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ysion Project (엘리시온 프로젝트)
10화
그렇게 노아 선배와 미이는 퇴원 절차 때문에 병원에 남고 나와 지온은 먼저 그 비밀 아지트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 거리로 나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캐논이 말하길 그 곳은 여기에서 조금 먼 곳이라고 해서 조금 오래 걸어갈 수 있다고 하였는데 실제로 평소보다 오래 걷고 있다.
그나저나... 평소 밖에 잘 안 돌아 다니는 편이라 지금까지 잘 몰랐었는데 신도시라 그런지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이며 거리에 설치되어있는 스피커에서는 이브의 노래가 평소와 같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저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
"뭔데?"
".....?"
그런데 같이 길을 걷던 지온은 갑자기 내 단말기 속에 있는 캐논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안 들리는 목소리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는데 뭐 때문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너 말이야. 정말로 이브와 같은 A.I인 거야?"
"응. 정확히 말하면 A.I이자 가상 아이돌이라 할 수 있지. 그런데 그건 왜?"
"아니, 솔직히 말해서 놀랐거든. 설마 이브 말고도 또 다른 A.I가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깐. 그래서 진짜인가 확인하고 싶달까......"
확실히. 지온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은 나도 이해가 간다. 그도 그럴 게 이브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매스컴에 나오고 난리가 났으니깐. 그야 그럴게 자기 의지대로 춤추고 노래하는, 그것도 순수 100% A.I라니... 나도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가고 있다지만 그런 게 진짜 가능한가 싶었고......
그런데 그런 A.I가 하나 더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 이렇게 우리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솔직히 원래라면 믿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캐논은 그의 말을 듣고 '난 또...'라며 별거 아니라는 듯한 목소리로 반응을 보이더니 우리에게 이유를 알려줬다.
"그야 그럴 거야. 세상에 나와 활동하고 있는 이브랑 달리 나는 미완성인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되었으니깐."
미완성? 게다가 방치되었다고?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오랫동안 방치되었다는 거. 게다가 미완성이라니....."
캐논의 말에 둘이 얘기하는 것을 조용히 듣고 있던 나는 무심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두사람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는데 캐논은 계속 무덤덤하면서도 어째 아까보다는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응, 그게 실은 이브가 개발 되고 나서 얼마 후 나도 이브의 뒤를 따라 만들어졌는데 개발 도중에 사정이 생겼거든....."
"사정? 대체 무슨 사정이 있었길래......"
"그게... 솔직히 말해서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 이상하게 그 당시의 기억만 쏙 빠진 것 같달까...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 거 있지? 아무튼, 그렇게 쭉 오랫동안 잠들어있었다가 노아가 나를 발견해서 깨워줬어. 그 후 나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고 부족했던 기능도 넣어줬고."
캐논은 그렇게 자신의 과거의 일부를 예기해줬는데 그 얘기를 듣다가 나와 지온은 어느 순간부터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게 캐논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는 줄은 전혀 모르고 괜한 말을 해서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으니......
"그랬었구나... 왠지 미안......"
지온도 캐논의 말을 듣고 미안함을 느꼈는지 내 AR 디바이스에 있는 그녀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괜찮아. 꽤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이젠 신경 안 쓰니깐. 그러니 너희도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러나 캐논은 그때의 일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는지 여전히 무덤덤했고 오히려 괜찮으니 우리에게도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그저 발랄하고 해맑은 A.I로만 알았었는데 의외의 면이 있구나.....'
나는 그런 캐논을 보고 첫인상과는 다른 면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캐논은 바로 잡담은 그만하고 비밀기지로 가자고 하였으며 나와 지온은 알겠다고 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몇 분 뒤 캐논이 도착했다며 도착한 곳은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왠지 모를 적막함이 느껴지는 한 빈 건물이었다.
"와우... 설마 여기에서 이런 건물을 보게 될 줄 몰랐는데......"
"야 캐논... 정말 저 건물에 들어가야 하는 거야? 그냥 안 들어가면 안되? 어째 딱 봐도 귀신 나올 분위기인데....."
지온은 건물의 외관 분위기 때문인지 내심 들어가기 꺼리는 거 같아 보였는데 그의 손을 보니 미세하게나마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혹시 얘....귀신이나 무서운 이야기에 약한걸까?
"어허! 지금 뭔 소리하는 거야?! 겉보기엔 저래도 안에 들어가면 깜짝 놀랄걸? 자자! 지금 막 원격으로 도어락을 풀었으니깐 빨리 들어가자고!"
그러나 캐논은 원격으로 문에 있던 도어락을 풀더니 우리에게 빨리 들어가라고 아우성을 쳤다. 결국 우리는 그 아우성에 어쩔 수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건물 내부에 들어서니 건물 외관과 달리 내부는 무척이나 깔끔하였고 도저히 밖에서 봤던 건물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대박... 뭐야, 여기... 장난 아니잖아?"
실제로 바로 전까지 들어가기 꺼렸던 지온도 지금은 눈을 반짝이며 건물 내부를 보고 감탄을 할 정도였다. 솔직히 나도 절로 감탄하게 될 정도니깐.
"자~도착했으니 나도 이제 슬슬 나와볼까?"
캐논은 비밀기지라는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본인도 슬슬 나오 AR 디바이스에서 나왔다.
"........!!!"
"우왓?! 뭐야?!"
그런데 밖으로 나온 캐논은 우리가 병원에서 봤던 피규어 정도의 작은 모습이 아니라 우리와 별로 키 차이 안 나는, 그야말로 인간과 거의 유사한 모습이었다.
"흐음~! 역시 원래 크기로 돌아오니깐 좋구나~ 역시 원래 모습이 최고라니까~!"
라고 말하며 캐논은 크게 기지개를 피며 몸을 푸는데 그 모습을 본 우리는 이미 2번이나 놀랬지만 이번에는 더 크게 놀랐다. 오죽하면 대체 오늘 몇번이나 놀랄 일이 벌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응? 뭐야? 너희들 왜 그래? 원래 크기로 돌아온 거 뿐인데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캐논은 깜짝 놀란 우리 둘을 보고 왜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크기로 돌아와? 그럼 혹시... 지금 모습이 너의 원래 모습이라는 거야?"
"응. 그야 그럴게 이브와 같은 A.I가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곤란하잖아? 그래서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투명화를 하거나 작은 모습으로 있는 거야."
"헤에........"
캐논의 대답을 듣고 우리는 어느 정도 수긍하였다. 하긴 우리도 캐논을 처음 봤을 때 굉장히 깜짝 놀랐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면 분명 큰 난리가 나겠지.......
"그나저나 리라 너는 여기에 와도, 내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도 영 표정에 아무 변화도 없네? 지온 눈앞에 뭐가 벌어져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다니... 물론 이미 3번이나 놀라기도 하고 평소 표정에 티가 잘 안 나타나서 그렇겠지만 이래 봬도 꽤 많이 놀란 건데........
"캐논 네가 이해해, 리라 쟤가 워낙 포커페이스라서 감정 표현이 얼굴에 잘 안 나타나거든. 오죽하면 학교에서도 항시 무표정으로 있을 정도라니깐?"
"헤에......"
그 와중에 유지온 넌 굳이 변호해주냐... 게다가 캐논 넌 왜 거기서 수긍을 하는 거고......물론 내가 감정 표현이 남들보다 적은건 사실이지만.....
"아무튼,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보여줄 게 많으니깐. 여기저기 안내해줄게~ 노아랑 미이도 기다릴겸 해서!"
그렇게 캐논은 원래모습을 한채 노아선배와 미이가 올때까지 우리에게 건물 내부에 대해 상세히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다만 여기까지 오느라 다리가 조금 아프기도 해서 조금 쉬었다 안내받기로 했고 일단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안내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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