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우

발신인 불명

노맨즈랜드 by f3t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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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우드?

잠깐, 잠깐만. 너, 혹시 이름이 뭐야?

니콜라스 D. 울프우드라고.

…미안. 내가 착각했나 봐. 내 친구 중에 목소리가 정말 비슷한 친구가 있었거든. 마침 그 친구도 이름이 울프우드인데다, 내가 워낙 전화를 자주 쓰는 편이 아니라 틀림없이 그 친구일 거라고 생각했었어. 애초에 내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고.

윽, 그런 거 아냐! 연락 할 만한 사람은 많은데… 그냥 전화번호를 알려 줄 형편이 안 됐어. 번호를 만든 지 얼마 안 됐는데 친한 사람들하고 헤어진 지는 꽤 오래돼서 그래.

이런 것도 인연인데 인사나 할래? 나는 엘릭스야. 최근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기록을 남기는 일을 하고 있어. 

어, 본명인데. 

정말이래도? 

아니, 우리 방금 처음 봤잖아? 심지어 얼굴을 본 것도 아니고 전화 너머로 만난 건데 대체 무슨 근거로―

그냥 감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나 참, 정 싫으면 다른 이름으로라도 부르던지. 

몰라, 난 신경 안 써.

…빗자루? 왜?

옆에 세워져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부르겠다니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냐?! 그럴 거면 이름으로 불러, 이름! 

됐다, 마음대로 해. 장난꾸러기 니코 군이라면 안 들을 것 같고. 

흥, 니콜라스면 니코 군인 거지. 사람을 빗자루라고 부를 거면 그 정도는 감안해. 아, 혹시 니키 군이 더 좋아? 난 상관없는데. 

알았어, 알았어. 끊지만 마, 니코 군.

나이… 흠, 아마 니코 군보다는 많을걸? 넌 몇 살인데? 

우와, 열여덟? 생각보다 더 어리네…. 

글쎄다. 정말 기억이 잘 안 나. 그때가 몇 년 전이었더라… 오십 년 정도 된 것 같으니까, 지금은 한 이백 살 즈음 됐으려나?

아하하하, 설마 정말 믿었어? 장난이야. 얼마 전에 스물세 살이 됐어. 일주일 전이 생일이었거든. 

평범했지. 말했잖아, 여행 다니면서 기록 남기는 일을 한다니까. 지금도 홈에서 조금 멀리 와 있어서 혼자 지냈어. 

응? 아냐, 괜찮아. 원래 생일을 제대로 챙기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너는 생일이 언제야?

성탄절이라니 그거참… 좋으면서 복잡하겠네. 

왜, 그렇잖아. 그런 특별한 날이 생일이면 어쩐지 자기 생일은 흐지부지되는 것 같고. 안 그래? 

…나왔다, 엄청 형님 같은 대답~ 그래도 선물을 하나만 받는 건 좀 아쉽다는 이야기 정도는 나올 줄 알았는데.

열여덟이면 아직 어린애 맞거든요.

동생이 많은가 보네. 너처럼 의젓한 형이 있으면 동생들은 든든하겠어.

나는 쌍둥이 형이 한 명 있었어. 지금은 못 만나지만.

아하하, 비슷해. 아주 멀리 여행을 갔어. 아마 내가 가지 않는 이상 돌아오지는 못할 거야.

괜찮아. 워낙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자랑은 아니지만 사이가 그렇게 좋지는 못 했거든. 마지막에는 조금 화해한 것 같지만. 

그래… 다행이지. 너는? 동생들하고 안 싸워?

아하.

아냐, 별 생각 안 했어… 그냥 귀엽다는 생각? 평화롭잖아. 일상적이기도 하고. 아마 네가 그만큼 의지 되는 형이라 어리광을 부리는 걸 거야. 이래 봬도 어린아이들하고 꽤 사이가 좋은 편이라 믿어도 좋아. 

아, 으응. 우린 좀 험하게 싸운 케이스였거든. 너는 들으면 놀라 자빠질걸. …피도 자주 봤고, 서로 죽을 뻔하기도 했었지. 

아니? 진짠데. 

말했잖아, 험하게 싸웠다니까. 이제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러게,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네가 정말 내 친구하고 닮아서 더 그런가 봐. 요즈음 피곤하기도 했고. 좀 억지스러웠는데 이야기 나눠줘서 고마워.

아, 그 친구? ……으음, 뭐. 그 친구도 다시 못 만나는 친구라. 혹시 기분 나빴다면 미안.

그래, 알아. 넌 그 친구가 아니지.

……정말, 여전하네.

아무것도 아냐. 그럼 미안하니까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알려줄게. 사실 네 말이 맞아. 엘릭스도 내 이름이 맞긴 한데, 본명은 아니었거든.

좀 봐줘, 이쪽도 이래저래 사정이 있어서 근 몇 년은 안 쓴 이름이라 그래.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밧슈라고 해. 밧슈 더 스탬피드.

켁, 기껏 본명까지 알려줬더니! 빗자루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어?

없다고?

직접 찾아와서 따지라니 그런 게 어딨어! 우우, 억지다!

아니, 그보다 나 정말 멀리 있어서 아마 못 갈 텐데.

완전 막무가내…. 알았어, 알았어. 주소 기억해둘게.

응. 외웠어. 

하하, 그런 얘기 많이 들어. 기억력 하난 좋은 편이라서.

그래,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찾아갈게.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지는 마. 어지간하면 기대하지도 말고. 알겠지? 

…너도 잘 자, 니콜라스.

좋은 꿈 꾸고.

 

[통화가 종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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