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2015. 3. 15 / 겁쟁이 페달 - 신카이 하야토 드림
“제가 데려갈게요.”
“아, 맞아. 두 사람 사귀는 사이였지. 응, 조심해서 데리고 가.”
“네.”
신카이는 웃는 낯으로 다른 사라들을 보내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녀와는 고등학교를 같이 나왔지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다시 만났을 때엔 신기하기도 했다.
“집에 가야지.”
“하야토….”
“응, 그래. 나야. 집에 가자.”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름은 여전히 기분 좋았다. 풍겨오는 술 냄새에 신카이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들도 술을 많이 권한 것도 아니었는데 워낙 술을 마셔도 티가 나지 않는 터라, 다들 취하지 않은 줄 알고 한 두잔 씩 권하다보니 꽤나 취해있었다.
“요령껏 피할 줄도 알아야하는 데 말이지.”
“으응.”
“집에 데려다 줘?”
“응, 가자 집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씩씩하게 걸어가기 시작하자 신카이는 짧은 한 숨을 내쉬고선 그녀의 뒤를 따랐다. 본인은 멀쩡히 걷는 다고 생각하겠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선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시간이 늦어져서 골목길엔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도로에 자동차들도 거의 없었다. 그저 가로등만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하야토 이거 봐.”
길게 늘어진 그림자에 이리 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취하긴 한 것 같아서 신카이는 이걸 동영상으로 남겨 둬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녀가 먼저 걸으면 신카이가 그 뒤를 따라 걷다가 나란히 섰다.
“얘가 나 따라와!”
“그야 네 거니까.”
엉뚱한 말에 신카이는 웃음이 나왔다. 술 깨면 그녀에게 꼭 알려줘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 신카이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무리 그래도 취한 상태이니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아!”
“왜? 뭐 잊은 거 있어?”
“흰 선만 밟을 거야.”
횡단보도에서 꼭 흰 선만 밟아야한다고 떼를 쓰는 그녀의 모습에 신카이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에 응했다. 자신 혼자만 밟는 게 아니라 자신 또한 흰 선만 밟아야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술 취한 사람한테는 장사 없다더니….
“됐어?”
“응! 다음은 저기!”
누가 보면 뭐하는 건가 싶을 정도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하야토는 밤의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어리광이 많을 줄은 고교시절엔 조금도 몰랐었다. 고등학교 때에 그녀는 그저 신카이와 가까운 위치에 앉아있는 여자아이, 가끔 노트 필기를 빌려주는 착실한 아이 정도의 이미지 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학에 와서 반년간은 그녀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고, 아마 작년에 같은 교양을 들어 재회하지 않았다면 필시 그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널 좋아하게 돼서 다행이야.”
“내가 좋아?”
“그래.”
“그럼, 어부바!”
어부바해주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에 신카이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등을 내어주었다. 냉큼 그의 등에 업히는 그녀의 모습에 신카이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종종 등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업혀보고 싶었었나보다.
“우리 집에 더 가까운데 그냥 우리집 가서 잘까?”
“…응.”
그녀 또한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자취를 하고 있었던 터라 집을 알고 있긴 했었지만 가까운 것은 신카이의 집이였던 터라 신카이는 잠시 고민을 했다. 어차피 내일은 주말이고, 그녀가 신카이의 집에서 자고 간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녀의 집까지 가야할 필요가 있나 싶었던 것이다.
“…자?”
웅얼거리던 목소리가 멈추고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그녀는 잠이 든 모양이었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녀와 같이 걸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잠든 그녀를 업고 가는 길도 나쁘지는 않았다.
“내일 깨면 술 취해서 했던 행동 다 말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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