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창식
1천자 이상, 플롯형, 컨펌O
먼지 구덩이에 나앉은 바리아의 부대원을 본 적이 있는가? 설마 그러한 일이 벌어질 거라 감히 생각이나 해 봤을는지. 이렇게 직전의 사태를 회고하고 있는 일개 대원인 나조차 상상깨나 할 수 없을 일 아니던가. 그것도 바리아의 소속이라면 더더욱! 그래, 그 누구도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지 않으매 외람히 그래서는 안 되고 생심코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
잠. 우리는 그것을 수면을 취하는 것이라 부르고, 신체가 휴식을 겪는 일을 의미하며, 이는 꿈을 꾸기 위함이기도 했다. 아득해지는 정신 속 시간이 흐른 후를 기대하며 잠이 드는 자들에게, 일어나지 못할까 두렵지 않으냐 묻노라면. 그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대답을 하였더라. 두렵지 않다고. 자신에게는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목표가 있으매 눈을 뜨게 될 것이라
파이널판타지14 마의 전당 판데모니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왜 내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엘리디부스, 네 연애사를! 눈앞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 들어야 하냔 말이다!” “에메트셀크, 정숙해라. 괜히 소리가 새어 나가기라도 했다간 창조물 관리국도 곤란해질 거다.” “라하
배신감. 그에게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었나, 허무함이었나. 그것들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아론, 너는 내게 어째서 그랬는지. 그래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 ―사내는 눈을 감았다. 자고로 전장이라는 목숨이 걸린 위치에서 제 등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상대란 세상에 몇 없는 법이다. 그리고, 아이언 폰 데스몬드는 그러할 수 있는 상대가 있
네 하고 싶은대로 해 봐. 이번에는 흥미가 빨리 식기를 바랄게. “이스첼.” 그날은 눈이 내리는 적막의 겨울, 고요를 품은 칠흑빛 밤이 뒤덮인 하늘. 이스첼, 하고 제 이름을 부르는 무미건조한 목소리. 함박눈이 아니면 모든 것을 빼어 닮은 저의 눈앞 순백의 천사. 하나를 제한 모든 것이 다르다. 지금 시간대에서는 볼 수 없는 물빛
미츠루기 레이지는 알았다. 그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건을 재판하는 검사여서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아니, 하나의 인간으로서도 아니다. 미츠루기 레이지, 그 사내는. 나나후시 빌리에게 무늬만 가족이었음을. 너무나도 뒤늦게, 깨달았다. 눈앞의 소녀가 이리도 제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을 보며, 사내는 그만 눈을 질끈 감을 뻔했다. 빌리 양, 잠시 대화
나는 결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켄드릭. 둘째가라면 서러울 암살의 대가들. 어둡디 어두운, 광명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 그 속 왕족의 짐승이 바로 나다. 토코 켄드릭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상 늘어지는 그림자 밖으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했고, 변치 않을 불변의 사실임을. 그는 알았다. 부욱, 소리와 함께 곰인형의 팔을
자해와 관련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물거품의 종막을 만인이 안다. 그 모든 것을 삭혀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 않는다. 하지 못한다. 네가 지켜낸 세상이니까. 지긋지긋한 벚꽃이 핀다. 분명, 예전에는. 지긋지긋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먼지가
너를 좋아하는 나는 멍청이일 수밖에 없다. 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돌아오는 대답은 단호하기 그지없다. 한심하다고 하면 할 수 있을까. 토코를 좋아하는 내가, 한심한가? 아니. 너를 좋아해서 한심한 게 아니야.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은 내가 한심한 것이다. 내가 누구인데. 키르아라는 이름 뒤에 붙은 성씨가 짊어지게 하는, 이 무게감이 무엇인데. 사
파이널판타지14 마의 전당 판데모니움 연옥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흰 로브를 입은 사내는 달에 발을 디딘 채 멀거니 아이테리스를 바라본다. 그 옆에는 저와 다르면서도 추억 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검은 로브를 입은 자가 서 있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이곳. 주위를 둘러보면 오로지 공허
파이널판타지14 암흑기사 50렙 잡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당신. 이 음료수를 5천길을 주고 샀다고요.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잘못 산 거야? 그렇구나. 몇백 길이면 살 수 있는 것을 제가 한눈판 사이 몇 배를 주고 사 오셨더군요. 당신은 정말이지, 제가 없으면……. 그래, 네가
자살, 교살, 목조름과 관련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밧줄은 꽤나 거칠었다. 손끝에 닿는 감촉은 까슬거렸다. 제대로 정돈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는 제 삶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을 목도한 자가 가질 수 있는 생각인가. 알 수 없었다. 상기한다. 제 두 손 아래에서 꺼뜨려 버린 달
이 세계의 7일은 영원히 반복된다. 그것은 지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영원불멸의 정의였다. 그리고, 그 정의는 깨질 것이라는 걸. 세 번째 지휘사는 오래 지나지 않아 알아챘다. 눈앞에 떠 있는 1이라는 숫자가 여느 때보다도 붉게 빛나고 있었으므로. 이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전지전능의 존재도, 제가 아닌 다른 지휘사들이 알려준 것도 아닌. 제4의 벽을 넘어
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 S의 몸을 강제로 취해 제국군과 손을 잡고 알테마 웨폰을 활성시켜 야만신을 흡수했던, 라하브레아의 발자취가 남기는 역사가 종결되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역사는 승자가 적어내려가는 것. 그러니 아씨엔 라하브레아의 역사는 더
천공 天空, 끝없이 열린 하늘. 그것은 우연한 사고였다. 사고의 일치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방주에서, 치명상이라는 단어에 꿰뚫려 생과 사를 오가는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선생뿐이었으니까. 하얀 들꽃에 붉은 무리가 짙게 번진다. 탕, 파열음이 날카로이 창천을 찢고 우리의 그를
목조름 묘사가 있습니다. 감상에 각별히 주의 부탁드립니다. 봄이 진다. 벚꽃잎 하나가 흩날려 보호색을 자처하다시피 하는 분홍빛 머리카락에 똬리를 뜬다. 그래, 이것은 지는 봄. 사랑의 종착점. 접경도시는 멸망하지 않았으나, 저의 세계는 무너져 내렸다. 그는 지휘사로서 흑핵을 정화하고 세상을 구할 사명을 지니고 있는 이였으나, 그러할 가
“새끼야, 안 꺼져? 우리가 먼저 왔으니까 그냥 곱게 가라…” “D야, 오랜만에 봤는데 말버릇이 그게 뭐야~” 예쁜 말 해야지, 예쁜 말. 사내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지랄하네. 거기에 당신은 그리 답했다. 웬만한 주변인들이라면 다 알 것이었다. 저 표정이 누구 앞에서만 짓는 표정인지. 그는 함부로 웃음을 꺼내드는 사람이 아니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