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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1

(울다하.)

샤르자드: 안녕하세요, 아르네. 잘 쉬셨어요?

아르네: 보자……. 어제는 푹 쉬었니.

아르네: 음.

아르네: 푹 쉬었다. 그럼 슬슬 출발할까.

샤르자드: 네, 가요.

(두 사람, 초코보 수송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한다.)

아르네: 아무래도 내가 어제 너를 너무 놀라게 한 모양이구나.

샤르자드: …… 이제 괜찮으신 거죠?

아르네: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르네: 원래 나이를 먹으면 가끔 그래.

샤르자드: …… 그게 뭐예요.

아르네: 응?

샤르자드: (부루퉁.)

아르네: …… 왜 토라지고 그러니.

샤르자드: 몰라요.

아르네: 왜애.

샤르자드: 또 쓰러지시면 저 진짜 울 거예요.

아르네: 알았다, 알았어. 약 챙겨먹었으니 오늘은 그럴 일 없을 거다.

샤르자드: 무슨 약이요?

아르네: 두통약.

샤르자드: …… 네에.

아르네: …… 왜 그렇게 못미덥게 봐.

샤르자드: 그게 두통 문젠가 싶어서…….

아르네: …… 음.

아르네: 아무튼 일하자.

샤르자드: 네에.

(지평선 관문 도착.)

다다넨: 네가 모험가 이슈타브구나. 모모디한테 얘기 들었어.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니깐!

다다넨: 이 '지평선 관문'은 서쪽에 있는 항구도시인 '저녁별 만'에서 물자가 들어오는 교역의 요충지라 항상 상인과 관리들이 바글바글하는 곳이야!

다다넨: 덕분에 여기는 항상 바빠. 초코보 다리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라니까. 그러니까 어서 날 도와줘!

다다넨: 모험가가 할 일도 넘쳐나니까 너도 열심히 해서 한몫 잡아봐! 준비됐으면 나한테 말하고.

다다넨: 이슈타브! 일부러 모모디한테 부탁해서 여기까지 널 오라고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야. 지금 당장 '구리종 광산'에 급히 가줘야겠어.

다다넨: 난 원석을 매입하러 온 보석상인인데, 벌써 한참 전에 배달됐어야 할 '물건'이 안 와서 발이 묶였어. 광산 쪽에선 아무 말도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고…….

다다넨: 계약금도 왕창 냈는데, 이대론 돈이 얼마나 깨질지 알 수 없어. 일부러 여기까지 와준 너도 헛고생하게 되는 거고.

다다넨: '구리종 광산'에 있는 '술 취한 수사슴'에게 이 '다다넨이 보낸 독촉장'을 들이밀면서 어서 빨리 납품하라고 전해줘.

아르네: 흐음.

아르네: 뭐어…… 일단 시키는 대로 편지 전하러 가 볼까.

샤르자드: 네에, 아, 그리고.

(샤르자드, 건포도를 건넨다.)

아르네: 덥지는 않니, 옷이 두꺼워 보이는데…… 음?

아르네: 이건……?

샤르자드: 이거라도 씹으면서 가세요.

아르네: 너는 어쩌고?

샤르자드: 저도 하나 있어요.

아르네: …… 그으래.

(아르네, 포션을 건넨다.)

아르네: 이건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어라.

아르네: 너무 덥거나 목마르면 꼭 이야기해야 한다. 어제처럼 참고 있지 말고.

샤르자드: 네에.

아르네: …… 흐음.

열렬한 속삭임: 어휴, 마물인지 뭔지 성가셔 죽겠네. 이대로 가면 꼼짝없이 잘리게 생겼어!

술 취한 수사슴: 뭐야? 내가 술 취한 수사슴이다. 모험가가 무슨 볼일이냐?

술 취한 수사슴: 독촉장…… 아, 다다넨 씨?

실은 갱도에서 무시무시한 마물이 나타났다길래 상부에서 광산에 업무정지 명령을 내려버렸거든.

술 취한 수사슴: 그쪽이 아무리 '물건'을 빨리 받고 싶어도 아예 캐러 들어가질 못하고 있는데 난들 어쩌겠어.

술 취한 수사슴: 일을 못해서 우리도 파리만 날리게 생겼다니까!

아르네: …… 으음, 마물이라…….

술 취한 수사슴: 다다넨이 말한 '물건'이라는 건

'나나샤 공작석'이라는 희귀한 원석이야.

샤르자드: 또 코브란이네요…….

술 취한 수사슴: 사실 광산이 폐쇄되기 직전에

겨우겨우 출하할 분량만큼은 캐내긴 했는데…….

술 취한 수사슴: 희귀한 원석을 즐겨 먹는 신종 코브란 때문에

광산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다고.

당신이 대신 광산에 가서 가져오면 안 될까?

아르네: …… 광산 같은 곳은 별로인데.

아르네: 뭐, 별 수 없나…… 가자.

샤르자드: (갸웃.)

샤르자드: 왜요?

아르네: 공기가 탁해.

아르네: 갱도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겠다만.

샤르자드: 터널은 괜찮고요?

아르네: …….

아르네: 터널도 별로야.

아르네: (답이 한참 뒤늦었다.)

샤르자드: (어렵지 않게 알아들었다.) 다음엔 하늘 보이는 데로만 다녀요.

아르네: …… 그래.

술 취한 수사슴: 어때? '나나샤 공작석 원석'은 찾았어?

술 취한 수사슴: 그래, 이거야 이거!

이건 광산에서도 조금밖에 산출되지 않아서 희소성이 높고, 돌아가신 나나샤 왕비님 눈이랑 비슷한 색이라 비싸게 팔리거든.

술 취한 수사슴: 어휴, 이제 다다넨 씨한테 야단맞을 일은 없겠군. 어라…… 근데 양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진짜 코브란들이 먹어버린 건가?

술 취한 수사슴: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면 서운할 테니, 좋은 일거리를 하나 소개해주지.

술 취한 수사슴: 구리칼날단이 마물 퇴치에 상금을 걸었더라고. 구리종 광산과 지평선 관문을 잇는 길에 사는 '해각다귀 떼'를 없애달라고 하더군.

술 취한 수사슴: 지평선 관문에 있는 구리칼날단 '푸푸루파'한테 보고하면 보수를 두둑이 받을 수 있는 데다, 잘만 하면 다른 일을 소개해줄지도 몰라.

술 취한 수사슴: '해각다귀 떼' 자체는 딱히 큰 해가 없는 마물이지만, 그놈들이 달려들어 피를 빤 초코보가 가렵다고 날뛰는 바람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가끔 있거든. 부탁 좀 하자!

샤르자드: …… 벌레를 칼로 어떻게 잡아요? 칼등으로 쳐요?

아르네: …… 또 마물잡이구나. 너 괜찮겠니.

아르네: 음…….

아르네: 꽃잎도 칼로 베는 마당에 벌레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샤르자드: 우와아.

아르네: 하지만 날에 벌레 잔해가 붙는 건 기분이 나쁘지……

샤르자드: …… 상상해 버렸어요.

아르네: 하하.

(임무 완료 후 지평선 관문.)

푸푸루파: 아이고 이거, 모험가님 아니십니까! 뭐, 뭐라고요!? 해각다귀 떼를 퇴치해주셨단 말입니까!?

푸푸루파: 정말 감사합니다! 저 감동 먹었습니다! 시민을 지키는 게 저희 구리칼날단의 임무인데도 불구하고 인원이 부족해 곤란을 겪던 참이었습니다!

푸푸루파: 앞으로도 저희 구리칼날단과 서로 협력하여 지평선 관문의…… 아니, 다날란의…… 아니 아니, 에오르제아의 평화를 지켜냅시다!

샤르자드: …… 에오르제아까지요?

아르네: …… 해각다귀 가지고 에오르제아까지?

푸푸루파: 당신들은 믿을 만한 모험가이신 것 같으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제가 '희망 없는 유민가'로 보낸 편지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주셨으면 합니다.

푸푸루파: 현재 유민가에서 경비 임무를 맡고 계신 '레오프릭 전 연대장' 님께 편지를 보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를 않습니다!

푸푸루파: 원래 답장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는 일은 없었는데 이상합니다. 틀림없이 배달 도중에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푸푸루파: 편지 배달부 '세세리' 님은 검은솔 정류소를 거쳐 희망 없는 유민가로 가셨을 겁니다.

푸푸루파: 다날란을 동서로 횡단하는 '알라그 햇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 보면 세세리 님이 어디로 가셨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르네: 이것 참…… 번거롭게 구는군.

샤르자드: 음…… 이상적이신 분인가 봐요.

(두 사람,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아르네: 그래도 오늘은 다행히 날이 좀 흐리구나.

아르네: 뙤약볕이었거든 네가 고생했을 텐데.

샤르자드: 그러게요. (사실 이미 덥다.)

아르네: …….

아르네: …… 너 이미 덥지.

샤르자드: ……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아르네: 너 지금 뺨이 새빨갛다.

샤르자드: …… 네, 사실 조금 더워요……

아르네: 으음.

아르네: 조금만 더 가다가 시원한 곳에서 좀 쉬자.

샤르자드: 네에.

세세리: 아, 푸푸루파가 보낸 편지 말이지? 지금 그걸 배달하러 가는 중이야.

세세리: 그런데 길을 가던 도중에 이 초코보가 다리를 다쳤거든. 어쩔 수 없이 쉬엄쉬엄 걷느라 계속 배달이 늦어지고 있어.

세세리: 급히 전해야 하는 편지인 것 같은데, 이 '레오프릭에게 보내는 편지'만 당신들이 나 대신 가져다줄래?

세세리: 주소는…… '희망 없는 유민가'인 것 같네. 부탁 좀 할게.

아르네: 음.

(길목에 있는 큰 바위 근처.)

아르네: 좀 멀리 걸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 쉴까.

샤르자드: 네, 좋아요.

샤르자드: 마침 그늘도 있고…….

(두 사람, 바위 그늘 아래 앉는다.)

아르네: (냉수가 든 수통을 건넨다.) 자아.

샤르자드: (받아들어서 입술 살짝 적신다. 숨 길게 내쉬더니 딱 두 모금 마신다.) 아, 시원해요…….

아르네: 더 마셔도 돼. 넉넉히 가지고 나왔다.

샤르자드: 넉넉히 마시려고 하면 다 없어질 만큼 마시게 될 걸요…….

아르네: …… 그냥 다 마셔.

아르네: 그 물 다 네 거다.

샤르자드: 그럼 더 이따가 마실래요. (소중히 챙겨넣는다.)

아르네: 아니, 그냥 마셔…….

아르네: 곧 주점이 있으니 거기서 한 번 더 채우면 된다.

샤르자드: 으음.

샤르자드: 많이 걸을 때 물을 많이 마시면 힘들어요. 속이 흔들려서.

아르네: 으음.

샤르자드: 쉴 때 많이 마시는 게 나아요. 어차피 곧 다시 걸을 테니까…….

아르네: …… 겪어보고 하는 얘기구나…….

샤르자드: 저는 떠돌이인걸요.

아르네: …….

아르네: …… 그래, 이만 마저 걷자.

샤르자드: 네에.

(길목 중 마주친 철로. 샤르자드, 철길 위에서 일자로 걷는다.)

샤르자드: 철길 걷는 거 재밌어요.

아르네: 그러니, 울퉁불퉁해서 힘들지는 않고?

샤르자드: 괜찮은걸요.

아르네: …… 이 위로 걷는 게 그렇게 재미있니?

샤르자드: 헤헤. 네.

샤르자드: 앗.

(철길이 끝나고 다시 흙바닥.)

아르네: …….

아르네: …… 철길이 끝났는데 어쩌지.

샤르자드: 괜찮아요. 다음에 또 해요.

아르네: 그래, 그래. 다음엔 하루 종일 철길 걷게 해 주마.

샤르자드: 와아.

(희망 없는 유민가.)

아르네: 아…… 그래.

아르네: 이름으로 눈치챘지만 빈민가로군.

샤르자드: 그러게요.

허문드: 이딴 곳은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은데…… 떠날 돈은커녕 일자리도 없어.

아말버가: 난 원래 울다하 시내 경비를 맡고 있었어. 그런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여기로 좌천된 거야.

아말버가: 나와 레오프릭 님 단둘이서 이 유민가를 지키라고 하지 뭐야? 진짜 너무하지…….

블레이브스: 여기선 씨를 뿌려도 싹이 안 나와. 가끔이라도 좋으니 아이에게 제대로 된 걸 먹이고 싶은데.

레오프릭: 낯선 얼굴이군. 새로 들어온 유민들인가?

레오프릭: 푸푸루파가 보낸 편지라고? 이 녀석…… 아직도 내가 연대장인 줄 아나. 성격 꽉 막힌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군그래…….

레오프릭: 난 레오프릭이다. 일단 구리칼날단에 소속돼 있긴 해. 이곳 '희망 없는 유민가'를 경비하고 있지.

레오프릭: 뭐, 어차피 경비한다고 해봤자…… 여긴 지킬 게 아무것도 없긴 하지만.

레오프릭: 이곳은 '희망 없는' 이름 그대로 희망을 잃은 자들이 모이는 곳이야……. 바로 나처럼 말이지…….

레오프릭: 편지 갖다 줘서 고맙다.

레오프릭: 이봐, 모험가……. 부끄러운 줄은 알지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레오프릭: 남쪽에 있는 키브론 별장 자취에 가서 그곳의 두목인 '키브론 3세 남작 경'을 해치워줬으면 해.

레오프릭: 자칭 남작이라고 하지만 그 실체는 도적에 불과해. 재해 때 사망한 전 모래전갈회 위원 에올랑드 키브론의 별장 자취를 마음대로 자기들 소굴로 삼은 질 나쁜 놈들의 두목이야.

레오프릭: 저놈들이 활개를 치는 통에, 안 그래도 환경이 열악한 유민가는 이제 무법지대나 마찬가지가 됐어. 심지어 최근에는 뭔가 수상한 물건을 거래하는 모양이더군.

레오프릭: 제길…… 내가 검만 제대로 잡을 수 있었어도 도적단 따위 일망타진해버렸을 텐데……. 부탁한다…… 모험가…….

아르네: …… 흐음.

샤르자드: …… (뭔가 생각하는 눈으로 레오프릭을 살펴본다.)

아르네: 그래, 부상자인가…….

샤르자드: …… 치유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르네: (반사적으로 왼팔을 매만진다.) 그러게나 말이다.

아르네: …… 가자. 이런 부탁은 들어줘야겠지.

샤르자드: 그 손도요.

아르네: …….

아르네: (살짝 웃는다.) 가자.

샤르자드: 네에.

샤르자드: 뛰어 갈까요?

아르네: 그게 좋겠다.

(도적들의 본거지.)

샤르자드: …… 재울까요?

아르네: 음.

(두목을 처리하자 부하들이 마구 몰려든다.)

아르네: 그냥 뛰어!

샤르자드: 으아아……!

샤르자드: 저, 저,

아르네: 후.

아르네: 너 괜찮니?

아르네: 다친 곳 좀 보자.

샤르자드: 흐아……

샤르자드: 괘- 괜찮아요. 저, 놀란 거 뿐이라…… 아마도……

아르네: 아니잖아, 샤르자드.

샤르자드: …… 괜찮아요.

아르네: …….

아르네: …… 정말 다친 곳 없어?

샤르자드: …… 포션 뿌리면 나아요.

아르네: 지금 해.

샤르자드: 네에.

샤르자드: (주섬주섬 포션 꺼낸다. 여기저기 상처 살펴보더니 손끝에 적셔서 가볍게 뿌리듯이 바른다.)

샤르자드: …… 아야야…….

아르네: …….

아르네: 미안하다. 네가 다치지 않게 했어야 했는데.

샤르자드: 으응? 아니에요. 잘 피해 나왔는 걸요.

샤르자드: 이제 다 나았어요. 괜찮아요.

아르네: (상처 부위를 살펴보다가, 이방의 언어로 주문 같은 것을 중얼거린다.)

아르네: …… 가자.

샤르자드: (갸웃하며 듣다가, 그를 따른다.)

레오프릭: 오 그래, 어서 와라. 설마 진짜로 쓰러뜨리고 올 줄은 몰랐어.

레오프릭: 모래전갈회 위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부자의 별장이 도적들 소굴이 되고 마는 시대라……. 해는 언젠가 지기 마련이라지만, 인생 참 무상하구나…….

레오프릭: 마치 그 처지가 딱 나 같군그래. 한때는 구리칼날단 연대장 자리까지 올랐으면서 쓰잘데 없는 정의감 때문에 발을 헛디딘 나랑 닮았어.

레오프릭: …… 너희는 정말 강하군. 내가 잃어버린 희망을 이뤄줄 수 있는 건 어쩌면 너희 같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어…….

레오프릭: 이 마을에서 이런저런 일을 해결해준 모양이더군. 나는 몸이 이 모양이라, 솔직히 큰 도움이 됐어. 마지막으로 물건 하나만 배달해주지 않겠나?

레오프릭: 이 '오래된 단검'을 '지평선 관문'에 있는 '푸푸루파'에게 전해줘.

레오프릭: 응? 별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냐. 어차피 난 앞으로 단검을 쓸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죽기 전에 다른 녀석한테 물려주는 게 낫지 않겠어?

아르네: …….

푸푸루파: 모험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전에 드디어 레오프릭 전 연대장님께 답장을 받았습니다!

푸푸루파: 이, 이건……! 구리칼날단 장미연대 연대장이 대대로 물려받는 호신용 칼 아닙니까!!

푸푸루파: 저, 저, 저, 저는 받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제가 감히 이걸 받을 수 있겠습니까!

푸푸루파: 아, 아니아니,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이 선물은…… 분명 저에게 보내는 전 연대장님의 메시지가 틀림없습니다!

푸푸루파: …… 저는 아직 모자란 점이 많지만, 적어도 이 단검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온몸 바쳐 구리칼날단의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푸푸루파: 모험가님,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저희 구리칼날단에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푸푸루파: 지금 서쪽에 있는 발자국 계곡에, 주술사 길드에서 나오신 조사단 일행께서 유적을 조사하러 와계십니다. 모래전갈회의 로로리토 님과도 친분이 있는 아주 높은 분입니다.

아르네: …… 로로리토라면, 저번에 와이스탠이라는 자를 습격했다는 그 자겠구나.

푸푸루파: 그래서 그분을 경호하기 위해, 지평선 관문을 지키는 구리칼날단 장미연대에서 소대 규모의 병사를 선발하여 그쪽으로 파견했습니다.

푸푸루파: 하지만 저는 너~무 걱정이 돼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만약 조사단 일행께서 마물한테 다치기라도 하면…… 울다하의 눈부신 미래는 순식간에 어둠에 잠기고 말 겁니다!

푸푸루파: 모험가님, 부탁드립니다! '발자국 계곡'으로 가셔서 '토토루나'에게 경호에 합류하겠다고 말씀해주십시오!

샤르자드: …… 아.

아르네: 힘들지는 않고?

샤르자드: ……. (푸푸루파로부터 멀어진 걸 확인한다.)

샤르자드: 전 괜찮아요, 그보다……. 그 사람 걱정 안 하는 게 나을 텐데, 푸푸루파 씨.

샤르자드: 그렇죠.

(다시 마주친 철길.)

아르네: 너 좋아하는 철길이구나.

샤르자드: 헤헤.

아르네: 내리막이니 조심하고.

아르네: 철길 말고 또 걷고 싶은 곳 있니?

토토루나: 푸푸루파가 보내서 왔다고? 멍청한 녀석. 곧 중요한 거래가 있는데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르는 모험가를 보내다니…….

토토루나: 하여튼 세상 물정이라곤 손톱만큼도 모른다니까……. 얼마나 무능하고 성가시고 멍청했으면 아무도 작전에 안 데려가려고 하겠어?

아르네: …….

토토루나: 저 멍청이는 어디 써먹을 데가 있기나 한지 몰라. 구리칼날단에 들어와놓고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지? 솔직히 너무 심각해서 웃기지도 않아.

샤르자드: …… 음.

누누조푸: 어이, 거기 너희, 잠깐 나 좀 보자. 초승달 만에 심부름 좀 다녀왔으면 하는데.

누누조푸: 이따 저녁 때 우리가 경호하는 높으신 분을 모시고 지평선 관문에서 거하게 술자리를 마련해드릴 거거든?

누누조푸: 그러니까 여기서 남쪽에 있는 '초승달 만'이란 어촌에 가서 '라프'라는 어부한테 싱싱하고 맛있는 생선을 몇 마리 골라서 지평선 관문에 있는 술집으로 납품해달라고 전해줘.

샤르자드: 흐응. 물고기에 독 타는 건 안 무서운가. 굴러먹던 모험가인데요.

아르네: 하하…….

아르네: 기분 많이 상했니?

샤르자드: 아뇨. 그 정돈 아니에요.,

샤르자드: 그냥…… 푸푸루파 씨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싶어서.

아르네: 가끔은 세상이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알아봐주지 않기도 한, 뭐야, 그건.

(독수리와 짧은 전투 후, 초승달 만.)

라프: 헹…… 싱싱한 생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요즘 바다가 하도 거칠어서 쓸만한 물고기는 코빼기도 안 보여.

라프: 좀만 기다리면 바다에 나간 녀석들이 들어올 테니까 뭐 괜찮은 게 없는지 물어는 볼게.

라프: 만약 없으면 없는대로 그럭저럭 내놓을 만한 놈으로 납품해둘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구리칼날단 놈들 비위를 거슬렀다간 골치 아파지니까…….

라프: 보다시피 여긴 작은 어촌이야. 초승달처럼 생긴 만이 있어서 '초승달 만'이라고 하지.

라프: 옛날엔 그래도 활기가 있었는데…… 재해로 조류 흐름이 변하면서 어획량이 확 줄었거든. 덕분에 지금은 이 꼴이라니까.

아르네: …… 흐음.

올라이버: 난 꼭 부자가 될 거예요! 그래서 도적놈들을 이 마을에서 내쫓을래요!

머릴다: 당신들은 모험가군요. 잠깐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들어주실래요?

머릴다: 이 마을에는 가끔 도적들이 와서 식재료를 빼앗아 가는데 우연찮게 위험한 계획을 꾸미는 걸 들었어요.

머릴다: 그들은 구리종 광산에서 발견된 희귀한 원석을 몰래 국외로 가지고 나갈 속셈인 것 같아요. 심지어 그 도적들과 손잡고 있는 게……

푸푸루파: 그, 그, 그게, 저, 저, 정말입니까?!

푸푸루파: 만약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울다하의 귀중한 자원을 밀수하려 들다니,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수가 있습니까!

푸푸루파: 개인적으로 신세를 진 모험가님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여기까지 쫓아왔는데, 공교롭게도 엄청난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푸푸루파: 모험가님, 죄송하지만 얘기는 다음에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발자국 계곡'에 계신 발드윈 연대장님께 보고 드리러 가겠습니다!

푸푸루파: 구리칼날단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도적들을 잡아들일 테니, 여러분은 걱정 말고 기다리고 계십시오!!

아르네: …….

머릴다: 아, 안 돼요…… 모험가님! 빨리 저분을 쫓아 '발자국 계곡'으로 가주세요!

머릴다: 저분은 구리칼날단의 본성을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저대로 뒀다가는 놈들에게 목숨을 잃을 거예요!

아르네: 손을 잡고 있는 게 구리칼날단일 텐데.

샤르자드: …… 그럴 거 같죠.

아르네: 서두르자. 뛴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네.

푸푸루파: 바, 발드윈 연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푸푸루파: 도적놈들이 구리종 광산에서 나는 귀중한 원석을 밀수출하려는 음모를…….

푸푸루파: …… 아니, 연대장님이 왜 도적이랑 같이…… 계십니까?

발드윈: 그야 거래를 하는 중이니까 같이 있는 건 당연하지. …… 에휴, 하여간 긁어 부스럼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니까.

푸푸루파: 거래라니…… 서, 서, 설마! 밀수를 주동하던 사람이 연대장님이셨던 겁니까!?

발드윈: 뭐야, 너 몰랐냐? 주술사 조사단이라는 건 당연히 새빨간 거짓말이지. 이들의 정체는 도적단…… 바로 내 사업 파트너다.

발드윈: 거 참, 지평선 관문에서 조용히 찌그러져 있기나 하지. 기껏 공들여서 이것저것 위장해놨더니 다 헛수고잖아, 이거.

푸푸루파: 이, 이런 짓은…… 로로리토 님께서 용서치 않으실 겁니다!

발드윈: 너도 참 답답하다. 애당초 이 밀수 계획을 지시한 사람이 누군 줄 알아?

발드윈: 다름 아닌 모래전갈회의 로로리토 님 본인이시다…….

푸푸루파: …… 뭐…… 뭐…………. 뭐라고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발드윈: 맨날 정의나 수호한답시고 짖어대는 놈은 구리칼날단에 아마 너밖에 없을 거다.

발드윈: 미안해서 어쩌나? 아쉽게도 이 구리칼날단에 네가 좋아하는 '정의'란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는데!

키브론 4세 남작 경: 이봐! 거기 옆에 있는 모험가! 내 얼굴 어디서 본 적 없냐?

키브론 4세 남작 경: 나는 '키브론 4세 남작 경'이다! 우리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아주마! 설마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발드윈: 마침 잘됐군. 두 놈 다 없애주지! 구리칼날단의 명예를 위해…… 죽어랏!

아르네: 몸 조심해라.

창의 대가 발드윈: 네놈들을 죽이고 증거를 싹 없애주마!

정의감 강한 푸푸루파: 발드윈 연대장님!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창의 대가 발드윈: 쳇, 이놈들 제법 할 줄 아는군!

창의 대가 발드윈: 구리칼날단 연대장의 실력을 보여주마아앗!

정의감 강한 푸푸루파: 모험가님, 적의 '강력한 찌르기'를 조심하십시오! 맞으면 치명상입니다!

샤르자드: 많아요……!

아르네: 정신 바짝 차려!

???: 그만!

레오프릭: 넌 여기서 끝이다, 발드윈. …… 순순히 패배를 받아들여라.

발드윈: 하! 누군가 했더니 '전' 연대장님 아니신가! 누가 누굴 패배자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군.

발드윈: 당신이 검도 못 드는 병신이 되어 유민가로 좌천된 이유를 잊었나 보지? 이번엔 몸만 망가지는 걸로는 안 끝날 걸!?

레오프릭: 물론 나도 너 같은 놈한테 속은 건 멍청했지만, 넌 그보다 훨씬 더한 멍청이야.

발드윈: 뭐? 내가 왜 멍청하다는 거냐!

레오프릭: 네가 거래하려던 도적들은 아예 뭘 숨길 생각이 없더군. 초승달 만에 사는 사람들은 밀수 계획에 대해 다 알던데?

레오프릭: 이미 사건을 덮어버리기에는 일이 너무 커져서, 로로리토 님께서 직접 체포 명령을 내리셨다고 한다.

발드윈: 마, 말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 이럴 순 없어. 로로리토 님이 날 버리셨다고?!

레오프릭: 그런가 보지. 로로리토 님 입장에서는 너나 나나 실컷 써먹다가 안 되면 내다 버리는 소모품이나 마찬가지니까.

레오프릭: 너도 제법 많이 컸구나, 푸푸루파.

샤르자드: 괜찮으세요?!

푸푸루파: 레, 레, 레오프릭 전 연대장님! 아니, 연대장님……! 제가…… 제가 추구하던 '정의'는…….

레오프릭: 훗, '정의'라……. 그건 앞으로 네 손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 오늘부터는 네가 구리칼날단의 미래를 짊어지는 거야.

레오프릭: 구리칼날단은 어차피 돈 주고 고용한 용병들이 모인 자경단이다. 그러니 개나 소나 돈이 목적인 건 당연하지. 개중에는 나쁜 일에 손대는 놈들도 있을 테고.

레오프릭: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의'를 잃어버린 건 아냐. 푸푸루파, 너 같은 남자도 있잖아?

레오프릭: 구리칼날단이 아무리 오합지졸이라 해도, 가슴속에 뜨거운 '정의'가 살아있는 한 일당백의 기사단이 될 수 있을 거다.

레오프릭: 푸푸루파, 너는 끝까지 네 정의를 지켜라. 구리칼날단의 미래는 네 손에 달렸다……!

푸푸루파: 대장니이이이이이이임!

푸푸루파: 모험가님,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발드윈 일당을 연행하겠습니다.

푸푸루파: 나중에 근처에 오시면 지평선 관문에 한 번 들러주십시오. 힘을 빌려주신 보답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아르네: …… 검도 못 드는 병신이라…….

아르네: …… 음, 괜찮아. 신경 쓰지 마라.

푸푸루파: 앗, 모험가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푸푸루파: 그 후 발드윈 일당은 별 이상 없이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푸푸루파: 그리고 저는 도적을 체포한 공을 인정받아 새로운 연대장이 오기 전까지 연대장 대리로서 지평선 관문의 장미연대를 이끌게 되었습니다.

푸푸루파: 레오프릭 연대장님이 주신 이 단검에 맹세코 앞으로도 긍지 높은 구리칼날단의 일원으로서 저 자신의 '정의'를 끝까지 지켜낼 것입니다!

푸푸루파: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건 다 모험가님이 협력해주신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샤르자드: …… 아르네?

아르네: …….

푸푸루파: 모험가님! 대장 대리로서 귀공에게 꼭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푸푸루파: …… 실은 조금 전에 발드윈이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려고 대장실에 있는 책상을 뒤져봤지 말입니다. 그랬더니 이런 편지가 나왔는데 말이죠…….

푸푸루파: 누가 열어본 흔적은 없는 듯한데…… 겉면에 적힌 받는 사람이…… '은갑옷단 오윈'입니다……!

푸푸루파: 네, 그렇습니다! '은갑옷단'은 울다하 왕실을 섬기는 근위대죠. 그러니 분명 중요한 내용이 적혀있을 겁니다!

푸푸루파: 도적하고 밀수를 일삼던 발드윈이 갖고 있던 편지……. 심지어 받는 곳은 근위대니까……. 어쩌면 그 왕관에 관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푸푸루파: 모험가님! 부디 이 편지를 오윈 님에게 전달해주십시오!

푸푸루파: 그렇지만 무턱대고 은갑옷단 총장실로 쳐들어가 봤자 문 앞에서 쫓겨날 게 뻔하지 말입니다.

푸푸루파: 모래늪에 계신 모모디 님이 발이 넓으니 먼저 그분하고 상의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푸푸루파: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평선 관문을 수비하는 우리 구리칼날단 장미연대는 언제든지 모험가님을 환영합니닷!

샤르자드: …… 아르네.

아르네: …… 음?

샤르자드: 괜찮아요?

아르네: 괜찮아. 다친 곳 없다.

샤르자드: 마음은요?

아르네: …… 응?

샤르자드: …… 아니에요.

아르네: 음.

아르네: 젊은 놈이 철없이 한 말에 상처를 받을 나이는 지났어. 돌아가자.

모모디: 어머, 이슈타브, 블라우. 다다넨 님한테 연락이 왔었어. 활약이 대단했다면서?

모모디: 나도 감사의 말을 해야겠네! 정말 고마워!

모모디: 울다하가 가진 두 얼굴을 보고 온 느낌이 어때? 조금이나마 이곳 울다하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모모디: …… 어머, 나한테 부탁이 있다고? 무슨 일일까?

모모디: …… 이 편지를 '은갑옷단'에 전달하려는 거구나.

모모디: 그래, 은갑옷단은 왕실을 섬기는 근위병단이니까……. 웬 모험가가 불쑥 찾아가서 편지를 전달하는 건 아마 힘들지도 모르겠네.

모모디: 음, 오윈이라는 분한테 전해주면 되는 거지? 알았어, 나한테 맡겨!

모모디: 잠깐만…… 오윈이라고……? 그럼 설마…….

모모디: 이슈타브, 블라우. 너희도 이제 우리 식구니까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모모디: 너희 솜씨를 믿고 맡기려는 거야.

모모디: 어쩌면 일이 조금 커질 수도 있겠어. 그러니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서 나한테 얘기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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