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1)
日影華劍_이환연
*
'반드시 생포한다.'
이환연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잡아 이환야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이환연이 집안의 말림에도 고집을 굽히지 않고 강호를 나선 이유였다.
소식 하나 알 수 없었지만, 이환연은 이환야가 마교에서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이환연이 아는 이환야는 그런 인물이었다.
모든 것에 다재다능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일질지언정 물러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유리한 지점을 잡아채고 마는. 유능하며 끈질긴 사람. 그것이 이환야였다.
그렇기에 이환연은 믿었다. 마교에 끌려갔지만 어떻게든 살아있을 것이라고. 그런 이환야를 믿고 반드시 이환야가 돌아올 수 있게 자신이 그 길을 만들어낼 것이라 결심했다.
마교도들은 정도가 없다. 그렇기에 이환연은 뒤에 있는 상단원들을 안전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세화. 그분들을 데리고 가세요."
"뭐? 연비대협! 혼자 무리야, 대협도 알잖아!"
"아니까 하는 말이에요!"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환연의 기세에 남세화는 살짝 넋이 나갔다. 위기의 앞에서 객기라도 부리는 것인가 남세화는 어떻게 해서든 이환연을 말려 이 위험에서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뒤이은 이환연의 말에 의해 저지당했다.
"세화. 넷을 상대하며 저분들을 지키긴 힘들어요. 그러니 제가 잡고 있을게요."
"그런 거라면 내 쪽이 더 가능성 있잖아. 연비대협…!"
이환연은 탈출과 희생에서 희생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남세화는 이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이어 이환연이 남세화를 설득한다.
"알아요! 세화. 추격이 붙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어요. 부탁할게요."
"...알았어. 금방 돌아올게."
"감사합니다."
남세화는 이환연의 마지막 말에 그가 우려하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이해했다. 확실히 도망치던 도중 추격이 붙는다면 그 추격으로부터 확실하게 승기를 잡아 올 수 있는 건 이환연이 아닌 남세화였다.
허나 눈앞에 있는 건 중원을 떨게 만든 그 마교도들이었다. 휴전 협약을 맺은 지 수년이라 할지라도 강함을 추구하는 그들의 위세가 어디로 가겠는가. 그런 그들을 홀로, 그것도 넷이나 상대 하려는 이환연의 자세는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기에 남세화는 이환연을 두고 가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급박한 이 상황에서 망설여 봤자 무엇을 득 보겠는가.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아무런 능력도 없는 상단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 시키고 돌아와 이환연에게 힘을 보태고 빠져나올 방법을 궁리하는 게 더 많은 사람을 살릴 가능성이 있는 길이었다.
그렇기에 남세화는 이환연이 최대한 버티고 있기를 기도하며 상단원들을 데리고 이 자리에서 벗어났다.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는 게 마교도들이다. 그들이 남세화가 상단원들과 이곳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겠는가. 흑의인 하나가 남세화를 향해 달려들자 이환연이 그의 앞을 검으로 막아선다.
흑의인은 예상했다는 듯 이환연의 검을 막아내었고, 검과 검이 부딪히자 이환연이 얼굴을 찌푸리며 흑의인을 발로 걷어찼다.
복부에서 느껴지는 섬찟한 고통에 이환연은 배를 움켜잡았다. 뜨거운 피가 상처를 비집고 흘러 나왔다.
고개를 들어 발로 찬 흑의인을 바라보니 검을 든 손의 반대편 손에 단검을 하나 들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흑의인은 이환연이 움직일 것을 예상해 이환연을 공격한 모양이었다.
낭패였다.
현재 이환연의 몸 상태는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다. 본인이 계속해서 괜찮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이전에 생겼던 상처는 이제 막 아물기 시작한 정도였고, 수면을 줄이면서까지 남을 도우려 돌아다니느라 체력은 한계였다.
그리고 방금 이가장의 가솔들과의 대치로 검을 쥔 오른팔의 상처가 벌어지며 점점 검을 쥘 힘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이환연은 검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살짝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는 강한 힘을 가지고 맞붙었다간 필시 검을 놓치게 될 것임을 예감했다.
벌어진 상처에서는 이미 적지 않은 양의 피가 흘러 소매를 적시고, 검을 붙잡은 붕대를 적셔 그의 검을 타고 흘러내렸다.
거기에 흑의인의 단검에 의해 복부에서도 적지 않은 출혈이 생겼으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환연에게 승리의 가망은 커녕 공격해오는 흑의인들로부터 제 명을 지킬 수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환연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이환연은 그 누구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였으니. 허나 이환연은 두려움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고 있다.
두려워 앞에 닥친 위기에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다면 그만큼 의미 없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두려움에 떠는 일은 지금 이 위기가 지나간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지금은 공포에 의해 아무리 호흡이 떨려온다 하더라도 차근차근 숨을 가다듬으면서 냉정하고 신중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단검을 맞고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과 싸우려 자세를 잡는 이환연을 본 마교도들은 이환연이 그들의 일을 방해하지 못하게 그를 막을 태세를 갖추었다.
“넌 물건을 챙겨라. 나머진 저 녀석을 처리하고 달아난 떨거지들을 처리하러 간다.”
가장 뒤에 있었던 흑의인이 지휘관이었는지 주변의 다른 흑의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곤 자신이 이환연의 상대라는 듯 검을 들어 앞으로 나왔다. 이환연은 그의 순간적인 살기에 반응해 공격을 받을 대비를 하였으나.
쾅-!
이환연이 차마 쫓아오지 못할 속도로 흑의인이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감으로 겨우 검을 막아내었으나, 부딪히며 발생한 이 소음은 결코 검끼리 부딪혔다 할 수 없는 소리였다.
이환연에게 덤벼든 이 흑의인은 감히 이환연이 어떻게 감당해낼 수 없는 경지의 무인이었다. 휴전의 상태에서 감히 중원에 발을 들인 마교도들이었다. 절대 호락호락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 아닐 것이라 예상한 이환연이지만 막상 그와 검을 받아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리 좋지 않은 상태였던 이환연의 팔은 흑의인의 검을 견디지 못했다. 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감아두었던 붕대가 무색해지게 굉음이 울림과 동시에 이환연의 손에서 검이 날아갔다.
그대로 앞이 열리게 된 이환연에게로 흑의인의 검이 떨어져 왔다.
“!!”
이환연이 급하게 발로 내려오는 검을 차 내었으나 상대하고 있는 흑의인의 무위는 이환연이 도무지 감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려쳐지던 흑의인의 검이 이환연에 의해 걷어차이자 바로 매끄럽게 동작을 이어 이환연에게 장을 날렸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환연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강하게 날아간 이환연의 몸이 뒤에 서 있던 나무에 맞고 쓰러졌다.
“커헉…!”
내상을 입었는지 장을 맞고 날아간 이환연의 입에서 숨과 함께 혈이 뱉어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눈앞에 아찔했던 이환연은 몸을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발치에 먼저 날아가 떨어져 있던 검을 다시 주워 흑의인. 마교도들에게 겨누었다.
검을 든 이환연의 손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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