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연성

새해

2014. 12. 31 / 테니스의 왕자 - 치토세 센리 드림

12월 30일, 11:59:13

빠르게 돌아가는 초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에 난 땀을 잠옷에 문질러 닦았다. 

12월 31일, 12:00:00

정각이 되자마자 바로 발송 버튼을 꾹 눌렀다.

전송이 완료되었다는 문구가 뜨기가 무섭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제대로 메일 도착했으려나, 역시 전화하는 편이 나았을까. 아냐 그래도 일단 보냈다는 게 어디야.

“뭐야…, 자나?”

자기 생일인데 자? 일부러 열두시까지 안 자고 버틴 나는 뭐가 돼! 이 바보!

제일 처음으로 생일 축하해주고 싶어서 초까지 확인해가면서 생일 축하한다고 보냈는데, 받은 이는 답이 없다. 평소에도 가끔 메일을 씹히거나 하긴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핸드폰 좀 가지고 있지.

“일단 축하는 했으니까.”

괜히 잠이 잘 오지 않아 심하게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올해의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에서 뒹굴 거리고 있었다. 약속이 있던 오늘이 생일인 이는 답장도 없고 아직도 자나 싶어서 기다리다가 전화를 해봤지만,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대체 핸드폰은 왜 들고 다니는 거야.”

아냐, 안 들고 다닐지도.

괜히 시무룩해져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쇼핑, 쇼핑을 해야겠어. 밖으로 나갈까 했는데 오늘은 연말이었다. 거리에 커플들이 쏟아지겠지. 생각만 해도 추웠다. 나도 남자친구가 있는데 난 왜 집에 있어야하지.

“그냥 집에 있자.”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만 해도 시간은 꽤 빨리 흘러갔다.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의 잔소리에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지금은 심부름도 나왔다. 친구들로부터 생일인데 오붓한 시간 보내고 있느냐는 메일이 도착했지만 답장을 보낼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내 생일인가, 지 생일이지.”

그래도 내 생일엔 함께 있어줬었는데, 자기 생일인데 나랑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걸까.

알고 지낸 지는 좀 됐지만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자 날 좋아하긴 하는 건지, 그렇다면 왜 이렇게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지. 유치하게 양자택일 하라고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꾹꾹 참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건….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겠지.”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메일도 전화도 안 되는 남자 친구따위, 만나면 발로 차줄 거야! 그리고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 첫 꿈은 개꿈이었다.

이게 개꿈이 아니라면 대체 뭘 개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꿈에 센리가 나왔다. 같은 교실에 앉아있는데 나를 등지고 뒷사람과만 이야기를 나누는 꿈이었다. 진짜 첫 꿈부터 너무 불길한 거 아냐….

“이게 뭐야.”

기분이 나빠져서 센리에게 바로 메일을 보냈다. 나쁜 꿈을 꿨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제대로 얼굴보고 나서 해줘도 모자랄 판에 얼굴도 비치지 않는 남자 친구 따위. 

부모님은 선약이 있다고 나가시고 집엔 나 혼자였다. 아마 딩동, 하고 울리는 초인종 소리가 아니었으면 한 동안은 거실 소파에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많이 기다렸나.”

“그걸 지금 말이라고…! 너, 진짜 남자친구만 아니었으면. 진짜. 변명, 변명해봐.”

“이기 찾는다고 오다보니께 요래됐데이.”

주머니에서 꺼낸 케이스는 척 봐도 반지 케이스였다. 순식간에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에이, 설마, 거짓말. 케이스를 열자 예쁜 커플링이 들어있었다. 

“내 반지사이즈도 알아? 나도 모르는데…?”

“내 모를 기라고 생각했나.”

“…응.”

“나쁜 꿈 꿨담서, 지금은 괜찮고?”

어쩐지 왈칵 눈물이 났다. 대체 이게 뭐야. 새해부터 울고. 나를 와락 끌어안아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괜히 더 눈물이 났다. 머리 위로 웃는 얼굴을 보러 왔는데 울려버렸다는 말이 들려오자 나도 따라서 센리를 꽉 끌어안았다. 

“이제 어디 가지마.”

“내 많이 보고 싶었나.”

“응…. 어디 간다고 말은 해주고 가.”

내 말에 센리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아주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일단은 대답해준 것에 의미를 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눈물을 닦아냈다. 

“반지, 끼워줘.”

운 얼굴로 말하는 게 부끄럽긴 했지만 꼭 반지를 받고 싶었다. 마음에 기둥이 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끼워줄 틈도 없이 자기 스스로 반지를 끼는 게 센리 답기도 하고, 이럴 때엔 좀 끼워달라거나 내가 끼워줄때까지 기다려주면 안 되나.

“바보, 새해 복 많이 받아.”

“나쁜 꿈은 이제 잊고 좋은 꿈만 꿔라.”

“응, 이제 괜찮을 것 같아.”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괜히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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