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마이/카구레이] 잠옷

lumination by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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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이러는 거지"

"...이것도 안 되나요?"

"절대 안 돼"

계속해서 돌아온 '안돼'라는 말. 카구라씨의 집에서 자고 가는 날, 나름 신경 써서 챙겨 온 잠옷들은 입어보기도 전에 모두 퇴짜 놓아졌다. 이럴까 봐 세 벌이나 가져왔는데... 좀처럼 맞출 수 없는 카구라씨의 취향에 막막함이 든다. 애초에, 잠옷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어차피 입고 잘건데 무슨 상관이――

"......"

있을지도...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카구라씨의 방. 즉, 하얀색 레이스 장식으로 가득한 공주 풍의 방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놀랐지만 지금 봐도 역시 놀랍다. 그렇다고 카구라씨의 취향을 뭐라 하는 건 절대 아니라, 오히려 이런 방에서 잘 수 있다니 기분이 들뜬다. 방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가까이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됐어,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어"

"그건, 그거대로 너무해요"

"누가 할 말인데"

"...귀여운 거로 가져온 건데."

카구라씨에게서 잠옷 통과(? 를 받지 못해 분한 나의 중얼거림을 무시한 카구라씨는, 내 쪽으로 심플한 상자를 내밀어 왔다. '이게 뭔가요?'하는 시선을 보내자 카구라씨도 눈길로 열어보기를 재촉했다. 그 압박에 나는 서둘러 상자를 열어보았다.

"...옷?"

카구라씨가 건네준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레이스로 장식된 새하얀 원피스형 잠옷이었다. 설마, 카구라씨가 만든 건가!? 부드럽고 얇은 소재의 원피스는 만져보기만 해도 몸에 편안히 달라붙을 것 같았다. 이런걸 그냥 받아도 되는 건가? 이런걸 일부러 준비해준 마음이 너무 기쁜 내가 카구라씨를 향해 감사의 말을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거야 뭐야."

"당연히 마음에 들어요! 당장 입을게요!"

"...응."

아, 입꼬리 씰룩거린다. 만족한 듯 미소 짓고 있는 카구라씨가 귀여워서 나는 '역시 카구라씨에요' '이런 잠옷 꼭 입어 보고 싶었는데 자신이 없었어요'라는 등 진심으로 감탄을 연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얼른 입지 그래."

"아, 네! 그렇네요."

이런 잠옷을 입고, 이런 방에서 자다니. 정말 공주님 같은 밤이네... 신난 마음에 입고 있던 셔츠 단추를 풀어내자 카구라씨는 얼굴을 붉히며 기겁했다.

"너 변태야!?"

"네!? 아, 안에도 옷 입었어요!"

'보세요!'하며 안에 입고 있던 티를 보여주려 해도 카구라씨는 아예 등을 돌려 보였다. 하지만 언뜻 보이는 그의 귓등이 붉어 보여서――이거, 내가 파렴치한 짓을 한 기분이 드는데. 제대로 짚고 넘어가고 싶지만 나는 일단 잠옷으로 갈아입었고... 그 모습을 본 카구라씨는, 자신이 만든 잠옷이면서 속옷이 비춘다는 이유로, 결국 나는 내가 가져온 토끼 잠옷을 입고 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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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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