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봄과 함께_알카이드의 새해(1)
브금(산들바람인데…… 유튜브 링크를 못찾았어요)
새해를 앞둔 어느 날 저녁. 셀레인 섬에 폭설이 내렸다.
현관을 열자 뒤쪽에서 다가온 나비가 문틀에 앞발을 올리고는 바깥에 쌓인 눈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고싶은 모양이었다.
소화가: 바깥은 추워서 안돼. 제대로, 몇 겹이나 껴입어야 한다구.
소화가: 나처럼 말이야.
불만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나비의 눈동자에 비치는 나는, 하얀 패딩으로 꽁꽁 싸매고 있었다.
새하얀 공처럼 둥그런 모양새가 찬바람은 커녕 공기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래 보이겠지.
멀리 갈 것도 없이, 오늘 만나기로 약속한 알카이드도, 언제나처럼 따뜻한 팔로 나를 안아준 뒤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
알카이드: 어라~? 내 품으로 날아온 게 눈사람 요정인가? 아주 동글동글하네.
나를 끌어안은 알카이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소화가: 선배, 다시 말할 기회를 줄게요.
알카이드: 음…… 새하얗고, 무척 귀여워.
소화가: 좋아요.
나는 다시 알카이드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만족할 때까지 뺨을 부비다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소화가: 와줘서 고마워요. 곧 돌아가죠? 그래서 가기 전에 만나고 싶었어요.
작년 연말, 알카이드는 귀향하지 않고 셀레인 섬에서 나와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는 오래 전부터 내가 곧잘 외로움을 탄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올해는 내가 먼저 그에게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이미 알카이드는 여러 번 내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비록 한동안 만나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 속은 그가 준 용기와 따스함으로 넘쳐나기 때문에 외롭지 않았다.
소화가: 가족들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제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했다고, 그리고…….
알카이드: 응. 안그래도 두 분도 같은 말씀을 하셨어.
소화가: 네?
알카이드: 네게 ‘새해 복 많이 받으렴’ 하고 전해달라던 걸.
알카이드는 평소보다 차분한 모습으로 온화하게 말했다. 그의 부모님이 그렇게 전해 달라고 했을 때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이끌린 나도 마음 편히, 그리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화가: 감사하다고…… 어, 어라? 잠시만요?
…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나는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잠시 고민하다가, 마침내 그의 말 속의 진의를 깨달았다.
소화가: 설마 선배, 돌아가지 않는 거예요?
알카이드: 응.
알카이드가 부드럽게 내 뺨을 어루만지며 차분한 말투로 경위를 설명했다.
알카이드: 어제 밤에, 부모님께 연락 드렸어. 내일 비행기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소화가: 그게 왜……?
알카이드: 어머니가, 너 혼자 이곳에 남겨두고 오면 나도 외롭지 않겠느냐고 물으시더라고.
알카이드: 그러더니 이번에는 그 말을 들은 아버지가ㅡ
알카이드: ‘집에 와서 그렇게 굴거면 우리 부부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라’ 라고 하셔서…….
알카이드의 성대모사가 너무 그럴싸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드물게 내게 매달린 알카이드가 따라 웃더니,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애처롭게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알카이드: 그러니까 소화가…… 너까지 나를 거절하면 나는 다른 갈 곳이 없어…….
ㅡ정말, 알고서 이러는건지 모르겠지만…… 이런식으로 말하는데 거절할 수 있을리가…….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고 생각해보니, 지금 집이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을 떠올린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고, 알카이드가 그것을 받아들여 결국 올해는 그의 집에서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집에 있는 나비를 데리러 들렀다가, 그대로 선배의 집으로 향했다.
나비는 아까 전의 일에 아직 마음에 담고있는 모양이었다. 알카이드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버리고 그에게로 뛰쳐가는 것을 보면.
나비에게로 허리를 굽힌 알카이드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알카이드: 왜 그래? 또 둘이 싸웠어?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하기로 결정했다.
소화가: 아까전에 밖에서 놀고싶다는데 추워서 안된다고 했거든요.
알카이드는 나비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알카이드: 나처럼 입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구나?
마치 직접 목격이라도 한 듯한 정확함이었다. 정곡을 찔린 나는 얼떨떨하게 눈을 깜빡였다.
드디어 아군을 찾은 나비는 알카이드를 바라보며 본인은 불쌍한 고양이라고 주장하듯 울어재꼈다.
알카이드: 그러면 이렇게 할까? 며칠 뒤에 가게가 다시 문을 열면, 네게 새 옷을 사줄게.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어때?
알카이드: 차차도, 너와 빨리 놀고싶다고 하던 걸.
차차: 미야~
알카이드와 차차가 너무 잘해줘서 그런가, 나비는 나와의 소동은 금세 잊어버리고 차차와 함께 어슬렁거리며 방 한구석으로 떠났다.
알카이드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번에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알카이드: 나비와의 싸움은 이제 해결 됐는데, 어째서 아직도 이런 얼굴일까?
소화가: 어…… 그러고보니 명절 음식을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거든요. 나비도 언젠가 알아차리겠지 싶어서…….
알카이드가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할 때에는, 혼자 보내는 명절에 잔치상 같은 게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로…… 명절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소화가: 벌써 시간이 이래서 가게도 다 닫았을 것 같고…… 마법이라도 부리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없는데서 새해맞이를 하기는 힘들잖아요…….
알카이드: 아니,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몇 번이나 눈을 깜박였다.
그러자 알카이드가 방 한구석을 가리켰다. 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티 테이블 옆에 미개봉된 종이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발송은 이틀 전. 발신자는 ‘브랜다’ …그의 어머니였다.
알카이드: 오늘 도착한 거야. 냉장 보관은 아닌 것 같고, 내용물은 나도 모르지만 괜찮으면 열어볼래?
네!
내가 열어도 돼요? [선택]
소화가: 하지만 가족한테서 온 건데 제가 함부로…….
거기까지 말한 나는 말을 멈췄다.
미소를 지은 알카이드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카이드: 그건 혹시 내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수는 없다는 뜻이야?
나는 수줍게 웃음을 터뜨렸다.
때때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카이드같이 다정한 사람이 내 세계에 들어와 애정과 신뢰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종이 상자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잔치상을 위한 식재료, 다양한 간식거리, 그리고 명절맞이로 꾸밀만한 장식품 등 연말 축하 파티에 필요할 만한 것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그리고 작은 쪽지가 한 장 동봉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무척 아름다운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ㅡ
‘제대로 곁에 있어 줘. 이쪽은 괜찮으니까.’
…응? 발송이 이틀 전이었지 않았나?
알카이드가 연락한 건 어제라고 했었는…… 어라?
알카이드의 아버지는 ‘부부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렇다면 선배의 부모님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내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아마 내 생각이 맞을 것이다.
다시 쪽지로 시선을 떨어뜨리면, 그 한 글자 한 글자가 소리도 없이 마음에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내 겉옷을 옷걸이에 걸고 돌아온 알카이드가 꼼짝 않고 있는 나를 보더니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알카이드: 왜 그러고 있어? 생각했던 물건이 없었어?
나는 돌아서서 쪽지를 그의 손바닥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그대로 있는 힘껏 그를 꽉 끌어안았다.
소화가: 있었어요.
갑작스레 끌어안긴 알카이드는 조금 놀란 듯 했지만, 마주 부드럽게 나를 안아주었다.
알카이드: 다행이다. 뭐가 들어있었는데?
소화가: 여러가지가…… 많이요. 말로 표현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알카이드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그에게 마음을 전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따뜻함과 사랑을 준…… 나의 알카이드에게.
(브금- 산들바람)
그 이후.
알카이드의 고향으로부터 온 짐을 정리하고 있다보면, 문득 티 테이블에 놓인 물건이 두 가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익숙한 디자인의 문화잡지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잡지에서 비져나온ㅡ ‘신년 계획표’라고 적혀있는 종이.
나는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뒤돌아서 알카이드에게 말을 건넸다.
소화가: 선배, 이거 읽어도 돼요?
알카이드: 아, ‘Radiant' 샘플? 괜찮아.
알카이드: 내가 찍은 사진이 어떤건지 알겠어?
소화가: 그리고 이 신년 계획표도ㅡ
알카이드: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나는 무심코 잡지로 뻗던 손을 멈췄다.
알카이드는 ‘Radiant'를 집어 내게 건네주고, 어쩐지 곤란한 얼굴을 하면서 계획표도 보여줬다.
종이를 넘겨보면, 그것은 표지의 ‘신년 계획표’ 라는 글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백지였다.
알카이드: 이제부터 만들려고 했던 거라. 너는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하고싶은 일…… 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매번 알카이드가 제안하는 것만 하던 터라 갑자기 물어보면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화가: 생각났어요.
알카이드: 어떤 거?
소파쪽으로 몸을 옮긴 나는 내 옆자리를 팡팡 두드렸다.
소화가: 자, 이쪽에 앉아요. 지금부터 선배는 계획표를 짜고 나는 잡지를 읽는 거예요. 그럼 잡지를 전부 읽었을 즈음이면 계획이 다 세워져있겠죠?
알카이드의 새해(2)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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