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창작

주간창작 참여

주제: 무지개, 자캐 중 한명의 이야기

“하아… 기분 진짜 꿀꿀하네…”

방금까지 화창했던 어느 오후 시간,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분명 오늘 일기예보에는 비가 온다는 소식이 전혀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운이 좋게도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길 망정이지 하마터면 비에 쫄딱 맞은 채로 돌아올 뻔했네…”

그런 혼잣말을 하며 나는 바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기에 집에 있던 초콜릿 시럽을 이용해서 만든 따뜻하고도 달콤한 모카라테를 홀짝이고 있었다.

“………”

피곤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달콤한 커피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이날만큼은 제아무리 초콜릿 시럽을 커피에 넣어도 기분이 영 나아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렇게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 되면 그때의 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 오래전부터 아버지, 정확히는 친아버지 간의 회사에 관한 의견 차이로 인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나머지 결국 절연과 동시에 본가에서 나온 나는 아예 새로운 인생을 살자는 의미로 해외로 나와 이름까지 개명하고 드디어 내가 원하던 삶을 살게 되었지만, 그 행복은 얼마 가지 못한 채 내가 살던 곳에 심각한 폭우가 쏟아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 대피를 도와주다가 정작 내가 대피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고 폭우로 인한 산사태까지 일어나는 바람에 나는 그 사고에 제대로 휘말리고 말았다. 그 탓에 돈이고 뭐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고 흙더미에 깔렸을 때 나는 이렇게 죽게 될 운명이겠구나 했지만... 다행히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신을 차렸을땐 어느 병원, 당시 어느 어르신이 나를 발견해준 덕분에 살 수 있었다. 더불어 그 분은 내가 어린 나이에 자연재해로 인해 재산이고 뭐고 가여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하숙하는 쪽으로 이 집에 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비가오는 날만 되면 그때가 자꾸 떠올라서 그리 기분을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런 일이 있었기에 지금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솔직히 좀 아이러니하다.

“어?”

오래만에 과거회상을 하다보니 소나기는 어느샌가 그쳤는지 먹구름이 가고 맑은 하늘이 보이더니 커다랗고 아름다운 무지개가 나타났다.

그러고보니 내가 그분을 따라가게 되었던 그때도 저런 무지개가 떴었지.

“후……”

아까까지는 그날의 일이 떠올라서 괴로웠지만 저 무지개를 보니 다시 기운이 나기 시작했고 그새 식어버린 모카라테를 마저 들이키며 이후 쌓여있는 업무와 집안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기로 했다.

오늘도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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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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