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Donor Song
유령부자+미즈키
교통사고, 사망 및 세포기억설 소재에 주의바랍니다
미즈키가 죽었다.
사인은 교통사고로 인한 뇌사. 1차로 도로에서 추돌사고가 벌어졌고, 그 현장을 무리해서 피하려던 자동차가 인도로 넘어와 행인을 덮쳤다. 이 사고로 1명이 죽고 3명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리고 그 1명의 사망자가 미즈키였다.
병원으로 실려갈 당시에는 의식불명이었으나, 응급실로 이송된 후 뇌사 판정을 받았다. 미즈키를 살리려고 한 의사는 어린 키타로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차분하게, 최대한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미즈키의 상태를 설명해주었다. 심장은 뛰고 있으나 뇌에 반응이 없고 의식이 회복될 가능성이 0에 수렴하므로 사실상 죽은 상태이다. 그러나 다른 장기는 길게는 일주일 정도 생명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전 본인의 의시가 있었거나 유족의 동의가 있다면 다른 이에게 이 장기를 의식할 수 있다.
외관만 어릴 뿐 알 건 다 아는 나이였기에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나, 키타로는 만일 미즈키가 죽는다면 그것은 자연사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눈알아버지도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인간 친우는 그 지독한 나구라의 구멍에서도 살아 돌아왔고, 쿄코츠의 공격에도 마음과 목숨을 잃지 않고 귀환했다. 그러니 무슨 일을 당해도, 설령 요괴의 습격을 받더라도 명줄을 잡고 있을 거라고. 그러니 충분히 자신들이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미즈키의 최후는 허망할 정도로, 손 써볼 기회도 없이 다가와 모든 걸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키타로나 눈알아버지가 갑작스런 이별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 그의 소지품을 확인하던 경찰이 다가와 무언가를 내밀었다. 작은 카드로 보이는 것을 확인한 의사는 그들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고인이 기증희망등록증에 기증 희망을 표시한 흔적이 남았기 때문에, 유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적합자가 나오는 대로 장기이식을 시도할 거라고. 유족의 뜻보다 고인의 생전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키타로가 의사의 피 묻은 가운 자락을 붙들며 물었다. 장기 기증이나, 이식이 무슨 뜻이냐고. 미즈키의 몸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이냐고. 의사는 키타로가 아직 어려 그 의미를 다 파악하지 못헀다고 생각했는지 의자에 앉아 있는 키타로의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람의 몸은 이물질을 거부하는 습성이 있어, 다른 사람의 신체 일부가 들어오면 그것에 대항하는 세포를 만들어내 쫓아내려 한다. 그런데 아주 우연의 일치로, 다른 사람의 세포임에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때가 있다. 그 경우 병이 든 장기를 들어내고 잘 맞는 사람의 장기로 대체하면 자신의 몸 일부로 인식하고 몸에 정착시킨다. 건강한 장기를 주는 쪽을 기증자, 그리고 그 장기를 옮기는 과정을 장기 이식이라고 한다. 너의 아버지는 심장과 콩팥, 오른쪽 눈의 각막 등에 체크를 했기 때문에 이쪽으로 적합자를 찾아볼 거다. 말을 마친 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키타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아버지는 다른 사람을 살리고 가는 거란다. 남겨진 사람들에겐 잔인할지 몰라도, 아주 숭고한 결정을 한 거야.”
다른 사람을 살리고 간다. 그 말이 두 유령족의 가슴에 대못처럼 박혔으나 아프지 않았다. 의사의 말과 달리 그것은 전혀 잔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즈키다운 선택이었다. 미즈키는 종종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신은 결코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말하곤 했고, 그러니 소소하게나마 누군가를 돕고 갈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얘기했다. 장기기증카드를 남긴 건 아마 그 자책의 연장선일 것이다. 그러니 키타로도 눈알아버지도 미즈키가 죽기 전에 유언처럼 남기고 간 그 결정에 반대표를 던질 수 없었다.
얼마 뒤 병원에서 키타로에게 편지를 보냈다. 적합한 심장병 환자를 찾아 그에게 이식한다는 내용이었다. 만나기를 원한다면 해당 환자의 연락처를 알려준다고 했으나, 키타로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곧 그들은 수술 후 돌아온 미즈키의 시체로 조용히 장례식을 치렀다.
제가 어렸을 때 심장이 안 좋아서, 심장 이식을 받은 적이 있대요. 어른의 심장이라 다들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그 심장은 지금까지 제 몸 안에서 잘 뛰고 있어요.
그런데 그 심장을 받은 뒤로 종종 꿈을 꿔요. 그 꿈에서 저는 갈색 머리카락에 왼쪽 눈을 감고 있는 아기를 안고 있어요. 아기는 손을 뻗어 제 얼굴을 만지면서 ‘미쥬’라고 불러요. 꿈속의 저는 어째서인지 그 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당신과 같은 이름이에요. 또 어떤 꿈에서 저는 술잔을 들고 그 아기와 닮은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배경은 잘 보이지 않는데, 아무래도 무덤가인 거 같아요. 백발의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내 이야기를 늘여놓아요.
이상한 건 꿈만이 아니에요. 아주 가끔이지만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뭐가 낯설냐면, 깨끗한 왼쪽 눈이 어색해요. 세로로 죽 가로지르는 흉터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 그래서 제 얼굴이 아닌 것 같다는 기분까지 들어요.
아마 이 심장의 주인에게 그런 흉터가 있었던 거겠죠? 제가 꾸는 꿈도 심장 주인의 기억이겠죠? 저, 들어본 적 있어요. 장기 이식을 받으면 장기의 원래 주인의 기억이 스며들어온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요.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어떤 요괴의 소행 같은 게 아닐까요.
소년은 편지의 끄트머리에 ‘게게게의 키타로에게’라고 적은 다음 책상 위에 놓은 거울을 보았다. 역시 익숙해지지가 않네, 흉터 하나 없는 얼굴은. 소년은 손을 뻗어 왼쪽 눈두덩이를 더듬거리다 한숨과 함께 책상 위에 엎드렸다. 나른한 봄바람이 커튼을 건드리며 들어왔다. 곧 소년은 잠에 빠졌고, 어느 새 열린 창문 사이로 넘어온 까마귀가 편지를 물고 간 줄도 모르고 다시 낯설면서도 그리운 꿈속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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