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담운] 싫어해! 하지만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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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모시고 다닐 기회를 줄게.”

화란이 도도하게 말했다.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분홍 꽃잎을 싣고 곱슬머리를 흔들고 지나갔다. 화란의 눈 색과 닮은 꽃잎이 장식처럼 흰 머리칼 위에 내려앉는다.

꽃과 미인은 지나치게 잘 어울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기까지 했다. 고양이 같은 눈, 흰 꽃잎이 내린 듯 새하얀 피부. 너무나 비현실적인 외모라 촉촉하고 붉은 입술이 오물오물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인형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산서제일미 백화란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그는 당연히 승낙이 돌아올 거라고 믿고 우아하게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까칠한 성격에 드물게도 살짝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괜찮습니다.”

그러나…….

“괜찮아?”

괜찮다고? 그게 무슨 소린데? 뭐가 괜찮은 건데? ‘저 같은 미천한 사파 낭인이 그래도 괜찮습니까?’인가?

그런 거지?

“소저를 호위해 줄 다른 좋은 상대가 있을 겁니다.”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말투가 아니라는 걸 화란도 알고 있었다. 다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백화란은 아름답다.

척 봤을 때 여인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열에 열이고, 그 미모 덕에 산서제일미라는 호칭까지 가졌다. 그 덕에 어렸을 때부터 화란에게 접근하려는 사람은 넘쳐났다.

그러나 어딘가 비뚤게 자라난 화란의 마음을 채워줄 만한 이는 없었다. 둘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부모도 싫었고, 얼굴만 보고 다가오는 인간들은 더 싫었다. 물론 집안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은 더 싫다.

그래서 화란이 먼저 밀어낸 사내야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이렇게 거절당한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왜? 나 같은 주인 모시기가 쉬운 줄 알아?”

화란이 정말로 의아하게 물었다. 그렇다고 차분한 태도는 아니고 거절당한 분노로 언성이 잔뜩 높아졌다.

“그 말대로 저한테 소저처럼 귀한 분의 호위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담운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이 화란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자존심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는 태연한 모습이 정말 화가 났다. 그런데 왜 화가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담운의 말이 맞았다. 그는 화란이 생각했던 대로 ‘미천한 사파 낭인’이다.

산서의 지방 유지인 백씨 가문의 핏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신분이다. 가출한 화란을 몇 번 도와줬지만 그뿐. 보답을 하고 싶다면 몇 푼 쥐여주면 그만이다. 그게 상식이다.

그렇지만, 그게 맞지만. 그런데!

‘감히 건방지게 날 거절해?’

너무 화가 나!

그러나 화란은 담운을 당장 붙잡지 못했다. 붙잡는 것도 자존심이 상했다. 왜냐하면, 그게.

그에게 단순한 감사 외에 감정이 피어난 게 아니라면, 왜 상식 선에서 보답을 끝내지 않는지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란은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다. 다른 이유가…….

화란이 옷자락을 꾹 붙잡았다.

아무튼, 정말 못됐어! 꼭 주제를 알려주고 말 거야! 나한테 매달리게 만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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