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노을
“우리 키타로가 학교에서 칭찬을 받아왔다네!”
“저, 정말?”
평소와 같이 정시에 퇴근하여 집에 들어선 우리네 가장 미즈키를 반긴 것은, 과장을 조금 섞자면 연봉 인상 소식보다도 훨씬 기쁜 것이었다.
“아, 아버지.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니까요!”
재빨리 달려온 아들이 손바닥만 한 제 친부를 덥석 붙잡고는 고개를 들어 양부의 눈치를 살폈다. 미즈키는 그런 키타로에게 햇살보다 환한 웃음을 보이며 놀렸다.
“대단한 일이 아니면 뭐겠어? 칭찬은 뭐든 좋은 거지! 그럼 키타로, 무슨 칭찬을 받았길래 네 아버지가 저렇게 기뻐한대?”
“그, 그게… 글짓기 수업이었어요.”
쑥스러운 마음에 발끝을 모은 채 우물거리는 키타로도 역시 그 나이대의 아이라는 걸까,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것보다는 미즈키가 기뻐하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더 좋은 듯했지만.
“작문? 그걸로 칭찬을 받았단 말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하잖아!”
“그것 보게! 내가 뭐랬나, 미즈키!”
“그러니까, 그렇게 대단한 것까지는…….”
미즈키는 아예 묵직한 서류 가방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는, 그보다도 더 무거울 터인 키타로의 몸을 두 팔로 번쩍 들어 비행기 태우듯 안아주기까지 했다. 그 애정 공세에는 당해낼 자가 없었다. 또래보다 무뚝뚝하던 키타로조차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으니 말이다.
“어떤 글이었길래?”
“하루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에 관해서 쓰는 거였어요.”
“그렇구나. 키타로는 어떤 시간이 좋다고 썼니?”
“……노을 지는 시간이요.”
노을 지는 시간이라.
보통 아이들이 황혼이 깔리는 때를 즐기던가? 만화영화가 그때 하기라도 하나. 하지만 키타로는 제 또래들이 즐기는 만화나 게임에는 큰 흥미를 두지 않는데. 미즈키로서는 자연히 그 이유까지 묻게 되었다.
“왜 그 시간을?”
“그건…….”
제 전용의 밥그릇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던 눈알과 키타로가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알고 있다는 듯 픽, 웃음을 터트린 건 눈알 쪽이었다.
“뭐야, 둘이 뭐 있어?”
“비밀이에요.”
“뭐? 뭐가?”
“좋아하는 이유… 비밀이라고요.”
툇마루에서 바람을 쐬던 미즈키의 여유 가득하던 얼굴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한순간에 사색이 되었다. 비밀이라니.
“뭐야, 나만 따돌리는 거냐? 어이, 눈알!”
“미안하지만 나도 키타로와 먼저 약속한 게 있으니 말해줄 수 없네. 아무리 자네라도.”
“대체 뭔데? 뭐길래 비밀까지나 되는 건데! 빨리 말해! 키타로, 너 나한테 뭘 비밀로 한 적 없잖아!”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된 건가. 부모로서는 기쁨과 동시에 허탈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난리가 난 툇마루를 기분 좋은 바람이 웃음을 터트리듯 쓱 훑고 지나갔다.
***
[저는 하루에서 노을이 지는 때를 제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양아버지께서 항상 노을이 질 때 집에 돌아오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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