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커비

푸푸푸왕국의 아이템 분배

글뭉치 by Bi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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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터즈 기반. 글쓴이의 플레이타임이 짧으므로 등장인물 캐해석 오류 주의. 점주가 커비 헌터즈의 문제에 뛰어듭니다.


이 곳은 평화로운 푸푸푸왕국.

재미없는 구름과 맑은 하늘, 적절한 습도의 바람이 부는 항구마을 광장이다.

‘햇빛도 노곤하니 낮잠이나 푹 자고 싶을 만큼….’

만물상의 점주 마버로아가 한쪽 턱을 괸 채로 눈을 찡그렸다. 잠을 쫓기 위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장비의 연구와 개발로 밤을 새워 기껏 쓴 인상이 풀리고 말았다.

‘오늘은 종일 한가한데… 조금 늦장 부려도… 괜찮… 겠지….’

점주 마버로아는 등 뒤 벽에 머리를 기댔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의 후드를 드나들고, 외투를 펄럭이며 손장난을 친 뒤 떠나는 느낌이 좋았다. 얕은 의식에 머물던 점주가 더 깊은 꿈나라로 빠져들 때,

“마버로아!”

정면에서 외치는 큰 소리에 점주는 눈을 번쩍 뜨며 일어났다.

“어, 히어로 스워드 커비구나! 어서 와!”

“오늘은 무기의 상태 점검 때문에 왔어.”

“이리 넘겨주면 확인해볼게.”

만물상의 최대 고객 중 한 명, 히어로 스워드. 스워드 커비는 푸푸푸왕국에서 커비 헌터즈라는 팀을 이뤄 퀘스트를 해결하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만물상의 고객 상태가 이상했다. 점주는 손님을 빠르게 관찰했다. 눈을 찡그린 채 씩씩대고, 볼을 부풀린 모습은 전형적인 화난 상태의 표본이었다. 일심동체로 행동하는 헌터즈도 없었다.

'평상시엔 전투의 흥분으로 들뜬 넷을 진정하느라 바쁜데.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어.’

점주는 정말 온갖 질문을 정신없이 쏟아내던 헌터즈를 상기했다.

'심지어 내가 졸다가 깼는데 안부의 인사도 없잖아! 정말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마버로아가 이 세계에 떨어져 만물상을 운영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평상시의 헌터즈였다면 잠에서 깼냐, 깨워서 미안하다며 종알종알 떠들었을 거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불편한 표정을 한 커비는 처음 보았다.

그런데, 그게 마버로아가 할 일이던가?

마버로아는 푸푸푸왕국이 망하든 말든 상관 없었다. 자본을 모아 다른 세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날을 기다리고 있을 뿐. 기다리는 건 마버로아가 정말 잘 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손님이 요구한 서비스를 수행하면 된다. 정말 단순한 일이었다.

하지만 커비가 커비답지 않은 게 신경이 쓰였다.

‘정말, 커비답지 않게 걱정을 하고 말이야… 어쩌겠어. 소중한 단골을 위해 친절한 점주께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할 때가 온 거지!’

스워드의 검을 꼼꼼히 점검한 마버로아는 물건을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검에 이상은 없어. 그런데 최고의 단골 중 한 명이 왜 화가 났는지 궁금한걸? 심지어 동료도 없이 혼자 왔잖아?”

"사실… 우리 싸웠어!”

푸웃, 마버로아가 숨을 참는듯 웃었다. 그가 초록색 벨트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크크, 맞춰볼게. 또 음식 나누다 싸웠구나? 서로 더 먹겠다고 욕심 부린 거지?”

“아니야! 이번엔 정말 심각했어! 커비 헌터즈의 해체를 고민할 정도로 싸웠단 말야!”

헌터즈의 해체라니? 마버로아는 졸음이 달아날 정도로 놀랐다. 그 커비들이 영웅심 빼면 딸기 장식 없는 쇼트케이크인데, 해체라니?

마버로아의 꿈을 이루려면 당분간 상업을 계속해야 했다. 그런데 최대 고객인 헌터즈가 해체하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물론 그가 영업한 시간은 길었다. 기존의 고객을 기반으로 품질을 유지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헌터즈 없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고, 지속 가능한 상태라며 손 놓고 있는 건 계획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었다.

“도와줘 마버로아! 네 도움이 필요해!” 검을 챙긴 스워드가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윽, 너 또 그런 눈빛으로 본다.”

“몇 번 안 썼어! 깎아달라고 조를 때?”

“난 4인분을 상대해야 했거든?”

"결국 안 깎아줬으면서….”

커비의 기분은 나아졌으나, 마버로아는 다른 곳으로 말이 새기 전에 화제를 돌려야 했다.

“그건 그거고, 왜 하필 나야? 화를 내면서 여기까지 왔다면, 오는 길에 네 친구들이 무슨 일인지 물어봤을 텐데.”

"다들 물어보곤 ‘모르겠다’라는 대답만 들어서…. 마버로아만 남았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똑똑하니까, 응? 도와줘!”

사실 마버로아는 커비의 대답을 알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도움이 안 됐거나, 복잡한 일이란걸 알고 피했다. 특히 후자의 친구들은 분명히 한 때 커비의 적이었던 녀석들일 거다.

‘의도가 있든 없든, 결국 나한테 떠넘긴 거지….’

불순한 생각을 한 채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은 마버로아가 자신의 손바닥을 소리 내 마주쳤다.

“하지만 스워드도 나에게 어떤 일인지 바로 말해주지 않았는걸?”

“그건… 음….” 히어로 스워드가 망설였다. “마버로아가 직접 보고 판단해주면 안 될까? 안 되겠지? 지금은 영업 중이니까….”

히어로 스워드는 시선을 내렸다. 거절을 각오한 모습이었다.

“아니야. 도와줄게.”

“어? 정말? 가게는 어쩌고?”

"어디에 가도 언제 만나도 계속 친구로 있자고 했으니까. 오늘은 문 닫지 뭐!”

“우와, 고마워!” 히어로 스워드가 점주 마버로아의 손을 덥석 잡고 붕붕 휘둘렀다.

“근데 우리 언제 그런 말을—”

“진정하고 도와준다면 빨리 출발할 수 있을 거야. 이 손은 정리 정돈에 쓰자.”

“알겠어! 이쪽으로 들어가면 될까?”

“그래, 귀한 물건들이니 조심히 들어와!”


정리를 끝낸 마버로아는 선반에 있던 작은 금속제 통을 챙겼다.

“이제 갈까?”

“좋아! 근데 그건 뭐야?”

“마지막 협상 도구랄까… 안 쓰면 좋겠지만, ‘혹시나…?’싶은 일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까.”

마버로아와 히어로 스워드는 만물상 밖으로 나와 문을 잠갔다.

“여기서 멀진 않았으면 좋겠어~”

“멀지 않아! 조금 걸으면 나올 거야.”

커비의 말 대로 ‘이 정도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조금’ 걷자 다른 헌터즈들이 눈에 띄었다.

원목 테이블에 헤비 해머와 매직 빔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들 건너편 의자에서 힐링 닥터가 테이블에 뺨을 기대고 앉아있었다.

“아아…, 스워드! 그리고 마버로아?” 닥터가 겨우 시선을 올려 손을 흔들었다.

“상황은 어때?” 히어로 스워드가 힐링 닥터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마버로아도 손을 흔들며 같이 앉았다.

“쟤들은 방금 전까지 싸웠고, 난 완전히 지쳤어….”

“그러니까!” 헤비 해머가 갑작스레 일어났다. 의자에 앉은 커비들과 점주가 들썩거릴 정도였다.

“우리가 이렇게 싸울 거면 그냥 버리자니까?”

매직 빔이 따라서 일어났다. “안 돼, 어떻게든 쓸모를 봐야겠어.”

힐링 닥터가 큰 한숨을 쉬었다.

마버로아가 히어로 스워드를 바라보며 웃음을 띄웠다.

“자, 이제 정말로 어떻게 된 건지 들어야겠는데?”

“내가 설명할게.” 힐링 닥터가 대답했다. “히어로 스워드가 널 데려온 이유가 있을 테니까… 우선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마워.”

닥터가 잠시 침묵했다.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우린 평소와 같이 퀘스트를 수행했어. 그런데 보상으로 우리의 잡과 관련이 없고,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물건이 나온 거야. 처음엔 해머가 "우리가 사용법을 알아내자!" 했고, 빔은 "위험할 수도 있는데 함부로 다루면 안 돼!" 그랬지. 그러다가 말싸움이 심해지고, 본래 목적은 잊은 채로 서로 험한 말이 오갔지. 나와 스워드는 말리려고 했는데…” 힐링 닥터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히어로 스워드가 이어서 말했다. “처음 싸운 주제와 완전히 달라져서… 누군가 도와줬으면 좋겠기에 만물상까지 뛰어간 거야. 근데 바로 말을 꺼내기 어려워 이유를 말하지 못 했어. 미안해!”

마버로아가 상상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가 봤을 때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스워드와 닥터의 설명을 들으면서, 마버로아는 해머와 빔이 등을 돌렸어도 서로를 몰래 쳐다보는 걸 보았다. 눈이라도 마주쳤을까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귀여울 정도였다.

“걱정 마. 이럴까 봐 준비한 협상 도구가 있지.”

셋은 싸움이 난 쪽을 쳐다보았다. 해머와 빔은 여전히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땅땅- 얇은 금속제 통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헌터즈는 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을 멈추고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여기 계신 푸푸푸왕국의 영웅 분들?” 마버로아가 자신이 챙긴 통의 옆부분을 손으로 튕겼다. “싸우는 것도 먹고 나서 하면 안 될까?” 점주가 해머와 빔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뭐?” 헌터즈가 동시에 외쳤다.

히어로 스워드는 놀랐다. 마버로아가 챙긴 ‘협상 도구’가 음식이었다니?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은 거지? 식사를 하기 전까진 충분할 거야~”

마버로아가 초록색 뚜껑을 열자 사과잼 쿠키가 나왔다. 폭실한 과자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잼이 헌터즈의 시선을 끌었다. 잼 안에 아낌없이 들어간 사과 조각이 정말 맛있어 보였다.

꿀꺽- 히어로 스워드와 힐링 닥터가 침을 삼켰다. 헤비 해머와 매직 빔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그 전에!” 마버로아가 해머와 빔의 얼굴에 손바닥을 내밀었다. “크크, 서로 할 말 있지 않아?”

싸운 당사자들은 서로를 어색하게 쳐다볼 뿐,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내가 했던 말에 상처 받았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 하지 말고 솔직히 말하는 거야~ 너흰 친구잖아?” 마버로아의 빈손엔 어느샌가 사과잼 쿠키가 들려있었다.

“사과 안 하면 스워드와 닥터도 못 먹어.” 점주가 선언했다.

“그,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친구들이 굶는 모습을 볼 수 없던 해머가 외쳤다. “처음엔 우리 헌터즈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랬어. 하지만 계속 싸우니 서로 상처 되는 말을 한 것 같아, 그게 더 미안했어…”

“나, 나도 마찬가지야.” 매직 빔이 말했다. “헌터즈에 도움이 되려고… 근데 서로 나쁜 말만 하니까 더 안 좋아지는 거 있지… 그래섴,”

마버로아가 해머와 빔의 입에 쿠키를 집어 넣었다. “봐, 잘 하잖아!”

해머와 빔은 당황한 채로 마버로아를 쳐다보았다. 점주는 커비들이 입에 집어넣은 쿠키를 천천히 씹다가 눈이 커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스워드와 닥터도 하나씩 들어.”

스워드와 닥터의 표정도 똑같이 바뀌는 걸 보며, 커비들은 참 재미있다고 마버로아는 생각했다.

“근데, 그런 물건이 있으면 만물상에 먼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야? 잊었나 본데, 가치 있는 물건이라면 내가 살 수도 있다고.”

헌터즈 전원이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을 지었다.

스워드와 빔은 쿠키를 흘렸다.


전리품 감정은 내일 하기로 약속한 뒤, 스워드는 배웅을 위해 마버로아와 다시 만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푸푸푸왕국의 멋진 구름이 노을을 덮어 하늘의 다채로움을 더했다.

“고마워, 마버로아.”

“단골을 위해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나한테 빚진 거야. 이제 좀 더 사주지 않으려나?”

마버로아가 킥킥 웃으며 농담을 하자 히어로 스워드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단골이라서 그런 게 아니야. 마버로아가 도와준 이유는 우리가 친구이기 때문이야!”

마버로아와 히어로 스워드는 걸음을 멈췄다.

‘분명 방금 전까진 선선한 바람이 불었는데, 더워졌잖아…’ 점주 마버로아가 생각했다.

“’계속 친구로 있자.’ 마버로아가 그랬잖아? 난 가끔 중요한 대화도 까먹으니까, 마버로아가 그랬다면 믿어. 우린 언제나 친구니까!”

“…그래, 그렇네.” 마버로아는 침묵이 길어지지 않도록 겨우 대답했다.

“쿠키도 고마워! 원래 마버로아가 먹을 건데 우리 일을 해결하느라 썼잖아…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긴 했지만.”

“그 일 때문에 오늘 못 번 매상과 쿠키 값은 달아둘 거야. 네 명 각자.”

“말도 안 돼!” 히어로 스워드 커비가 소리쳤다.

“크크크크, 그러니까 장난인 거지.”

“마버로아!!”

“그럼 내일 만물상에서 봐~”

마버로아는 커비의 웃는 얼굴을 확인한 뒤 순식간에 날아갔다.

내일의 약속을 뒤로 한 채, 해가 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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