀여움을 즐기기만 하면 됐다. 하여간 귀엽게 구는 녀석이라는 생각을 하며, 종수가 피식 웃었다.
“나 다시 미국 보내고 싶으면, 너도 따라오든가.”
그 말을 하며 이규의 볼을 잡아 주욱 늘이기도 했다. 이규의 얼굴이 그 손길을 따라 움직였다. 종수가 곧 손을 놓고는 빨개진 볼을 마구 문질렀다. 이규가 거친 손길에 절로 울상이 되는 얼굴을 하고 꿍얼댔다.
“누가 보내고 싶대?”
“그럼 왜.”
종수가 다시 이규의 얼굴을 쭉쭉 잡아 늘였다. 이규가 으우응 하고 칭얼대는 소리를 내더니 손이 떨어지자마자 답했다.
“그냥, 또 장거리 연애 같은 걸 해야 되면 마음의 준비를 좀 하려고 그랬지.”
“그럴 일 없어.”
“그럴 일 없어?”
“응.”
“단호하네.”
“나 이제 너 옆에 있을 거야.”
“흐흐. 그래?”
정말 달콤한 말이어서 이규는 그 말을 곱씹었다. 하지만 너무 다디단 탓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듯이, 달콤함에 취해있을수록 회한은 더 깊어지는 법이었다.
“후회는 없겠어?”
“무슨 후회?”
“농구 더 배우고 싶어 했잖아.”
“이젠 경험을 더 쌓아야지.”
“경험도 더 큰 데서 쌓으면 좋으니까…….”
듣자하니 이규의 마음속에서는 ‘최종수는 다시 미국으로 가서 농구를 하고 싶다’라는 것이 기정사실인 듯했다. 종수는 그런 말은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도 그랬다. 종수가 얼굴을 팍삭 찌푸렸다.
“너 진짜 나 보내고 싶어?”
“그건 아닌데…….”
매서운 어조에도 이규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했다. 종수는 열이 확 뻗쳤다. 누구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 자식은 나를 또 멀리 보낼 생각을 한다고 인식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왜 자꾸 가라는 듯이 얘기해. 내가 옆에 있는 게 싫어?”
“아니, 종수우. 말을 왜 또 그렇게 해.”
순식간에 씩씩대기 시작한 종수를 두고 이규가 울상을 지었다. 종수가 여전히 구겨진 얼굴로 대꾸했다.
“너가 먼저 그랬잖아.”
“나는 그냥…….”
“그냥 뭐.”
이규는 입술을 달싹이기만 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말을 망설이는 건 이규답지 않았다. 이건 자신이 너무 좋아서 얼이 빠진 게 아니라, 진짜 말을 못하고 있는 거였다! 종수는 그 모습에 더 열이 받았다.
“내가 애새끼야?”
“응?”
“그 정도 생각도 안 하고 귀국이나 팀 선택을 했을 것 같애?”
“그게 아니라…….”
“이규.”
종수가 이규의 얼굴을 양손으로 단단히 부여잡았다.
“으응…….”
“잘 들어.”
“응.”
그래도 대답은 잘했다. 얌전한 수긍에 종수는 속에서 치솟는 게 조금은 가라앉는 걸 느꼈다. 종수가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말했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쓸 수 있는 건, 너야.”
생각하고 내뱉은 건 아니었다. 그냥 이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상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코트 위에서도 너를 가장 신뢰하고 있노라고.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나, 미국 가서 같이하는 농구 배워왔어. 그러니까 이제 더 잘 쓰기 쉬울걸.”
종수가 자신만만하게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그건 이규도 잘 알았다. 바쁜 와중에도 종수의 경기 영상은 꼬박꼬박 다 챙겨봤으니까. 보면서 내내, 혹시라도 다시 코트에 함께 설 수 있는 날을 기대했으니까. 천하를 제패하고 돌아올 종수에게 부족하지 않도록, 다시금 그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내내 수련했으니까.
“나를 써.”
종수를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생각하는 건 이규가 시간이 날 때마다 숨 쉬듯 자연스레 하는 생각이었고, 그 덕분에 이전 시즌도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했으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했다.
“너는 나를 믿기만 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종수가 정말이지, 끝까지 그를 믿고 따르고 싶을 정도로 든든해서. 이규는 괜히 코끝이 찡했다.
“승리는 내가 가져올게.”
내가 다 이기게 해줄게. 하던 어릴 적의 종수가 겹쳐 보였다. 이규는 그때 어렴풋이 보였던 종수의 천하가, 이제는 완전하게 펼쳐져 있음을 깨달았다. 참 한결같을 정도로 패기가 넘쳤고, 그때보다 훨씬 멋있는 모습이었다. 이규가 눈을 감고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종수의 손바닥에 얼굴을 부볐다. 종수가 이규의 얼굴을 주물렀다. 이규가 눈을 떠 종수를 마주했다. 조금 전에는 달싹이기만 했던 입술이 서서히 열렸다. 종수가 너무 믿음직해서 괜히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다.
“너만 보고, 너만 믿을까?”
“응.”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고?”
“제발 좀 그래 봐.”
이규가 푸스스 웃었다. 어쩜, 종수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빛이 바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고고하게 빛나는 것만 같았다. 이규는 괜히 심장이 간지러웠다. 정말이지 그의 등만 보고 간다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종수 나는 늘 말하지만,”
하지만 냉큼 답했다가, 종수가 부담을 느끼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또 들었다. 이규도 이 정도로 걱정이 많은 스스로가 어이가 없어 웃음이 실실 나왔다. 종수 말대로 진짜 걱정을 조금 줄여야 할지도 몰랐다.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승리가 아무리 좋대도, 결국엔 너가 좋은 거야. 알지?”
그러겠다는 답 대신 다른 말이 나오자, 종수가 뾰로통한 얼굴로 이규를 노려봤다.
“갖다준대도 싫다 하고.”
“내가 언제 싫댔어~”
“자꾸 쫓아내고.”
이규가 고개를 조금 틀어 종수의 손바닥에 입술을 부볐다. 명백한 아양이었다. 종수의 한쪽 눈썹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쫓아내는 게 아니고, 너가 좋으니까 너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거 했으면 하는 마음이지.”
“너는?”
“너가 좋으면 나도 좋아.”
종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규를 바라보더니, 단호하게 얘기했다.
“거짓말.”
“왜애~”
종수는 꼬리가 잔뜩 늘어난 이규의 말에도 여전히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둘러대지만 말고 진짜 마음을 말해.”
이규가 입을 합 다물고 눈동자를 굴렸다. 종수는 참 육감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 이런 데서 참 감이 좋았다. 제가 말을 빙빙 돌리는 걸 기어이 알아채서 추궁했다. 여기서까지 질질 끌면 다음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태풍 같은 애인이 버티고 서 있었으므로, 이규는 어렵게 입을 열어야 했다.
“나는, 너가 후회할 일이 없었으면 해.”
빨리 더 말하라는 눈짓에 다시 말을 이었다.
“있더라도 적었으면 하고.”
“뭔 소리야. 좀 더 자세히 말해.”
하지만 한마디를 더 들어도 여전히 뜬구름을 잡는 소리 같았다. 명확한 내용 없이 뜬구름만 잡는 것 같은 말에 종수의 미간이 더 구겨졌다. 이규의 얼굴을 더 세게 부여잡기도 했다. 이규가 으음~ 하고 뜸 들이는 소리를 내더니 느리게 말을 이었다.
“나는 너랑 같이 코트 위에서 뛰고 같이 집에 들어가고 이러는 게 좋은데, 또 한편으로는 네 실력이나 커리어가 너무 아깝잖아.”
말이 길어질수록 더 험악해지는 종수의 얼굴을 보고, 이규가 눈동자를 또 데구르르 굴리더니 멋쩍게 덧붙였다.
“나중에 더 하고 싶을 때 안 돼서 아쉬워하느니, 지금 하는 게 더 낫기도 하고.”
그러고는 입을 합 다물고는 종수의 눈치를 살살 봤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종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규가 계속 의뭉스럽게 구는 이유가…….
“내가 너 옆에 있다가 나중에 후회라도 할까봐?”
“앞일은 모르는 거잖아…….”
진짜 이거였다고? 종수는 어이가 없었다. 정말이지 쓸데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걱정이었다.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았다가도, 너무 허탈해서 분노가 파스스 식어버렸다. 그러다가도 조그만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오르기도 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멱살을 잡고 흔들어 추궁이라도 하고 싶은데, 좋아하는 애를 어떻게 더 할 수는 없어서, 그냥 다시 볼이나 주욱 잡아당겼다. 이규가 으으으~ 하는 소리를 냈다. 종수는 그렇게 이규의 볼을 새빨갛게 만들고 나서야 구겼던 미간을 펴고 입을 열었다.
“내가 그렇게 쫌생이로 보여?”
“어?”
“내 선택의 결과로 남을 탓할 인간으로 보이냐고.”
“그건 아닌데…….”
“그럼 뭘 걱정하는데.”
“으음…….”
“나도 너가 좋은 게 좋아.”
이규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종수의 말에는 동의했다. 그럼 진짜로, 자신은 대체 뭐가 걱정이었던 걸까?
조금은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규에게, 종수가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나랑 같이 농구하고 같이 사는 게 좋다며. 왜 쓸데없는 걱정을 만들어서 해.”
“그런가?”
“걱정 좀 그만하라고.”
“으응.”
“내 미래 걱정을 왜 너가 더 하는데.”
“그럴 수도 있지…….”
종수가 또다시 축 늘어진 눈썹을 한 이규의 양 볼을 약하게 찹 때렸다. 이규가 눈을 질끈 감았다.
“내 미래엔 너만 있으면 돼.”
종수의 말이 들리고 나서야 스르르 눈을 떴다. 그건 또 예뻐서 종수는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그리고 고작 거기에 넘어가는 자신이 너무 쉬운 것 같아서 조금 분했다.
“진짜?”
하지만 눈 댕그랗게 뜨고, 귀엽잖아.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종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 낮의 바다사자를 떠올렸다. 역시 걔네는 이규와 닮은 게 맞았다.
“응. 너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
“그래?”
하지만 역시 걱정이 너무 많은 이규는 좀 열이 받았다. 제가 그렇게 믿음직한 애인이 되어주지 못했나 싶어 더 그랬다. 종수가 이제는 빨갛게 달아오른 채 좀처럼 제 색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규의 얼굴을 다시 부여잡았다. 손안의 얼굴이 움찔 떨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
“응.”
“사람 말을 왜 이렇게 못 믿어.”
“못 믿는 게 아니라…….”
“내가 못 미더워?”
“아니!”
“그럼 왜.”
이규가 코를 찡긋댔다. 종수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었다. 멋지고 귀여웠다. 가슴이 마구 두근댔다. 감정이 휘몰아쳐 가슴이 울렁거렸다. 걱정 따위는 모두 날려버린 다음, 종수와 함께라면 모두 괜찮을 거라고, 그의 말을 모조리 믿고 싶어졌다. 실제로도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역시 걱정을 조금 줄이는 편이 좋을까. 무엇보다도 이제 종수는 계속 제 곁에 있어 줄 테니까. 그만 있으면 어떻게 되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건, 이규도 내내 생각하는 것이라 마음이 빠듯해졌다.
이규가 다시 종수의 손바닥 위에 얼굴을 폭 묻고 부볐다. 고개를 살짝 비튼 채로 눈을 예쁘게 깜빡였다. 종수가 좋아하는 각도와 움직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종수의 눈썹이 까닥였다. 이건 좋아서 그러는 거였다. 이규가 눈꼬리를 진하게 휘며 답했다.
“네 미래에 변함 없이 내가 있을 거라는 게 좋아서, 좀 음미했어.”
“흥.”
“진짠데.”
“믿어줘?”
“응.”
종수가 눈빛으로 까닥였다. 이규가 냅다 고개를 쭉 뻗어 종수에게 입을 맞췄다. 종수가 그제야 이규의 얼굴을 내내 부여잡고 있던 손을 떼줬다. 이규가 슬그머니 손을 올려 종수의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둘의 이마가 부드럽게 맞닿았다.
“종수. 우리는 독수공방이 너무 길었어.”
“……그건 그래.”
“롱디는 이제 사양이야.”
“응. 나도.”
종수의 눈을 마주한 채, 이규가 계속해서 속삭였다. 달큰해진 목소리에 종수가 괜히 이규의 옷을 잡고 꼼지락댔다.
“너가, 계속 내 옆에 있을 거라고 말해줘서 기뻐.”
“……응.”
이규가 큭큭대더니 장난스레 덧붙였다.
“앞으로 떨어지지 말자.”
“좋아.”
유치한 말인데도 좋았다. 이것이야말로 종수가 바라던 것이었다. 종수가 맞닿은 이마를 부볐다. 이규가 다시 입을 맞췄다. 가벼운 키스가 오갔다. 서로가 가득 담긴 눈을 조용히 마주하다가, 이규가 다시 종수를 불렀다.
“그런데, 종수.”
“응.”
“국내 리그 뛰다 보면 다른 팀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럴 거야?”
그 말에 종수가 인상을 또 구겼다. 이규는 좋은 분위기를 잘 타가도 가끔 말도 안 되게 현실적인 얘기를 해댔다. 종수는 그때마다 심통이 났다. 이규는 지금의 자신에게 집중해야 했다. 뾰족해진 종수의 목소리에 이규가 말꼬리를 흐렸다.
“트레이드도 있고, 뭐…….”
가장 열받는 점은, 이규의 말이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그 말에 쉽사리 수긍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종수가 꾸역꾸역 이유를 찾아 반박했다.
“……그래도 시차는 맞으니까.”
“그러게. 여기처럼 막 하루 꼬박 날아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응. 맞아.”
“틈날 때 보면 되고.”
“응…….”
“집 너무 좋은 데 구해서 딴 데 구하고 싶지도 않고.”
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규가 되든 제가 되든, 어쨌든 돌아올 곳은 정해져 있었다. 그게 참 좋아서 심장 안쪽이 조금 근질거렸다.
“근데 그렇게 되면 우리 막 주말 부부 같겠다, 그치.”
부부. 종수의 마음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그랬다! 결혼을 하면 이제 이규와 저 사이는 애인이 아닌 부부가 되는 거였다. 반복되는 두 음절이 참을 수없이 달콤했다. 부부……. 그 단어에 꽂혀 중얼거리는 종수에게 이규가 쐐기를 꽂았다.
“그럼 지금은 신혼부부네?”
역시 결혼을 해야겠다. 종수는 다시 한번 샌프란시스코 여행의 목표를 다짐했다. 이규가 좋아 견딜 수가 없었다. 결혼까지 하고 나면, 이규도 자신이 다시 그의 곁을 떠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걱정 따위는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후기]
안녕하세요! 썬칩입니다!
ㅋㅋ 쬐끔 무거운...(?) 진지한 내용을 쓰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정말 진도가 안 나갔네요... 이 글을 12월 17일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돌발본 한다고 2주 정도 소비한 걸 제외하면 2주를 끙끙대고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올려두면 제가 다음 편을 어떻게든 써 오겠죠? 흑흑
종수가 힘든 일을 말 하는 애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굳이 따지자면 꾹꾹 참다 곪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가서는 당연히 이런 걸 어디에도 풀지 못하고 있다 제일 마음이 놓이는 곳 = 이규 옆 에서 한번쯤 터졌던 게! 이규의 과도한 걱정의 시발점을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ㅋㅋ 그렇게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금세 터져나와버리더라고요.
하지만 결국 시간이 답이듯, 종수도 이제는 이규의 옆에서 좀 더 감정적으로 성장하는 녀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있군요.. ... ...!! 그리고 그걸 어렴풋이 알아 챈 종수는 이규와 꼭 결혼을 싶어할 것 같다고도 생각합니다 ^ㅡ^ !!
돌발본을 열심히 썼으니 이제는 진짜로 그랑해 연재만 남았네요😇 이 뒤에 중간 부분이 뻥뻥 비어있는데, 열심히 플롯 짜고 쓰고 매워서... 원대한 해피엔딩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표지 일러도 받고 축전도 이미 두개나 받았죠... 꼭 완결 내고 만들어야만한다 소장본.... .. ..!!!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좋아요 댓글 메세지 멘션 스핀 뭐든 남겨주시면! 좋아합니다><~! 아주 큰 힘과 응원이 됩니다 ^ㅂ^ 저랑 대댓소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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