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동

인어 AU - 1

깊은 바다를 조심해

Dream by 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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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의 인어 AU 입니다.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하지만 공주는 될 수 없습니다. 문어마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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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들으시면 좋은 Bgm입니다.

https://youtu.be/dAsRPFNWOvk?si=oF8lOLe-tqHEyLnv



환한 달을 비추는 거대한 지구의 거울. 그 아래로 한 계단씩 내려가다 보면 한 치 앞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이 깔려있다. 그 밑바닥에는 어둠에 숨어 사냥감을 노리는 탁한 존재들이 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추하기로 알려진 것은, 물의 흐름을 따라 팔락이는 기나긴 머리카락. 흑단과도 같이 검은 눈동자를 암흑 속에 감추고 굳은 피처럼 짙고 검붉은 입술을 가진 것. 인간과 비슷한 상체에 기다랗고 끈적한 8개의 다리를 가진 심해의 마녀. 수십 개의 빨판으로 먹잇감을 옥죈 뒤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의 생살을 뜯어먹는 괴물. 심해의 생물들은 이것을 모란 (蟊瀾 : 물결 속 해충) 이라 불렀다.

4년에 딱 4일.

이러한 존재들은 드물게 빛을 찾아 한 번씩 지상으로 올라가곤 했는데 모란 역시 그러했다. 윤슬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표면 위로 얼굴을 내밀면 차가운 밤바람이 모란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본 달은 살이 차올라 동그란 진주를 닮아있었다. 평화도 잠시, 귀를 찢는 소음에 모란은 저 멀리서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빛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배다. 모란은 신경질적으로 다리를 들어 해면을 팡팡 치더니 뒤이어 빠른 속도로 배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배에 구멍을 내어 침몰시키면 고요한 제 바다를 되찾을 수 있을 터. 그러나 막상 배 앞까지 도달한 모란은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다르게 하늘에 가까운 것이 상갑판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빛을 등지고 있어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넓게 벌어진 어깨에 두툼한 허리, 이상하게 빡빡 깎여있는 두상이 그가 수컷에 가까움을 알려주었다. 그는 모란을 보고도 큰 소리를 지르거나 놀라지 않았으니 그 점이 모란에게 있어 흥미를 유발시켰다. 모란이 남성을 빤히 보면 남성 역시 모란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에 모란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유영하듯 배 주위를 빙빙 돌았다. 손을 들어 남성이 인사하면 모란도 여덟 개의 다리를 들어 인사를,

“뿅?!!”

남자가 몸을 기울였다. 그는 호기심이 강한 듯했다. 반응이 재밌었는지 모란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뿅.’ 소리를 흉내낸다. 소리는 닿지 않고 흩어지지만 그것만으로도 남자에게는 충분한 반응이 되었는지 웃는 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려왔다.

“인어, 라기에는 다리가 많다. 뿅.”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남자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모란의 종족에 대해 추측하는 듯했다. 오징어, 문어, 말미잘 아무거나 내뱉는 목소리에 점점 모란의 미간이 좁혀진다. 바보같은 종.

힌트를 줄까 싶어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커다란 굉음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펑, 퍼엉-

인간들의 연회를 알리는 기괴한 폭죽 소리에 놀란 모란이 자신의 보금자리인 바다로 급히 달리기 시작한다. 남자는 황급히 손을 뻗지만 둘 사이 거리감을 줄이기엔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난간을 잡은 채 흩어지는 표면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굴린다. 다시 보고 싶다, 뿅. 아쉬움 남은 목소리만이 허공을 울린다. 그러던 중 투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명헌! 주인공이 왜 여기있어?!”

“들켰다, 뿅!”

이명헌이라 불린 남성은 거구의 남자에게 뒷덜미를 잡힘으로써 도망갈 길 역시 막혀버렸다.

“다들 너만 찾고 있었다고. 이제 도망 못 갈 줄 알아라.”

“지쳤다, 삐효오옹…”

발을 질질 끌리며 납치되면서도 명헌의 시선은 난간 너머에 고정되어있다. 뭘 그렇게 보냐? 방금 전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다 망쳤다, 뿅. 뭐, 인마? 헤드락이 걸린 명헌이 살려달라며 항복을 선언했지만 현철은 놔주지 않은 채 방 안으로 그를 데려간다. 곧이어 왁자지껄한 소리가 흐르는 방은 아침 해가 뜰 때까지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의 떠들썩한 목소리를 들으며 모란은 배의 밑바닥을 한참 돌다 방향을 틀었다.


인어 AU 명란 설정

살만님 CM

『 모란 』 : 蟊瀾

☠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상체는 인간을 닮은 심해의 생물

☠ 인간을 굳이 이해하려 들지도 않고, 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인간 외의 존재

☠ 쓰레기가 묻혀있는 밑바닥을 떠돌면서도 최상위 포식자의 위엄을 유지하는 것

☠ 이것의 소리는 초음파에 가까워 인간이 들을 수 없다.

☠ 눈은 어두우나 청각은 인간보다 발달되어 있다.

『 이명헌 』

🌊 두 개의 다리, 두 개의 팔. 평범한 인간

🌊 겁도 없고 조금은 독특한. 사차원의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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