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안 로시 & 소다훈

그런 꿈

포스타입 2020.05.08 업로드

파랑새둥지 by U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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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든, 마음이든 너로 가득 찰 때면 가끔 그런 꿈을 꾼단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사이로 드문드문 피어나는 들꽃이 아름다운 곳이었어. 그 한가운데에 자리잡힌 큰 나무 아래엔 우리들이 있었단다. 난 너를 무릎에 뉘이고 고개를 들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사이로 별처럼 빛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지. 무릎을 배개삼아 잠을 청하는 너의 모습은 참으로 고왔단다. 쓰다듬은 피부의 감촉도 꿈이 아닌 듯 생생했지. 꿈인걸 확인하려는지, 아니면 계속 그 곳에서 지낸 듯 익숙한지 자고 있는 너의 입술을 맞추기도 했단다.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꿈을 꾸고서 눈을 뜨면 침대엔 혼자 뿐이었어. 그래, 처음 그 꿈을 꾸게 된건 너를 진심으로 마음에 담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지. 그 이후로 네가 아주 많이 떠올릴 적엔 그 풍경을 다시금 만날 수 있었단다. 꿈에서의 너는 내가 알고 있는 아가인 듯 아닌 듯 하였어. 그 때의 너와 대화할 때면 항상 눈도 못 맞추고 주변에 찬바람이 가득했는데, 꿈에서 만큼은 오롯이 마주보고, 웃음짓는 거 마저 햇살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단다. 그 곳에 네가 있음으로써 의미가 있는 것 같았어.


장소는 조금씩 변했지만,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 떠다니는 청량한 하늘과 푸르른 풍경은 여전했어. 그 곳에서 우리는 길을 거닐며 즐거운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테라스에서 너머의 숲을 분위기 삼아 맛있는 식사를 하기도 했단다. 때론 말하긴 조금 부끄러운 그런 일을 한 적도 있단다. 그 때도 너의 숨결과 손길, 온기도 전부 현실과 닮아 꿈에서 깨어났어도 깊은 여운이 남았지. 꿈보단 마치 나를 위해 갖춰진 하나의 작은 천국과도 같았지. 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었어. 너도 나와 같은 꿈을 꾸었을까 하는 막연함이. 그 때 무슨 마음으로 너에게 그런 기대를 품었을까. 아가만이 내 곁에 있을 수 있다는 바램. 내쳐지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 붙잡으려 했던 나날과 더욱 깊어가는 꿈사이에서 혼동했었지. 현실은 쓰고 꿈은 달콤했으니까, 이기적이게도 난 그런 달콤함에 너를 억지로 데려가려 했고, 상황이 더욱 돌이킬 수 없어졌을 때 정신을 차리니 눈물이 나더구나. 어쩌면 꿈 속의 너는 옛날에 기억하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깨달은 뒤의 꿈은 슬프게도 비가 내렸고 너는 저 멀리 멀어지더구나.


그 이후로는 다시 그 꿈을 꿀 수 없었어. 적어도 너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때까지는. 여전히 너에게 다가갔지만 괴로웠단다. 결국 나의 천국은 밤의 꿈도, 마음을 키우는 꿈에서 조차 볼 수가 없음에. 그렇다고 너를 억지로 끌고 갈 수도 없었지. 그러던 어느날 너의 고백이 큰 꽃바람과도 같았단다. 이젠 현실이 회색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꿈으로 도망칠 필요도 없었지. 다행이게도 너와 함께한 그 밤엔 다시 처음 꾸었던 풍경에서 반딧불들과 함께 달을 구경하는 너와 내가 있었단다.



이젠 난 이런 '꿈'을 꾸려고 한단다. 너와 내가 영원히 함께 살아갈 작은 천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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