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부] 기다림
인간 닛코와 용 부키츠의 이야기
*근데 아직 부화를 안 함
히메츠루는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용의 알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자연스럽게 용알을 지키는 사람은 닛코가 되었다. 알을 제 방에 가져다 둔 닛코는 많은 시간을 용알의 옆에서 보냈다. 곁에서 일을 보고, 조용히 책을 잃고, 한가롭게 휴식을 취할 때면, 알을 부드러운 손길로 가만히 쓰다듬곤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맡은 일이라고 생각하여 그 성정대로 성실하게 보살폈을 뿐이었지만, 이제 용의 알은 닛코에게도 제법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꼭 필요한 일에 쓰는 것 외에 모든 주의가 용의 알에 쏠렸다. 온도가 떨어질라 닛코의 방의 벽난로가 꺼지는 순간이 없었다.
"언제쯤 나오건가."
닛코는 장갑을 벗은 손을 용알 위에 얹어두었다.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이가 많다. 나도, 그렇다."
어쩌면 가장 부화한 용을 보고 싶은 것은 닛코 자신일지도 모른다. 까슬까슬한 알 표면의 느낌이 익숙하다 못해 정답다.
"네 이름을 생각해 둔 것이 있다. 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포도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포도주를 좋아하는 거지만. 그래서 정해본 건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중에 네 스스로 바꿔도 좋겠지."
가볍게 미소지은 입술이 푸른색의 용알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부키츠."
한결같이 미동도 하지 않는 알껍데기 안에 진짜 네가 있는지, 말하면 듣기나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닛코는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야했고, 기다릴 수 있었다. 재촉하진 않겠지만, 머지 않아 만나게 되기를 희망하며 알에서 손을 뗀 닛코는 벽난로쪽으로 걸어가 장작을 몇 개 더 던져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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