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ysion Project (엘리시온 프로젝트)
9화
갑자기 병실에 나타나 본인을 '캐논'이라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하는 수수께끼의 존재. 그런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우리 셋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레? 다들 왜 그래?? 어째 분위기도 이상하고... 뭐지?"
캐논이란 이름의 정체불명의 무언가는 지금 이 상황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야 그렇겠지. 갑자기 이상한 게 병실에 들어왔을뿐더러 정작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는데 놀라지 않을 수가.......
"ㅁ, 뭐야... 요정? 아니면 요괴? 아니, 것보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
"이봐 너 요괴라니, 실례잖아. 물론 내가 요정처럼 귀엽고 깜찍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진짜 요정은 아니고 요괴는 더더욱 아니라고~?"
그야 그렇겠지. 애초에 이 세상에 요정이나 요괴 같은 건 없으니깐. 그러면 얜 대체 정체가 뭐지? 뭐길래 왜 우리에게 아는 척을 하는 거지?
"저기... 그러면 너는 누구인 거야? 왠지 이브와 닮은 거 같은데... 혹시 이브와 비슷한 A.I인 거니?"
"오! 용케 알아보는구나~? 맞아! 이래 봬도 나는 이브 못지않은 최상급 A.I란 말씀!"
"........!!"
그 의문은 의외로 간단하게 풀렸다. 미이의 이브와 닮았다는 말에 캐논은 왠지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 말이 맞는다며, 자신은 이브처럼 인공지능이 탑재된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여기에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프로그램은 오직 그녀 한명 뿐일 텐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일단 이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확실히 알기 위해 순간 나도 모르게 캐논이라는 프로그램을 향해 손을 뻗어 그대로 그것을 잡아버렸는데 보통 A.R 특성상 시각과 청각 정도만 건드리는 경우가 많기에 분명 못 만질 줄 알았지만 그런 예상과는 달리 캐논은 내 손에 만져졌고 또한 잡혔다. 심지어 크기는 작지만 내 손바닥에는 캐논의 체온과 피부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져서 만약 요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또는 피규어가 살아 움직인다면 대략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으아아아아악!!!!! 이거 놔!!! 난 장난감이 아니라고~!!!!!!!"
아무튼, 일단 그건 제쳐두고 일단 만질 수 있는 이상 캐논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여기저기 만져보며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내 손이 거칠고 아프게 느껴지는지 하지 말라고 소리를 빽빽 질러대기 시작했다.
A.I 주제에 성량은 또 얼마나 좋은지 오죽하면 병실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서 의사나 간호사분들이 이 소리 듣고 오시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미이와 지온이 이러다 병실에서 쫓겨나는 거 아니냐며 인제 그만두는 게 어떻냐고 말리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정말로 바깥에서 누군가가 헐레벌떡 달려오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큰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병실로 들어왔다.
"헉... 헉... 죄, 죄송합니다... 혹시 여기에... 피규어 크기 정도 되는... 작은 프로그램 하나가... 들어오지 않았나요.....?"
갑자기 병실에 들어온 인물은 짧은 고동색 머리의 녹색이 섞인 갈색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었는데 그를 보는 순간 캐논의 얼굴은 환하게 변하더니 순간 상황 파악이 안돼서 풀린 내 손에서 빠져나왔다.
"아, '노아'! 왔구나? 드디어 찾았어! 마침 대화하려던 참이었는데 나이스 타이밍... 이긴 한데 나 좀 도와줘~! 지금 하얀 머리 애가 날 고문하고 있어~!"
아니, 고문이라니... 말이 좀 심한 거 아냐... 확 그냥 진짜 고문이 뭔지 이참에 알려줘? 그것보다 저 분은 꽤 지쳐 보이는데... 괜찮으려나... 밖에서 소리 들어보니 여기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온 거 같은데........
아니, 것보다. 대체 왜 어제부터 이런 이상한 일들만 생기는 거야. 왜 이런 일만 벌어지는 거냐고... 이제 나도 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
"저... 이제 괜찮으세요?"
일단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간병인 전용 의자에 앉힌 다음 미이가 병실 냉장고에 들어있던 냉수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그 사람은 냉수를 받자마자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일단 교복을 입은 거로 보아 우리와 같은 고등학생인 거 같은데 학년을 몰라서 선배인지 동급생인지 잘 몰라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아... 정말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그리고... 나 때문에 많이 놀랐지? 초면인데 갑자기 들어오고 추태를 부려서 미안해....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자기소개를 안 했네. 내 이름은 '서노아'라고 해. 너희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여기 학생증....."
노아 선배라고 하는 사람은 자기소개와 함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낸 후 자신의 학생증을 보여줬는데 그것을 보니 그는 실제로 우리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선배 였다. 이후 우리도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리고 바로 전에까지 나한테 붙잡혔던 캐논은 현재 그 선배의 어깨 위에 앉아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까 전 일로 삐지기라도 했는지 나를 향해 매롱하고 혀를 내밀며 그대로 노아 선배의 뒤로 숨어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캐논 때문에 많이 놀랐지? 정말 미안해. 공원에서 너희를 발견하더니 모른다면서 무작정 따라가는 바람에......"
공원에서부터 여기까지 따라왔다? 그럼 그때부터 느꼈던 인기척의 정체가 캐논이었던거구나......
노아 선배는 이후에도 아까 전 캐논의 행동에 대해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데 2학년 선배에게 이렇게까지 사과를 받기 뭐해서 놀라긴 했지만 이젠 괜찮으니 너무 그러지 말라고 했다.
"저기... 그런데 캐논은 왜 리라랑 지온을 따라온 거야?"
그런 상황에 미이는 노아 선배의 뒤에 숨은 캐논에게 무슨 일로 나와 지온을 따라왔냐고 물어봤는데 캐논이 말하길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거라고 대답했다.
나한테 할 얘기라고? 대체 뭐길래 그러지? 무슨 얘기가 있냐며 조금 퉁명스럽게 말했는데 그러더니 캐논은 나의 코앞까지 날아오더니 아까의 장난기 있는 얼굴이 아닌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너... 최근에 이브와 만난 적 있지? 그리고 이브에게서 뭔가를 받았고... 맞지?"
"......!!! 그걸 어떻게.......!"
캐논은 내 반응을 보고 '역시...'라는 반응을 보였고 노아 선배도 말은 하지 않지만 표정을 보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나만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데... 지금 무슨 이야기인 거야?"
유일하게 이 상황을 모르는 지온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게 무슨 예기냐고 묻는데 그런 그에게 미이가 실은 어제 이브를 만났고 동시에 이상한 괴물과 마주쳤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 후 이야기는 내가 이어서 했는데 미이가 정체불명의 괴물들에게 공격 당해 정신을 잃고 그대로 죽을 뻔하던 그때, 이브에게 싸울 수 있는 힘이라면서 그녀의 도움을 받았고 그대로 목숨을 건졌다고... 미이에 비해 비교적 무미건조하게 이야기 했다.
"뭐?! 아니....잠.....그걸 왜 비밀로 하다가 이제와서 말하는거야?!?!"
지온은 그 얘기를 듣고 당연히 경악을 금치못한 표정을 지었으며 그런 엄청난 일이 있었으면 얘기를 왜 지금까지 비밀로 했냐고 묻는데... 아니 스바 애초에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듣고 믿어 주겠냐?! 누가 봐도 머리 다쳤냐며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결말밖에 안 나오는데?!
순간 머리와 입이 동기화 된 거마냥 뇌의 필터를 걸치지 않고 그대로 험한 말이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고,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며 그러고 나서 이브에게 그 괴물들은 뭐냐고 물어보았지만 그것은 관계자 외 알려져선 안되는 큰 비밀이라고 하였으며 또 앞으로 영원히 이곳에서 모두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캐논은 이야기를 전부 듣고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거기서 나는 그런데 너는 왜 그런걸 물어본 거냐고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노아 선배가 대신 답을 해줬다.
"실은 말이야. 나와 캐논은 그 괴물들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어. 그리고 이곳에 대해서도......"
"이곳에 대해서라니... 그건 또 무슨......."
"............"
노아 선배는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어째선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데 그 자리에 캐논이 끼어들었다.
"자자, 그 이야기는 일단 나중에 하고. 너희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나를 포함한 이쪽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너희들도 우리에게 협력해줬으면 하는데 "
협력이라니... 무슨 첩보영화 같은 데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하네... 하지만 솔직히 그때 이브가 했던 말의 의미가 뭐였는지 그리고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야 하니... 미이도 나와 같은 의견이고 사실상 얼떨결에 휘말리게 된 지온은 일단 따라가보고 결정해보기로 하겠다고 했다.
"좋았어~! 그럼 비밀 아지트로 가자! 그곳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일단 더 정확한 사정도 알 겸. 캐논이 말한 비밀 아지트로 가기로 결정했다. 다만 미이는 일단 퇴원절차를 밟아야하기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하는데 바로 그때 노아선배가 그럼 자신이 미이의 퇴원 절차를 도와줄 테니 나와 지온 먼저 가라고 말했다. 아까 전 멋대로 병실에 들어온 것에 대한 사과의 표시라고.
사정을 듣고 알겠다며 그렇게 나와 지온이 먼저 가기로 하고 일단 장소는 캐논이 알고 있기에 먼저 캐논을 내 AR 디바이스에 옮긴 후 그녀를 따라 먼저 비밀기지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단체 톡도 만들었다.
"근데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미이랑 노아형... 둘이 같이 있는 거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지 않냐?"
"아... 나도 동감. 미이의 경우엔 이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노아 선배도 '같은 과'일 줄....."
"이봐 너희들~! 지금 둘이 잡담할 때야?! 빨리빨리 가자고~!"
그렇게 나와 지온 먼저 병원을 나와 캐논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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