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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2차 창작 / 2017년 작

소마 by 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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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X원작 크로스오버. 프랑켄슈타인 원작을 인용한 문장 포함. 월튼이 빅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원작 기반이며 빅터와 괴물에 대한 묘사는 뮤지컬 기반. 원작에 등장하는 로버트 월튼 선장의 배가 북극에서 헤매던 괴물(+빅터)를 발견했다는 설정.

빙하


잉글랜드에 사는 사빌 부인에게

1819년 12월 11일

너무나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도저히 적지 않을 수가 없군요. 그래요, 우린 북극에 거의 다다랐습니다. …… (중략) ……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짙은 안개가 가득해 시야를 흐렸고, 얼음 평원은 사방으로 광활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때 문득 우리가 처한 위기를 잠시 잊을 만한 어떤 이상한 광경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 너무도 황당하여 잊을 수밖에 없었죠. 들쭉날쭉한 빙하 사이로 희미하게 두 사람의 형체가 보였거든요. 너무 멀어서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서로에게 지탱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한 명이 다른 하나를 부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분명 육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래, 너무도 지친 나머지 헛것을 보나, 잠시 생각했지만 그 많은 선원이 전부 허깨비를 보았을 리는 없잖습니까? 당장에라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빙하에 배가 갇혀 있었기 때문에 우린 빙하가 갈라지고 아침이 되기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날이 밝자마자 갑판 위로 올라갔는데, 선원들이 전부 배 한 쪽에 모여 있더군요. 제가 갑판 위에 모습을 보이자, 갑판장이 기다렸다는 듯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선장님, 바다 위에서 두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두실 생각은 없지 않습니까? 그야 물론이었죠! 저는 그렇게 잔학한 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전 급히 긍정하고는 어제 우리가 본 그 두 형체를 떠올리며 모여 있는 선원들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쓰러진 남자 둘을 둘러싸고 있더군요. 둘 다 유럽인이었고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한 명은 놀랍게도 바지만 입은 맨몸에 큰 깃이 있는 긴 코트를 입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의 것은 케이프 코트였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마거릿 누님, 저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원들이 그토록 몰려 있는 이유도 이해가 되었죠. 헐벗은 남자는 총상을 입었는지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 옆에 의사가 앉아 치료 중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 남자의 전신에 수술 자국과 채찍 자국이 가득했고 목은 아예 떨어졌던 것을 다시 이어 붙인 것처럼 성글게 꿰매어져 있었다는 겁니다. 장담하건대 이렇게도 참혹한 몸을 가진 사람은 정말이지 처음 보았습니다. 저는 감히 말을 잇지도 못하고 놀란 눈으로 의사를 바라보았습니다. 의사는 회복력이 놀랍게도 좋다는 얘기만 반복했는데, 그도 차마 다른 말은 꺼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죠.

애써 다른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는데 세상에, 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온몸이 얼어 있었고, 피로와 굶주림 때문인지 끔찍할 정도로 몸이 말라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었죠. 이보다 쇠약해진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허벅지에 묶인 붕대에 대해 선원들에게 물으니 자상을 입었기에 치료해 줬다더군요. 그는 눈을 뜬 후 외국 억양이 섞인 영어로 횡설수설하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습니다. 글쎄,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이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발음이 몹시 분명치 않아 뜻을 알아들은 것이 저 스스로도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남자는 이후 혼자 더듬더듬 어린애처럼 어눌한 말투로 중얼거렸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사용한 단어 중 몇몇 단어는 아주 수준 높은 단어였습니다.

선원 하나가 내게 설명하길, 선원들이 두 남자를 발견했을 때는 총상을 입은 남자만 간신히 정신을 차린 상태였고 총에 맞은 것 치고는 꽤 양호한 상태였다더군요. 그리고 그가 아예 기절한 다른 쪽을 부축하고 있었는데, 마치 야생짐승 같은 눈으로 선원들을 노려보다가 그가 부축한 동료처럼 정신을 잃었고 그 이후 곧바로 배로 옮겨졌다는 겁니다. 그 눈빛이 어찌나 형형한지 그가 눈을 뜨고 있었을 땐 차마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합니다.

우리는 일단 두 남자를 선실로 옮겼지만, 신선한 공기를 마시지 못하자 쇠약한 남자가 다시 기절해버렸습니다. 우리는 그의 입술에 브랜디를 흘려 넣고, 온몸을 문질러 정신이 들게 한 뒤 담요로 감싸서 부엌 난로 굴뚝 근처로 옮겼습니다. 조금 회복된 후에는 수프도 먹을 수 있었고요. 하지만 남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다는 편이 더 옳겠죠. 저는 그가 말을 잃은 게 아닌지 다소 걱정될 정도였지만 이틀 후 그는 조금이나마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본 첫 순간, 그는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이름을 밝혔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총상을 입은 남자의 경우, 역시 제대로 된 옷을 입히는 것이 먼저였죠. 그는 곧바로 깨어났는데 어떠한 소통도 하기 싫다는 듯 눈을 감고 잠만 청했습니다. 사실 그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움직이거나 말하면 상처를 치료하는 데 어렵다고 하니까요. 저는 두 사람을 제 선실로 옮겨 보살피고자 했으나, 그 말을 하자 프랑켄슈타인의 표정이 무섭도록 굳어졌습니다. 그의 감정이 그렇게 강하게 드러난 것은 처음이어서, 저는 제법 놀랐답니다. 때문에 프랑켄슈타인만을 제 선실로 옮겼습니다.

누님, 저는 지금껏 이토록 흥미로운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몹시 지치고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때때로 광기가 서린 눈빛을 하고 괴로워합니다. 누군가 그에게 친절을 베풀거나 다정하게 굴면 그의 얼굴은 무언가를 떠올리듯 일순간 밝아졌다가, 더할 나위 없이 슬픈 빛을 띠었습니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전부 잃어버린 사람과도 같아서, 우리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표정은 지켜보는 사람에게마저도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아픔을 주더군요. 그는 한때 오만하고 당당하며 예민했던 모양인지, 혼자 있을 때면 그러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품행이 몸짓으로 배어 나왔지만 우리가 다가가면 제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예의 바르고 정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이 독특한 이방인은 점점 건강을 회복했음에도 꽤나 말이 없고 불안증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때때로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악몽에서 깨어나 떨었는데 지속적인 고통으로 산산조각이 난 영혼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는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나를 상냥하게 대하는 것 같았는데, 그에게 관대함과 부드러움 같은 것은 참으로 익숙지 않은 일이었던 모양인지 조금 힘겨워 보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우애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지속적인 깊은 슬픔이 제 마음속 잠자던 동정과 연민을 끌어내더군요. 그에게서는 형언할 수 없는 고귀함이 느껴져요,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이 두 이방인과 관련해서 계속 기록하려고 합니다.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면 적을게요.

로버트 월튼


1819년 12월 19일

손님을 향한 애정이 나날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와 같은 사람이 파괴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놀라울 정도로 가슴이 아파요! 그는 무척 지혜롭고 뛰어난 교양을 지니고 있어, 빠르고 유창하게 말함에도 한참을 숙고한 뒤에 골라낸 듯이 상황에 적합하며 고상한 단어들로 구성된 문장을 사용합니다. 선원들과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데, 능숙히 할 줄 아는 언어가 몇 가지나 되는 듯해요. 제가 그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한 온갖 행동을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누님이라면 충분히 제 편에서 고려해 주실 수 있겠지요? 그 시도에 대해서라면, 일단은 제가 성공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항해에도 몇 가지 충고를 해 주었는데 전부 유용했어요.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내가 그에 대해서 평하는 긍정적인 말을 전부 부정했고, 자조적인 투로 말합니다. 그가 우리 배에 탄 이후로 한 일은 모두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를 도통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가 돌변하는 것은 총상을 입은 남자에 대해 말할 때뿐이었습니다.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프랑켄슈타인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대답해주기는커녕 날카로운 검에 심장을 찔린 사람처럼 신음을 뱉으며 단정하고 수려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더군요. 그는 간신히 다음 말을 이어나갔는데, 자신에게 ‘그’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총상을 입은 남자 역시 자신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저 남자를 ‘그’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죠. 그 사실을 알게 된 빅터는 눈을 꾹 감으며 그래, 차라리 그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렸습니다.

총상을 입은 남자 역시 프랑켄슈타인만큼이나 흥미로운 사람입니다. 선원들 생각은 좀 다르지만 말이죠. 그건 아마도 프랑켄슈타인이 항상 깔끔한 차림새를 하는 것에 비해 남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하고 사람들을 잔뜩 노려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창문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온종일 밖을 바라보며 침묵할 뿐이에요. 게다가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선원들은 그를 인지능력이 없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내게 비친 그는 때때로 깊은 슬픔에 잠긴 듯 홀로 사색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깨진 영혼 안에 사금을 품은 자들에게 이끌리는 것 같군요. 별이 빛나는 밤하늘, 바다, 북극의 경이를 목도할 때마다 그들의 영혼을 떠올립니다. 최근의 저는, 매일의 생에 열광할 새로운 이유를 그들의 모습에서 찾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일은 그 총상을 입은 남자에게 다가가 볼 생각이에요.

R. 월튼


1819년 12월 20일

총상을 입은 남자에게 말을 걸자 그는 역시 답이 없었을뿐더러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습니다. 이토록 완벽하게 무시당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죠, 일단은 이 배에서 전 선장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전혀 불쾌하지 않더군요. 전 남자에게 머리를 조금 다듬을 것을 권유하며 다가가 제멋대로 삐친 머리카락을 건드렸습니다. 예, 그게 상당히 무례한 행위였음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자는 평생 창밖만 보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게 변명거리가 될까요?

남자는 깜짝 놀라 나를 돌아보며 내 손목을 틀어쥐었는데 힘이 정말이지 강해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습니다. 그는 아픔을 참는 저를 보고는 당황한 얼굴로 제 손을 놓아 버리더군요. 남자의 얼굴이 찡그리는 것이 아닌 다른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보았습니다. 전 남자의 목 부근 상처에 머리카락이 닿는 것이 그다지 좋지 못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잠시 내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는지 눈을 감으며 다시 고개를 홱 돌려 버렸습니다.

저는 그에게 이름을 물었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에게 물으니 대답해주지 않았다고 덧붙이며. 그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이 내 입에서 나오자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부여잡았어요. 그의 몸 상태가 걱정되어 당장 부축하려 들었지만 남자는 손을 저으며 이내 똑바로 허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그러자 내게는 이름이 없다, 하고 그가 말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저는 약간 충격에 휩싸였어요. 그는 굉장히 듣기 좋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졌는데, 처음 배에서 지내기 시작했을 때 선원들에게 으르렁대던 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남자는 고개를 들어 나를 직시하고 말을 이었습니다 ……


“하지만 내게 이름을 물은 것은 당신이 처음이로군.”

월튼은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아 대답할 말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볼 수 있었다. 지금껏 그가 본 남자의 얼굴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반쯤 가려져 있거나, 혹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담담한 모습의 남자는 전혀 달랐다. 빅터가 진중하고 오만한 얼굴을 가진 데 비해, 남자는 조금만 표정을 바꾼다면 더없이 선량하고 온화하게 느껴질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한순간뿐, 남자는 다시 월튼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무언의 축객령을 내렸다. 월튼은 부모에게 혼난 아이처럼 축 처진 기분이 되어 그의 선실을 빠져 나와 자신의 선실로 향했다.

빅터는 언제나처럼 자그마한 수첩에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배에 탄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빅터는 월튼에게 혹시 수첩이나 노트 한 권을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때 월튼이 선선히 내밀었던 바로 그 수첩에, 언제나처럼, 그렇게. 그는 기록하는 것이 습관인 듯 수시로 빠르게 손을 놀려 글을 써 내려가곤 했다. 언젠가 월튼이 물었을 때 빅터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의 버릇이라 대답했다.

인기척을 느낀 듯 빅터는 수첩을 덮고 월튼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는 여전히 선명하게도 침잠한 슬픔이 엿보였으나,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월튼은 그 기이한 괴리에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특유의 사교성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나갔다. 누님에게 보낸 편지에도 이미 썼던 것이었지만, 월튼은 언제나 자신을 깊이 이해해 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친우를 찾고 싶은 욕구를 품고 있었다. 빅터와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확신하기 시작한 터라, 오늘이야말로 그 이야기를 나눌 때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조심스럽게 주제를 꺼낸 월튼은 오히려 후련해진 기분이었다. 친구라는 주제는 지금껏 그들이 나누었던 어떤 주제보다도 빅터를 깊게 흔들어 놓는 듯했다. 혹여 이 귀족적인 손님이 말을 가리느라 올바른 답을 주지 못할 것이 두려워, 충고를 받는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는 부류에 속하지는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그가 그럴 사람이 아님은 월튼도 잘 알고 있었다. 

‘통찰력입니다, 정확한 진단!’ 언젠가 다른 주제에 대해 빅터에게 물었을 때 되돌아온 답이었다. 수십 번은 뱉어본 문장처럼 자연스레 흘러나온, 그 간단한 문장이 어찌도 인상 깊었는지, 어찌도 제 가슴에 강렬하게 꽂히던지.

“나도 친구가 한 명 있었고, 그는 가장 고결하고 올곧은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앞에는 세상이 펼쳐져 있으니 기회와 희망이 있군요. 하지만 나는…… 나는 모든 것을 잃었고,”

월튼의 말에 천천히 대꾸하던 빅터는 약간 혼란스러운 얼굴로 월튼을 바라보며 찡그리더니, 굳은 결심이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그가, 나를 부축하고 있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그라면 총상을 입은 사내를 말하는 겁니까?”

“예.”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빅터는 단순히 긍정을 표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오늘의 그가 유독 편치 못해 보였던 것은 이 때문임이 틀림없었다. 월튼은 천천히 당시를 회상하며 대답했다.

“나는 그때 갑판에 나오지 않아 정확히 모릅니다만……. 당시에 선원들이 말하길 정신을 잃은 당신 옆에 그 사내가 겨우 버티고 있었다더군요.”

“…….”

“그 전날엔 나도 갑판에 서 있었는데, 빙하 사이에서 어렴풋이 한 사람이 다른 자를 부축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본 것도 같습니다.”

빅터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체할 수 없는 듯 숨을 몰아쉬더니 왜, 하고 목을 긁는 듯한 소리를 냈다. 선실 안을 빙 둘러 보다 커다란 거울에 시선이 닿더니, 충동을 눌러 참듯 주먹을 꽉 쥐었다. 월튼은 그의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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