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운장미] 작품명:눈부신 풍경
러브앤딥스페이스 진운 HL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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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이름/설정 有
※ 지시대명사를 성별 상관없이 그 로 통일
재생해두시면 좋은 노래
Photo by frank mckenn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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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천시 주민들 사이에 퍼진 안전불감증은 바이러스와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평화에 젖어 위협에 둔해진 이들은 신선한 자극을 좇으며 자연스럽게 위험에 노출된다.
그들이라고 딱히 제 목숨을 경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자극을 좇아 마주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지 못했을 뿐.
"장미야!"
그래서 백장미는 시민을 탓하지 않는다. 무지에서 오는 실수가 결백하다 할 수 없지만, 그는 딥스페이스 헌터였으므로.
그렇다 하여 무지한 이들을 전부 포용하는 성정이라는 게 아닌데.
"왜 이렇게 늦어요? 구조 요청 보낸 지가 언젠데."
"빨리 오셨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거예요."
도아린의 부축을 받아 겨우 두 발 딛고 선 장미가 고개를 들었다. 하나같이 먼지투성이지만 옷가지만 조금 찢어졌을 뿐 사지 멀쩡하게 다친 곳 하나 없는 시민들. 헌터가 몸을 내던져 위험한 저들을 구하는 게 당연하다는 작태가.
새삼, 지겨웠다.
결론적으로 상황은 해결됐다. 시민은 전부 무사히 구출. 현장에 투입되었던 헌터들은 자잘한 부상만 있을 뿐 중상자는 없다.
그리고 백장미는, 떠오르는 신예 헌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휴직계를 제출하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1
[ 단체 발신 메시지 입니다. ]
[ 휴식이 필요해서 여행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
[ 보름 정도 연락이 안 되거나 뜸할 거예요. ]
장미의 연락처를 가진 이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 메시지 수신 이후 장미와 어떠한 연락도 취할 수가 없었다. 그를 고용했던 누군가만 예외적으로 상황 설명과 사죄가 담긴 장문을 추가로 받긴 했지만 그 뿐.
백장미는 메시지 하나만 남기고 종적을 감췄다.
세 줄 뿐인 메시지를 반복해서 읽어 숨겨진 내용이 없다는 걸 재차 확인한 진운은 곧장 핸드폰을 조작했다.
크로우의 보스에게 사람 하나 찾는 건 일도 아니다. 그것도 얼마 전까지 확연한 신분을 가지고 살았던 모범 시민이면 더더욱.
진운은 고작 10분 만에 장미가 언제 어떻게 어디로 이동했는지,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알아냈다. 일찍이 그의 헌터 워치와 핸드폰에—본인 모르게—심어뒀던 GPS를 추적하면 더 쉬웠겠지만 이미 임천시에서 멀리 떨어졌는지 인식이 불가했다.
"가보고 싶다더니, 같이 가려던 게 아니었나."
얼마 전 장미는 세계 각국의 관광지가 실린 잡지를 읽으며 다양한 환경에 감탄했던 적이 있다.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가지는 그의 옆에 붙어 각 나라의 볼거리, 먹을거리, 문화와 언어 등 자잘한 지식을 알려줬던 진운은 장미가 어째서 그곳을 휴식처로 삼았는지 알았다.
장미가 어디로 갔는지, 언제 돌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반면 장미의 정보를 쉽게 손에 쥔 이는 한가로이 제 티켓을 예매했다.
2
햇볕에 반짝거리는 하얀 모래사장에 거품을 열렬히 부딪쳐 백색 소음을 퍼뜨리는 파도. 눈부신 바다 위를 활공하며 지저귀는 새와 저마다 즐거이 웃으며 풍경의 한 폭이 되는 사람들.
그야말로 휴양지에 걸 맞는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부터 피로에 찌들어 바다가 보고 싶다 노래를 부르던 장미가 당연히 고를 법하기도 했고.
기후에 맞게 얇은 옷차림으로 난간 뒤에 선 진운은 절벽처럼 가파르게 깎아지른 언덕 위에서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잡지에 실렸던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이 나라의 절경을 충분히 품은 초승달 형태의 해수욕장.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지 사람이 많기는 했다.
가족 혹은 친구, 연인끼리 짝을 지어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틈에서 아무렇지 않게 홀로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큰 밀짚모자로 특유의 은발을 가렸지만 붉은 시선은 손쉽게 목표를 포착했다. 눈에 띄는 특징을 볼 수 없더라도 장미의 습관, 손짓, 행동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진운으로서는 못 찾는 게 더 이상하다.
찾았지만, 진운은 뽈뽈대며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장미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단체 메시지를 받고서 충동적으로 찾아 나서긴 했으나 휴식을 원해 떠난 이의 시간에 끼어들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좁은 인맥 전체에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홀연히 떠나는 건 사람에게 질린 이들이 으레 시도하는 일탈이기에.
정의로운 헌터라도 감정과 체력이 한정적인 인간. 무지한 시민에게도 한없이 온건한 태도를 유지하는 장미였으니 이런 식으로 터져버린 게 어쩌면 더 다행이었다. 그야, 홀로 삭이러 오지 않았는가.
장미는 낯선 언어를 쓰면서 평온한 미소를 그렸다. 투박한 단어만 구사해도 현지인들이 장미를 웃으며 반겨준 건 따스한 미소를 띤 선량한 청년에게서 행복이 전염된 탓이겠다.
진운 조차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티 없이 환한 낯이 수평선에 걸친 태양처럼 밝아서 현지인들은 낯선 외국인에게 선뜻 말을 걸고 먹을 것을 챙겨주며 그의 휴식에 즐거움이 가득하라는 덕담까지 쌓아주었다.
머리로는 안다. 장미가 임천시에서 사는, 그가 익히 아는 같은 국적의 모범 시민이라는 걸. 하지만 머나먼 나라에서 현지인들 틈에 섞여 낯선 표정으로 익숙지 않은 언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답지 않게도 덜컥 불안한 마음이 든다.
반짝이는 파도가 수없이 부서지는 절경을 뒤로한 백장미는 진운이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인물의 한 순간을 담은 화폭이었다. 그만큼 임천시의 자가 혹은 제 옆에 있을 때보다 평온한, 맑은 행복을 지닌 얼굴은 보기 좋은 것과 별개로 감히 상상으로도 범접할 수 없던 미지였기에.
그림 같은 배경에 현신한 백장미는 작금 두 사람의 거리 만큼 이질감이 들어서.
진운은 등을 돌렸다. 완벽한 작품 너머로 들어가거나 저 옆에 나란히 서고자 이곳에 온 게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백장미의 첫 여행이 안전하기를 바랐으니.
불량한 시선이 장미를 훑는 걸 몇 번 봤다. 온 김에 길가에 굴러다니는 쓰레기 좀 치워 주는 게 뭐가 대수라고. 돈이나 보석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훌륭한 작품을 본 대가는 몸으로 지불하기로 하며, 진운은 해변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3
대책없이 왔다고는 하나 크로우의 보스나 되는 자가 어찌 사람 한 명만 지켜보면서 시간을 축내겠는가. 물론 다른 일을 했다. 몇 번 온 적은 없지만 장미 때문이라도 자주 오게 될 것 같아 이 나라에 관련된 일이 하나둘씩 늘었다.
시차가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진운은 낮에 깨어있고 밤에 잠들었다. 그 덕에 제가 잠든 동안 사람을 따로 고용할 필요 없이 제 눈으로 직접 살폈다. 장미가 해변 인근을 벗어나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서도 빡빡하게 움직일 생각은 없었으니, 진운은 필요한 일만 간단히 하고 나머지는 부하에게 명령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일도 핸드폰만 두들기면 되는 사안들 뿐이라 그의 활동 범위도 해변 인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초승달 해변과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작은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절벽 위. 움직이는 화폭을 정면에 두고 감상하는 사람처럼 진운은 해변을 관망했다. 이따금씩 검붉은 기운이 몇몇을 낚아 걷어내긴 했으나 어쨌든 나긋한 평화가 유지되는 장면이다.
진운이 제 일을 하나씩 처리해나가는 동안 장미는 여전히 해변을 거닐었다. 얼굴 몇 번 봤다고 친해진 현지인과 수다를 떨고 사진을 찍고 이 나라의 크고 작은 일들, 이 동네의 대단하지 않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서서히 해가 기운다.
수평선 아래로 내려간 태양을 뒤로 하고 해변 옆에 떡하니 있는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음에도 장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며칠 간 똑같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이 쯤에 하루를 마무리 하러 갔는데, 오늘은 방파제와 암석이 뒤섞인 해변 끄트머리에서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그대로 잠들었나 싶었을 만큼 파도가 가까이 치는 암석에 걸터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는 자세로 멈춰있다.
그리고 진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을 타고 실려 온 노랫소리를 들었다. 나긋하게 읊조리는 음성에 단조로운 운율이 섞였을 뿐인데 꽤나 듣기 좋았다. 지형을 따라 수놓인 조명 덕에 반짝이는 해변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에서 잔을 기울이며 듣기 좋은 음악이었다. 진운은 잔을 들고 소음이 적은 야외 테라스로 걸음을 옮겼다.
장미는 단 한 번도 노래를 들려주지 않았다. 제가 꽤 잘 부른다고 자신했던 진운을 오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앞으로 부를 거면 같이 부르자는 말을 해놓고는 정작 선뜻 마이크를 잡거나 듀엣을 제안한 적 없다. 그래서 그는 그 상황을 넘기려 아무렇게 내뱉은 말인 줄 알았다.
"나쁘지 않네."
싸늘한 바닷바람이 소금기와 노래를 싣고 절벽을 탔다. 진운은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한참을 서 있었다. 장미가 호텔로 돌아가고도, 저 멀리 부서지는 희미한 파도 소리만 남을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4
장미의 휴가가 나흘 남짓한 날, 진운은 이 나라에서 작지만 확실한 제 진영을 완전히 구축해냈다. 괄목할 만한 성과는 관련인이 들었다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쾌거였으나 N109 구역의 지배자에게는 당연한 결과다. 오히려 인원과 정보가 부족해서 늦은 축에 속했으니 그가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면 장미가 귀국하고서도 이곳에 더 머물러야 했다.
장미는 앞으로도 지칠 때면 임천시를 떠나 휴식을 취하고 싶어할 테다. 그럴 때마다 함께 하고픈 욕심에 무리하여 진영을 구축했어도 진운의 일처리는 완벽했고, 끝내 이루고자 한 바를 이뤄냈다. 다음 번에 함께 재방문 한다면 그때는 본인이 완벽하게 에스코트하리라.
백장미라는 인물은 그만큼 진운이 노력과 정성을 들이고 싶은 존재였으므로.
이 말은 곧,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다. 제 귀인貴人을 감히 함부로 대하는 치들을 본다면 그 누가 참겠는가.
지난 날들과 다름 없이 해변을 거닐던 장미에게 한 무리가 접근했다. 사실 지금껏 혼자 다니는 그에게 다가온 사람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장미가 유하게 대처해왔지만 이번은 유독 질겼다. 거절에 순순히 돌아가는가 싶더니 장미가 인적이 드문 장소에 머무르는 시간에 다시 나타났다.
대놓고 뒤에서 움직이는 이들을 처리하다 보니 해변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이들에 대한 경계가 낮았다. 이는 제 존재를 숨기려 했고, 임천시의 유망한 헌터를 믿어서 가능한 처사였으나 작금의 상황이 닥치자 어리석은 판단이었음을 깨닫는다.
행복으로 꽉 찬 불그스름한 두 뺨이 내려가는 입꼬리와 함께 주저앉고 모래사장 만큼이나 반짝이던 눈동자가 어둡게 죽는다. 타인에 대한 회의감에서 도망친 장미에겐 여기까지 날아온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까득 깨문 진운의 두터운 팔이 벌레 쫓듯 휘둘러졌다.
그가 분노한 까닭은 제 사람을 건드려서가 아니다. 그 조차도 손에 함부로 쥐지 못하는 이가 만끽해야 할 평화를 방해한 것도 모자라 제가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까지 알리게 되었잖나. 쨍하게 내리쬐는 햇살에 반사된 연보랏빛 눈동자가 절벽 끄트머리에 선 자를 올곧게 직시하고 있었다.
진운은 장미가 스스로 일궈낸 안정이 저로 인해 강제로 형성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여 여지껏 용의주도하게 주변을 맴돌았는데. 진운의 모든 노력과 바람을 허사로 만든 멍청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머리를 굴리는 와중 들려오는 목소리.
"사장님!"
청량한 음성이 들리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새파란 절경이 시야를 가득 매우고 그 속에서 단연 빛나는 작은 인영에 신경이 쏠린다. 무의식적으로 한 폭의 그림이라 여겼던 절벽 아래 해변이 그제야 똑같은 시간이 흐르는 현실임을 인지한다.
진운은 부글대던 마음이 놀랍도록 빠르게 가라앉는 걸 느꼈다. 장미가 활짝 웃으며 팔을 흔드는 모습은 눈부신 풍경에 저를 초대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는 홀린 듯 난간을 넘어 절벽 아래로 낙하했다. Evol을 사용해 안전하게 착지하고 울퉁불퉁한 암석을 뛰어넘어 곧장 화폭의 중심, 장미의 앞에 도달한다.
십여 일 만에 얼굴을 마주한 장미는 피로와 근심은 찾아볼 수 없는 매끈한 얼굴이었다.
"이렇게 만나 뵐 줄은 몰랐어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곳에도 내 사업장이 있거든."
"와, 정말요?"
진운은 거짓 없는 말을 태연히 내뱉으며 손을 뻗었다. 에너지로 멱살이나 목을 붙잡았던 금수들은 높이 파도 치는 바다에 던져버리고 장미의 비뚤어진 모자를 기울여 주었다.
장미는 그의 말을 단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수긍했다. 서로에게 익숙한 언어로 말하는 장미의 음성을 오랜만에 듣는 터라 진운은 생소한 감정을 느끼며 들뜬 목소리를 경청했다.
"혼자 해외에, 그것도 이렇게 멀리 온 게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어요. 언어나 문화나 전부 모르는 것뿐이라 무섭기도 했는데… 며칠 지내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바다도 예쁘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음식은 맛있고. 그러다 조금씩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그래서 귀국 시간을 당길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사장님을 만났네요!"
"타이밍이 좋았네."
"맞아요! 예상치 못하게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기쁠 줄 몰랐어요. 아, 사장님. 식사 하셨어요?"
"아직."
"제가 여기 와서 가본 식당 중에 가장 맛있는 곳을 꼽아봤는데, 사장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엇, 그런데 곧 주무실 시간 아니에요?"
"괜찮아. 여기선 나도 밤에 자거든."
"와! 정말요? 더할 나위 없네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식사하러 갈까요?"
"네 제안을 내가 거절할 수 있겠어?"
"어엇."
환희로 가득 찬 낯이 붉은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진운은 여태껏 신나서 조잘대던 입이 제 한 마디에 딱 다물리는 것을 보고 바람 빠지듯 웃었다.
더워선지 다른 이유에선지 붉게 열이 오른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자 부품 빠진 로봇처럼 삐걱거린다. 가려지지도 않고 이미 다 보여놓고는 제 상태를 숨기려는 듯 모자를 눌러 쓰며 앞서 걸으면 진운은 부드러운 호선을 입가에 그리며 뒤를 따른다.
즐거이 웅성대는 사람들의 소음, 모래사장을 적시는 파도 소리, 버석한 소금기와 함께 불어오는 현실의 생기가 눈이 부셨다.
진정된 장미는 또 다시 제 행적을 떠들었다. 이미 아는 내용이면서 잠자코 듣던 진운은 자신이 바다로 내던졌던 무리가 뭍으로 헤엄쳐 나오는 걸 눈에 담다가 충동적으로 물었다.
"차라리 헌터를 관두는 게 낫지 않겠어?"
들려오는 말이 없다. 애초에 빠르게 답이 돌아올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저를 흘끗거리는 이들에게 한 번씩 시선을 보낸 후 다시 장미에게 주의를 돌렸더니 그는 조용히 정면만 보았다.
이대로 어물쩍 넘어가려나 싶은 순간, 작은 입이 열렸다.
"이젠 괜찮아요."
자칫하면 세찬 파도 소리에 묻혀 사라질 듯 나지막한 목소리. 그것으로 진운은 본인의 바람과 욕심을 한구석으로 치웠다.
장미가 어떤 마음으로 헌터가 되기로 했고 유랑체를 잡는지 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그의 삶를 존중해 줄 진운이기에. 그는 산뜻한 목소리로 그러냐며 아무렇지 않게 수긍하고는 앞으로의 계획이나 물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귀국이 앞당겨질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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