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우주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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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생각해보면 그는 지독히도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앞머리에 얼굴이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나란히 걷는 때에도 시선이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슬쩍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던 것이다. 순순해서 좋다고 넘어가는 것도 초반의 잠시 정도. 어째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지 불만을 가졌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연정이라는 것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해당 시나리오는 23년 5월에 공개한 느와르 합작에 제출한 시나리오로, 오타 및 탈자를 다소 수정하여 재배포합니다. “이 메시지를 받을 여러분께.이런 진실을 전하게 만들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인계와 한없이 닮았지만, 아직 냉전의 차가운 불길이 꺼지지 않은 어떤 이경.엽귀의 마법사「가열한 진실의 목격자」가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소멸했다.마지막 정기
이제는 그 원형조차 남은 까마득히 오래된 약정. 네 아이를 하나 내게 주렴. 내 아이를 하나 거기 맺으마.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았음을 증명하자. 매듭은 그렇게 맺히고,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원한 또한 그렇게 맺혔다. 시간이 흐르고, 몸은 삭아 없어짐에도 약속과 저주는 풀리지 않고. 얼굴을 가린 신부와 파마의 핏줄을 지닌 신랑이 만난
흔한 옛날이야기를 하나 하자. 어떤 풋내기 마법사들이 있었다. 마법사가 된 경위는 아무래도 좋지만, 어쨌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곳에 마법사로서 존재했다. 우리들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안 했지만, 적어도 배움의 끝에 갖게 된 힘이 조금 더 스스로와, 나아가 세상을 위해 유용하리라고 생각했다. 봄 꽃처럼, 혹은 씨앗의 깍지처럼 시간이 지나면
22.09.29. 이전 계정의 후세터에 썼던 글 백업합니다. 요정이 벼린 어떤 검과, 그가 아끼는 앵커와, 불행한 운명만 예언하는 마녀의 이야기 Once upon a time 그는 탑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들어 몇 번째인지 자각하지도 못한 채였다. 속주로의 전이가 막혀 있다. 기실, 마력을 그대로 돌린다면 맨몸으로 결계를 돌파하는 것 정도는 못할 것도 없었
―전략. 테오도로 데 루카, 「진실된 거짓의 전령자」님께. 생일 축하드립니다. 늘 따스한 지도 감사드립니다. 당신에게 남은 1년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거기까지 쓰고, 하이도 노리유키는 간만에 들었던 붓펜을 내려놓았다. 쓰면 쓸수록 현실과 멀어지는 감각이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생의 그는 이 날을 서류상의 생일로 치지도 않았고, 따스한 지도
"이걸로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도수가 맞지 않는데." 걱정스러운 말과 함께 건네진 안경을 소년, 히메노 유우키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렌즈를 통해 살짝 왜곡된 상이 맺혀 보였다. 렌즈가 볼록이던가, 오목이던가. 아무래도 좋았다. 나안으로 보면 선명하게 보일 글자가 안경을 통해 보니 불분명했다. 소년은 만족스럽게 손가락 끝으로 은빛의 테를 어루만졌다. 얇은
새로운 이름은 남찬연이라고 했다. 찬란하게 빛난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무언가를 갈고 닦는다는 뜻을 가지기도 한다던가. 어떤 자를 쓰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자 문화권에서 살아본 적은 없었기에 어쩐지 이 감각은 신선했다. "대학 졸업 후에 딱히 하는 일은 없음. 타지로 이사와서 딱히 교류는 없음...이라." 마치 누군가가 쓰라고 준비해주기라도 한
202x년 모월 모일. 나는 죽었다가 다시 깨어났다. 아무래도 죽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죽은 기억조차 없이, 눈을 감았다 떠보니 아침이 와있던 것처럼 죽음 그 다음이 와 있었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괴물 같은 것이 있어 그것이 사람들을 흔적도 없이 녹여 죽이고 있으며, 나는 그것에게 죽었지만, 어째서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체가
예전엔 뭔가 배우면 영감이 자동으로 솟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머릿속에 뭔가 집어넣는 걸 목표로 했지. 마치 동전을 밀어넣으면 거기서 울컥 밀려나듯이 밑으로 툭 떨어지는 자판기의 음료수 캔처럼 뭔가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교수가 꿈 노트를 활용하라더군. 거기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담겨있다고, 좋은 소재가 될 거라고. 머리맡에 노트를 두고 꿈을 꾸고 나
누군가가 인생은 무대이며 모든 인간은 배우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보다 더한 개소리는 없었다.무대라면 적어도 다 끝난 다음에 막은 내려줘야 할 게 아닌가. 이야기는 진작에 끝났는데 막은 내려가지 않고, 나를 둔 채 빙글빙글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창염, 대법전에 끌려 되돌아오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자신이 정하시오.당신에게는
은세공 장인 토머스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술을 마시면 그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야기는 언제나 거대한 저택이 무너지고 나서 일주일 뒤의, 비내리는 날의 한밤중에서 시작된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새카만 옷을 입은 여자였지. 5피트 반쯤 되는 키였던가. 정말이지 유령처럼 발소리가 없었다고. 봐, 저쪽 문 앞에서 여기 내 모루 앞까지, 장정이 걸어도 서
친애하는 쿠-쨩 삼촌에게 어느 쪽으로 적을지 조금 고민했지만, 역시 정식으로 남는 문서에는 조금 격식있게 쓰는 편이 낫다는 조언을 얻어, 그대로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메일로 보내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적고 있냐고 하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완전 귀여운 연하장 카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현대국어에서 격식있는 "비즈니스" 말투의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