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죄책감
사무실이 정적으로 가라앉는다. 테이블을 경계로 두 연인은 대치하고 있었다. 잔뜩 날이 선 눈이 남자를 노려본다. 이러려고 날 살렸어? 응? 죽게 내버려 두지 그랬어. 여자의 차분하면서도 분노섞인 목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신이 살린 여자. 하랑. 그녀의 연인은 여전했다. 자신보다 형제인 테쎄라를. 특히 그의 동생인 체르타를 끔찍이 챙겼다. 솔직한 대답을 원하는 검은 홍채가 자신의 구원자를 마주본다. 남자는 입을 꾹 다문 채 눈길을 피할 뿐이다. 저와 같은 하얀 가운을 입고, 협회와 닮은 하늘색의 블라우스를 걸치고 있었다. 하랑은 생각했다. 저 눈은 어떤 진실을 감추고 있을까. 시간에 무르익어 탁해지는 올리브를 닮은 눈을 바라본다. 연인은 항상 숨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저 눈은 제게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냉정 속에 피어난 사랑은 끈질긴 애정을 고백한다.
“너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거야.”
“하랑아, 내가 알아서 잘..”
“네 그런 태도가 싫어, 나도 좀 알게 해줘. 같이 의논하는것도 안돼?”
“별 일 아니라고 내가 말했잖냐. 응?”
“사소한거라도 의논하는게 연인이잖아..”
남자는 고개를 떨군 제 연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봄이 되어준 분홍빛 머리카락을 눈에 담는다. 오해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제게 실망한 연인에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애인이 엮이면 그녀가 위험해질 뿐이다. 다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 말하고 싶었다.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돌아선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남자는 하랑을 자신의 품에 가까이 끌어당겼다. 황당한 얼굴로 올려다 보는 눈이 꼭 자신을 책망하는 것만 같았다. 그 눈빛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는 연인의 턱을 잡고 입을 맞춰갔다. 두사람의 움직임이 하나가 되고, 어느새 사무실에는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는 더운 호흡이 섞이는 와중에 생각했다. 자신의 욕심으로 살아난 그녀에게 가지는 후회. 곧 죄책감의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연인을 지키고자 행한 묵인이었다. 언젠가 그녀도 자신을 이해해주리라. 결론 짓기로 했다.
이또한 자신의 사랑방식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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