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화원

배경

기차와 화원 :: 배경

생을 마친 이들은 이곳으로 오게 된다.

​숨이 끊어졌다고 생각할 때..

작은 빛을 느끼고 눈을 뜨게 된다.

눈을 뜨고 깨어난 곳은 끝이 없는 무채색의 꽃밭.

​높은 하늘을 닮은 무채색의 천장과 구름을 닮은 조명들이 눈에 들어온다.

꽃밭에 누워 멍하니 있기도, 지난 날을 회상하기도 하는 그들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한 순간 새로운 것들이 느껴진다.

보이지 않던 작은 건물이,

들리지 않던 기차 소리가.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꿈을 꾸듯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가 있고

​죽음을 인지했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들은 끝이 없는 꽃밭, 결코 닿을 수 없는 천장.

그리고 어느순간 보이기 시작한 작은 건물 뿐.

당신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 건물로 갈 수 밖에 없다.

​​

건물에 도착하자 전체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고풍스러운 역.

기차역 간판에는 당신의 이름이 생전 가장 익숙하던 언어, 또는 수단으로 남겨져있다.

 생전에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단번에 이 곳은 자신을 위한 곳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기차역의 앞쪽에는 엄청난 체격의 직원이 서 있다.

얼굴을 제대로 알아 볼 수 없는 검은 복장을 한 직원.

그는 표를 확인하는 듯 손을 내밀었고

당연히 표가 없는 당신은 꽤나 당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을 빤히 바라보는 듯한 직원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안쪽으로 안내한다.

기차역의 내부에는 아날로그 형식의 안내판이 있으며

그 것 역시 당신이 이곳의 주인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얼마 뒤 안내 종소리가 울리며 검은색의 증기 기관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기차가 완전히 정차한 후.

​역시 큰 체격의 승무원이 하차하며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 ----.'

"화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지막 여행을 ​부디 즐기시길."

무의식적으로 기차의 내부로 안내하는 승무원을 따라 기차에 오르기로 한다.

​그렇게 탑승한 기차의 첫 칸은 보통의 기차와 다르지 않았다.

기차는 당신이 탑승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역을 떠난다.

그리고는 아까 당신을 불렀던 승무원이 다시 한 번 나타났다.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안녕하십니까. 이번 여행을 맡게 된 기관사 '---' 입니다.

'----'의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이 곳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

이 곳의 모든 것은 '승객'과 '관리자의 혈액'을 제외, 모든 것이 무채색이다.


기차는 승객을 태우면 ​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멈추지 않고 여행한다.

​기차가 운행하는 동안 승객은 기차의 첫 칸부터 마지막 기관실까지 이동하게 된다.

아름다운 것, 슬픈 것, 두려운 것, 안타까운 것...​ 기차의 내부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준비되어있다. 승객의 죽음에 관련된 것이나 세상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들. 평생 얻지 못한 것이나 넘치도록 누린 것. 승객에 관련된 모든 것들이 칸마다 승객을 맞이한다.

​기관사는 승객을 항상 따라다니며 그를 돕는다.

기차에는 몇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하나, 승객은 기차의 첫 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여행한다.

둘, 승객은 무엇이든 모든 승무원에게 요청할 수 있다.

셋, 승객은 자신이 원할 시 기차에서 언제든 하차할 수 있다.

넷, 승객은 원하는 때에 언제든 자신의 위치에 머무를 수 있다.

다섯, 만약 한 칸에 정착하고 싶다면 그 또한 가능하다.

여섯, 칸에 정착한 승객은 더이상 이동하지 못하며 완벽한 만족감에 묻히거나

환생을 원하면 그 즉시 기관사가 나타나 환생을 진행한다.

​일곱, 환생을 원하지 않는 승객은 하차한다.

여덟, 환생할 영혼은 이전의 모든 기억을 기억 보관소에 보관한다.

아홉, 모든 기억이 기록된 뒤, 영혼은 새로운 생명으로 환생한다.

승객은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기차에서 하차할 수 있다. 하차한 승객은 화원의 식물이 되며 매우 편안한 상태로 서서히 ​아무런 생각, 걱정, 움직임 없이 영원한 안식상태가 된다.

  승객이 영원한 안식을 얻고 의식이 흐릿해지다 완전히 사라지면 ​에너지가 되어서 현생에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매우 드문 경우이지만 다시 승차를 원할 경우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기차역이 보이며 기차는 당신을 맞이하러 돌아온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으면 기차의 마지막 칸에 도착하게 된다.

​마지막 칸은 기관실. 이곳에 도착한 승객은 선택을 하게 된다.

  하나, 원하는 것, 원하는 세계로 환생한다.

  둘, 화원의 식물이 되어 안식한다.

  ​셋, 관리자가 되어 사후세계의 일원이 된다.


검은색의 증기 기관차. 꽃향기를 머금은 흰색의 수증기를 내뿜으며 움직인다. 화원에서 약 10m정도 상공에서 레일 없이 이동한다.

​기차는 어떠한 물리적인 충격을 받아도 파괴되지 않으며 그 어떤 것도 기차를 상처입힐 수 없다.

​기차의 내부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 받지 않으며 한 칸, 한 칸 별개의 세계로 취급한다.

최초의 관리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원의 천장은 하늘을 닮았고, 결코 닿을 수 없다.

​화원의 식물들은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부터 오지에 있거나 먼 옛날 멸종한 식물, 또는 다른 세계의 식물 역시 존재한다. ​꽃은 물론 나무, 열매, 잎으로만 이루어진 식물도 있다. 모든 화원의 식물들은 안식을 택한 승객이다.

​이곳 역시 기차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에 제약 받지 않는다.

​관리자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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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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