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모차르트 X 젤라스

underwater by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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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장가를 불러 줄래. 그러면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사랑스러운 질투에게 애걸한다. 희멀건한 낯 위로 그늘이 지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떨리는 손을 뻗어 잔뜩 찌푸려진 질투의 미간 사이를 꾹꾹 눌러 본다. 널 이해하지만 사람은 오래 잠들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걸. 내가 백조의 노래를 완성하기 전에 떠나길 바라는 건 아니잖아. 협박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건 사실 고백이야. 살아 있는 동안 널 위한 자장가를 완성하겠다는, 그리고 그 노래가 끝나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겠다는 고백. 물론 질투는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끝없는 맹목과 견고한 일방의 집착이 빚어내는 저 열망. 언제나 어긋나는 우리의 시선. 괜찮아,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란 애초부터 없을 테니까. 나는 질투의 찬 손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건조한 피부 위로 옮아드는 사늘한 온기. 너의 이 실재하지 않음을 사랑해. 집요한 시선을 견디다 못한 질투는 어쩔 수 없이 입술을 달싹인다. 권태로운 표정이 그의 낯 위로 어렴풋 스치고 지나간다. 희미하게 시작되는 선율. 세상에 없는 음악.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견디게 만드는, 살아 있도록 돕는 비참의 결정. 네가 나를 먼저 안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내게 건네는 것이 치명적인 음악뿐 아니라 둘도 없는 애정이라면,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 탐심과 모순의 굴레 아닌 삶을 위한 유대라면. 불가능한 상상에 사로잡혀 흐려지는 동공을, 너는 진작 알아봤겠지.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멜로디. 내 슬픔이, 아주 일부분일지라도, 네 것과 닮아 있기를 바랐어.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어슴푸레 밝아 오는 새벽. 잦아드는 노래에 멀어지는 의식. 나를 중독시킨 건 네가 주었던 음악이었을까, 애증 어린 눈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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