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아케주 전력 / 240928~241004 / 주제: 단풍
요비스테 헷갈려서 그냥 아케치빼고 다 이름으로 표기했습니다
전부터 생각하는건데 이걸 정말 씨피로 봐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계속…….
본편 스포일러 有
11월 초, 일찌감치 니지마 사에 팰리스의 보물 루트를 확보했다. 예고장은 아케치가 말한 대로 수사 기한 직전에 보내기로 했다. 그 사이의 빈 시간동안 괴도단의 모두는 불안해 하면서도 평소처럼 게임 센터에 가거나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모두의 휴대폰에 알림 하나가 떴다. 괴도단 단체 채팅방, 리더에게서다.
◈ [슬슬 단풍이 들 시기인데, 다 같이 구경이라도 갈래?]
리더가 보낸 채팅은 순식간에 읽음 확인이 사라졌다.
♥ [좋다좋다! 하루가 합류하고부턴 다 같이 놀러가보질 못했으니까 이 기회에 가면 되겠네!]
★ [뉴비가 둘이나 더 생겼으니까 말이지]
♠ [어머, 좋아! 기대된다]
◆ [단풍은 11월 중순이 제일 아름답지]
■ [수사 기한은 18일이니까 그 전에 가야겠네]
▲ [13일 어때? 일요일이기도 하고]
♥ [그럼 13일로~! 장소는?]
■ [이노카시라 공원이 좋을 것 같아]
◆ [스케치북 가져가도 돼?]
★ [놓고 와 여시]
♠ [시부야 역에 모여서 다 같이 가는 게 어때?]
▲ [그래!]
아케치는 채팅방을 보면서도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같잖은 친구 놀이에 어울릴 생각은 없었다.
◈ [아케치도 꼭 올 거지?]
황급히 휴대폰 화면을 껐다. 어차피 다들 떠들테니 리더의 채팅이 위로 올라가면 못 본 척 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괴도단은 아케치의 대답을 기다리듯 아무도 채팅을 하지 않았다. 이미 읽음 확인도 사라져서 답장을 하는 수밖에 없다. 제길, 낮게 읊조리며 타자를 쳤다.
◐ [미안, 나는 그 날 일이 있어서]
◈ [정말 안 돼?]
★ [어이! 리더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좀 와 줘라]
♥ [그래 모처럼 다 같이 놀려가려는데]
◆ [다 함께가 아니면 의미 없어]
…이것들 뭐지? 자신을 정말 동료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기대에 맞춰주는 게 의심을 덜 살 것이다.
◐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일정을 조정해 볼게]
▲ [당연히 그래야지!]
■ [그럼 그 때 보자]
13일 오전 9시 시부야 역. 그렇게 갑자기 정해진 약속. 사실 그 날의 일정은 처음부터 비어 있었기에 조정할 필요는 없었다. 단풍놀이, 인가…. 그까짓 게 뭐라고 이렇게 들뜨는 건지…. 아케치는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캘린더에 약속을 적어 두었다.
* * *
이노카시라 공원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북적이고 있었다. 다 같이 오지 않았으면 서로 못 찾고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안의 말에 모두가 그러게, 하고 웃었다.
단풍은 생각보다 더 선명하게 물들어 있어 나무에 걸린 붉은 물결이 아름답게 흔들렸다. 붉은 잎과 높고 맑은 하늘, 새하얀 구름이 한데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단풍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아케치조차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괴도단의 모두는 각자 사진을 찍거나, 다른 사람을 찍어주거나 하며 단풍놀이를 즐겼다. 서로서로 찍은 사진이 단체 채팅방에 바로바로 올라왔다.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고 나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여성진 몇몇은 아직 체력이 남았는지 이런저런 포즈를 지어보며 사진을 찍고, 류지와 후타바, 모르가나는 편의점에, 유스케는 풍경을 보며 감상에 젖어 있어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은 렌과 아케치 둘 뿐이었다.
“…아케치, 오늘 어땠어?”
“어땠냐니….”
“재밌었어? 네가 즐겼으면 했는데.”
“… 뭐, 심심하진 않았네.”
재밌진 않아도 나쁜 경험은 아니었지, 이렇게 또래 사람들과 놀러 와보리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하지만 아케치는 그런 감상을 굳이 말하진 않았다. 일주일 후면 오늘의 경험은 마치 환상이었던 것처럼 느낄 테니 쓸데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바람이 세게 불어 렌의 머리 위로 단풍잎 하나가 떨어졌다. 금방 알아채겠지 싶었는데 몇 분이 지나도, 머리카락을 아무리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이렇게 복실하니 고정이라도 되는 건가? 아케치는 그 잎이 너무나도 신경쓰여 결국 손을 뻗어 떼어 주었다.
“머리에 잎이 붙어도 눈치 못 채는 거야?”
“아, 고마워, 아케치.”
떼어 낸 단풍잎은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마치 조커의 장갑과도 같은 붉은색. 아케치는 단풍잎을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만약 네 머리에 총구멍을 내면,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액체도 이런 선명한 붉은색일까. 생각에 잠긴 사이, 아케치, 하고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오늘은 이만 해산이야. 심심하진 않았어서 다행이네.”
렌이 살짝 웃으며 캔커피 하나를 건네고 있었다. 편의점에 갔던 인원들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손에 든 단풍잎을 구겨서 버리려다가 그대로 겉옷 주머니에 넣었다. 앞으로 n일, 내 손으로 널 죽이기까지 남은 시간. 네가 죽어도 이 단풍잎은 그대로일 테니 책장 사이에 끼워 두고 영원히 보관해 줄게. 왜냐하면 나는 너의, 너는 나의 유일한 라이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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