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M DUNK

[철대만]흐린기억속의 그대

썰백업

철대만은 새드가 미치도록 잘 어울려서 볼때마다 과몰입MAX 눈물바람이다.

철이 부모님 없이 혼자 살아서 다세대 주택 옥탑방 사는데 대만이 놀러오면 늘 제 허리께쯤 오는 낮은 옥상 담벼락을 내려다보고 있어서 철이 가끔 흠칫했으면 좋겠다.

살면서 처음 겪는 시련에 제 몸과 마음에 생채기라도 내지 않으면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아서. 숨쉬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서 잘 하지도 못하는 싸움판에 끼어들어 피떡이 되는 정대만. 그런 대만이 보면서 줄담배나 피는 박철.

단 한 번도 따뜻한 말 한 마디, 품 한 번 내어준적 없는 것 같아도 철이 집 대만이 만큼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있는 사람 없었으면. 근데 정대만은 모름.

어느날 또 왠 옆동네 양아치들이랑 시비가 붙어서 싸우는데 멀리서 들리는 경찰 사이렌 소리에 정대만만 그 아사리 판에서 빼내더니 제 키홀더 손에 쥐어주고는 바이크쪽으로 밀어버리는 박철.

뺨을 몇대나 맞아 퉁퉁 부은 얼굴의 대만에게 짭새 뜨면 바이크 뺏기니까 집에 가있으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함. 정대만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에 폭력사건에 휘말리면 진짜 운동부로써는 끝이라는 생각들어서 무작정 잘 타지도 못하는 바이크 몰고 도망갔으면.

박철 결국 경찰서 갔다가 밤 늦게 들어오는데 제 집 담벼락에 세워져있는 바이크와 불켜진 옥탑방 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었을듯. 올라가니 불켜진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죽은 눈으로 벽에 기대어 있는 정대만만 있음.

"철이 왔냐."

낡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살짝 돌아온 초첨은 곧 박철이 아닌 허공을 바라보겠지.

"철아.. 미안하다."

나지막하게 말하는 대만의 목소리에도 박철은 묵묵히 피묻은 옷이나

갈아입음.

"순간.. 무서웠어. 운동 못하게 될까봐. 그래도 그렇게 나 혼자 도망가면 안됐는데.."

중얼거리며 고해성사 하듯 사과하는 대만을 내려더 보던 철이가 주머니를 뒤적임

".... 한 대 줄까."

품에서 담배를 꺼낸 박철의 말에 대만이 고개만 저음.

포기 할 거면 확실하게 하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은데. 고개를 숙여 길게 기른 머리카락으로 제 얼굴을 가리는 모양새에 그냥 혼자 마당으로 나가서 담배필듯.

"하, 시발. 주워 오는게 아니었는데."

딱 봐도 인생에 풍파라곤 없었던 도련님이 저들 흉내를 내는게 우스워 곁에 뒀더니 측은지심을 들어버렸음. 담배를 피는 제 옆에서 실없는 소리를

하다가도. 정적이 찾아올때면 그리움을 담은 눈으로 담벼락 아래를 바라보니까. 정말로 날아가버릴까봐 아니면 떨어져 곁에 둘 수도 없게 망가질까봐 눈을 떼지못하는 날들이 늘었음. 차마 가지말라고 잡지도 못하는 주제에.

"철아."

발 아래 꽁초가 수북해지니 대만이 문을 열고 나옴.

"졸리다. 자자"

언젠가 던져준 철이의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대만이 슬리퍼를 끌며 철이 쪽으로 다가감.

"...그래"

길이가 줄지않은 담배를 비벼끄고 제 몸 하나 누이면 꽉차는 공간에서 부대껴 잠드는 철대만.

그런 날들이 이어지다 대만이 농구부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쩐지 집이 크다고 느껴져 이사 하는 그런 철이가 보고싶다.

어느날 우연하게 그 동네를 지나가던 대만의 눈이 익숙한 지리를 훑는데, 바이크 자리엔 누가 버리고 간 망가진 자전거가 있고, 철이가 살던 건물은 재건축 한다며 플랜카드가 나부끼고 있었으면. 그렇게 사라진 철이를 기억하는 대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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