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2014. 12. 1 / 테니스의 왕자 - 치토세 센리 드림
※ 사투리 날조
“이제 추워지나 봐.”
매서운 바람에 그녀가 옷깃을 여미자 치토세가 힐끔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학교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데이트라고 해서 그런지 제법 예쁘게 차려입고 나왔다. 평소에도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교복과 사복의 갭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시선이 갔다.
“왜 그렇게 봐?”
“옷 그렇게 입어서 안 춥나.”
“…그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어?”
심통이 난 듯이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이 마냥 귀여워 치토세는 웃음을 터트렸다. 머리를 쓰다듬자 뚱한 표정은 어느 정도 풀리긴 했지만 뚱한 표정은 여전해서 괜히 어깨를 끌어안았다. 예쁘다는 말을 안 해줘요, 하면서 툴툴 거리던 그녀도 어깨를 감싸오는 체온이 싫지만은 않아서 꾹 입을 다물었다.
“영화시간 다 됐긋다.”
사실 치토세는 로맨스 영화엔 큰 취미가 없었다. 그녀가 눈을 반짝이면서 같이 보러 가자고 하면 치토세로서는 그런 그녀를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 같이 보러 다니다보니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예고편을 보다보면 아, 그녀 취향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던 것이다.
“영화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구마.”
깍지를 끼고 잡은 손을 만지작거려도 스크린에서 시선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예쁘게 차려입고선 기껏 한다는 데이트가 예쁘게 입은 것도 보이지 않을 영화관이라는 게 치토세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또 본인은 모를 풀어진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선 나쁘지 않았다.
“남자주인공 진짜 잘 생기지 않았어?”
“…뭐, 그런가보다.”
“진짜 그 장면에서 키스했을 때 완전 멋있었어.”
영화의 여자주인공이 된 마냥, 울고 웃으면서 충실하게 영화에 이입했던 그녀가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재잘재잘 영화이야기를 해댔다. 따뜻했던 영화관을 빠져나오자 순식간에 차가움이 뺨에 닿아왔다. 치토세는 오사카보다 더 따뜻한 큐슈에 살았던 터라 어느 쪽이냐고 하면 추위에 약한 편이었다. 도쿄에서 살다 온 그녀가 치토세보다 더 추위를 탄다는 게 아이러니 하기도 했지만 겨울엔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어서 겨울이 싫지 않았다.
“춥나.”
“조금?”
사실 아직 초겨울이기도 하고 기온도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찬바람은 매서웠다. 잡고 있던 손을 그대로 자신의 주머니에 넣자 그녀는 살짝 웃었다.
“난 또…. 자, 내 품에 들어와! 이런 거 해주는 줄 알았네.”
맞잡지 않은 손으로 코트 자락을 활짝 열어젖히는 시늉을 해보이면서 말하는 터라 치토세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자신에 비하면 훨씬 작은 여자애가 하는 행동에 행복함을 느낀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가슴 한 구석에서 따뜻함이 번져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내며 팔을 끌어당기자, 그녀가 치토세의 품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품에 안자 훨씬 밀착하게 돼서 은근슬쩍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가 치토세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가끔 이러는 건 반칙인 것 같아.”
“싫나.”
“…말 안 해줄 거야. 예쁘단 말도 안 해 줬으면서.”
“항상 예뻐서 어떻게 말해 줘야하는 지 모르긋다.”
“와, 오사카 남자만 말 잘하는 줄 알았더니….”
방금 전까지 추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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