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바다에서 바다리까지 두 달 하고도 보름

나는 더 이상 저 녀석을 견딜 수 없어!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솔바람에 춤추는 들풀도 빠져들까 아득한 별하늘도 지금은 재미없어.“

"겨우 보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주 잠깐이죠."

"구운 피슈아는 이제 질렸어. 두 달째 이것만 먹고 있잖아. 물려. 물린단 말이야. 중간중간 마을에 들렸을 때도 물만 좀 챙기고 바로 떠나야 했고. 구운 피슈아만 산더미처럼 챙겼을 때 미리 알아보았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갈 길이 바쁘니까요. 행상에 얹어 가는 것이니. 그러게, 정식으로 사절을 구성할 때까지 기다려보시라니까 왜 고생을 사서 하시고 그러십니까?"

"그, 그건 그놈의 요정 때문에!"

나는 볼을 부풀리며 두 발을 휘적였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정돈된 도로. 따뜻한 식사. 편안한 집. 우리 가족과 바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당연하지 않았고 이야기와 현실은 뭍과 물만큼이나 달랐다. 아, 내가 왜 그랬을까!

칠 년 인생. 지금처럼 문명의 품이 그리웠던 적이 없다.

"나 다시 돌아갈래!"

"어이쿠. 지금 돌아가면 두 달을 다시 걸어야 하는데요. 그것도 저와 공주님 단둘이서 말입니다. 저야 신관이고 공주님께서는 어린아이시니 가다 들짐승이라도 만나면 꼴이 참 볼만 하겠습니다.“

"나쁜 말. 말이 씨가 된다는 것도 몰라? 나보다 엄청 어른이면서."

"예 예. 그러니 발은 그만 휘적이세요. 넷째 업다 삔 허리가 다시 아파오려 합니다."

"세상에나! 미안해. 많이 힘들었어?"

"농입니다. 공주님은 놀리는 재미가 있네요."

나는 말없이 삼촌의 구레나룻을 잡아 뜯었다. 세게는 말고 적당히 신경 쓰일 정도로.

삼천발이 같은 것. 너 때문에 안 해도 될 고생을 하고 있잖아! 일 볼 때도 씻을 때도 식사할 때도 잠잘 때도 종일 붙어 있는 게 정상이야?

거기에 내가 누구 덕분에 관짝 구경을 하게 되었던가. 우리 도시는 돌을 깎아 관을 만든다. 그건 안에서 밀어도 안 열려. 삼촌이 없었다면 난 두 번 죽었을 것이다. 첫째는 녀석에 의해. 둘째는 묵직한 돌덩어리 관짝에 의해.

이 모든 사달을 만든 요정 릴은 지금도 내 띠쇠에 달아 놓은 주머니 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나는 더 이상 저 녀석을 견딜 수 없어!

요정을 떼어내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신의 도움이다. 비록 우리네 대신전에서는 아무런, 정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지만. 중앙신전이 있는 수도는 달라도 뭔가 다르지 않겠는가. 무려 프라히스투의 내정자가 있는 곳인데.

그래. 겨우 보름이야. 갈라바다의 공주가 좀생이처럼 보름을 못 참을까.

나는 삼촌에게 업힌 채 사르르 눈을 감았다. 건기의 메마른 바람이 소금기 가득한 해풍이 되어 휘몰아치고, 깊고 깊은 바다가 별하늘을 삼키었다. 매서운 햇발에 굳은 땅이 짠물로 뒤덮이고 그곳을 쏙과 가재들이 뛰놀았다.

다정한 바다의 꿈을 꾸며. 그렇게 고향 갈라바다에서 수도 바다리까지 두 달 하고도 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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