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해자의 고백
괜찮지 않아. 한 번도 괜찮았던 적 없어. | 2023.02.15
고문 등 폭력적 소재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묘사 X).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괜찮아. 메리. 널 원망하지 않아. 사과해줘서 고마워.
마리아 소볼레프스카-우드워드는 마리샴 셰즈무 나비드를 응시한다. 입가에 피어난 미소를 본다. 진심 어린, 다정한 시선을 받는다. 용서의 한 마디를 듣는다. 목소리는 상냥하다. 웃음은 따뜻하다. 그가 울면 당신은 걱정한다. 그가 자신을 탓하면 당신은 그것을 부정한다.
그림으로 그린듯한 화해의 광경이다. 그는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당신은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므로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없어야 한다. 그러나 심장은 가라앉지 않는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누군가가 속삭인다. 대답을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떠오른 한 마디.
아니,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이게 아니야.
체제의 꼭두각시 인형. 혼혈을, 머글 태생을, 늑대인간을, 마법사로 분류되지 않는 모든 종족들을 파괴하려 드는 기계의 일부. 자기 자신이 톱니인줄도 인식하지 못하는 톱니.
이르게 잡으면 10년, 아무리 늦게 잡아도 7년이다. 그 시간 동안 메리 우드워드는 마릭 나비드가 부수고 무너뜨리려 한 ―그리고 그만큼 마릭 나비드를 짓누르고 짓밟으려 한― 세상의 일부로서 존재했다. 그 모든 차별과 배제와 억압과 폭정을 앞장서 행하는 자로서 살아왔다. 그는 마릭 나비드를 수없이 체포했고, 체포한 횟수 만큼이나 그를 ‘심문’했으며― 한 번, 끝내 그를 아즈카반에 넣었었다. 죽는 순간까지 메리 우드워드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돌이키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것이 잘못임을 알았다.
내가 그렇게 믿는지는 여기서 하등 중요하지 않아.
그것은 하나의 시인이었다. 늑대인간을 ‘관리’한다는 명목 하에 마법 사회가 그들에게 어떤 대우를 가하는지, 취업 제한 법령이 그들의 처지를 얼마나 악화시키는지, 울프스베인의 원활한 공급을 막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가 행하거나 조력했던 그 모든 일들이 당신의, 처지를 얼마나 악화시키는지 알고 있다는 고백.
중요한 것은 세상이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지. 너희는 아랫종족이고, 늑대인간이고, 더럽고 불결한 것들의 집합체고, 그것을 다른 이에게 옮기는 존재라고, 말이야.
그리고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안다는 인정.
동시에, 그런 자신에 대한 변명. 왜냐하면 세상은 이전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마리샴 나비드, 너는 더러운 존재고 네가 무엇을 하든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
옳지 않음에도 행했다. 잘못되었음을 알고도 고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각한 채로 당신을 가해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릭 나비드의 가장 큰 가해자 중 하나, 당신을 파괴하기 위해 멈추지 않던 기계 중에서도 가장 앞에 자리한 톱니바퀴는 당신의 피해를 그 누구보다도 잘 증언할 수 있는 존재였다. 어쩌면 당신 자신보다도.
참으로 이상한 아이러니지.
메리 우드워드는 알고 있었다. 마리아 소볼레프스카-우드워드는 그것을 더욱 깊이 파고든다. ‘메리’는 그저 하나의 인지로, 지각으로 그것을 담아두었다. ‘마리아’는 이제 그것을 온전히 느끼고, 깨닫고, 받아들인다.
엘리자베스 에피뉠부터 시작해보자. ‘메리’일적에는 듣지 못했고, ‘마리아’일 때도 편린만을 들었던 이야기. 당신이 늑대인간이 된 이유. 그에 대한 최초의 기억.
마법 사회는 ―모든 것이 나아졌다고 말하는 지금조차― 늑대인간을 온전히 포용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 사회에서 사람으로 살아가지 못 하고 있다. 울프스베인은 여전히 제조가 까다롭고, 그런 만큼 가격은 비싸게 측정된다. 대부분의 늑대인간은 그것을 제대로 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을 스스로로부터 보호하는가― 뻔하지. 그것은.
사실, 당신은 그런 면에서 늑대인간 중에서는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꾸준한 양의 울프스베인을 공급받고, 필요의 방에서 매달 안전하게 변신할 수 있으니까. 아이들을 불러모아도 괜찮다. 그는 해치지 않는다. 많은 늑대인간들은 고립되어 산다. 그러다 시시껄렁한 범죄자가 되거나, 그조차도 못해 죽는다(이건 ‘메리’의 지식이다). 당신의 곁에는 친구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은 양질의 교육을 받았고, 그만큼 갈 수 있는 길도 많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 생 만큼은(이것은 ‘마리아’의 기억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정말 괜찮았었나?
1학년. 당신은 슬리데린 선배들에 의해 재갈이 물렸다.
3학년. 당신이 가진 인기도 뒷말을 온전히 막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시기로, 누군가는 공포로, 누군가는 혐오로 퍼뜨리던 말들.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종종 괴롭힘을 받는다.
5학년. 당신은 차.맞.호.를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은 상냥한 거절의 뜻을 밝혔으며, 어떤 이들은 당신을 조롱했다. 모든 것이 나아진 이 세계에서조차.
그리고 7학년. 당신은 기억을 되찾았다. 당신이 비난받고, 조롱당하고, 저주를 맞고, ‘심문’ 이라는 명목 하에 고문당하고, 체포당하고, 위험 인물로 취급받고, 약혼자를 잃고, 친구를 잃고, 아즈카반에서 행복을 천천히 빼앗겼던 모든 기억을. 세상이 지금보다 당신에게 다정하지 않았던 시절을.
메리는 알았다. 세상은 당신에게 단 한 순간도 친절한 적이 없다.
마리아는 알았다. 세상은 당신에게 어느 정도 다정했으나, 결코 충분치 못했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묻는다.
정말, 당신은 괜찮은가?
그 모든 피해를, 당신은 이렇게 넘길 수 있는가?
그것이 온당한가?
“… 그러지 마.”
메리의 지식. 마리아의 선의. 그러므로 마리아이자 메리는 말한다. 소볼레프스카이자 우드워드로서 외친다.
“하나도 안 괜찮잖아. 그게 괜찮을 리, 없잖아.”
아니, 이것을 그렇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당신에게는 화를 낼 권리가 있다.
당신에게는 화를 낼 의무가 있다.
“이렇게 끝내려고 너에게 사과를 한 게 아니야.”
당신은 성자가 아니다. 예수도 아니다. 아버지, 저들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같은 소리는 성경에서나 나오는 말이다. 당신에게 바란 것은 그런 초인적인 용서가 아니다. 그것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생각하고, 악몽 속에서 흐느끼고, 절박하게 아이들을 붙들었던 게 아니다. 그 모든 각오는, 그가 내뱉은 모든 말은 그것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알고 있다. 세상이 제아무리 짓밟고 짓누르더라도 우리의 존엄은 파괴할 수 없다.
그는 알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괜찮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는 책임을 지고 싶어. 내가 저지른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메리 우드워드가 나인 이상, 그리고 그가 저지른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그것은 당신이 가르쳐준 것이다. 이안 밀러가 조언한 것이다. 루 스위니가 이야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어쩌면,
뒤틀리고, 배배 꼬이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악랄한, 후회하지도 돌이키지도 않았던, ‘그 사람’도.
“그러니까,”
세상의 일부로서 당신에게 저질렀던 짓을 이렇게 쉽게 용서받고 싶지 않다. 당신의 믿음을, 우정을, 선의를,
괜찮아. 넌 나를 해치지 않을 걸 알았으니까. …뭐든 해도 괜찮으니까. 맨날 툴툴거리고 짜증내고 귀찮다고 하고, 마음껏 화내도 좋으니까… …그냥 나랑 친구만 해 줘. 메리. 부탁이야.
그 말을, 배신했던 것을 그저 이렇게 넘기고 싶지 않다.
이것은 마리아의 심장을 가지게 된 메리 우드워드의 대답이다. 세계의 일부, 당신의 가해자로서 말한다. 피해자가 괜찮다 해서 그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용서받았다 해서 그 모든 일을 없던 것 취급할 수는 없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전처럼’ 될 수는 없다.
당신의 피해는 사소하지 않다. 당신이 마릭 나비드인 이상, 그 모든 것은 일어난 일이다. 당신이 그 기억을 가진 이상, 그 모든 상처는 이미 깊숙하게 당신 안에 남겨졌다.
우리는 해일 앞에서도 조개를 주워야 한다. 볼드모트가 돌아오고,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이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순간 우리는 사과하고, 원망하고, 싸워야 한다.
그가 한 말은 일상적인 사과가 아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해야할 것은 평범한 용서가 아니다.
어쩌면 이것은 오만일지도 모른다. 이기심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말해야 했다.
당신이 괜찮지 않음을 안다. 당신이 겪은 일이 괜찮을 수 없음을 안다.
체제의 꼭두각시로서, 기계의 톱니바퀴로서, 세계의 일부로서, 당신의 가해자로서,
그리고 당신과는 판이하면서도 같은 경험을 한 자로서 대답하겠다.
“나를 그렇게 쉽게 용서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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