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세 번 겹치면 운명

1.

이진이 강솔을 처음 만난 건 우연이었다.

남들보다 병약한 몸으로 인해 미국에서 요양을 하던 이진이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대를 다니면서 모친이 이사로 있는 대기업을 물려받기 위해서. 한국에 돌아온 이진은 이러한 절차를 밟기 전, 자신의 삼촌인 양종훈을 만나기 위해 검찰로 향했다. 커피와 작은 주전부리들과 같이.

검찰로 향했다. 검찰 측 사람들에게 물어 양종훈의 검사실이 어디냐 물어 찾은 검사실로 들어간 이진이었다. 이진을 맞이한 검사실은 양종훈이 없고 조사를 받고 쉬고있던 강솔만이 있었다. 여기 삼촌 검사실 아니었나? 왠 학생 하나만 있지. 당황한 얼굴을 한 이진은 강솔에게 물었다. 여기 학생 뿐인가요? 강솔은 종훈은 화장실에 갔고 조사관은 짜장면을 받으러 갔다 고했다. 이진은 고갤 끄덕이며 책상에 커피와 간식들을 두었다.

“ 하나 마셔요, 목 마를텐데. ”

“ 아, 감사합니다… ”

아메리카노를 가져간 강솔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시원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강솔이었다. 옆에서 강솔을 보고있던 이진은 강솔이 입가에 달고 있는 상처를 발견했다. 어쩌다가 상처를 달고 있는걸까. 평범해보이는 여자아이가. 이진은 가방에서 밴드와 연고를 꺼내 강솔에게 내밀었다. 어쩌다 입가에 상처를 달고 있는거에요? 연고를 내밀면서 묻는 이진의 말에 강솔은 잠시 뜸을 들였다. 강솔은 이렇게 답했다.

검사장의 딸이 자신의 쌍둥이 언니의 머리에 불을 붙였고, 검사장의 딸을 한 대 친 것으로 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되었다고. 불의에 맞서다가 가해자가 된 강솔을 보며 고갤 끄덕였다. 강솔의 얼굴은 진실된 얼굴이었다. 이진은 그 얼굴과 강솔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진실을 추구하고 솔직한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자신의 옆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던 이진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도도해보이는 인상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니 눈길이 끌 수 밖에. 이진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솔이 저도 모르게 예쁘다란 생각을 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진은 예쁘장하게 생겼다. 조각을 빚어놓은 듯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 부드럽게 웃으니 예쁘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저런 얼굴로 한 번만 살아봤으면. 강솔이 자신도 모르게 한 생각이었다. 강솔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솔의 어깨를 토닥였다.

“ 잘 해결되길 바라요. 힘내요. ”

2.

둘이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였다.

한국대학교를 졸업한 이진은 본격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앞서 로스쿨에 들어가고 싶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한국대 로스쿨 출신의 기업인 타이틀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세우면서 로스쿨에 들어갔다. 공동수석 타이틀로 로스쿨에 들어간 이진이었다. 입학식에 참여한 이진은 지각한 강솔와 눈이 마주쳤다.

어, 저 얼굴. 삼촌인 양종훈의 전 직장에서 만난 사람이었던 것을 기억해낸 이진은 속으로 저 사람도 입학하는구나. 라며 읖조렸다.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올려묶은 채 허둥지둥하며 애써 숨을 고르던 강솔에게 제 옆자리를 내어준 이진이었다. 옆에 앉은 강솔은 입모양으로 감사를 전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이진은 입학식이 끝나고 강솔을 찾았다.

“ 우리 구면이죠? ”

“ 네? ”

“ 전에 봤는데 우리. ”

왜, 양종훈 검사, 아니. 이제는 양종훈 교수님의 검사실에서. 이진의 말에 강솔은 기억났다는 얼굴을 하며 박수를 탁 쳤다. 그 때 아메리카노! 강솔의 말에 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솔은 고갤 꾸벅 숙였다. 그 때에는 고마웠노라며 활짝 웃던 강솔이었다. 이진은 고개를 내저었다. 내 덕분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자신은 그저 힘내라며 커피를 내어준 일 뿐이었건만. 결국 해결한 것은 강솔 본인이었으니.

이진은 이겨낸 것은 강솔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진은 강솔에게 이름을 물었다.

“ 난 양이진이라고 해요. 이름이 뭐에요? ”

“ 아, 강 솔입니다. ”

동급생일텐데, 친하게 지내요 우리. 이진의 말에 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언니. 미소를 지은 채 말한 강솔이었다.

3.

이진은 한준휘의 스터디에서 강솔을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학창시절에 한번도 스터디나 동아리에 들어간 적 없던 이진은 로스쿨에서라도 스터디에 들어가고자 대자보에 서명했다. 그리하여 한준휘가 꾸린 스터디에 들어가게 된 이진은 자리에 앉아있는 강솔과 마주했다. 아까 삼촌인 종훈의 수업에서 풀어헤친 머리를 고수하고 있던 강솔의 옆에 이진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애써 인사를 받아준 강솔이었다. 강솔의 옆에 앉은 이진은 강솔을 바라보았다. 어딘지 울적해보이는 강솔이었다. 아까 제 삼촌인 양종훈에게 지적당한 강솔이어서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이진은 기분을 풀어주려 일부러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강솔의 옆에 붙었다.

“ 우리 이 정도면 운명 아니야? ”

“ 네? ”

“ 우연이 세 번 겹치면 운명이라는데, 우린 그럼 운명인건가? ”

당황한 얼굴을 하는 강솔을 보며 이진은 미소를 지었다. 왜, 검사실에서 처음 보고, 로스쿨에서 보고, 여기 스터디에서 보고. 세 번이 겹쳤잖아. 운명이지.

“ 너도 이런 운명 드물걸? ”

이진의 말에 강솔은 어이없어 하는 얼굴을 보였다. 갑자기 이 언니 왜 그러지? 강솔은 언니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요? 라고 물었다. 이진은 강솔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강솔은 뭘 그렇게 보고 웃어요? 라고 말했다. 이진은 강솔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울적해진 얼굴에서 조금 나아진 얼굴을 보고 웃음을 짓던 이진은 강솔의 뺨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콕. 찍었다.

“ 강 솔 반응이 웃겨서? ”

“ 아, 언니! ”

버럭 성질을 내던 강솔을 보고 웃음을 지은 이진이었다. 근데 혹시 모르지, 진짜 운명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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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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