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도와준다면
2024.11.21 ~ 2024.12.19 장송의 프리렌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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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창작자
2024.11.25 다섯 번째 스토리 닷새 째다. 황금의 밀레시안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핏 보면 행동이 조금 느린 정도로 보이겠지만, 사실 밀레시안은 많이 귀찮았다. 프리렌 일행과의 여정은 길어봤자 에린 시간 하루 정도였다. 에린의 존재들과는 다른 시간 개념을 가졌기에 그리 긴 체감은 아니었던 밀레시안이었지만, 내내 이끌려 다니기만 하니 프리렌의 마법이고 뭐고 점점 무기력해져 갔다. 황금의 밀레시안은 오늘도 에반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선 프리렌 일행을 질린 눈으로 바라봤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시선이었겠지만, 그 눈빛은 어딘가 지쳐 있었다. 프리렌 일행이 밀레시안에게 바라는 것은 에린의 존재들과 똑같았다. 그들처럼 불렀고, 부탁했고, 또 그것을 당연시 여겼다. 에린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자가 생각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여정의 이야기에서도 밀레시안인 자신은 휩쓸려 다닐 뿐이노라고. 이때부터 밀레시안은 자신의 무기력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에반은 스튜어트를 추천했다. 그래, 빠른 진행을 위해서라면 그게 맞았다. 던바튼에서 그보다 마법에 대해 잘 아는 이는 없을 터였다. 황금의 밀레시안은 조용히 던바튼의 학교로 향했다. 다행히 그 넓은 도서관에서 마도서를 직접 찾는 일은 없었다. 대신 손상된 마법 서적의 복원을 맡았다. 페른과 슈타르크는 같이 들어오지 않았는지 보이지 않았다. 슈타르크는 마법과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페른은 같은 마법사인 걸로 보였는데. 아니었나?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성의 없이 책의 복원을 끝냈다. 프리렌은 이번 또한 자신에게 책의 요약을 부탁했다. 귀찮았지만 여느 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와는 달리 읽어본 적 없는 것이었기에 눈으로 빠르게 훑어내리며 중요한 부분만 추려 말했다. "대부분 꽤나 거창한 마법들이네... 좀 더 하찮고 소소한 걸 원했는데..." 역시나. 다크메이지의 아르카나를 지닌 자신이 읽어도 그러했다. 프리렌은 에린의 마법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며 익힐 수 없는 마법이라 말했다. 그에 놀라는 페른의 반응을 보아 예상했던 대로 프리렌은 그들 본래의 세계에서도 높은 수준의 마법사였다. 다음 행선지는 타라 왕성이었다. 오랜만에 공주님과 레이르를 만나게 되는 건가. 아니, 어쩌면 아르젤라에게 찾아가는 걸로 끝일지도 모른다. 황금의 밀레시안은 프리렌의 마법에 흥미를 떼기로 했다. 그녀가 에린의 마법을 익힐 수 없다면, 높은 확률로 자신 또한 그녀의 마법을 익힐 수 없을 터였다. 프리렌 일행을 감시하는 일도 그만두기로 했다. 프리렌이나 페른, 슈타르크, 셋 중 누구에게서도 경계할 만한 점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저 휩쓸려 돌아다닐 일만 남았다. 운명의 바람이 가볍게 스쳐간 이후 맞이하는 파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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