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레님네(220호)

[짓큐미레] 띵동 불면증이 도착했습니다

<트친으로 알페스를 하면 안 되나요?>에 수록된 글입니다.

보통 미레가 원격으로 혼마루에 접속하는 것을 종료하면, 짓큐 미츠타다는 미레의 곁에 나타나지만, 내번 당번일 때는 예외였다. 시스템적으로 24시간 동안은 내번 업무에 매여있게 되기 때문에, 게임을 꺼도 혼마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레는 평소와 달리 홀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발치에 둥글게 몸을 말고 잠들어있는 집안의 터줏대감이 있는지라, 온전히 혼자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지만. 미레는 어딘가 허전한 기분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그럴거면 애초에 내번 같은 건 시키지 않으면 될텐데...라고 혹자는 말할 지도 모르지만 그런 때가 있다. 화면 너머의 짓큐 미츠타다가 말하는 내번 대사를 듣고 싶을 때가.

 

-귀엽네, 내 부족한 부분을 걱정해주는 거야?

 

물론 미레의 짓큐 미츠타다는 미레가 말해달라고 하면 바로 앞에서 얼마든지 그 말을 해주었을 테지만, 그거랑 이건 다르지...라는 게 미레의 생각이었다. 스스로의 선택이니 하루 정도의 허전함은 참아야지, 하고 애써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을 때였다.

 

지잉, 하고 베개 옆에 둔 휴대폰의 화면이 켜졌다.

 

[미레, 자?]

 

그 세글자를 본 미레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 단말기를 다루는 게 서툰 그에게서 메세지를 받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어라, 내번은 24시간 동안 하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보내는 거야.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 속에 뒤엉키는 가운데, 겨우겨우 답장을 쳤다.

 

[아니, 아직 안 자. 무슨 일 있어?]

 

농땡이라도 치는 걸까? 인게임 시스템적으로만 24시간이고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얼마 안 되는 지도 모르지. 오빠도 자려고 누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메세지 하나 때문에 잠이 다 달아났는데.

 

[그냥, 보고 싶어서.]

 

나 이 오빠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눈 앞에 있으면 퍽퍽 때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봤자 웃으면서 다 받아줬겠지만.

 

[역시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건 억누를 수 없구나, 싶어.]

 

[깨웠다면 미안해. 잘 자고.]

 

[내일 만나자.]

 

답장을 어떻게 쳐야할지 몰라서,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다시 베개 옆에 내려둔 미레는 두 손으로 화끈해진 얼굴을 감쌌다. 허전한 기분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내일 만나. 그래, 내일 만나겠지. 내일 어떤 얼굴로 만날지 모르겠으니까 문제지!

 

아무래도, 잠을 이루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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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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