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남겨진, 끝내 남겨질 너에게

줄리아 라이네케가 레아 윈필드에게, 성인2 기간

  • 살해의 순간에 대한 몇 가지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레질리먼시란,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레질리먼서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눈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알아낸다. 상대가 기쁜지 슬픈지, 화가 났는지 속상한지, 사랑에 빠졌는지 혐오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눈이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는 것은, 그 진실을 머글들조차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겠지. 그러나 레질리먼시 마법을 진정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자는 손에 꼽는다. 숙련된 레질리먼서는 더더욱. 거기에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상대를 사정없이 해부하는 시선. 그리고, 상대에게 잠식되지 않는 냉정한 마음. 어쩌면 훌륭한 레질리먼서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자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만큼 슬픈 마법이 또 있을까. 줄리아는 문득 생각했다. 상대의 가장 깊숙한 곳을 꿰뚫으면서도 거기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아야 한다니. 마음을 들여다보면서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지 않을까.’

그것은 그저, 어느 날.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쳐 조세프의 품에 안겼던 그 행복한 시절, 당신을 아직 증오하지 않을 때 스쳤던 작은 상념이었고.

갈색과 노란색이 모자이크 조각처럼 섞여 들어간, 따뜻한 빛의 녹색 눈동자. 그는 여전히 숙련된 오클러먼서는 커녕 오클러먼시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마녀조차 아니고, 설사 그가 오클러먼서였다 하더라도 이 순간, 당신에게 방벽을 세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레아 윈필드, 당신은 그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간다.

상념들이 어지러이 당신의 주변을 떠돈다. 두서없는 생각들이다. ‘브리짓은 어떡하지. 그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러게. 호그와트 준비는 제대로 시켜주지조차, 못했네. 교과서도, 물품들도 모두 사 놓았으면서…….’ ‘이대로 끝나는 걸까?’ ‘에스마일은 무사할까?’ ‘왜 네 얼굴이 슬퍼 보일까.’ ‘나는 네가 정말 미웠는데…… 어쩐지 지금은 네가 밉지 않아.’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아파. 아프다. 이것이 죽음인가…….’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고통들. ‘피가 멈추지 않아.’ ‘숨 막혀…….’ ‘살려줘. 아직, 나는…….’ ‘아니야. 이제, 차라리…….’

그러나 이것은 단지 표면일 뿐이다. 소용돌이치며 섞여들어가는, 가장 단순한 생각들.

그러므로 더욱 깊이 들어가보자. 더욱 깊숙하게.

그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그곳으로.

아래로,

더욱 아래로.

한 층을 더 내려가보자. 두 번째 층에서는 문답이 오간다. 위의 상념들이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소용돌이를 타고 내려가면, 그 거대한 벽 사이로 당신이 내뱉은 말과 그가 하지 못한 대답이 메아리친다. 마치 토네이도를 사이에 두고 이는 천둥과 번개처럼.

당신은 말한다.

정말 죽을 생각이에요, 이렇게? 고작 머글 태생 마법사 한 명의 목숨과 맞바꿔서? 다들 당신을 비웃을 거예요. 다들.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거라고요. 누가 인정해 줘요. 당신은 순교자도 되지 못해요. 그렇게 손에 피를 묻히고는 어떤 역할도 부여받을 수 없다고요.

그는 속으로 대답한다. 알고 있어.

당신은 소리친다.

정말 못된 어머니예요, 알아요?!

그는 다시 한 번 말한다. 그 또한, 알고 있어.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말한다. 알고 있어. 알고 있어. 당신이 말한 것 중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 모두 들었던 이야기이다. 프러드가 말했다. 핀갈이 말했다. 그래서 이곳에 네가 있는 이유가 뭐냐고. 거기에 의미가 있긴 한 거냐고. 브리짓에게 정말 이게 최선의 선택일 것 같냐고. 그러니 당신의 말도 그저 그 말들 중 하나로 생각하면 되었는데. 남편을 죽이고 이제는 그를 죽이는 살해자의 말 따위, 그렇게 넘겨버려도 되었는데.

보아버렸지. 슬프게도.

그 순간, 당신이 의식하지 못하고 짓던 표정을. 그 시리디 시린 하늘색 눈동자가 일그러지는 광경을.

있지, 레아. 그 순간 네가 짓던 표정이 꼭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어린아이 같았다고 한다면, 어쩌면 너는 언제나, 언제나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 순간 들었다고 말하면, 너는 뭐라고 대답할 거야?

네 그 표정이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어딘지 달라서, 내 삶의 끝에서 네게 연민을 느껴버렸다고 한다면.

속삭임이 당신을 이끈다. 이제 더 아래로 내려갈 필요는 없다. 따라오라. 이 속삭임을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붙잡고. 따라오라. 이 미로 속 당신이 가야할 곳으로.

따라오라.

그는 아이작 윈필드의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은 그가 레아 윈필드의 이야기 역시 거의 모른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에게 아이작 윈필드는 그저 재미로, 홧김에, 별 생각 없이 죽여버린 수많은 인물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나마 이름이라도 기억하는 것은 모두 당신 때문이었다. 당신이 그 남자의 죽음에 반응했으니까. 그제서야 떠오르는 것이다. 그 남자의 추문을 이야기할 때 당신이 보였던 딱딱한 얼굴을. 그를 괴롭힐 때 종종 충동적으로 내뱉고는 하던,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선한 사람들이 실패한다.’는 류의 말들. 그제서야 겨우 그 모든 것을 연결짓는 것이다. 당신이 그토록 괴로워하며 그를 붙들고, 증오하는 눈길로 그를 보던 그 순간에서야.

네가 내 기회를 빼앗아갔어. 네가 내 족쇄를 깰 기회를 빼앗았다고.

그제서야.

모든 퍼즐이 이어진다. 삶의 끝의 끝에서야 그는 당신을 ‘이해한다’. 이해해 버린다.

말해봐, 레아. 네가 브리짓을 데려오던 그 날, 그건 정말로 단순히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였니? 그 아이가 바라던 책을 사주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과자까지 쥐어주며 내게 데려온 것은.

네가 지금 나를 가리켜 못된 엄마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나를 가리켜서 하는 말이 맞아?

네가 브리짓을 바라보던 그 시선은, 정말 ‘나’의 딸로만 보았던 게, 맞아?

물론 진실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당신과 다르게 레질리먼서가 아니므로. 모든 것은 그저 이해했다 느끼는 착각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정말로 그를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브리짓에게 잘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의 목을 그어버릴 정도로 분노한 것은 그저, 이미 충분히 차오른 그를 향한 증오 때문일수도 있다. 그는 그랬다. 당신과 다르게, 그는 당신을 언제나 이해한다고 확신하지는 못했다. 그저 직감. 느낌. 어떠한 공명.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겨우 그뿐이었으니까.

겨우 그뿐.

하지만 말이지, 레아. 나는.

그는,

마침내 당신은 미로의 한가운데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곳에 자리한 것은 미노타우르스가 아닌 어떤 이야기이다. 외침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가 의식을 짜모아 하고 싶었던 말들.

그는 이야기한다. 온 마음을 다해, 그가 느낀 것을 말한다. 당신에게 전한다.

증오와 공포, 자기혐오와 경멸, 냉담함. 당신에게 가졌던 그 모든 감정을 넘어서.

이번에야말로. 모든 것이 마지막이니까.

레아.

나도 네게서 나를 보았어. 내가 죽인 내 아버지에게서, 네가 죽이지 못한 네 아버지를 보았어. 그런데 말이지, 나는 어느 순간 내 아버지를 이해해버렸고, 이제는 거울 속 내 모습에서 내 아버지를 때로 찾고는 해. 그리고 이번에, 나는 네 눈에서 브리짓을 보았어. 왤까? 너는 어쩐지 내 죽음보다 남겨질 브리짓을 더욱 생각하는 것 같아서. 프러드나 핀갈과는 다르게, 내 작은 아이가 마치 너 자신인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이야기하는 거야. 나는 이제 딸이기 이전에 엄마가 되었으니까. 자녀를 졸업하고 부모가 되었으니까, 네게 전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네 아버지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해. 네가 원망에 차서 들려준 말들과, 다른 사람들에게서 전해들은 것 정도만 알 뿐이지. 하지만 너를 보면, 특히 지금의 너를 보면, 그 사람도 어지간히 자기 자식을 못 지켰다는 생각이 드네. 그 위대한 업적 사이에서, 너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걸 보면 말이야. 그건, 어쩌면…… 내가 브리짓에게 지금 하는 짓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일지도 몰라.

그래서 묻고 싶어. 너도 남겨졌었니? 네가 알지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거대한 시대 안에서, 네가 알지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어떤 이유로 뒤에 남겨졌었니? 언제나 그것에 쫓기는 그 사람의 뒤통수를 보며 자라왔니? 그게 네가 나에게 지금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일까?

그렇다면 말이지.

레아. 나는 네 아버지가 아니야. 네 어머니도 아니지. 그러니 나에게 이 말을 할 권리는 없을지도 몰라. 그럼에도 나도 부모니까. 내게도 딸이 있고, 그 아이도 이제 남겨진 아이가 될테니까…… 이야기할게.

미안해.

너를 혼자 두게 되어서, 너는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쩌면 영영 알지도 못할 이유로 너를 내버려두어서. 네게 영원한 상흔을 남겨서. 너의 족쇄가 되어서.

날 용서하지 않아도 돼. 마음 놓고 미워해. 마음놓고 증오해. 마음놓고 원망해. 네게는 그럴 자격이 있어.

그럼에도, 그럼에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게 있다면…….

사랑한다.

이것이 그 어떠한 사죄가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사랑해. 내 생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야.

내 생에서 가장 소중한……

모르겠다. 이것이 네게 닿을 수 있을지. 당신은 결국 훌륭한 레질리먼서니까. 그리고 그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레질리먼시조차 할 줄 모르니까. 이 모든 것은 착각일 수도 있다. 당신의 냉정한 마음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해부하는 시선은 이 모든 감정을 그저 관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해야하는 말이지 않았을까.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는, 그것이 당신이어도 좋으니, 브리짓에게도 이 말을 전해주었으면……. 그것은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가 떠올린 마지막 생각이었고.

그 다음은, 암전이다. 더 이상은 의식을 유지할 힘이 없다. 전등빛이 꺼지듯 사위가 캄캄해진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