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안 로시 & 소다훈

너의 꿈

포스타입 2020.05.04 업로드.

파랑새둥지 by U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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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혼자 그렇게 서있었다. 온몸을 뒤덮은 척척함은 말도 안 나올 만큼 불쾌하고 찝찝했으며 살을 에는 음산한 기운마저 서서히 잠식해갔다. 그 뒤로 따라오는 비열하고 추악한 속삭임들이 뒤섞여 귀를 더럽혔다. 저가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은 결국 이런 것이었더라, 라고 억지로 잡혀 뿌리째 드러났음을 실감하였다. 지금도 앞을 가로막아 우두커니 서선 남아 있는 빛마저 가려버린 커다란 형태도 마치 제 삶을 쥐고 흔드는 제 아비와 같았다. 애써 눈을 감아 피해보아도 고막을 침투하여 어지럽히는 속삭임은 끊이지 않았다. 어쩌면 깨지 못할 꿈마저 이렇게 지옥 같을 수 있을까.


그 순간, 하나의 빛이 타오르듯 퍼져 주변에 있던 기운과 소리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눈부심에 차마 눈을 뜨지 못하다가 천천히 눈꺼풀을 올리니, 어느새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자의 주변엔 따스한 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련하게 미소 짓는 하이얀 얼굴은 매우 익숙하였고 저를 향해 뻗어 볼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여전히 밑도 끝도 없는 상냥함이 묻어나왔다. 너무나도 익숙하지 않아 계속해서 밀어냈음에도 너는, 그렇게 제 어둠을...



순식간에 의식을 차리고 눈을 떴지만 막상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고, 도리어 고통이 뒤따라왔다. 이윽고 제 몸을 감싼 이를 의식하고는 올려다보니 하얀 빛의 너는 여전히 평안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를 뱉어댔다.


“ 악몽을 꾼 모양이구나. ”


그의 등 뒤에서 비릿함이 뒤섞인 석산향이 은은하게 풍겨오자 왠지 모를 아득한 기분에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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