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랑진] 썰 모음 1
짧게 연성 모음집. 진화랑 1개, 화랑진 1개, 진화랑뎁진 1개. 2023년 7월 3일 연성
1. 진화랑뎁진 - 진과 데빌이 분리된 이야기.
...내가 지금 꿈을 꾸는거 아니지? 꿈이라고 좀 해줘라, 어? 화랑이 손으로 얼굴을 몇번이고 쓸어내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겨우 둘이서 조용한 숲 속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 난리를 피워놓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지낼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 평화를 깨듯 앞에 갑자기 나타난 무언가에 제 앞에 서서 저를 지키듯이 서 있는 건 카즈야와의 사투를 끝으로 그제서야 겨우 일상을 되찾게 된 진이었고 그 앞에 대치하고 있는 것은 검은 날개와 뿔을 달고 있는 괴물인 또 하나의 진이었다. 분명 사망했다던 네 어머니가 돌아와서 카즈야와 네 몸 안의 데빌을 정화했다고 하지 않았어? 이건 또 무슨 재미없는 서프라이즈인데? 화랑의 말에 대답을 해준 건 진이 아닌 데빌이었다.
" 그 여자는 둘로 나누어져있던 내 힘을 다시 합쳐서 몸 밖으로 밀어낸 것 뿐이야. 사라진 것 처럼 보인건 그것 때문이지 "
" 얼씨구, 이젠 말도 하네? "
" 그땐 반으로 나누어져 있던 탓에 이성이 없어서 말도 제대로 못한 것 뿐이다. 온전히 데빌의 힘이 하나가 되고나서 처음엔 누구의 모습으로 변할까 고민했는데... 네 녀석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이 모습이 됐지. 너는 날 즐겁게 해준 유일한 인간이니까, 화랑 "
" 우와, 그런 인사 받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잠깐, 진. 긴장 좀 풀어 "
주먹에서 힘도 풀고. 화랑의 손이 뒤에서 힘줄이 돋을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꾹 쥔 진의 손을 붙잡아 조심스럽게 힘을 빼게했다. 자연스럽게 진이 화랑의 손을 맞잡았다. 그런 둘의 손을 바라본 데빌이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화랑과 그런 사이었나. 그와 대치할 때면 너는 내 안에서 마구 발버둥을 쳤지. 그를 다치게 하지 말라면서 말이야. 데빌이 한발짝 내딛기 무섭게 진의 일갈이 들어왔다.
" 한발짝이라도 더 움직이면 그땐 진짜 성불시켜주겠어 "
" 하하, 무서워라. 근데 그게 쉬울까? 반쪽짜리인 그때의 나와는 달라. 널 쓰러트리고 너의 몸을 차지하는게 더 빠를 수도 있는데 "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는 둘을 보던 화랑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왜 답지 않게 우리 앞에 나타난거지? 너라면 갑자기 뒤를 노려서 기습이라도 할 것 같은데? 화랑의 질문에 데빌이 마치 항복이라도 하듯이 양손을 들어올렸다.
"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랬다간 너희 둘 뿐만 아니라 정화의 힘을 가진 카자마 준과도 싸우게 되겠지. 그 여자의 힘은 나에게는 천적이나 다름 없고 나도 아직은 사라지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니 협상을 하자 "
" 협상이라고? "
" 화랑, 네 옆에 있게 해줘 "
" 뭐? "
" 말했지, 너를 떠올리는 것으로 나는 카자마 진의 모습이 됐다고. 그래, 나 역시 너에게 흥미가 있다. 비록 반쪽이지만 너는 나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로 강하고 아름다운 한 마리의 야수지. 그런 야수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리가 없잖아? "
" 읏, 웃기지마! 너 같은 괴물을 곁에 둘리가 없잖아! "
" ...옆에 두면 넌 어떻게 지낼거지? "
" 화랑? "
" 별거 없다. 네가 원하는대로 조용히 이 집안에서만 지내는거지. 그리고 가끔씩 너와 대결도 하고 말이지 "
" ...거절한다면? "
그 말에 데빌은 진의 모습으로 한쪽 입꼬리만 끌어올린체 웃었다. 지금 당장 다시 한번 더 세상을 뒤집는다. 카자마 진의 모습을 한 체로 말이야. 이번에야말로 진을 세상 밖으로 아예 나오지 못하도록 그의 모습을 한 체로 세상을 다시 뒤집겠다는 말에 화랑이 손을 이마에 얹으며 중얼거렸다.
" 아, 짜증나. 선택 사항이 없잖아 "
" 화랑 "
" 알아, 진. 근데 괜찮을 것 같은데. 이 녀석 말대로 나는 이 괴물과 대등하게 싸울 정도로 강하고... 무엇보다 내 곁에는 항상 네가 있잖아, 진 "
화랑이 씨익 웃으며 진을 바라보았다. 날 지켜줄거잖아? 그런 화랑에 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지켜줄게. 데빌에게서 반드시. 응, 믿을게. 진. 작게 속삭인 화랑이 데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 완료다. 이곳에 있어도 좋아. 그러니 약속 지켜, 절대로 이곳을 나가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마.
" 그래, 네 곁에 있게 해준다면 그런 약속이야 얼마든지 지켜주지. 아, 그런데 하나 알아야 할게 있는데 "
" 뭐야? "
데빌이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진을 지나 화랑의 뒤에 착지하더니 그를 껴안았다. 그리곤 들어난 목에 쪽 입술을 붙였다. 히익! 갑작스런 촉감에 놀란 화랑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새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 내가 너에게 가지고 있는건 승부욕 뿐만이 아니라 식욕도, 색욕도 있으니까 말이야 "
" 뭐, 뭐? "
" 앞으로 기대하는게 좋아, 화랑... "
" 당장 떨어져! "
화랑을 지키듯 그를 껴안고 데빌을 노려보는 진과 그를 도발하듯 화랑의 손을 잡고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며 역시나 진을 노려보고 있는 데빌 사이에 낀 화랑은 지금 이 짧은 순간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다시 한번 내쉬었다. 아무래도 험난한 생활을 보낼 것 같은데...
2. 화랑진 - 그때 눈 다친거 진짜로 시력 회복이 불가능 했다면?
시력 회복은 어렵습니다. 오히려 추후 적출 수술을 염두해야 될 정도라... 와우. 의사의 말에 화랑은 감탄 아닌 감탄사를 내뱉었다. 괴물 상태인 진을 쓰러트린 후 갑자기 나타난 군인들이 던진 수루탄에서 진을 구한 화랑의 부상은 자신이 생각한 것 보다 심각했다. 미세 파편으로 인한 오른쪽 안구의 시력 상실. 그나마 지금은 적출까지는 필요없다지만 상태에 따라 왼쪽 안구 및 신체에 영향을 준다면 추후 적출 필요.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진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대가 중 가장 최악이었다. 어쩔 수 없나. 나중에 치료비 뜯어내지, 뭐. 아, 사범님이랑 레지스탕스 사람들에겐 뭐라고 설명하지. 진을 구하려다 눈 한쪽 날려먹었다고 하면 또 난리날텐데~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건. 화랑이 제 오른쪽 눈을 가리며 쓰게 웃었다. 거리감 회복이 우선이겠네. 격투가인 화랑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거리감의 회복이었다. 다른 걸로는 웃을 수 있지만 이것만큼은... 웃을 수 없겠는데.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화랑이 제 뺨을 가볍게 치고는 일어섰다. 고민할 시간이 아깝다, 별 수 있나. 이번에도 지옥 훈련이지. 화랑이 중얼거렸다.
그렇게 눈 한쪽을 날려먹고 레지스탕스로 돌아간 화랑은 간부인 미겔의 질타 아닌 질타를 - 그딴 놈을 구하다가 시력을 잃어버렸다고? 너 바보냐? - 받고 백두산의 지옥 훈련을 받으며 필사적으로 거리감과 기량 회복에 매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카자마 준의 도움으로 카즈야와의 일전을 끝내고 카자마 진 자신으로 돌아온 진과 마주한 화랑이 하, 탄성을 내질렀다.
" 이게 얼마만이지? 너와의 리벤지 말이야 "
" 화랑, 너... "
" 왜? "
" 오른쪽 눈은... "
여전히 안대를 쓰고 있는 화랑을 보던 진의 말에 화랑이 오른쪽 눈으로 손을 가져가 안대를 만졌다. 그 날 이후 화랑에게 생긴 버릇이었다. 안대를 쓰고 있을 땐 안대를 만지고 벗고 있을 때는 손으로 오른쪽 눈을 가리는 것. 잠시 안대를 만지고 있던 화랑이 안대에서 손을 떼며 평소처럼 웃었다.
" 신경 쓰지마. 약간 불편한 정도니까. 그것보다... "
" 약간 불편한 정도가 아니잖아! "
화랑의 말을 끊은 진이 고개를 숙이고 이를 악물었다. 데빌에 잠식되어 있을 때 여러 사람들에게 데빌이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건 진 자신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만은, 자신을 어떻게든 찾아다니던 화랑만은 다치지 않기를 바랬는데. 더군다나 격투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눈이라니. 결국 또 다시 자신의 죄였다. 진이 입을 열어 자신의 탓이라며 말을 하려는 찰나 화랑이 아이고 라며 탄식은 내뱉었다.
" 넌 진짜 그렇게 착해 빠져서는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정말이지 "
" 뭐? "
" 따지고보면 네 잘못이 아니라 UN군 잘못이지. 아니 멀쩡하게 민간인이 있는데 거기다 총질하고 수류탄 던지는 미친 놈들이 어디 있어? 진짜 내가 어이가 없어가지고 "
입으로 연신 불평불만을 내뱉으며 진에게 다가온 화랑이 고개를 든 진의 뒤통수를 붙잡고 이마를 맞댔다. 화랑의 멀쩡한 왼쪽 눈과 진의 오른쪽 눈이 서로를 담았다. 하나는 잃어버렸지만...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잖아? 널 담을 수 있는 하나가. 화랑이 중얼거렸다.
" 두 눈을 모두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아직 하나가 멀쩡하게 남아있잖아. 뭐, 덕분에 고생 좀 하기는 했는데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마, 진 "
" 화랑... "
" 그렇게 걱정되면 치료비랑 병원비 지원 좀 해줘라. 진짜 없는 살림에 돈 마련하느랴 허리 휘는 줄 알았다고 "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던진 말에 결국 진도 웃어버렸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너는 계속 나를 바라봐주는구나. 붙잡은 진의 머리를 놓은 화랑이 가볍게 주먹을 쥐고 진의 턱을 슬쩍 밀어올렸다. 그리곤 뒤돌아 걸어가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 이렇게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걸 보여줘야겠네. 너와 다시 싸우기 위해 내가 사범님께 어떤 지옥 훈련을 거쳤는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줄게 "
" 그래, 그 이야기는 널 이기고 간호하면서 들을까 "
" 하! 방금 전까지 걱정되고 미안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지은 사람은 어디갔어? "
" 방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걸 보여준다고 한 사람은 누구더라? "
" 아, 그거? 나지. 사실이니까.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진 "
네 기대에 부응할테니까 진심으로 와라. 그래, 진심으로 간다. 둘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내 둘의 진심이 충돌했다.
3. 진화랑(카즈준, 스팁레오 등등) - 센티넬버스 (각종 버스 세계관은 다 연성할 예정)
" 젠장, 지친다...! "
" 오전 내내 가이드 하시느라 수고하셨어요, 화랑씨! "
아, 죽겠다. 진짜. 오전부터 몇명이나 가이드 했는지 모르겠는데... 잔뜩 지친 표정을 한 화랑은 휴식실로 들어오자마자 레오가 건내준 콜라의 빨대를 물고 한 모금 마시더니 힘있게 입김을 불었다. 보글보글, 콜라에 거품이 피어오르다 가라앉았다. 이 세상에 센티넬은 넘쳐나지만 항상 그랬듯이 가이드는 그 수가 부족했다. 그렇기에 급이 높은 가이드들은 만성 피로에 시달렸고 S급 가이드인 화랑이 그러했다. 으아아, 휴식실의 테이블에 엎드린 화랑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 아무리 S급에 아무리 낮은 등급의 센티넬들의 손만 잡고 가이드하는 거라지만 지치는 건 지치는거라고! 가이드 1명 당 센티넬 1명이라면서 왜 등급이 높다는 이유로 맨날 이렇게 혹사인데! "
" 아하하하... 그거야 화랑씨가 유능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
" 너 그 위로 방법 스티브한테 배웠냐! 내가 유능한건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별로 듣고 싶지 않아! "
" 근데 화랑씨와 동등한 등급의 가이드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맨날 화랑씨만... "
" 그거야 센티넬들이 싫어하기 때문이지. 정확하게는 각인은 맺은 센티넬들. 등급이 높은 센티넬의 가이드를 가장 효율좋게 할수 있는 건 역시나 높은 등급의 가이드니까. 그런 센티넬 일수록 자신의 가이드에 대한 애착이 크고 다른 센티넬들에게 빼앗기는 걸 싫어하지. 그냥 쉽게 말하자면 소유욕이 엄청 큰거야. 스티브도 마찬가지잖아, 자기 있을 때 네가 다른 센티넬에게 가이드하면 죽일듯이 노려보는거 몰랐냐 "
" 그럼 화랑씨는 왜... "
" 왜긴 왜야. 카자마 진, 이 등신이 바보일 정도로 착해서 그렇지! "
쾅! 화랑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 그 소리에 휴게실에 있던 다른 센티넬들과 가이드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같은 가이드들은 둘째치고 센티넬들까지 떠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었다. 화랑은 가이드가 되기 전부터 격투가로서 이름을 날렸고 그 강함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가이드 판명을 받고 센터로 들어오더니 폭주해버린 낮은 등급의 센티넬을 격투기로 제압하면서 가이드에 성공했고 그 이후로 화랑은 싸우는 가이드로 유명해졌다. 폭주하는 셀티넬을 후려 패면서 가이드라니, 센티넬들이 무서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폭주만 안하면 그렇게 거칠게 안하는데. 해명에도 화랑의 명성(?)은 높아져만 갔다.
그의 한탄에 레오는 하하 웃으며 진을 떠올렸다. 유명한 셀티넬 집안인 미시마 가와 유명한 가이드 집안인 카자마 가에서 태어난 SS급 센티넬이었다. 센티넬 능력은 미시마 가와 동일한 데빌화. 다만 아버지와 달리 완전 데빌화 대신 데빌의 힘을 이용한 격투술을 사용.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어머니와는 사이가 좋아 어머니의 성을 사용하며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에 착실하고 성실한 성격... 이라고 관리 페이지에 적혀있던 내용을 떠올리며 레오는 자신의 몫의 음료수를 마셨다.
" 진짜 생각해보면 리 차오랑 이 아저씨가 문제야. 진의 성격을 아니까 날 빌려달라는 부탁을 너무 서슴없이 하잖아! "
" 센터장님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은 화랑씨 밖에 없을걸요 "
" 센터장이고 나발이고 일 많이 시키고 떠넘기는 상사가 제일 최악의 상사라고! 거기에 부탁한다고 무조건 오케이 하는 그 녀석은 진짜...! "
" ...그 정도로 싫으면 진씨에게 이야기라도 해보시는게... "
" 아, 됐어. 그 순진하기 짝이없는 녀석한테 말했다가는 하루종일 미안하다고 쫓아다니면서 죽을 상 하고 다닐걸. 그건 내가 보기 싫어 "
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니까. 진은 날 파트너나 이런게 아니라 서류 상에 적혀있으니 그냥 같이 일하는 동료 정도로만 생각하는게 아닐까... 하고. 턱을 괴며 작게 중얼거린 말에 레오가 눈을 깜박였다. 그 화랑씨가 이런 생각을 하실 정도라니... 많이 지치셨나. 오늘 오후 가이드 내가 대신 맡을까? 레오가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할 때 쯤이었다. 갑자기 건물의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뭐야? 화랑도 레오도 놀라 눈을 크게 뜬 사이 사이렌 소리 만큼이나 요란한 방송이 나왔다.
[ 지금 당장 준씨와 화랑은 빨리 동쪽 4동 건물로 오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지금 당장... ]
" ...아, 씨발 "
일단 욕부터 박은 화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휴게실을 나가는 걸 레오가 뒤에서 고생하세요, 라며 팔랑팔랑 손을 흔들었다. 아무래도 또... 한 판 하는 모양이네요. 가끔씩 이렇게 리 센터장이 직접 준과 화랑을 소집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뻔했다. 그래, 뻔했지.
" 아, 진짜. 이번에는 또 뭔데! "
" 어, 화랑 "
" 수리비 남아나는 게 없겠네, 정말! "
황급히 동쪽 4동 건물로 달려온 화랑은 엉망진창이 된 건물 안에서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몸을 숨기고 있는 직원들과 멀쩡한 기물이 하나도 없이 산산조각 부셔진 상태에 혀를 찼다. 리 센터장이 카즈야의 가이드인 준과 진의 가이드인 화랑을 동시에 부르는 상황은 딱 한 가지 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부자지간의 싸움 때 뿐이었다. 화랑은 데빌로 변해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카즈야와 반쯤 데빌화 해서 뿔과 등에 날개를 달고 활공하는 진을 보다 입술을 깨물었다. 데빌화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진이 정신을 놓고 데빌화를 할 정도면 꽤나 심각한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가이드 진짜 빡세겠네. 화랑이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제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 화랑씨 "
" ...고생 많으십니다, 준씨... "
" 아뇨, 고생하는 건 화랑씨죠. 그럼 진을 부탁합니다 "
" 네네 "
준이 손을 움직이자 이내 카즈야의 근처에 하얀 빛무리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준, 그녀 만이 할 수 있는 원거리 가이드. 일명 희망의 빛이었다. 빛에 자신의 의식을 실어 센티넬에게 접촉 시키는 것으로 이런 가이드가 가능한 건 오직 그녀 뿐이었다. 정말 볼 때 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화랑이 하나둘 생겨나는 빛무리를 바라보다 역시 그녀가 만들어낸 빛무리를 보고 제자리 비행을 하고 있는 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여러번 흔들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큰소리를 그를 불렀다.
" 진, 카자마 진! "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시선을 카즈야에서 자신에게로 돌리는 진을 보던 화랑이 숨을 고르곤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정신을 놓고 데빌진으로 폭주하는 진을 가이드 하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정신 차릴 때 까지 그 공격을 받아주는 것. 평상시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지내는 진은 데빌화로 폭주하면 평상시의 그 답지 않게 모든 것에 공격적으로 대했다. 제 어머니는 물론이고 자신의 가이드인 화랑한테까지. 그런 그의 공격을 최대한 다치지 않고 받아줄 수 있는 건 화랑 뿐이었다. 정말이지, 난 이러려고 태권도를 배운게 아니라고. 팔다리를 쭉쭉 펴며 스트레칭을 하던 화랑이 진에게 손가락을 까닥까닥 움직였다. 언제든지 와도 좋다는 수신호를 본걸까, 진의 날개가 크게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화랑을 향해 강하했다. 맨날 공중에서 레이저 쏘는 것 부터 하더니 오늘은 패턴이 특이하네? 좋아, 어차피 일직선으로 올테니까 오는 순간 횡이동으로 피하고 한방 먹여서 땅으로 떨어트리는 것 부터 할...
" 화랑! "
" 어? "
분명 데빌진으로 정신 놓고 폭주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던 진이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은 화랑은 너무 놀라 움직임을 멈췄고 그때를 노려 진이 화랑을 허리를 잡아 안아올리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우앗, 잠깐만! 진, 너 지금 폭주 중 아니었어? 근데 왜 정신이 있는거... 그리고. 진의 다음 행동은 무려, 키스였다. 우읍! 공중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진의 키스를 받는 화랑의 눈이 커졌다. 이제 겨우 진정되겠다, 싶어서 슬금슬금 나오던 숨어있던 직원들이나 이번엔 미시마 가에게 수리비를 얼마나 청구해야 하나 계산하던 리 센터장은 갑작스런 진의 행동에 놀라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고 그의 어머니인 준조차 어머, 라며 손으로 입을 막을 뿐이었다.
아, 젠장.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민망했던 화랑이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지금 둘의 위치는 공중이었다. 반항하다가 땅으로 다이빙 하는 건 사절이었으니까. 결국 진이 만족할 때 까지 한참을 받아주던 화랑은 진이 입술을 떼자마자 거하게 욕을 내뱉으려 입을 벌렸지만 그보다 먼저 진의 선공이 들어왔다.
" 화랑! "
" 어, 어? "
" 너 이제부터 다른 사람 가이드 할 생각하지마! "
" 뭐, 뭐? "
" 넌 평생, 죽을 때 까지 내 가이드야! 내 옆에만 있어! "
...이거 프로포즈야? 아니, 잠깐만. 이거 뭔데? 평소의 진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과감한 그 말에 화랑의 얼굴이 땅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심하게 붉어졌다. 뭐라고 다다다다 말을 내뱉을 것 같은 화랑이 한마디 말도 못하고 진에게 안겨 어버버 거리고만 있는 게 참으로... 신선했다. 이렇게보니 화랑씨도... 귀여운 면이 있네? 누구보다 제일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준이 작게 웃었다. 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리 센터장은 이젠 누구한테 가이드 노예질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화랑은 여전히 진에게 안겨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
" 잠깐만, 아니. 아니아니아니. 너, 갑자기 이게 무슨. 아니, 너 센티넬 폭주 중 아니었어? 왜 정신이 멀쩡한건데!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카즈야, 저 양반이 너한테 무슨 소리를 했길래 그런 말을 "
" 싫어? "
" 아니, 싫은 게 아니라! "
" 그럼 됐어 "
" 그럼 됐어가 아니잖아!!! 너 누구야, 진 맞아? "
" 섭섭하네, 화랑. 네 센티넬도 못알아보는거야? "
" 아니,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
" 화랑 "
" 왜! "
" 결혼하자 "
" ...아, 씨발... "
" 대답은? "
" ...그래, 하자. 씨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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