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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우건우+청우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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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류건우 연애경험
개인적인 생각인데 류건우는 연애 한 번도 안 해봤을 것 같음... 중요한 것) 못한 것(x) 안한 것(o) 우선 류건우 학번을 추정해봤을 때 류건우는 새내기 시절을 신촌이 아닌 곳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몇 가지 떠오르는 것만 봐도 당장 필요한 돈이 얼만데... 연애를 할 물리적인 여건이 안됐을듯
그리고 이사람은 자기가 고백을 받아도 왜 상대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모를 사람임. 지 얼굴보고 음침해서 별로라는 저 생각이 하루이틀 된 건 아닐거잖아. 아마 자존감이 나락까지 떨어져서 그런 것 같은데... 하락 수준이 아니고 못죽 초반엔 그냥 없다시피 했었지... 새내기 때도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 같은데. 류건우는 한 번 무너지면 뭔가 일어나야만 하는 계기가 생기기 전까진 그냥 그 상태 그대로 무너져있잖아. 혼자 수복을 못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그걸 합리화하고 앉아있지 그게 비정상적인 상태인 것도 모르고.
짝사랑? 거기까진 해봤을수도. 근데 진짜 딱 거기까지인. 당장 눈앞에 쌓인 문제가 너무 급해서 다른 건 신경쓸 겨를이 없어서. 류건우는 기본적으로 누구한테 먼저 다가가지 않는 타입이라 더 그런 것도 있겠고. 솔직히 다른 건 다 서술트릭 있을 것 같아서 한번씩 꼬아서 생각하고 들어가는데
류건우 학부시절은 굳이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을 것 같은... 특히 학과 내에서라면 더. 그나마 친한 선배였던 서진씨도 류건우랑 같은 상경계 학과가 아니라 아예 다른 단과대 소속이고. 아무리 주변에서 가만 안 뒀다고 해도 여로모로 연애하고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
2. 캠퍼스 청우건우
봄의 연희대... 봄의 한가운데에 피는 벚꽃도 도서관 뒤편의 벚꽃길도 물론 정말 예쁘지만 또 초봄엔 목련이 진짜 고아하게 피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목련 아래에서 청우 기다리는 건우를 보고싶단 말이에요
기다리고 있다는 톡을 받고 수업 끝나자마자 날아온 청우... 정원 입구에 있는 새하얀 목련꽃 아래에 서서 새파란 과잠 입고 새카만 가방 메고 느릿하게 폰 뒤적거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청우가 있던 건물 쪽을 보는 류건우... 그러다 청우랑 눈이 마주치자 피식 웃는 류건우
언덕길 뛰지 말고 천천히 오라고 대충 손 휘젓고는 청우 쪽으로 느릿하게 걸어가는 류건우... 급하게 뛰느라 숨찬 청우 눈에도 그 미소는 선명하게 박혀서 이 심장박동이 달리기 때문인지 류건우의 미소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청우
3. 아가늑대가 된 짱우로 청우문대
새벽에 등산 가려고 눈을 떠보니 갑자기 아가늑대가 되어있는 짱우... 낮아진 시야에 깜짝 놀라서 낑낑거리니까 저 멀리서 쿵쿵쿵하고 누가 거의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리면서 문대 등장. 문대가 방 안을 두리번거리는데 이불 속에 파묻힌 자그마한 아가가 쉽게 눈에 띌 리 없지.
분명 낑낑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정작 방 안에는 방 주인인 류청우도 없고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어리둥절한 문대... 문대가 온 걸 안 청우는 좀 더 큰 소리로 울어. 그제야 소리의 근원을 찾아낸 문대는 자기 손 안에 폭 들어오는 크기의 작은 아가를 보고 당황하고 마는데...
"... 류청우?"
"먕!"
... 류청우 원래 등치랑은 안 어울리는 울음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귀여워서 마음이 쓰이는 문대. 생각해보니 평소에 어리광부리던 거랑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아가늑대를 조심스레 안아들고 상태창을 확인하니까 온통 알 수 없는 언어로 가득 차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네. 그나마 다행인 건 기간이 비교적 짧다는 거랑 그동안 별다른 스케줄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거. 불행인 건 그래서 해제 조건이 대체 뭐냐는 거. 시스템을 뜯어낼 기세로 분석하면서도 문대 품에는 아가늑대가 폭 안겨있지.
자기한테 안긴 보드라운 털뭉치가 머리를 부비는 건 제법 마음에 들었던 문대... 머리로는 얘가 류청우라는 걸 알면서도 손은 제멋대로 움직여서 아가늑대의 온몸을 만져주고 있는 거지. 이놈이 늑대인지 강아지인지 본인도 헷갈리는 것 같고... 오히려 그렇게 만져주니까 아가늑대가 더 신나서 앙!
짖으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마구 흔들어. 문대 품에 안긴 채로... 문대는 자기 옷이 청회색 털 범벅이 되어가는 건 아는지 모르는지. 머릿속으론 어떡해야 녀석이 다시 돌아올지 생각하면서도 손으론 얘가 먹으람ㄴ한 걸 착착 준비하고. 다 먹고 나니까 아가청우가 졸리다고 까웅 하품하는데
저놈이 애가 아니면 뭔가... 싶어져서...... 이왕 자는 거 편하게 자라고 청우 침대에 뉘여놨더니 서럽게 낑낑거리는 게 뭐가 마음에 안 드는 눈치야. 설마 싶어서 옆에 누웠더니 그제야 만족한 모양인지 또 문대한테 온몸으로 치대지. 근데 느낌이 어째 좀... 몸이 많이 커졌다...?
싶어서 봤더니 진짜로 덩치가 좀 자랐네. 그때 갑자기 띠링! 소리가 들려서 상태창을 열어본 문대. 근데 떠 있는 말이 아주... 가관이야.
대충 무슨 내용이냐면 류청우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청우를 보니 또 그새 자라서 이젠 한 팔로는 안기가 힘들 정도야. 보아하니 자기랑 붙어있으면 자라는 것 같아서 다른 멤버들에게도 말해주고.
따끈한 털뭉치를 안고 침대에 편히 누워있는데 잠이 안 올 수가 없지. 문대가 눈을 번쩍 뜨니 눈앞엔 웬 거대한 털덩어리가 있어. 이게 뭐냐 싶어서 슬슬 만져보니까 작게 컹, 짖는 소리가 나더니 털뭉치가 꿈질거리면서 문대 얼굴에 비벼와. 암만봐도 류청우였지. 시간을 보니 한 세 시간쯤 잔 것 같아.
그새 이렇게 자랐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워서 자기 몸만한 늑대를 쓰다듬고 있자니 또 문대한테 치대는 청우늑대. 처음엔 문대도 그냥 받아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맹수의 힘은 한낱 인간인 문대가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만하라고 밀었더니... 시무룩해진 청우늑대.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약해져서 그래, 평소엔 누구한테 기대는 것도 잘 못 했는데 이번 한 번 그렇게 해준다고 뭐 큰일이라도 나나 싶어서 받아주는 문대. 그렇게 대충 2, 3일 정도 계속 치대는 걸 받아주다보니 어느새 애가 다 컸네. 이렇게 빨리 크다니 장하다고 해야할지
아님 좀 더 쉬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침대 아래 앉은 청우늑대 머리만 열심히 만져주던 문대... 그리고 어느 순간 보드라운 털 대신 만져지는 매끄러운 머리카락. 문대가 깜짝 놀라 옆을 보니 사람으로 돌아온 청우가 잠옷 차림으로 바닥에 다소곳이 앉아있어.
"이제 좀 괜찮냐."
"응, 형. 푹 쉬었나봐요."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쉬라고 침대에 눕혀주니까 청우가 형도 옆에 같이 있어주면 안 되겠냐고 소매 꼭 잡으면서 어리광 부리길래 피식 웃고는 청우가 원하는대로 팔베게 하고 낮잠자는 청우문대
근데 청우한테 늑대 습성 남아버려서 틈만 나면 문대 얼굴 깨무는 거 보고싶다. 아프다고 밀어냈더니 또 묘하게 풀이 죽어서 됐다그냥,,,하고 받아들이는 형아
4. 아무도 몰래 이름 불러보는 청우문대
연습 때문에 체력이 바닥나서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워서는 바싹 마른 입술 아래로 아무도 몰래 류청우, 하고 읊어보는... 그러다 저 멀리서 청우가 멤버들 챙겨주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형 찾으면 오냐, 하면서 대답해주고. 그때까지만 해도 자기가 계속 청우를 찾고있단 자각은 없었는데
언젠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외부 사태 때문에 다들 한계치만큼 예민해지고 감정소모 커진 상태에서 피곤하다고 생각한 순간 자기 머리가 류청우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는 걸 깨닫고 아, 망했다. 하고 베게에 머리 파묻어버리는 문대.
청우는... 청우도 자기가 뜬금없이, 갑자기, 맥락도 없이, 그냥 아무때나 형 찾는 걸 퍼뜩 깨달았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해보니 이미 원작에서 청우 시점마다 류건우형 생각 잔뜩 하고 있었음
그게 아니더라도 청우 맨날. 진짜 허구헌날. 지멋대로. 내킬 때마다 문대한테 형이라고 부르면서 상호반말 쓰고 있더라고요? 근데 문대도 싫은 티 하나 안 내고 챱챱 다 받아주고잇죠 ? 심지어 최근 에피에서는 자기가 먼저 형 스위치 켜고있더라고요 진짜 뭐임
5. 국밥즈 숫자 생각
굿밥즈 트윗 보고 못죽은 6이라는 숫자에 뭐가 있나 하고 있는데 그래봐야 이과머리라 생각나는 게 수학에서(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떠오르는 게) 6은 완전수라는 거...?
박문대와 류건우 사이에 중요한 일이 있었던 나이였던 20, 26, 32랑 둘의 나이 차이인 6이... 20은 넘치고 26은 부족하고 32도 부족한데 유독 6만 완전해서. 둘이 모텔 앞에서 처음으로 만나고 6년 후란 시점은 둘의 관계에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했고...
박문대가 의지할 사람(류건우)을 만난 20살, 류건우가 박문대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줬고, 난간에서 떨어지던 박문대가 류건우의 행복을 바란 26살, 류건우가 스티어 해체 후 삶을 이어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홀로 목을 맸던, 같은 이유로 헤메다 자신을 찾아온 형의 손을 잡고 박문대가 다시 일어난 32살. 6년 간격으로 일어난 큼직한 사건들, 동생보다 6살 많은 형. 이쯤 되니까 새삼 궁금해지네 큰달아 넌 어떤 삶을 살아온거니.
물론 완전수가 막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아마 그런 뜻으로 정하지는 않으셨을 거라고 생각하긴 함 걍 맞춰보니까 저래서 오 신기한데? 하고 때려봄
6. 사진찍는 청우문대
박문대... 마음에 드는 카메라 사서 오랜만에 나가는데, 원하는 곳도 찾아놨는데, 아직 면허도 없고 차도 안 뽑아서 거기까지 어떻게 갈까 고민하던 차에 소식을 들은 류청우가 데려다주기로 제안하는 상상
계절마다 주로 찍는 건... 겨울엔 푸르게 펼쳐진 밤하늘에 수놓인 별, 봄에는 밝은 하늘 아래 예쁘게 피어난 꽃, 여름엔 새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청보리밭. 잘 나오면 현상해서 숙소에 붙이기도 하고. 그런데 문대가 유독 가을 사진은 많이 안 찍어서 궁금한 청우.
그래서 단풍이 예쁘게 진 어느 가을날, 하루는 대놓고 물어봤어. 다른 계절엔 자주 나가면서 왜 가을엔 사진을 잘 안 찍는지. 그랬더니 한참을 고민하던 문대는 천천히 대답했지. 혹시 내일 같이 등산갈 생각 있냐고. 딴소리같은 대답이었어. 그치만 문대가 여기서 굳이 말을 돌릴 이유는 없었으니까.
청우는 고개를 끄덕여.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래서 며칠 후, 둘은 매번 같이 가던 산으로 향해. 마침 이곳도 단풍이 들기 시작해서 온 산이 붉은색, 노란색으로 가득해. 여름처럼 뜨겁게 쪼이는 햇빛 아래서 반짝이는 단풍. 문대는 그제서야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
카메라 화면을 들여다보면, 알록달록하게 반짝이는 단풍은 단지 배경이고 카메라에 찍히는 건 그걸 구경하는 류청우. 이따금 문대한테 말을 걸듯 카메라 쪽을 보며 변하는 입 모양, 가을바람에 살며시 흔들리는 결 좋은 머리카락, 아름다운 광경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미소 같은 것들이 선명하게 찍힌 거야.
문대가 데이터를 백업할 때 청우가 살짝 엿본 그 사진들에는 어떻게 숨겨볼 수도 없는 짙은 애정이 가득해. 어떻게 하면 문대가 보는 청우의 모습을 더 잘 남길 수 있을지 연구한 흔적들이 선명했거든.
나중에 둘이 사귀게 된 후에 청우가 가을에 찍은 사진에 대해 물어봤을 때, 가장 좋아하는 계절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렌즈에 담고 싶었다고 대답하는 문대.
그리고 문대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가장 처음 찍은 가을 사진에는 맑은 하늘을 배경에 두고 선 류청우가 렌즈 너머로도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박문대를 부드럽고 다정한 눈으로 보고 있어서, 그 사진을 보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던 건 비밀.
7. 류문대가 키운 동생들
아 근데 류문데 진짜 웃긴다 이젠 속으론 그냥 대놓고 짱우더러 애라고 불러ㅋㅋㅋㅋㅋㅋ 하기야 형은 동생 등짝도 때리고 동생은 형한테 꿍얼거리기도 하는데... 그치 아무래도 짱우는 류문대네 애지 응 좀만 잇으면 진짜 어디가서 애기 하나 금방 올 거에요 하게 생겼음 지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산만한 류청우를 두고,,, 직원이 예? 하면 그제서야 아차. 하고... 얘네 솔직히 밖에서 한번쯤은 실수했다 맨날 그렇게 형형 하면서 반말하는데...
자기가 뭐 어디 맛있는 곳 데려가는데 청우랑 큰달이까지 온다 그러면 류문대 신나가지고 직원한테 아기 두 명 더 올 거에요 그러는데 막상 보니까 웬 키 크고 골격 좋은 남정네 둘이 형! 하면서 들어오고... 암만 봐도 아가가 아닌데 류문대 눈에는 아가로 보일 동생 두 명...
8. 서로 못 챙겨줘서 안달인 국밥즈
루거누가 공시생이던 시절... 가끔 둘이 만날때마다 국밥집 갔는데 하루는 국밥집이 쉬는 바람에 저녁 먹으려다 바람맞은 국밥즈. 하필이면 날도 더워서... 흠 어떡하지 하던 루거누는 자기보다 더 더워보이는 박뭉대가 끼잉거리는 강아지 얼굴로 자기랑 국밥집 문 번갈아보는 모습을 보고마는데
애는 굶으면 안 되고(성인이긴 하지만 어쨌든 루거누 눈에 박뭉대는 지보다 한참 어리니까 애임) 마침 집도 가깝고 하니까 가볍게 장 봐서 해먹고 가겠냐고 물어보는 루거누... 물어봐놓고 후회함. 근데 그 말 듣자마자 강아지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지면서 그래도 돼요?! 하길래 얼떨결에 고개 끄덕이고... 유구하게 햇살캐에게 약한 루거누는 박뭉대의 손에 이끌려 시장으로 향한다... 형 어떤 거 좋아하세요?! 물어보는 말에 또 얼떨결에 몇 가지 얘기해주니까 박뭉대가 챱챱 골라담더니 계산도 자기가 함... 루거누 깜짝 놀라서 자기 카드 내미는데 박뭉대한테 밀림
맨날 형이 계산하시니까 오늘은 제가 계산할거에요! 야물딱지게 하는 말에 아무 대꾸도 못 하고 얌전히 끌려서 집에 들어온 루거누. 그래도 이젠 정신이 좀 돌아와서 요리는 내가 할 테니까 넌 옷 갈아입고 저기 앉아있으라고 자기 옷까지 들려서 매트리스로 보내버리기.
사온 거 보니까 닭고기, 감자, 당근, 버섯... 닭 국물요리 하기에 딱 좋은 재료들이네. 재료 보면서 피식 웃은 루거누가 도마를 꺼내자 우물쭈물 매트리스에 앉아있던 박뭉대가 슬그머니 와서 이것저것 같이 하기 시작함. 루거누... 박뭉대를 부엌에서 내쫓아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박뭉대는 루거누 생각보다 꽤 괜찮은 조수였음. 당연함 그도 경력직 자취생임. 요리하면서 대화같은 게 오간 건 아니었지만 옆에서 조금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박뭉대가 한결 편해보여서 조금 흐뭇해진 루거누. 그러다가 한눈팔아서 국물이 한번 끓어넘치는 바람에 한숨 푹 쉬고.
우여곡절 끝에 맛있게 끓은 닭한마리... 옆에서 고생 많았다면서 박뭉대한테 밥 한 그릇 가득 퍼줌. 애가 말랐으니까 좀 잘 먹여야지 싶어서 국물도 떠다주고 고기도 한가득 발라주고. 무아지경으로 발라주다 문득 자기 그릇 보니까 자기 그릇에도 이것저것 한가득 쌓여있어. 알고보니 서로가 서로한테 님 말랐으니까 많이 먹어! 하면서 덜어줬던 거임. 루거누가 슬쩍 박뭉대 눈치보니까 얘도 몰랐나봐 눈이 토끼눈임. 둘이 눈 마주치니까 루거누는 피식 웃고 박뭉대는 헤헤 웃고. 맛있는거 많이 먹고 행복한 국밥즈 보고싶다.
9. 컨트롤프릭 류청우 류건우
리부트 뒤적이다가 생각난건데 사실 알고보면 류건우 류청우 둘 다 컨.프 아닐까? (반박시 선생님 생각이 맞습니다)
류건우야 뭐 본인도 인정하고 있고... 류청우가 의외로 그런 면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청우는 자기 쪽에서 먼저 상대를 회유해서 상대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는 걸 예방하는 쪽인데 이게 사회성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청우는 딱히 누군가의 행동을 강제하지 않고도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단 말이에요. 상대는 딱히 조종당한다는 느낌 없이 류청우가 의도한 쪽으로 선택하고. 레티서바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류건우는 이게 전 국대라는 특성 때문에 여론전에서 류청우가 갖는 절대적인 이점이라고 했는데, 어... 솔직히 맞죠. 당장 아주사에서도 첫 투표부터 1, 2위를 다툴 정도니까. 근데 여론전에 강하다고 해도 주변 인심을 얻는 건 또 다른 얘기잖아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게 만고의 진리인 세상이니까.
그리고 류청우의 행동양상은 어찌보면 가장 냉정한 계산을 통해 도출된 결과라고도 생각되는 게... 입스 에피에서 언급됐듯이 어릴 때부터 덩치도 크고, 잘생겼고, 성격도 좋고, 국데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으로서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던 게 청우잖아요. 선망이 크면 질투도 크고. 질투라는 감정 자체는 뭐 그냥 넘기면 그만이지만 그게 불러오는 행동들은 그냥 못 넘길 일도 있었을거고. 아마 그러면서 조금씩 체화시킨 게 상대의 적개심을 틀어막고 주변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행동양식 아닐까... 근데 뭐 사실 이건 청우의 원래 성격이 나쁘다면 시도도 못 할 일이니까요. 이 정도로 계산을 하지 않았더라도 청우의 성격 특성상 자연스럽게 이런 결과로 이어졌겠죠. 성격 좋고 멘탈 강한 아이, 욕하면 내가 도리어 욕먹을 것 같은 아이로.
그러니까 둘의 차이점은, 류건우는 상대가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강제해버리는 쪽으로 움직이는 거. 그래서 상황이 자기 통제를 벗어나는 걸 싫어해요. 미처 계산에 넣지 못한 변수가 상황을 뒤트는 거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반면 류청우는 그런 상황을 만드는 '사람'을 컨트롤, 정확히는 회유하는 거. 명령이 아닌 권유, 통제가 아닌 자발적인 선택. 그렇기 때문에 모든 변수를 컨트롤할 수 없어서 완벽히 류청우가 원하는 상황만을 유도할 순 없어도 일정 범위 내로는 이끌 수 있는거에요. 그 과정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도 자기 특성인 풀 드로의 힘을 빌어 평정심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거니까. 컨트롤하는 스타일이 정반대이긴 한데, 그래서 이 둘이 합쳐지면 시너지가 엄청난거죠. 류청우가 사람을 유도해서 류건우가 만든 상황의 이득을 극대화할 수도 있고, 반대로 류건우가 이끌어낸 상황을 류청우가 로스 없이 끌어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회사대탈출 에피처럼.
10. 어린용 류청우x천년묵은 이무기 류건우
인간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윤회의 길에 몸을 맡긴 이를 기다리겠다며 여의주마저 포기한, 인적없는 깊은 산 속 연못에 홀로 은거하며 죽은 연인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이무기. 천 년을 외로이 버티고 버티다 기어이 미쳐버린 이무기. 그 모든 것이 류건우를 가리키는 말이었고, 그 모든 것이 다른 이무기들이 류건우를 피하는 근거가 되었다. 단 하나의 용을 제외한다면.
“여긴가.”
이름은 류청우, 나이는 이제 갓 이백을 넘긴 어린 용. 그리고 지금은 미쳐버린 이무기를 찾아오겠다며 있는 고집 없는 고집 다 갖다 부린 철부지 용. 류청우는 자신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저주와도 같은 말에 피식 웃었다. 뭐랬더라, 너도 콱 저놈처럼 홀로 틀어박혀 미쳐버리랬던가. 그 말을 한 이무기는 류청우보다 몇백 살은 더 먹은, 아직 여의주를 얻지 못해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더랬다. 별 의미도 없는 말을 기억 속에서 지우며 류청우는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드넓게 펼쳐진 연못 주위로 새하얗게 햇살이 반짝였고, 그에 응답하듯 류청우의 푸른색 비늘이 사방으로 맑은 빛을 흩뿌렸다.
그리고 그 시각, 잠들어있던 류건우는 감히 제 영역에 발을 들인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는 신경질적으로 눈을 떴다.
“어떤 x끼야.”
그 주인처럼 새카만 물로 감싸인 용연 바닥에 뉘여둔 몸을 느릿하게 일으킨 류건우는 미끄러지듯 물살을 헤치며 수면으로 향했다. 그래, 류건우가 동족들의 사회에 소식을 끊고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다. 백여 년 전 아주 어린 이무기 하나를 잠시 맡아 길렀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그러니 어떤 놈이 감히 미친 이무기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인지, 오랜만에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을 듯했다.
오랜만에 물 밖으로 나온 류건우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무겁고 거대한 몸을 인간화해 가볍게 만드는 것이었다. 몸에 묻은 물을 털어내고, 눈을 찌르는 햇살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면 그제야 주위를 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윽고 살짝 찡그린 고운 눈매가 물가에 선 푸른 용 하나를 담았다.
“누구냐.”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류청우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간의 형체를 했으나 풍기는 기운은 인간이 아닌 그 존재를 본 순간, 류청우는 저것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모를 수가 없는 존재이긴 했다. 그가 바로 류청우를 기른 장본인이니. 주인이 용이 아님에도 그 처소가 용연이라는 이름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오랜 세월에 힘입어 어지간한 신들의 신력에 빗대어질 만큼 강대한 요력. 신분은 분명 승천까지 한 류청우가 더 높았으나, 살아온 세월은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류청우는 선선히 고개를 숙였다.
“맑은 미르, 류청우라 합니다.”
“여기 온 이유는?”
“이곳에 외로운 이무기가 있다 하여.”
류건우는 가볍게 코웃음쳤다. 저런 말을 하며 기어이 제 앞에 선 저 어린용이 참으로 웃겨서.
“모르는 척은. 여기가 네 고향이잖냐.”
“하하.”
“한참 어린 녀석이. 제법 건방진 구석이 생겼구나.”
류건우는 피식 웃으며 팔을 벌렸다. 아이를 다루는 듯한 그 몸짓에 류청우는 앳된 미소를 피웠다. 그 말이 도리어 그를 어리게 보이게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정도로 어리진 않습니다, 형님.”
“지금 천 년 묵은 이무기 앞에서 이백 살이 어리지 않다고 시위하는 거냐.”
“그래도 승천까지 했는걸요.”
방금의 발언을 증명하듯 류청우가 꺼내든 여의주는 그 주인의 이름을 반영하여 푸른색이었으나 맑지는 않았다. 구슬의 중심에 어린 새카만 흑단 탓이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류건우는 류청우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세상 어느 형이 동생더러 어리지 않다고 말하던.”
“그래도 아직 저를 동생이라고 해 주시네요.”
“그럼 네가 형 노릇 할 테냐.”
“아뇨, 건우 형.”
류건우는 손을 들어 류청우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인간화한 모습조차 이젠 류청우가 류건우보다 더 컸으니 본체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류건우는 먼 곳을 보듯 흐릿한 눈으로 류청우를 보았다. 류청우가 조금 머쓱하게 웃자 류건우는 천천히 손을 들어 류청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류청우가 어리던 시절엔 모호했지만, 유독 어린 나이에 승천한 것과 여의주에 어린 기운을 통해 류건우는 모종의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키워낸 저 어린 용은, 과거의 류건우가 기꺼이 어리석은 이무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만들었던 그 사람의 환생이라는 것을.
11. 시스템큰달
상태창이 자기 영향권에 있던 시절엔 그래 넌 어차피 내 손안에 있으니 원하는 만큼 내 데이터베이스를 뒤적거려보려무나 하던 시스템이... 렬리티 도입부에서 조각나면서 여유를 잃고 어떻게든 상태창을 되찾아서 자가복구를 시도하는 거라던지... 이를테면 상태창과 시스템 사이의 링크를 이용해서 이미 현실의 육체를 갖게 된 큰달의 의식으로 파고들어 순식간에 흡수해버리는... 그래놓고선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바랐지? 하고 큰달의 의식을 향해 묻는 시스템
상태창의 능력을 활용한 최후의 발악으로 큰달 몸에 갇힌 시스템...
그 후로 평소엔 멀쩡하던 큰달이 시스템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쓰는 단어나 말투부터 사고방식까지 시스템처럼 바뀌는... 밑도끝도 없이 의식을 끌어내려 원래의 정신체 상태로 돌아가려는 시스템과 어떻게든 저항하는 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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