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두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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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의 사랑은 기괴할 정도로 뒤틀린 집착과 욕망으로 점철된 무언가였다. 만일 다른 이가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심연보다 깊고, 미궁보다 어지러운 그 감정을 감히 사랑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베이더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사랑처럼 숭고하긴 커녕 추잡스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감정이었음에도, 베이더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그 추잡스러운 감정
새하얀 스케치북 같은 눈 밭에 람다 왕복선이 유려하게 착지했다. 아나킨의 비행 실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지만, 지금의 벤은 그의 비행 실력에 무어라 말을 얹을 기분이 아니었다. 벤은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람다왕복선의 출입문에 다가섰다. 출입문과 조금 떨어진 벽면에 붙은 수많은 버튼 중 가장 큰 버튼을 포스로 누르자 쉬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그러자
척박한 모래 사막은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곳이기도 했고, 그와 동시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기도 했다. 개발이 되지 않은 타투인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으로 아이의 공포를 키웠다. 이를테면 자신의 배가 고프다고 밤낮 가리지 않고 습격하는 사나운 토착 생물이나, 거센 바람과 모래를 이끌고 다니며 자신이 지나간 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모래 폭풍이 그
뽀독, 뽀득, 뽀독, 뽀득 거리는 마찰음이 왕복선 내부를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무척이나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울렸는데 마치 그 소음을 만들어내는 이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나킨은 점점 사납고 거세지는 소리에 침대처럼 개조하고 있던 의자에서 손을 떼고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의 파란 시선에 잡힌 엷은 호두빛 머리의 남성은 바닥
이럴 수는 없었다. 정말 이럴 수는 없었다! 베이더는 조종간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조종간이 흔들리며 기체 또한 덜컹거리며 흔들렸지만, 베이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찌나 힘을 주고 있는 건지 꽉 쥔 주먹이 덜덜 떨렸다. 또다시 오비완을 눈 앞에서 놓치고 말다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잡아서 다시는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 없도록 자
아나킨은 벌벌 떨고 있는 오비완의 등을 쓸어주었다. 그 손길에 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래 당황한 채로 언제까지 있을 셈인가? 벤은 눈을 꾹 감았다가 뜨며 베이더를 노려보았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산송장 같았던 아까보단 활기차 보여서 다행이네요.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제자인데 너무 퉁명스러운 거 아닌가요?” “안타깝게도 시스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있었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었구나. 시리도록 아름다운 푸른 달빛에 넋을 잠시 빼앗겼던 아나킨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신음에 정신을 차렸다. 품에 안은 마른 장작을 꼭 끌어안은 그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식사 시간은 훨씬 지났지만 아궁이에는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에 제가 안고 온 장
데바스테이터호 주변 경비는 무척이나 삼엄했다. 출입구는 단 하나만 열려 있었고 함선 주변에는 무장한 스톰트루퍼가 족히 300명은 넘어 보였으며, 보라색 전류가 흐르는 무기를 든 퍼지 트루퍼와 전투 드로이드 또한 도처에 깔려 있었다. 아무리 무법이 판을 치는 아우터림의 타투인이라도 감히 제국 함선에 침입하는 간 큰 무뢰배가 있을 리 없고, 아무리 제다이를
H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더러웠다. 어쩌면 제다이를 찾으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이 빌어먹을 사막 행성에 온 것부터가 이 불행의 전조였을지도 모른다. 이번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 H는 의아함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리 전 제다이 마스터라고는 해도 데바스테이터 호를 끌고 가는 건 너무 인력 낭비 아닌가? 한 행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베이더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으나 빌어먹을 모래 폭풍은 베이더가 나아갈 때마다 그를 밀어내기 위해 거칠게 몰아쳤다. 마치 자신이 저 둘에게 다가가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포스를 폭풍의 반대 방향으로 돌리며 잠재우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포스를 잡아먹으며 더더욱 몸집을 키우는 듯했다. 결국 베이더는 자신의 눈앞에서 점점 작
“정말, 정말 아나킨이 맞느냐?” 남자의 볼을 매만지던 벤의 손처럼, 그의 목소리 또한 덜덜 떨렸다. 다급하게 대답을 구하는 그 목소리엔 꾹꾹 쥐어짜 낸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사실 구태여 묻지 않아도, 벤을 이루고 있는 모든 감각이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옛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벤은 그걸로 만족
벤은 뛰었다. 미친 듯이 뛰었다. 폐가 터지도록 뛰었고, 심장이 아릴 정도로 뛰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뛰어도 훈련을 게을리한 그의 다리는 정기적으로 훈련하는 군인의 다리를 이길 수 없었다. 설령 그가 매일 훈련했다고 해도 사람의 다리가 스타파이터에서 달아날 수 없었다. 허허벌판인 모래사장엔 벤이 몸을 숨길 장소도 없었다. 크고 작은 바위도 벤의 몸을 거
우리는, 졌다. 공화국은 손쓸 틈도 없이 무너졌고, 그 공화국을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지키려 한 제다이는 역설적이게도 공화국의 의장인 펠퍼틴을 살해하려 한 역명을 쓰게 되었다. 은하계의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제다이는 한 순간에 ‘반역을 모의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고, 전장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클론 트루퍼들에 의해 처벌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무참히
전쟁이 일어나면 여러가지 자원이 필요해지기 마련이다. 군인이 사용할 무기와 방어구, 먹고 마실 음식과 물, 잘 때 필요한 침낭 등등이 그 예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직접 전쟁터에 나가 무기를 들고 싸울 인력이었다. 그만큼 쉽게 부족해지는 자원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은하 공화국은 클론이라는 인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기에 무한으로 드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